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62)
세상에 믿을 놈이 없다 (5)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류와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못해도 10년은 걸리겠지. 그것도 매년 조 단위 예산을 써 가면서.”
그나마 제대로 나올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메모리 카드는 그 모든 걸 한 방에 해결해 준다.
“물론 바로 만드는 건 안 된다는 거, 아시죠?”
“물론 우리도 알지.”
고개를 격하게 끄덕거리는 박기훈.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메모리 카드에 섣불리 손을 대지 못했다.
걱정과 두려움. 그게 그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저는 이걸 이용해서 돈을 좀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인가?”
눈을 찡그리는 박기훈.
설마 노형진이 돈을 빼돌리라고 하는 건가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노형진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우리가 이걸 바로 공개하고 뚝딱뚝딱 항공모함을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이걸 바탕으로 10년 이상 걸릴 연구 기간을 확 줄일 수는 있겠지만 아예 연구 기간조차 없이 공개하면 미국이 의심할지도 모른다.
중국이야 워낙 뻔뻔해서 연구 기간이고 나발이고 무조건 공개해서 바로 써먹을 생각만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 그 연구를 한다고 한 후에 그 비용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게 가능하지요.”
“다른 거라고 하면?”
“가령…… EMP 탄 같은 거 말입니다.”
“EMP 탄?”
“설마 중국 차량들에 EMP 대비용 장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지요?”
“으음…… 그야 그렇지.”
사실 국가 기밀로 분류되어서 그렇지 한국의 EMP 탄 기술력은 절대 약하지 않다.
다만 그게 공개되는 경우에 시끄러워질 테니 예산을 확보하기 힘들 뿐이다.
“하지만 항공모함 연구비라는 아주 좋은 핑계가 생겼지요.”
물론 이 설계도에는 분명 오류가 있고 그걸 고치기 위한 연구비는 들어갈 것이다.
더군다나 이 설계도는 미국에서 운영하는 초대형 항모 기준 설계 도면이다.
한국이 아무리 성장해도 그걸 운영할 정도의 돈은 없다.
그런 걸 운영하려면 국가 예산을 다 거기다 집어넣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수정 작업을 거쳐 한국에 맞는 중형 항모 정도 사이즈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제로에서 시작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어디입니까?”
당장 여기에 있는 전자식 캐터펄트만 해도 그렇다.
원래 기존에 쓰던 증기식 캐터펄트는 어마어마한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항모 기준으로는 갑판 아래가 다 그 관련 장비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전자식 캐터펄트는 그에 비해 훨씬 작지요.”
그만큼 함재기를 더 실을 수 있고 당연히 그만큼 전투력을 높일 수 있다.
“항모라…….”
박기훈은 한참을 고민하듯 그 메모리 카드를 바라보다가 결국 손을 내밀어서 받아 들었다.
“문제 될 부분은 없는 건가?”
“없습니다. 안다고 한들 우리는 중국을 통해 자료를 얻은 거니까요.”
‘공식적으로는 말이지.’ 중국을 통해 자료를 얻었다고 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거다. 분명 아군이니 중국으로부터 자료를 얻었다고 항의할 수도 없는데, 정작 기술은 자기네 것이니까.
‘중국에 대한 원한만 커지겠지.’
“자네가 한국을 여러 번 구하는군.”
“비밀만 지켜 주시면 됩니다.”
노형진은 떨떠름한 표정이 된 박기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나저나 중국과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지 모르겠군.”
“이번 일로 말입니까?”
“그래. 사실 자네 덕분에 현명하게 벗어나서 큰 대립은 없었지만, 그래도 중국과 러시아에 한 방씩 먹인 거 아닌가?”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한 두 나라가 과연 한국을 그냥 둘까?’ 하는 것이 요즘 박기훈의 최고 걱정거리였다.
중국은 중화사상으로 무장하고 있고 러시아는 구소련의 위세를 되찾고 싶어 하니까.
“아마 신경 못 쓸 겁니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박기훈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묻자 노형진은 쓰게 웃으며 답했다.
“그걸 신경 쓸 틈이 없을 겁니다, 둘 중 누구도.”
원하지 않는,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