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56)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3)
한국이 러시아에 항의하려고 하자 일본이 왜 자기네 영토에 관여하느냐고 항의해서 사람들의 불만이 그쪽으로 쏠리는 등, 완전 막장이었다.
“아마 이번 일을 기점으로 일본에서는 다시 극우 세력이 기세를 올리려고 할 겁니다.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면서, 자신들의 영토에서 싸움을 하지 말라고 하겠지요.”
극우 세력이 힘이 빠진 건 사실이지만 20년이 넘게 진행된 세뇌까지 풀린 건 아니니까.
당장 일본에는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긴, 그것도 문제이기는 하지. 일본에서 극우 세력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쿠데타 이후에 일본의 교과서에서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그러자 일본의 극우 세력, 아니 이제는 일반인들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극우 세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본의 2차대전 선전포고.
황당한 일이지만 일본은 2차대전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역사를 가르칠 뿐, 태평양전쟁이 자신들의 진주만공격으로 인해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은 완전히 삭제하고 누구에게도 가르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의 학생들에게 전쟁은 누가 시작했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상당수가 미국이라고 답했었다.
그걸 정상으로 돌렸으나, 일본인 대다수가 부정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배운 건 그게 아니니까.
그러니 과거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다.
“마치 한국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빼먹은 것처럼요.”
한국의 교과서에서는 특정 종교를 위해 진화론을 빼고 창조론을 넣은 적이 있었다.
종교 단체에서 억압하자 정치권에서 표를 노리고 그 지랄을 한 거다.
나중에 그게 전 세계에 소문이 나자 그제야 창피하다고 다시 원래대로 돌렸지만, 해당 종교는 여전히 진화론은 거짓이며 창조론이야말로 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배워 왔으니 그걸 부정하기 싫은 거다.
“우리와 일본의 사이를 틀어 버리게 하기 위한 거라……. 확실히 좋은 방법이기는 하군.”
일본과 한국은 독도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사이가 안 좋을 수밖에 없으니까.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이용해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확실히 곤란하군.”
공식적으로 일본이 반응하지 않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우 세력이 전면에 나설 정도로 힘이 없어서지, 아마 내부에서는 극우 세력이 힘을 모아 어떻게든 반전할 기회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역시 사건을 덮어야 합니다.”
“맞습니다. 러시아와 싸울 수는 없습니다.”
“역시 러시아도 단순 항의 정도로 끝내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말은 비슷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러시아와 싸울 수는 없다.
노형진도 거기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렇다고 그냥 당할 수도 없단 말이지.’
이런 협박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 간다.
각 나라의 패권 경쟁은 점점 심해지고,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게 된다.
‘문제는 그 와중에 우리 포지션이란 말이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은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데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한쪽과 손절을 하자니 경제적인 압박이 너무 심하고, 그렇다고 계속 관계를 이어 가자니 각 나라에서 확실하게 방향을 정하라고 압박을 계속한다.
‘그냥 두는 것도 한계가 명확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한국을 사실상 미국의 대리인쯤으로 본다. 그래서 한번 밟아서 혼내 주겠다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제가 보기에 이건 그냥 넘어가면 호구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지 않나? 중국이야 자네 말마따나 항의 정도밖에 못 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고 해도 러시아는…….”
러시아는 명백하게 한국을 도발했다.
‘러시아라…….’
러시아. 확실히 부담스러운 나라다.
‘누구 말마따나 단군이 분양 사기를 당했나.’
아무리 이웃한 국가들끼리는 사이가 좋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해도, 한국은 유독 주변에 강대국이 가득하다.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그나마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좋은 나라가 러시아지만, 사실 러시아도 한국에 우호적인 건 아니다.
일본과 중국이 워낙 적대적이고 병신 같은 행동을 많이 해서 그런 거지.
“미묘하군.”
항의는 하되 러시아가 전면적으로 싸우려 들게 해서는 안 되며 동시에 한국을 건드리기 껄끄럽게 하는 정치적 선택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노형진이 생각지도 못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우리 힘만으로는 안 됩니다. 미국을 이용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미국? 미국을 지금 어떻게 이용하자는 말인가?”
“간단합니다. 지금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게 뭔지 아시지 않습니까?”
“끄응, 그야…….”
미국은 현재 한국에 주한 미군의 주둔비를 더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된다.
사실 한국은 주둔비를 적게 지급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이 지급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주일 미군의 유지에 들어가고 있다.
즉, 한국은 주한 미군의 보호를 받는 동시에 주일 미군의 주둔비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도널드 올드먼은 그걸 100% 올리기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같은 요구를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로지 한국에만 이렇듯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단 제 계획은, 미국과 주한 미군 협상을 파투 내는 겁니다.”
“뭐?”
노형진의 말에 박기훈은 눈을 크게 떴고, 일부 자문 위원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냈다.
“이 빨갱이 새끼!”
“각하! 저 빨갱이 새끼를 당장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해야 합니다.”
눈이 돌아가서 빨갱이 타령을 하는 일부 사람들을 보고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각하, 저 사람들을 자문으로 두고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그냥 다 퍼 주고 말까요? 해결책도 없이요.”
