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3)
“만일 그쪽에서 싸우고자 한다면 못 싸울 것도 없지요.”
“하지만 그들이 가진 돈은 자네 못지않네.”
“압니다.”
단순히 몇 백억 몇 천억을 가지고 그들이 한국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사채 놀음을 하면서 권력을 휘두를 수는 없다. 그들의 재산은 노형진과 동급이다. 아니,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 물러날 생각이 없습니다.”
물러나면 끝이다. 한번 타협해서 돈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면 그게 타락의 시작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게 양심이라고 했습니다. 애초에 제가 편한 길을 선택하고자 했다면 변호사를 하지는 않았겠지요.”
그 말에 송정한은 마음을 굳혔다. 편하게 변호사질을 하려고 했다면 이 길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이 무시하는 어려운 길을 왔기에 이 자리까지 왔던 것이다.
‘그래, 내가 마음이 변했군.’
상대가 누구든 법은 공평해야 한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하다고 그들이 유리하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싸우세.”
노형진의 두 손을 꼭 잡으면서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특이하군.”
송정한은 자신의 건물에서 나오는 소학림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이 범인인 건 알겠는데 어떻게 범인이지?”
“이상한가요?”
“그래.”
그는 소문난 마마보이였다. 하긴 평생을 부모라는 울타리 안에서 끼고 돌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 그런데 강간 살인이라니.
“뭐, 확정적인 건 아닙니다만.”
“확정적인 건 아니다?”
“심증뿐이지 않습니까?”
“음…….”
“하여간 설명드리자면 일종의 반발 심리입니다.”
“반발 심리?”
그를 감시한 지 이틀. 그러나 특이한 것은 없었다. 그는 출퇴근을 할 뿐이었다. 그런 그를 살펴보는 게 지겨웠는지 송정한은 노형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네, 부모에 대한 반발 심리죠.”
소학림의 부모인 소명자는 엄청난 재력가에 여장부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데릴사위인 아버지는 제대로 힘쓰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모든 것을 어머니라는 사람의 그림자 안에서 행해 왔다. 그러니 마마보이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 심리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모든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독립하려고 한다. 그게 정상이다. 문제는 그걸 소명자가 억누르고 있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 특히 여성에 대해 고압적인 성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성에 대해?”
“네.”
그를 억누르는 것은 엄마라는 존재다. 하지만 정작 그 엄마라는 존재는 공포의 대상임과 동시에 보호자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 분노를 다른 사람들에게 투영합니다.”
“강남에서 뺨맞고 강북에서 화풀이한다 이거군.”
“네.”
어머니라는 존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는 다른 이성에 대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밖에요. 부모라는 그림자 안에서 살아왔으니 유약해 보일 뿐, 제대로 된 인간으로는 안 보이니까요.”
“음…….”
“하지만 여자들은 마마보이를 싫어하지요.”
“그렇지.”
그가 돈이 없어서? 아니면 그가 못생겨서?
아니다. 마마보이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그늘에서 살아와서 사회에 대해 모른다. 엄청난 돈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그걸 지키는 법이나 그걸 운용하는 법을 모른다. 모든 것을 엄마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이 무시했다고 생각하면 순간적으로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네, 문제는 그게 아주 위험하다는 거죠.”
특히나 상대방이 자신보다 낮은 신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더더욱 그렇다.
“아마 그 피해자 되는 분은 마음이 약한 분이셨겠지요?”
“그래, 약했지.”
“그럴 겁니다. 저런 녀석은 어머니라는 존재 때문에 강한 여자들을 두려워하거든요.”
저런 녀석들이 찾는 먹잇감은 착하고 약해 보이는 여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 약한 사람일수록 표적이 되기 쉽다.
“만일 그런 상황이었다면 차라리 공격적으로 나갔을 텐데 말이지요.”
노형진은 안타깝다는 듯 차에 타는 소학림을 바라보았다.
“저런 녀석들은 여자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차라리 강하게 하지 말라는 식으로 나가면 그 두려움 때문에 도망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가 살려 달라고 비는 식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저런 녀석들은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증명되어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더욱 공격적으로 변한다.
“하긴…… 그런 걸 다 알 수는 없으니까요.”
문제는 희생자들이 그런 살인자들의 성향을 다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단…… 확실한 건 하나있군요.”
“어떤?”
“아직도 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다니잖습니까?”
“아아.”
확실히 그는 자신이 아닌 운전기사가 끄는 차를 끌고 다닌다. 하지만 그의 신분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은 없다.
“뭔가 바뀌지 않았을까?”
“아닐걸요? 아마도 엄마라는 존재에 더 예속되어 있을 겁니다.”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살인을 저질렀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뭐가 있을까?
없다. 결국 도움을 청한 대상은 엄마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엄마라는 존재는 아마도 사건을 덮으려고 했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럼 이제는 치명적인 약점을 잡힌 셈이지요.”
단순히 엄마와 자식 관계 정도가 아니라 범인과 은폐자로서의 관계가 추가되었다. 그렇게 되면 소학림의 입장에서는 끌려갈 수밖에 없다.
“흠…….”
송정한은 심각한 얼굴로 다시 그쪽으로 바라보았다. 범인인 것 같기는 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는 상황.
“어찌 되었건 당분간은 저 녀석에 대해 조사해 봐야겠습니다. 일단은…….”
노형진은 말하려다가 멈칫하고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그곳을 빠르게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학림이 가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빠지는 게 아닌가? 당연히 소학림을 살피던 중이었으니 그쪽으로 갈 거라 생각했던 송정한은 깜짝 놀랐다.
