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86)
욕심을 접어야 할 때 (1)
중국의 속담 중에 ‘속은 놈이 잘못이다.’라는 말이 있다.
돈만 된다면 뭘 해도 된다는 중국의 평소 모습을 반영한 속담이다.
중국은 법률상 중국인 파트너 기업이 없다면 해외 기업에 자국 진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어마어마한 시장을 믿고 만든 법이고, 실제로 그런 독소 조항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은 매혹적이기에 많은 기업들이 파트너 기업을 선택해 가면서 중국에 진출했다.
사실 이런 조항이 공정하지는 않다.
파트너라고 해서 5 : 5로 투자하는 게 아니니까.
대부분의 경우 파트너 기업이 훨씬 적은 자금을 투자하지만 그래도 법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거다.
중국 시장에서 을은 해외 기업이니까.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화이트아웃이라는 게임 회사다.
워낙 크다 보니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게임 회사인데, 화이트아웃이 신작 게임을 만들어서 서비스를 할 때 황당하게도 중국의 파트너십 회사는 그 게임을 거의 베끼다시피 한 신작 게임을 자신들이 개발했다면서 서비스했다.
물론 그건 거짓말이라고 봐야 한다. 캐릭터 형태, 맵의 형태, 거의 대부분이 비슷했으니까.
즉, 서비스를 위해 미리 제공한 소스를 무단으로 변경해 자신들의 신작 게임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화이트아웃은 결국 그 파트너 회사와 계약을 끊어 내지 못했다. 그들과 계약을 끊어 내면 중국 시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회사는 어마어마한 갑질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만일 반대라면? 즉, 상대방 기업들이 나갈 생각을 한다면?
“밀레나에서는 뭐래?”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합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런 후안무치한 놈들.”
밀레나는 프랑스에 자리 잡은 패션 브랜드다.
제법 유명하기도 하고, 명품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가 브랜드로 인정받는다.
그런 밀레나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상황, 즉 공장의 폐쇄와 역병의 상황 그리고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국유화 문제로 머리가 아파 왔다.
노형진이 시체 가방을 만들던 공장도 외부로 빼 버렸기 때문에 현재 중국에는 시체 가방이나 방역용 방호복을 만들 기업들이 없는 상황.
그래서 그걸 다른 기업에 강제로 만들게 하려고 했는데, 주로 천을 다룰 수 있는 곳들, 즉 패션 업체들이 세운 공장들이었다.
공장이 멈추고 작업을 강제하여 사실상 공장을 빼앗기는 상황에 들어가자 밀레나는 해당 공장을 인도로 빼내겠다고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문제는 바로 중국의 파트너 회사였다.
“밀레나가 나가면 우리 매출이 얼마나 줄어들지?”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역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마이너스 부분을 생각하면 60% 이상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중국의 기업인 칭런의 사장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절대 밀레나가 중국에서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해.”
“하지만 이미 그쪽은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파트너십 해제에 관해 통지를 했고요.”
“이런 씨발.”
칭런의 사장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자신들과 계약하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 밀레나가 가장 크니까.
“더 큰 문제는, 다른 기업들 역시 이전을 생각 중이라는 겁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인도에 말입니다, 미싱 학교가 생겼다고 합니다.”
“미싱 학교?”
“네.”
해외로 나가는 공장들은 대부분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첨단 기술보다는 반복적인 노동이 필요한 노동집약적산업이라는 것. 그 대표적인 예가 봉제라고 불리는 패션 업계 업무다.
한국이 못살 때 가장 유명했던 게 바로 그러한 봉제 공장들이었다.
하지만 한국이 잘 살게 되면서 대부분의 봉제 공장들은 해외로 이전한 상황.
“인도 정부가 마이스터와 손잡고 3개월간 봉제 관련 교육을 시켜 준다고 합니다.”
“뭐?”
봉제, 즉 미싱은 사실 교육을 따로 하지 않는다.
물론 취업 후 공장에서 교육시켜 주기는 하지만, 그 기간은 아주 짧다.
당연하게도 능숙해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상품의 질은 하락된다.
그렇기에 3개월간 관련 수업을 받은 사람은 아마도 여기서 3년 이상 일한 숙련공만큼이나 일을 잘하게 될 것이다.
노동은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지만 수업은 단순 반복만이 아닌 다른 것도 알려 줄 테니까.
“안 돼! 그렇게 되면 우리는?”
칭런은 패션 업계와 손잡은 중국 현지 파트너 전문 기업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이 빠져나간다면 무조건 망할 수밖에 없다.
“…….”
“절대 나가는 걸 허락할 수 없어.”
“하지만 이미 그쪽에서는 나가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칭런의 사장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몸만 나가야지.”
* * *
-중국에서 갑자기 기업 분할 청구 소송이 폭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럴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중국은 매번 그래 왔는데 지금이라고 달라질까요?”
중국의 시장은 크다. 하지만 그만큼 탐욕스럽다.