그 말에 박기훈은 그들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 소리 지른 분들 다 나가세요.”
“가…… 각하!”
“그놈의 빨갱이 소리에 질려 버린 게 납니다. 국제 관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어요. 그런데 뭐만 하면 빨갱이 소리 하면서 다 막아 버리면 무슨 외교를 하란 말입니까?”
박기훈의 말에 일부 사람들도 그들을 공격했다.
사실 공격이라고 보기도 애매하기는 했다. 불만의 토로에 가까웠지.
“당신들 말이야, 자문 위원이라는 개념은 있는 거야?”
“빨갱이가 뭐야, 빨갱이가?”
“나는 그럼 뭐, 친일파냐?”
자문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인 판단하에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툭하면 빨갱이라는 말을 하는 인간이, 과연 그게 가능할까?
“나가세요.”
“가, 각하.”
“나가세요.”
박기훈의 말에, 빨갱이라고 소리 질렀던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본 박기훈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노형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좋습니다. 노형진 자문 위원, 의견을 한번 말해 보세요.”
“일단 미국은 한국에 주둔군을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겁니다.”
“그래서요?”
“그리고 그 비용을 점점 늘려 가겠지요.”
실제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국가 규모 기준 제일 많은 주둔비를 내고 있는 호구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참에 아예 협상을 파투 내는 겁니다.”
“음…… 그렇게 되면 분명 미국은 주한 미군을 빼려고 할 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협박하고 있다.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국은 절대 주한 미군을 못 뺍니다.”
“중국 견제용이라 이겁니까?”
애초에 한국이 1 : 1로 싸웠을 때 북한을 이길 수 있는 건 기정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 미군이 주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과 러시아를 막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군대에서 인계 철선 어쩌고저쩌고했지만 그건 미국에서 부정했지요. 즉, 전쟁이 터진다고 해서 미국이 무조건 참전할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한국과 미국의 상호방위조약은 ‘참전할 수 있다’지 ‘참전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참전을 안 할 리는 없지만요.”
즉, 주한 미군은 병력을 줄일 수는 있을지언정 완전히 뺄 수는 없다.
“사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탄의 수급이죠.”
“하긴, 그건 그렇지.”
박기훈은 군 통수권자로서 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군 병력은 많지만 정작 군수물자는 많지 않다.
그게 무슨 소리냐면, 군 병력은 충분하지만 정작 가지고 있는 소총탄이나 포탄 등이 충분하지 않다는 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기본 전투 개념은 비상시 미군이 그러한 탄환을 지원해 주는 것이니까.
“바로 그래서 문제가 생깁니다.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서 탄까지 가지고 간다면 실질적으로 전력의 공백이 생깁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전쟁이 발발하면 들어가는 포탄이나 총알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가진 탄환으로는 장기전으로 가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걸 이용해서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미국을 압박해야 합니다.”
“다른 방향이라고 하면?”
“탄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라는 게 중요한 거죠.”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이번 상황은 명백하게 러시아의 침략 징후입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죠.”
“그런데?”
“그런데 이 와중에 갑자기 주한 미군이 철수한다고 발표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노형진이 조용히 자신의 계획을 말하자, 박기훈은 헛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가능하겠군. 그건 러시아에서 뭐라고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 아니,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이참에 아예 미국을 혼쭐내 주면서 동시에 러시아도 곤혹스럽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가능할 겁니다. 지금 국민들은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인상 요구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러시아가 공격을 위해 간 본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정확하게는, 국민들은 그렇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우리가 살짝만 밀어주면 아마 난리가 날 겁니다.”
박기훈은 슬쩍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고, 그렇게 노형진의 계획이 시작되었다.
***
그날 저녁,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언론에 발표했다.
사실 원래 역사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일이 더 커졌다.
명백하게 고의로 선을 넘어온 것인데 실수였다고 하거나, 실제로 사과한 적도 없는데 러시아 정부에서 사과했다고 발표해서 도리어 우리는 사과한 적이 없다고 러시아에서 항의하게 하는 등의 일이 벌어졌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러시아 정부는 명백히 한국의 땅인 독도를 무단으로 침범하여 대략 두 시간 동안 체공하였고, 그 과정에서 한국 전투기의 공포 사격에 대응하여 수천 발을 발포하였습니다. 다행히 아군의 피해는 전무한 것으로 보아 아군 전투기에 대한 단순 위협사격으로 보이나, 한국 땅인 독도 상공에서 벌어진 이러한 위험천만한 행동은 명백한 러시아의 침략 행위로 봐야 할 것입니다.
과거와 다른, 명백하게 적대적인 발표.
안 그래도 이번 사건에 대해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국민들은 난리가 났다.
“러시아가 왜 그런 거지?”
“러시아가 침략 국가인 건 사실이잖아. 얼마 전에 크림반도 흡수한 것도 봐.”
“설마, 그런다고?”
“야, 농담 같냐? 크림반도 빼앗긴 우크라이나도 설마라고 생각했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