“노 변호사? 반대쪽인데?”
“꼬리가 붙었습니다.”
“꼬리?”
자신의 뒤로 따라붙는 차량.
“벌써?”
“사채는 피눈물을 동반하니까요.”
더군다나 소씨 집안은 중국 쪽에서 넘어온 집안이라 피도, 눈물도 없는 자들로 유명하다. 당연히 사방에 적이 가득하다. 그러니 조금만 의심스러우면 이런 식으로 꼬리를 붙이는 것이다.
“음…….”
송정한은 그 말에 신음성을 흘렸다.
“이런 식으면 시체를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겠군.”
“그렇지요. 사업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뒷수습하는 놈들도 존재할 테니까요.”
그 말에 송정한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응?”
“왜 그러십니까?”
“뭐가 이상하지 않나?”
“이상하기는 하죠.”
“자네도 그 생각인가?”
“네, 지난 며칠간 살펴보다가 저도 알아차렸습니다.”
저들은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자들이 있다. 당연히 돈을 갚지 못하면 납치해서 죽이기도 할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남의 목숨이란 그다지 귀한 게 아니니까. 차라리 그를 죽임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걸 선택한다.
“그런데 고속도로 변두리에 버린다?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그렇지요?”
그런데 이번 사건은 뭔가 특이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고속도로에 쓰레기도 아닌 시체를 버린다? 물론 고속도로가 사람들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곳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엄청난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 보는 눈도 많다.
“뭔가 안 맞는데?”
“그리고 우리가 노려야 할 부분은 그 부분이고 말입니다.”
“그 부분이라…….”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점에서 말인가?”
“직접 말씀하셨잖습니까, 고속도로는 그다지 추천할 만한 시체 처리 장소가 아니라고?”
“그렇지.”
“더군다나 내려서 숲 안쪽에 안 보이는 쪽에 놓는 것도,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패대기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방식이죠.”
“그렇지.”
“그렇다면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문제?”
“네.”
“어떤 문제?”
“뭐, 대충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수사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뭐라고?”
소명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수상한 놈?”
“네, 이틀 정도 이쪽을 감시했습니다.”
“그런 녀석들이 한둘이야?”
“그렇기는 합니다만…….”
소명자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하루에도 몇 놈이나 와서 깽판을 치고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그러니 그 안에 한두 명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차적을 조회해 보니 렌터카입니다.”
“렌터카?”
“네, 그리고 임대한 사람은 전혀 엉뚱한 사람이구요. 강원도 사람입니다.”
“강원도?”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소명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차로 들이받는 놈들은 보통 자기 차로 하지, 렌터카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가적인 정보는?”
“없습니다. 강원도에 사는 사람이기는 한데 그걸로 끝입니다. 그쪽으로 사람을 보내 봤습니다만 그는 운전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 쪽과 접점도 없고요.”
“흠…….”
소명자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은 의외로 위험한 상황임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뭘 노리는 것 같던가?”
“그게……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라…….”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게 했다는 것은 상대방이 전문가라는 뜻.
“당분간 비상 내리고 경계를 올려.”
“그걸로 될까요?”
“그래야지. 또 어디서 되도 않는 도전자일 수도 있잖아?”
워낙 소씨 가문이 사채시장을 꽉 잡고 있다 보니 1년에 한 번씩 되도 않는 도전자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소씨 집안의 약점을 캐내려고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 이런 경우 딱히 전쟁할 만한 것도 아니기에 이렇게 경계만 올리면 제풀에 나가떨어진다. 소씨 집안의 자금력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비서가 나가고 나자 소명자는 심각한 얼굴로 책상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렌터카라…….”
그녀는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며칠 뒤, 고문학은 노형진에게 새로운 사실을 보고했다.
“말씀하신 대로더군요. 경계 상태를 올렸습니다. 정보를 캐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을 발견하고 바로 움직인 작자들이다. 한두 번 겪어 본 게 아니라는 뜻.
“덕분에 우리가 감춰지기는 했지만 더 이상 그쪽 정보를 얻어 내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어차피 우리가 노리는 쪽은 소씨 가문이 아닌 소학림이니까 상관없습니다. 관련된 증거 중 새로 나온 게 있습니까?”
“음…… 좀 알아봤습니다만 확실히 노 변호사님의 말씀대로더군요. 7년 전쯤에 그들 회사 소속의 1톤 트럭 하나에 대한 사고 기록이 있더군요.”
“역시.”
노형진은 그들이 다급하게 시체를 버리고 간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뭔가 사고가 있었고 그 때문에 목적지까지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시기도 비슷한 시기입니다.”
“무슨 사고인가요?”
“추돌 사고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던 중 다른 차를 못 보고 들이받은 모양입니다.”
“그러고는요?”
“옆 차는 균형을 잃어버리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습니다. 트럭은 바로 도주했구요.”
노형진은 대충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아마도 그들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원하는 장소에 가는 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고가 났고 짐칸에 시체가 실려 있으니 당연히 도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는 급하게 시체를 버렸겠지.’
“그 후에는 자수했겠지요?”
“네? 그걸 어떻게?”
“뻔한 거죠.”
증인이 많고 카메라가 곳곳에 있는 고속도로인 만큼 그들은 잡힐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수사가 길어지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테니 그들은 사건을 덮기 위해 분명 자수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 차에 증거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증거가요? 하지만 7년 전 사건인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