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93)
생명 그 이상의 욕심 (1)
마스크는 평시 기준 대략 800원 정도였다.
비싸 봐야 1천 원 정도.
한국은 미세 먼지가 많은 날이 아니면 마스크 소모를 그리 많이 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1천 원, 3천 원, 5천 원, 그리고 8천 원을 넘어서 무려 1만 원이라는 가격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1만 원이나 하는데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마스크는 품절 대란이 벌어졌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기겁했다.
“아니, 지금 농담해? 마스크 한 장에 1만 원?”
“어쩔 수 없어요, 지금 물량이 부족해서. 달라고 애원해도 안 들어와요.”
“미치겠네.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
예상대로 한국에도 코델09가 터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또 이탈리아가 어떻게 되는지도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서 마스크를 구하려고 했지만 가격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올라갔다.
“그래서 안 사실 거예요? 이마저도 곧 떨어질 겁니다만?”
약사의 말에 남자는 눈을 찡그리고는 카드를 내밀었고, 곧 마스크 세 장을 봉투에 담아서 들고 나왔다.
그 장면을 보며 로버트는 혀를 끌끌 찼다.
“미스터 노 말씀대로군요. 마스크가 부족하지는 않을 텐데.”
다른 나라라면 모를까, 한국은 절대 부족할 수가 없다.
이미 어마어마한 양의 마스크들이 쌓여 있으니까.
그리고 한국의 마스크 공장의 70%는 노형진이 가지고 있으니까.
“원래 돈 욕심이 나면 인간은 온갖 장난을 치는 법입니다.”
사실 노형진은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인원을 새로 고용해서 스물네 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는 마스크를 못 구해서 난리다.
“특히 한국처럼 기형적인 구조의 관리 시스템상에서는요.”
한국은 유통 업자가 갑이다. 문제는 그걸 정부에서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거다.
“전에는 계란 한 판에 1만 원씩 했으니까요.”
“네? 계란 한 판에 1만 원요? 그 가격이 나옵니까?”
미국의 물가도 비싸기는 하지만 계란이 그렇게까지 비쌀 수는 없었다.
서민들의 단백질 보충에 계란이 필수라고 하는 건 그런 이유다. 가격이 싸니까.
그런데 한 판에 1만 원이라니.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욕심이죠.”
계란값 상승의 원인은 조류독감 때문이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특정 질병이 돌면 그 지역의 해당 동물을 집단으로 매장하는 방식으로 방역하는데, 그 과정에서 닭의 개체가 줄어들면서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그게 가능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장난입니다.”
한 판에 2,500원 하던 계란값은 1만 3천 원 이상으로 올랐다.
그렇게 계란값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라 버린 와중에 정부에서는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바로 계란에 생산 날짜를 찍도록 한 것.
그리고 그 법이 통과되자마자 유통 업자들은 나라가 망한다고, 세상이 망한다고 시위하고, 태극기를 불태우고, 국회와 청와대에 그 비싼 계란을 집어 던졌다.
“아니, 왜요?”
“간단한 겁니다. 그놈들이 장난친 거죠.”
가격? 상황에 따라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가격이 오를 수는 없다.
계란 유통 업자들이 대량의 냉장창고를 빌려 계란의 유통을 막으면서 결과적으로 어마어마한 가격 상승을 불러온 거다.
“계란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양계 업자들은 그런 걸 할 여력이 안 됩니다.”
냉장창고를 빌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도 많지 않고, 그들은 당장 계란을 팔아야 사료와 기타 필요 물품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업자들은 여력이 된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유통 시스템입니다. 한국은 물가가 높고, 특히 서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입니다.”
“하긴, 이해가 갑니다. 서울의 물가는 뉴욕과 거의 비슷하더군요.”
벌이는 뉴욕만큼 안 되는데 물가는 뉴욕만큼이나 비싸다. 당연히 고통받는 건 국민들이다.
“한국은 이상하게 유통이 기괴하지요.”
“전에도 말씀하셨던 거 기억납니다.”
생산자보다 유통 업자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
그게 현대 대한민국의 구조다.
물론 적당히 유통업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전 세계 어디도 제대로 된 유통망이 없으면 나라가 망하는 건 순식간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한국은 유통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쥐게 됩니다.”
노형진은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보세요, 저분들을. 우리가 뿌린 마스크가 부족할까요?”
“그럴 리가요.”
매일같이 새 마스크를 쓰지는 못해도, 아예 구하지도 못할 정도로 공급이 모자란 건 결코 아니었다.
아무리 못해도 일주일에 두 번은 마스크를 바꿔 낄 수 있는 양을 지금도 꾸준히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시피 국민들은 대부분 마스크가 없지요.”
수량이 부족한 게 아니다.
중간에서 다 장난치고 있는 거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할까 생각 중입니다.”
“하지만 이미 온라인 쇼핑몰은 여러 개가 있지 않습니까?”
노형진의 계획을 들은 로버트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온라인 쇼핑몰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당장 미국만 해도, 그 유명한 안드로메다도 있고 말이다.
노형진은 그런 로버트의 말에 씩 하고 웃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통 업자들의 결탁이지요.”
안드로메다를 비롯한 모든 쇼핑몰은 기본적으로 업자가 경쟁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결국 유통 업자가 경쟁하는 한계는 명확하지요.”
기존의 유통 업자가 세 명이라면, 그 세 명에 네 번째 업자인 온라인 쇼핑몰이 끼어들어서 서로 경쟁을 한다는 거다.
“물론 경쟁이 있으니 싸게 파는 것도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시장의 확장성과 더불어서 동시에 가격의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사항이지요.”
확실히 그렇기는 하다.
물론 상대적으로 오프라인보다는 쌀 수 있다.
일단 오프라인에 비해 관리비나 유지비가 덜 들어가는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완벽한 건 아니다.
실제로 지금 마스크 대란처럼 중간에서 작심하고 장난치는 놈들이 나타나면 고통받는 건 국민들이다.
“당장 배달 앱을 보세요.”
“확 와닿는 말이군요.”
배달 앱은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받아먹고 배달 비용까지 또 나간다.
그나마 노형진이 어느 정도 체계를 잡아 두고 과도한 수익은 내지 못하게 브레이크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경이다.
“그래서 저는 다른 방식으로 관리할까 생각 중입니다.”
“다른 방식?”
“온라인 쇼핑몰이지요. 그것도 생산자, 또는 1차 유통 업자만 가입이 가능한.”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들처럼 사재기를 하는 걸 막겠다는 겁니다.”
마스크가 없는 게 아니다.
노형진이 공급한 마스크를 엄청나게 쌓아 두고 안 팔면서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는 거다.
“직접 판매하시겠다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온라인을 통해서요?”
“네.”
“불만이 많을 텐데요.”
“솔직히 다른 상황이라고 하면 아마 기존 유통 공룡들을 이기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들을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있다.
‘얼마 후면 온라인 쇼핑몰들의 수익이 대거 늘어난다.’
사람들이 집에서 나가지 않고 배달을 시키거나 온라인 주문으로 모든 걸 대체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물류를 꽉 쥐게 된 온라인 쇼핑몰들은 온갖 갑질을 시작한다.
단순히 갑질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소송을 통해 잘나가는 업체들의 상표권을 빼앗고 기업을 빼앗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런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오프라인 판매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