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43)
+군대식 시신 은폐 (1)
시신을 없애 버릴 가능성.
사실 노형진은 그 가능성을 아주 높게 보지는 않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시신이 사라진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고문이나 기타 범죄를 국가에서 은폐할 때 가장 먼저 하는 행위가 바로 시신을 빼앗는 것이다.
그래도 그 선은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아무리 국방부가 막장이라고 해도 말이다.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 같군. 자네 말마따나 장군들이란 존재는 북한에서 말하는 최고 존엄인가 보군.”
삑삑 울리는 신호기. 강지호에게 말해서 미리 준비해 안에 숨겨 둔 신호기가 작동했다는 소리다.
지금 시간이 새벽 2시. 이 시간에 이게 울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
“피곤하게 생겼군요.”
노형진은 눈을 문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라면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다른 업무 때문에 야근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급한 건 그 다른 업무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변론 기일을 변경 신청해야겠군.”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급한 건 이쪽이니까요.”
김성식은 인터폰으로 바로 사람을 불렀다.
“당직 중인 경호 팀에 이야기해서 준비 좀 해 달라고 해요.”
-네, 대표님.
그렇게 김성식과 노형진이 1층으로 내려가니 이미 두 대의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고, 각 차량에는 운전자를 포함해서 두 명씩 경호원이 타고 있었다.
“제가 일단 앞서가겠습니다.”
“그래, 알겠네.”
김성식은 뒤쪽에 있는 차량에 올라탔고, 노형진은 앞쪽 차량에 올라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갈까요?”
“이 신호를 따라가죠.”
신호기를 내비게이션과 연동해서 보여 준 노형진은 아직 시신이 병원에 있는 걸 확인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경호 팀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노형진은 눈을 문질렀다.
‘무슨 일일까.’
갑자기 부검을 할 리는 없다.
그것도 이 시간에 할 가능성은 제로다.
‘결국 시신을 탈취할 생각인가?’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아니, 그거 말고는 답이 없다.
“좀 서두릅시다.”
노형진의 말에 빠르게 움직이는 차량.
그렇게 한참을 가는 와중에 노형진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노 변호사님, 저 강지호입니다.
“네, 어떻게 된 겁니까?”
아무리 노형진과 새론에서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근처에 있는 사람보다는 느릴 수밖에 없다.
노형진은 강지호에게 만일의 경우 자신들보다 먼저 추적해 달라고 했다.
시신에 추적 장치를 붙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 자체로도 고인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놈들이 소미한 씨의 시신을 꺼낸 것 같습니다. 제가 신호를 확인하고 안치실로 가 봤는데 비어 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노형진은 그 말에 잠깐 고민했다.
그러고는 이내 머릿속을 빠르게 정리했다.
“일단은 해당 차량을 조용히 따라가 주세요. 가능한가요?”
-비상을 걸면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만?
아무리 병원이라고 하지만 군 병원이고, 당연히 경비 병력이 있다.
만일 여기서 비상을 건다면 그들은 나가지 못하고 잡혀 버릴 것이다.
“의문사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시체가 사라진 건 절대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시죠, 군부대에서 그렇게 허술하게 차량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그런데 그들은 이 야밤에 들어왔어요. 합법적으로 들어왔다는 거죠.”
-아…….
그 말은, 비상이 걸려도 합법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차량 검문을 통해 시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장군 집단이다. 그들이 과연 이 사건을 덮지 못할까?
“안 봐도 뻔하지요. 착오다 뭐다 하면서 둘러댈 겁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차량을 이용한 기록이 있으니 착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강지호는 노형진의 말대로 조용히 차량을 따라가기로 했고, 주기적으로 노형진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알려 줬다.
그렇게 40분쯤 죽어라 내달린 끝에 새론의 차량들은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군용 앰뷸런스였으니까.
-뒤에 따라가는 회색 SUV가 접니다.
“확인했습니다. 해당 차량 번호가 0000 맞습니까?”
-맞습니다.
“돌아가셔도 됩니다.”
-네? 하지만 저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데요?
“저희가 붙어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일단 돌아가세요.”
노형진의 말에 일단 강지호는 차를 돌렸다.
해당 차량은 자신들이 추적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계속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르겠군요.”
계속 북쪽을 향해 내달리는 차량을 보면서 운전하던 경호원이 말했다.
“어딘가에 몰래 묻어 버리려는 걸까요?”
“그럴 수도 있지요.”
군사 지역에 묻어 버리면 현실적으로 민간에서 시신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군요. 이렇게 되면 국방부가 엄청 곤란해질 텐데.”
“뭐, 곤란하다고 해도 욕먹는 거 말고는 바뀌는 게 없잖습니까?”
딱히 처벌받을 만한 게 없다.
아마 기록에는 언제 사라졌는지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
기록상으로 그녀의 시신은 여전히 안치실에 있을 것이다.
“개놈들.”
“군대가 그렇죠, 뭐.”
노형진은 멀어지는 차량을 보면서 눈을 찡그렸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일까?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거지?’
그게 문제다. 왜 하필 오늘일까? 그건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때 갑자기 노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김 대표님.”
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김성식의 전화였다.
노형진이 핸드폰을 귀에 대자 그 너머에서 김성식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