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66)
지옥 강림 (1)
어떤 조직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알려면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된다.
부패한 조직일수록 사건을 은폐해 없는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은, 정확하게는 중국의 공산당은 자신들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부패한 상황이었다.
“형주에서 폐렴이 돌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그게 하루 이틀 문제인가?”
처음 보고받은 해당 지역의 서기장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중국에서 질병이 도는 건 하루 이틀 문제도 아니고, 중국은 생각보다 질병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사망자가 엄청나게 많다.
“폐렴 같은 건 흔해 빠진 질병이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참에 늙은 놈들이 많이 죽어 나가면 좋겠군.”
잔인한 말이지만 노동력으로 쓸 수 없는 노인네들은 중국 당국에 있어서는 짐 덩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가 말한 늙은이는 과거 중국의 문화를 말살했던 홍위병 세대.
그 세대는 공부란 걸 해 본 적이 없다. 홍위병들의 첫 번째 척결 목표가 지식층, 즉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무식하고 이기적이며 사상에 매달리지만 국가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홍위병 세대.
중국의 문화와 과학에 몰락을 가지고 온 세대.
그렇다 보니 중국 입장에서는 말을 안 할 뿐이지 가장 골치 아프고 귀찮은 세대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폐렴이 돌아서 죽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것은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수익이 된다.
매년 겨울에 그래 왔고, 그때마다 적지 않은 노인들이 죽었다.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대체 뭐 어떻다는 거야?”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습니다.”
“뭐?”
그 말에 서기장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하는 다시 한번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기존의 치료제가 통하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다 죽습니다.”
“기존 치료제가 안 통한다니?”
“폐렴이기는 한데, 일단 우리가 아는 폐렴은 아닙니다. 신종 전염병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 말에 서기장은 왠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감염 속도가 어마어마합니다. 벌써 한 지역이 대부분 감염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인다고?”
“그렇습니다. 지금 사망자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겨울에 폐렴이 돌아서 사망자가 늘어나는 거야 흔한 일 아닌가?”
“작년 겨울 기준으로 현재 사망자가 열 배입니다. 치사율이 대략 3% 이상으로 보입니다.”
그 말에 서기장은 침을 꼴깍 삼켰다.
열 배의 사망자. 이건 진짜 생각 못 한 말이었다.
더군다나 치사율이 3% 이상이라니?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런 질병이 있다고? 그런 질병이 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거야?”
“그래서 신종 질병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의사들은 뭐 하는 거야? 어? 그런 사항이 있으면 바로 보고를 올려야 할 거 아냐!”
“그게, 현지 관리가 두려움에 보고를 누락하고 조사 중이던 의사를 처벌했다고 합니다.”
“처벌?”
“그렇습니다.”
한 지역의 방역을 담당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걸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상 커리어가 끝장나고 당에서도 축출된다는 의미다.
현지의 관리는 그걸 알고 있기에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
사실 겨울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러한 선택은 결국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린 셈이었다.
“현지에 화장장이 자리가 없어서 난리입니다.”
“이런…….”
그 말에 지역 서기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형주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단 말이야?”
형주는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면 형주는 중국의 공장이다. 그곳에서 그런 질병이 퍼지고 있다면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당장 자료 정리해서 제출해. 내 바로 당에 연락해 볼 테니까.”
그는 상황을 알고 바로 움직였다.
그는 당원임과 동시에 의학 쪽 경험이 있는 의사였다.
당연히 이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신속이라는 것도.
하지만 얼마 후 당에서 내려온 명령에 그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해당 사실은 비밀로 부치고 비밀리에 방역하시오.”
“아니,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방역이라는 게 뭔가?
방역이라는 건 단순히 소독약만 뿌리는 게 아니다.
감염원을 추적하고 격리하고 치료해야 한다.
심지어 이 질병은 치료제도 없다고 했다.
결국 오로지 추적과 격리를 해야 하는데, 그걸 비밀리에 하라니?
“당에서는 형주 지역의 경제가 멈추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소. 이번 방역은 비밀리에 진행하시오.”
“그건 불가능합니다.”
“가능하게 하시오. 이건 당의 명령이오.”
당의 명령.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말이었다.
거부? 거부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아도 모든 권력을 잃어버리고 시골로 쫓겨나는 거고, 운이 없다면 소리 소문 없이 처형될 가능성이 크다.
‘아니지. 책임을 묻는다면서 날 묶어 두고 고사포로 쏴 버릴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해서 명령대로 조용히 방역한다?
그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니까.
결국 그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느끼고는 자신의 목을 문질렀다.
‘가능하면 빨리…….’
그의 머릿속에 단 한 가지 생각만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자신이 받은 수많은 뇌물을 현금화해서 가능한 한 빨리 다른 나라로 가족과 함께 도망가야 한다.
중국은 그렇게 조금씩 전 세계를 지옥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노형진은 로버트에게 말해서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고 형주에 공장이 있는 모든 기업들에 대한 주식을 정리하도록 시켰다.
“노 변호사님, 그런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중국에서 역대급의 역병이 퍼지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다. 이미 형주 지역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일 겁니다.”