중국에 기업을 세우는 경우, 힘이 없는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의 파트너 기업들에 의해 공장을 털리고 쫓겨 나온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파트너 기업이라고 해 봐야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나 파트너 기업으로 세울 수 있다면 당연히 작은 기업이나 자기들이 투자한 기업을 파트너로 세울 것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연히 그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확하게는 자신들의 입김이 들어간, 그래서 자신들에게 돈을 주는 그런 기업들이 아니면 허가를 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기업들이 나가 버리면 파트너 기업은 대부분 파산하게 될 겁니다.”
-중국 정부에서 그걸 가만두지는 않을 거라는 거군요.
“정확하게는 중국 공산당이겠지만요. 로버트도 아시지 않습니까, 마이스터에서 왜 중국을 권하지 않았는지?”
-하긴, 알지요.
사업을 같이하다가 사이가 틀어지거나 나갈 경우, 파트너 기업은 중국 정부에 소송을 건다.
대부분의 소송은 중국의 생산 라인과 판매 라인 등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것이며, 중국 공산당의 유력 당원들이 뒤에서 봐주는 만큼 대부분은 파트너 기업들이 그걸 통째로 집어삼킨다.
“한국에는 중국에 갔다가 그런 식으로 당해서 빈손으로 쫓겨 나오는 기업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지요.”
싼 노동력을 구하러 중국으로 회사를 옮겼다가 소송에서 져서 모든 걸 빼앗기고 자살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에서도 중국에 잘 안 가려고 하고, 설사 간다고 해도 한국 공장을 없애지는 않는다.
“이건 중국 정부의 결정이 아니라 당원 개인의 결정으로 나오는 판결이니까요.”
물론 그가 공산당의 유력 당원인 이상 답은 나와 있으니 자연스럽게 재판에서 질 거다.
“아마 현재 중국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소송을 피하지 못할 겁니다. 물론 안 나오는 기업들도 있으니 그들까지 소송당하지는 않겠지만요.”
소송을 건 당사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
자기 돈은 거의 안 들어간 산업체들을 날로 먹을 수 있는 데다가, 그렇게 빼앗은 공장을 이용해서 수출을 해도 되고, 설사 수출이 안 된다고 해도 중국 내수시장은 어마어마한 규모니까.
“더군다나 대부분의 기업들의 디자인과 패턴이 있으니까요.”
즉, 그렇게 빼앗은 공장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양의 소위 짝퉁을 만들어서 뿌리면 수익을 정산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공산당원들에게 이득이 가겠군요.
“어마어마한 이득일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지요.”
한두 기업도 아니고 수십 수백 개의 기업들이 그 꼴을 당하면, 과연 어떤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사업을 하려고 할까?
물론 중국 정부에서는 더 이상의 국유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국유화되나 파트너 기업에 빼앗기나, 기업 입장에서 회사를 잃어버리는 건 마찬가지다.
도리어 이렇게 기업을 빼앗기는 경우는 땡전 한 푼 챙겨 나오지 못하니 더 손해다.
물론 그 파트너 회사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 중국의 주요 공산당원들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중국에 공장을 가진 기업들의 주식이 대폭락했습니다.”
“뭐, 중국의 그런 상황을 대부분은 아니까요.”
중국에서는 재판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니 작게는 수천억, 많게는 조 단위의 손실을 볼 게 당연한 기업의 주식은 폭락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중국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회사는 당분간은 없을 겁니다.”
노형진은 확신했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그런 기업이 있을 리가 없다.
‘덕분에 중국의 힘이 엄청나게 빠지겠어.’
중국은 코델09 와중에 번 어마어마한 돈으로 중국 해군을 무섭게 성장시키면서 주변 국가들을 집어삼킬 계획을 세웠고, 추후에는 미국과 한판 하려고 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제 회귀 전 역사와 다르게 대추락의 시발점에 서 있게 되었다.
‘물론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것만 해도 많은 것이 바뀐 것이었다.
“이제는 코델09를 막는 게 중요하겠군요.”
-하지만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제가 신은 아니니까요.”
신이 아닌 이상에야 피해만 줄일 수 있을 뿐이고, 노형진은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 * *
샹량핑은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투자금이 중국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코델09 이후에 투자금이 엄청나게 빠질 거라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원래 역사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원래 역사에서는, 각 기업과 도시가 봉쇄된 후 돈은 다시 중국으로 돌아왔다. 그 때문에 중국은 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계속되는 최악의 선택과 소송 그리고 국제 사업 분쟁으로 인해 너도나도 중국에서 자금을 빼서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최악은 또 있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델09는 전 세계를 덮칠 겁니다. 인간이 사는 모든 곳은 코델09가 지배하게 될 테고, 코델09 이전의 세상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중국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은 끝났습니다. 중국 정부는 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부정했습니다. 이제 중국은 자신들이 불리하면 언제든 산업체를 국유화할 겁니다.
마이스터의 분노에 찬 성명서.
그건 샹량핑의 머리를 더더욱 아프게 했다.
“하필이면…….”
다급한 마음에 국유화를 명령하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