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48)
국방부는 몸빵용? (3)
“그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없다고요? 이 지경인데?”
이제 기자들은 누구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저 노형진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새로운 떡밥, 새로운 정보, 그들은 자신들이 현 정권을 물어뜯을 수 있는 건더기를 원하고 있었다.
“제보에 따르면…….”
노형진이 입을 열자 침을 꿀꺽 삼키는 기자들.
그런 기자들이 들은 이야기는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제가 듣기로는 이 사건의 관련자들이 얼마 전 승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게 거짓말이라고요?”
“뭐…… 뭐라고요?”
“뭐, 확실한 제보는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은 공개 못 합니다만 제보 내용은 그렇더군요. 해당 사건에 관련된 자들이 이번 정권에서 모두 승진했다고.”
“아니, 누가 그럽니까?”
“지금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는 겁니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군 내부 고발자를 처벌한다고 군의관 한 명을 보직 해임시켰던데.”
국방부의 대변인은 그 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니까.
사실 전달자일 뿐인 국방부 대변인으로서는 당연한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거짓말한 건 아니거든, 후후후.’
물론 내부 고발자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승진했다는 건 사실이다.
왜냐, 정권이 바뀌고 나서 장성급에 피바람이 불었으니까.
수많은 장성들이 옷을 벗고 예편했고, 쿠데타와 관련해서 해당 부대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했다.
당연히 비어 버린 자리는 누군가는 채워야 했고, 그 당시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장성들이 탄생하고 승진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귀에는 이번 정권에서 사건을 감추기 위해 대거 승진시켰다고 들릴 것이다.
아니, 그렇게 들리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기사 내용은 뻔했다.
“그건 아닙니다.”
“어떻게 그게 아니라는 말이 나오죠?”
“네?”
“저야 내부 고발자의 도움으로 해당 사실을 알았다고 하지만 지금 대변인께서는 몰라야 정상 아닙니까? 그런데 ‘모릅니다.’가 아니고 ‘아닙니다.’? 혹시 알면서도 은폐를 위해 수사를 뭉그적거리고 있는 겁니까?”
“아니…… 그게…….”
말실수에 꼬투리까지 잡힌 대변인은 진땀을 흘리다가 다급하게 단상에서 내려왔다.
“오늘 기자회견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도망치듯 떠나는 국방부 대변인.
그런 그의 뒤로 기자들이 떼거리로 달라붙었다.
“그 말이 사실인가요?”
“현 대통령과 어떤 관계입니까?”
난장판이 된 기자회견장을 보면서 노형진은 씩 웃었다.
***
“자네, 나한테 원한이 있나?”
“없지는 않지요. 각하나 저나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같이 움직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각하께서도 수틀리면 당장 제 모가지를 쳐 내겠다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틀린 말은 아니네만.”
현 대통령인 박기훈은 당황스러운 기자회견에 당장 노형진을 불렀지만, 노형진에게 의리를 따질 상황은 아니었다.
노형진의 말대로 자신이 먼저 거리를 두고 감시 대상이라고 못 박았으니까.
“그러니 저도 이용할 건 다 이용하는 겁니다.”
“자네가 청와대 자문 위원인 건 알지?”
“아니까 쓴 거죠. 설마 자르시려고요? 뭐, 그러면 저야 편해집니다만.”
“그건 무리겠군.”
온갖 이득과 자신의 정치적 견해로 범벅이 된 다른 자문 위원들과 다르게 노형진은 현상과 해결책을 완벽하게 찾아내는 타입이다.
당장 감춰진 돈을 꺼내는 제안으로 국가의 자산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생각하면 다른 자문 위원을 다 합쳐도 노형진 하나만도 못했다.
“하여간 자네 덕분에 곤란해졌어. 자유신민당하고 언론이 날 엄청나게 물어뜯고 있네.”
“뭐, 알고 있습니다. 그러라고 하는 거니까요.”
“뭘 말인가?”
“이 조사는 현재 군대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순수하게 조사하려면 민간 영역으로 끌고 와야 하지요.”
“그런데?”
“군대에서 민간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 뭐겠습니까?”
그 말에 박기훈은 기가 막혔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민간으로 끌고 오는 방법.
그건 바로 자신이다.
대통령은 민간인이자 군대의 최종 명령권자니까.
“자유신민당에서도 전면 조사를 요구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
언론에서 터지자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자유신민당은 특검을 열자고 물어뜯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세요.”
“하라고?”
“네. 그 사건 당사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누군데?”
박기훈은 모를 수밖에 없다.
공식적인 조사 결과에는 이름이 누락되어 있었으니까.
“심대유 의원입니다.”
“심대유 의원? 설마 자유신민당 심대유 의원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소미한 씨 사망 당시에 그가 직속상관이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심대유는 그 당시에 소장이었고 보좌관이 소미한 씨였지요.”
“뭐? 이해가 안 가는데?”
박기훈은 진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재 그를 가장 극렬하게 공격하는 사람이 바로 심대유 의원이니까.
그리고 특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자신이 그 조사위원회를 만드는 데 총대를 멜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그 당시 관련자라고? 그런데 왜 그런단 말인가?”
어리둥절한 박기훈에게 노형진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범인은 현장으로 돌아온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십니까?”
“그거야…… 경찰들 사이의 속담 아닌가?”
“네. 하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그건 모르겠군.”
“불안감 때문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증거를 흘리거나 실수하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 그것 때문에 확인하기 위해 돌아온다는 거다.