“하지만 중국에 특이한 동향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다른 곳도 아닌 중국입니다. 저와 함께 일하시면서 중국과 일본에 대해 많이 배우셨을 텐데요?”
“하긴, 중국과 일본은 이득이 되기만 한다면 어떤 거짓말도 하는 나라지요.”
중국과 일본은 바로 옆에 있는 한국과 너무 많이 다르다.
한국은 이득이 있다고 해도 거짓말을 나쁜 행동으로 보고 치부로 취급하는 성향이 강한데, 일본은 ‘냄새가 나는 건 덮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거짓말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중국 같은 경우는 아예 문화가 속은 놈이 병신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할 정도다.
“하긴, 대표적인 예가 조선업이니까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중국은 실로 어마어마한 양의 선박 수주를 받았다. 그러나 배를 받아 보니 이건 도무지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걸 항의하자 중국 정부는 대충 쓰다가 새로 싸게 하나 만들라는 소리를 했다.
전 세계 사람들은 그 말에 기가 막혔다.
배가 만들어지면 못해도 20년은 써야 한다. 개보수만 잘해도 30년은 쓸 수 있는 물건이 배다.
그런데 그런 배가 고작 3년도 안 되어서 멈췄는데 고쳐 줄 생각은커녕 그저 싼값에 하나 더 만들라고 하다니.
물론 중국에서는 그게 상식이었다.
좋게, 비싸게 만드는 게 아니라 대충 싸게 만들어서 자주 바꾸게 하는 것. 그게 중국의 상식이었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서는 가격이 못해도 10분의 1 이하의 수준이어야 한다는 건데, 그건 또 아니라는 거다.
즉, 중국의 선박이 많을수록 선박 업계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구조가 된다.
“물론 못 믿으시겠지요.”
“그러니까요.”
아무리 알아보려고 해도 중국 내부에서 관련 정보를 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역병이 도는 곳에 사람을 보내서 조사하라고 할 수도 없다.
최악의 경우 설사 외국인이라고 해도 잡혀가서 소리 소문 없이 죽을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이걸 보시면 생각이 좀 달라지실 겁니다.”
노형진은 로버트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미 필요한 정보를 확보한 후였다.
“이건 뭡니까?”
“중국에 있는 화장장입니다.”
사진을 살펴본 로버트는 움찔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진 속 장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혹했으니까.
“노 변호사님, 이게 사실입니까?”
중국의 화장장이 깔끔하거나 정리되어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낙후된 시설? 그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에 담긴 장면은,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도무지 이해해 줄 수가 없는 그런 것이었다.
화장장 주변에는 시신이 들어 있는 가방이 잔뜩 쌓여 있었다.
쭉 늘어진 시체 가방은 복도와 길바닥까지 빈틈없이 꽉 채우고 있었다.
“사실이지요. 제가 현지에서 몰래 찍어 오라고 한 겁니다.”
“아니…… 중국이 이 정도로 시신을 감당 못 한다고요?”
“못 할 겁니다. 중국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사망자는 평년의 10%가 늘었다고 합니다만, 그건 이 시체의 숫자만 봐도 거짓말이지요. 그들에게 거짓말은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문제는, 질병이 거짓말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이런…….”
“그래서 이 상황이 악몽이라는 거죠.”
로버트는 그 말에 얼굴이 굳었다.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중국 그리고 형주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 그조차도 중국의 상황을 모른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거냐면, 중국 정부에서 철저하게 비밀로 은폐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렇게 은폐한다고 해서 질병이 사라질까?
그럴 리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퍼지겠군요.”
“제 예상으로는 2차대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겁니다.”
“설마요!”
“설마가 아닙니다. 이미 해당 지역에 있는 연구소에서 일부 연구 자료를 받아 봤습니다. 현재 어떤 약도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아마 인류 역사상 두 번째 흑사병이 될 겁니다.”
“미친…….”
‘그리고 지금 사망률은 어마어마하지.’
현재 중국에서의 사망률은 3%에 달한다.
물론 이 사망률은 국가마다 다르다.
기초적인 보건 체계도 없는 나라와 시스템적으로 건강한 나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델09의 경우 새로 발견된 상황인 데다가 중국의 위생과 보건이 안정적인 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약도, 대응책도 없어서 현실적으로 사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지.’
미국이 위생적인 부분에서 중국보다 훨씬 더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문제로 미국인들은 치료받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코델09로 인해 격리 치료받은 사람들이 내야 하는 돈은 최소 2억에서 3억 사이.
병은 치유되어 살아 나왔지만 돈을 갚지 못해 자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시체 가방 회사와 냉동 창고들을 최대한 빨리 긴급 수배해서 구입하세요. 구입이 힘들면 최소 5년은 임대하시고요.”
“냉동 창고요? 냉동 창고는 왜……?”
노형진은 로버트의 질문에도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 시선에 로버트는 소름 돋는 얼굴이 되었다.
“설마 시신을 냉동 창고에 보관해야 하는 상황이 된단 말입니까?”
“그렇게 될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는 미국입니다.”
“미국이니까 그나마 그 정도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