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45)
군대식 시신 은폐 (3)
혹시나 사고가 났거나 그런 경우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 소식을 전해 준 겁니다.”
“으음…….”
그 말에 상동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만일 여기서 발포를 했다면?
‘재수 없으면 같이 엮인다.’
아니, 엮이는 건 문제가 아니다.
군대라는 특성상 상부는 몰랐다는 식으로 빠져나가고 자신만 꼬리 자르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은…… 잠깐 대기.”
막 대기를 명령하는 그때, 갑자기 상동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받아 드니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누구십니까?”
-나, 박열상 준장이다. 지금 포사격 훈련 중인가?
“충성! 그렇습니다.”
뜬금없이 다른 사람도 아닌 부대 지휘관인 준장이 전화하자 상동하는 기겁했다.
-그런데 왜 포사격 훈련 소리가 안 들려?
그 질문에 상동하는 소름이 돋았다.
‘내부에 누군가 심었구나.’
상식적으로 이 주변에 박열상 준장이 있을 리가 없다. 이 근처에 사령부 같은 건 없으니까.
거기다 참관하기 위해 왔다면 여기에 직접 오지 주변에 숨어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아직 발포하지 않았다는 걸 안다? 그 말은 부대 내부나 주변에 누군가를 심어 놨다는 소리다.
‘모르고 발포했으면 내가 다 뒤집어썼을 게 분명하다.’
이 뉴스가 사실이라는 하나의 반증이었고, 상동하 입장에서는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왜 대답이 없어!
“지금 막 방열했습니다.”
-전 포대, 즉각 발포하도록.
“잘 못 들었습니다?”
-발포하라고! 발포! 알았어? 당장 발포해!
그 말에 상동하는 눈을 찡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고작 포병대대인 자신들에게 준장이 직접 전화해서 발포를 명령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이유만 빼면 말이다.
상동하는 직감적으로 여기서 낚이면 인생 조진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슬쩍 녹음 기능을 켰다.
“바로 발포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발포하라고.
“알겠습니다. 바로 발포하도록 하겠습니다.”
-귀관의 부대의 실력을 보겠네.
“충성!”
그렇게 전화가 끊어지고 나자 상동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 상사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설마 진짜로 발포하시려고요?”
“미쳤습니까? 이 뉴스를 보고도 발포하면…….”
물론 명령에 따랐다는 말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사회적으로 매장될 것이다.
“저 어차피 ROTC 출신입니다. 슬슬 제대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는 쓰게 웃으면서 명령을 바꿨다.
“전 포대, 사격 취소. 장약이랑 다 빼.”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사격은 취소되었다.
그리고 그 시각, 기자들이 포사격장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
심대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고는 책상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내가 쏘라고 시키라고 했잖아!”
“그게, 현장 지휘관이 소식을 듣고 사격을 중지시켰습니다.”
“씨팔. 어디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감히 상부의 명령을 무시해!”
심대유는 눈이 돌아갔다.
그의 머리로는 고작 위관급 따위가 장군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군부대에서는 현장 지휘관의 지휘가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가령 고지 하나 점령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거야 장군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그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건 1개 연대인데 공격하는 쪽은 1개 소대라면 돌격하는 놈이 병신이다.
그때는 차라리 후퇴하거나 지원을 기다리는 게 맞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장군으로 살아오면서 지배자로 살았고 국회의원이 되어서 자신이 누구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심대유는 그런 명령 거부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애초에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결국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으니까.
포병대 표적 정중앙에서 발견된 의문사 시신
20년 전 의문사 사건,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국방부, 이번 사건 관련해서 국방부 관계설은 사실무근일이 더럽게 꼬였다. 한두 명이 관련된 거라면 모르지만 국방부 전부가 관계되어 버렸다.
차량을 배치하는 곳, 차량을 보내 주는 곳, 그리고 군 병원과 해당 사격장을 관리하는 부대까지 한두 곳이 엮인 게 아니라서 중간에 꼬리를 자르는 건 불가능해져 버렸다.
해당 사격장을 관리하는 놈이 자기네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기자들의 진입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하필이면 그것도 아니었다.
하긴 애초에 그런 사격장을 관리하는 보직에 발령받았다는 것 자체가 부대 내부에서도 승진 가능성 없는 일종의 ‘너 나가라.’라는 의미나 마찬가지였고, 서로 비밀을 공유하고 알게 모르게 끌어 주고 당겨 주던 자신들이 거기에 배치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나갈 예정이었던 그곳을 관리하던 부대장은 엿 먹으라는 심정이었던 건지 직권으로 진입을 허가했고 추후 있을 모든 훈련을 취소시켜 버렸다.
그 결과, 포격 지점 정중앙에서 흙으로 살짝 덮여 있던 소미한의 시신이 발견되고 말았다.
“젠장, 시신은 돌려주면 안 되는 건데.”
차라리 산에 묻어 버리거나 소각 처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덮어야 하는데.”
심대유는 그 어느 때보다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시신을 다시 빼앗아 올 수는 없는 노릇.
“어쩔 수 없습니다. 모르쇠로 일관하시죠.”
“그래, 누가 죽였는지는 알 수가 없으니까.”
사건이라는 건 시신만 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시신이 없으면 사건도 없다는 게 법률계의 주요 사항 중 하나지만, 시신이 있다고 해서 사건이 100% 해결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이미 관련된 모든 사건 기록과 조사 기록은 조작되어 있고, 그러한 조작을 기반으로 아무리 조사해 봐야 누가 폭행했는지 알아낼 수는 없다.
더군다나 가해자는 군인이 아니라 그들의 와이프였기 때문에 그들만 입을 다물면 아무도 진실을 알아내지는 못한다.
그리고 20년 전 사건인 이상 사람들의 기억도 흐릿할 테니 그걸 기억의 착란이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국방부를 방패로 내세우면 됩니다.”
장군들의 주특기. 그건 전략이나 전술이 아니라, 불리하면 국방부를 방패로 내세우는 거다.
대충 수사한다고 꿈지럭거리다가 사람들이 잊어버릴 때쯤 해서는 그냥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 처리하는 것.
그러면 국민들은 ‘국방부가 국방부 했네.’라는 말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면 되겠지. 일단 관련자들 입 닥치게 해, 무조건.”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노형진이라는 변호사…… 후우…… 이대로 놔둘 수도 없고.”
보복하자니 역으로 보복당하면 자기 인생 조지는 짓이라는 걸 알고 있는 심대유는 한숨을 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