“범인은 둘 중 하나의 패턴을 보입니다. 도주하든가, 아니면 가능하면 사건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도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추적해 오는 걸 바꾸려고 한다.
“종종 사건에서 범인이 증인을 자처하는 이유가 그겁니다.”
자신에게 날아올 방향성을 흐트러트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그걸 흐트러트릴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어딜까?
당연히 그 사건을 조사하는 자리다.
“아마 조용히 계시면 심대유가 그 사건의 책임자가 되겠다고 설레발칠 겁니다. 그러면 놔두세요.”
“그런데 그러면 날 물어뜯을 텐데?”
“그러니까 놔두시라는 겁니다. 그걸 정치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하면 그도 점점 함정에 빠지는 거니까요.”
정치적 사건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마 반대쪽은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인데.’
누군가에게 죄를 돌리기 위해 물어뜯는다는 것은 자신도 드러난다는 걸 의미한다.
뒤에서 조용히 조종하는 방법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심대유는 지금 전면에 나서서 설치고 있다.
‘멍청하긴. 하긴 방법이 없기는 하지.’
다른 제3자가 사건을 담당했다가 진실이 드러나면 심대유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인생은 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심대유가 자유신민당 의원이라고 해도 살인 사건이고 그것도 20년이나 감춰진 조작 사건이다.
그걸 이제 와서 묻어 버리는 건 불가능하다. 대통령까지 연관되어서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같은 당 사람이 알게 된다고 해도 그걸 막지는 못하지.’
차라리 몰랐다고 손절하고 깔끔하게 처리하려고 할 게 뻔하다.
심대유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걸 막고 사건을 조작하고 싶어 할 테니, 결국 방법은 본인이 전면에 나서서 방향을 바꾸는 것뿐이다.
“알겠네. 하지만 이 사건의 관련자가 심대유라고 해도 그가 범인인 건 아니지 않나? 도리어 엉뚱하게 주장할 수도 있지.”
자신의 부하가 억울하게 당한 걸 못 참겠다고 나온다면 분명 동정표도 그쪽으로 쏠릴 게 뻔하다.
사실 아무리 심대유라고 해도 그 사실을 감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만 조사해도 나오는 사항이고, 노형진이 그 사실을 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분명 동정표를 노리겠지.’
하지만 노형진에게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냥 놔두세요. 결국 조사할수록 더 깊이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될 테니까, 후후후.”
***
노형진은 이미 관련된 사람들이 누구인지 박강자의 기억을 읽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걸 공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 기간 고민했다.
남편들이 서로 뭉쳐서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은폐했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으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 노형진이 착안한 게 있었다.
그 당시 관련된 사람, 즉 폭행에 가담한 여자는 총 열다섯 명이었다.
박강자가 리더이자 주범이었고, 나머지는 그 당시 소장의 와이프였던 박강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 집단 폭행에 가담했다.
“그중에서 두 명이 이혼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고문학은 신기하다는 듯 노형진을 바라보았고, 김성식 역시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진짜 어떻게 안 건가? 설마 다른 쪽으로 조사해 본 건가?”
“그건 아닙니다. 그랬다면 제가 고 팀장님한테 조사를 부탁할 이유가 없었겠지요.”
“그러면?”
“살인 아닙니까? 사실 이득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유로 은폐한 건 사실이지만, 살인과 연관된 부부가 모두 다 잘 살 것 같지는 않더군요.”
“아, 하긴 그렇군.”
이게 드러나면 남편이었던 장교들로서는 커리어가 끝장나는지라 어쩔 수 없이 은폐에 동참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부 관계가 서로 믿음을 가지고 하하 호호 하면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보통 패턴은 두 가지죠.”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그 둘은 서로 힘을 합해서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든가, 아니면 이혼하는 선택을 한다.
“사건을 은폐하는 것과 부부 관계의 유지는 전혀 다르다 이거군.”
“맞습니다. 사건 은폐는 커리어와 미래에 관련된 문제이지만 부부 관계는 그들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살인에 가담한 부인 입장에서는 그 이혼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렇군요. 저희는 은닉까지 해 줬으니 당연히 같이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부인을 위해 은닉한 게 아니니까요.”
자신을 위해, 그리고 상관이었던 심대유를 위해서 저지른 사건 은닉이다.
“그리고 이혼당한 그 여자는 아마 아무런 정보도 없겠지요.”
심대유처럼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방법을 알려 주거나 컨트롤했다면 모를까, 이혼한 상황에서 서로 왕래가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 그녀들이 가진 정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저는 그들을 흔들어 볼 생각입니다.”
“그들을 흔든다라…….”
확실히 지금 이혼당한 여자들은 정보가 없을 테고 언론에서 이 사건에 대해 떠들고 있는 것만 알고 있을 것이다.
사건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조사 중인지 전혀 모를 것이다.
“거기다가 국회에서 나서서 조사한다고 설치고 있으니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테지요.”
그 상황에서 검찰이 찾아온다? 무너지지 않으면 이상한 거다.
“아마 생각보다 쉽게 정보가 나올 겁니다, 후후후.”
***
오광훈은 노형진의 부탁을 받고 그 당시에 이혼당한 여자를 찾아갔다.
남궁신희라는 여자는 시내에서 작은 네일 아트 가게를 운영하면서 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남궁신희는 손님을 기다리다가 안으로 들어오는 남자들을 보고 흠칫했다.
네일 아트의 특성상 남자가 손님으로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무슨 일이시죠?”
“남궁신희 씨?”
“그런데요?”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검찰이라는 말에 남궁신희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