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42)
최고 존엄 우리 사모님 (4)
“그리고 어떤 경우도 여기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렇군.”
지금은 오로지 소춘모에게 양도할 때를 제외하고는 소미한의 시신을 꺼낼 이유가 없다.
“무슨 뜻인지 알겠군.”
물론 아무것도 없는 입구에 그런 걸 달 수는 없겠지만, 어차피 내부는 당겨서 여는 형태로 되어 있다.
즉, 열리는 순간 발신하도록 설치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
“바로 그때가 사건을 뒤집을 타이밍이겠지요.”
노형진은 확신하듯 말했다.
“만일 그들이 조용히 시신을 넘겨준다면?”
“뭐, 그러면 좋겠지요.”
그러면 자신들은 정식으로 민간 병원에 부검을 부탁하고 부검 결과를 자연스럽게 경찰로 넘겨서 수사를 진행하면 된다.
군대의 사건은 군검찰이 맡도록 되어 있지만 피의자가 국방부가 되면 군검찰이 조사할 수 없게 되니까.
“하지만 조용히 줄 것 같지는 않네요.”
노형진은 확신하듯 말했다.
***
강지호는 군의관으로 군대에 온 사람이었다.
물론 군대에 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왔다.
사실 거기까지는 각오한 바였다. 누구나 가는 군대이고, 자신은 분명 일반 병사가 아닌 장교라는 특권을 가진 계층으로 배치될 테니까.
그러니까 딱 3년, 법에서 정한 기간을 지키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런 강지호를 코너로 몰았다.
“중령님, 약값이 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한데?”
“세트라드 정 같은 경우는 시중가가 한 알당 320원입니다. 그리고 알펜트라제 같은 경우는 한 병당 단가가 3,300원입니다. 그런데 여기 기록을 보니까 세트라드 정이 한 알당 1,450원 그리고 알펜트라제가 한 병당 8,500원입니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눈을 찡그리면서 말하는 강지호.
사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다 같은 의사들이고 죄다 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쓰는 약의 단가를 모를 리가 없다.
더군다나 세트라드 정이나 알펜트라제 같은 경우는 신약도 아니고 더 싼 복제약이 널린 오래된 약이다.
“이걸 복제약으로 바꾸면 못해도 80% 이상 단가를 낮출 수가…….”
어떻게 해서든 선배 군의관을 설득하려고 하는 찰나, 그의 얼굴이 왼쪽으로 팍 튀었다.
“어디 중위 찌끄래기 새끼가 목소리를 높여!”
“중령님?”
“입 닥치고 있어, 이 개새끼야.”
자신을 향해 으르렁대는 중령을 멍하니 보던 강지호는 입술에서 흐르는 피 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 연장 안 한다면서? 그러니까 조용히 입 닥치고 있다가 제대해. 알았냐?”
“하지만 이건…….”
“이건이고 나발이고, 넌 저기 병사들한테 빨간약이나 발라 주다가 그냥 나가라고. 뭔 소리인지 알아 처먹었냐?”
‘개새끼.’ 결국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나오는 강지호.
하지만 속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밖으로 나가면 사람 취급도 못 받을 새끼가.’
밖으로 나가면 의사는 최소 억대 연봉이다.
그에 반해 중령 월급이라고 해 봐야 뻔하다. 그런데 그들은 여기에 남았다.
신념? 그런 게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약의 가격을 이용해서 뒷주머니를 채우지 않았을 것이다.
‘실력도 없는 개새끼들이.’
그들이 군대에 남아서 장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하지 않아도 되니까.
물론 신념이 있어서 병사들을 위해 남는 의사들이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군대는 애초에 신념과는 전혀 상관없이 굴러가는 조직이다. 아무리 신념이 있어도 상급자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마치 그처럼.
그런데 군대는 실력이 없고 뻔뻔할수록 버티기 더 쉽다.
왜냐?
실력이 없으면 위로 못 올라가고 퇴출되는 게 아니라 오래 버틸수록, 그래서 연차가 올라갈수록 자연스럽게 승진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마냥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제대로 된 사람들은 더러운 꼴을 못 참고 예편해 버리고, 실력은커녕 정치력밖에 없는 놈들만 남아서 승진한다는 게 문제다.
군대, 특히 의료 쪽은 실력이 기준이 아니라 복무 기간으로 승진시키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어쩔 수가 없는 게, 군대 입장에서도 의료 자원은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어떻게 중위나 대위급은 의무 복무로 채울 수 있지만 대부분 의무 복무만 하고 나가 버리다 보니 그 이상은 답이 안 보여서, 그런 놈들이 남아서 버틸수록 승진하기 유리한 것이다.
“이 새끼들을…….”
입술에 흐르는 피를 닦으면서 나오는 강지호.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강지호 씨?
“누구십니까?”
-법무 법인 새론입니다.
“새론?”
-네. 혹시 군 제대에 관심이 많으십니까?
“제대라고요? 뜬금없이?”
-네, 물론 그냥은 못 나오실 겁니다만, 요즘 내부에서 고생이 많으시던데요.
그 말에 강지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맞은 게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잘못된 걸 고치고 싶어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병원 내에서도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당신들이 도와주겠다 이겁니까?”
-기브 앤드 테이크라고 하지요.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충분히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강지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여기에 있으면서 더러운 꼴을 보는 게 고역이었다.
가장 고역인 것은 병사들을 살살 꼬드겨서 무슨 마루타 취급을 하는 다른 동기들이었다.
얼마 전에도 동료 의사 한 명이 병사 한 명에게 쌍꺼풀 수술을 해 줬는데, 그게 잘못되어서 눈이 안 감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착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나가면 성형외과를 열기 전에 연습한다고 병사를 일종의 실험용 마루타로 쓴 것이다.
본인이 해결할 수 없으면 당연히 외부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놈은 문제가 될까 봐 여전히 병사를 방치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지호는 강하게 마음먹었다.
여기서 더 이상 자신이 할 일은 없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