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95)
생명 그 이상의 욕심 (3)
하지만 그 정도 양을 주문한다고 해서 가격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한다.
“불법적으로 구한 계정을 이용하겠지.”
“하지만 그걸 어떻게 확인하려고? 사실 그게 가장 문제 아니야?”
오광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계정이 불법 사용되고 있다는 것쯤은 오광훈도 알고 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 정보는 공공재라는 소리까지 있겠는가?
“그래서 내가 온라인으로 소량 한정 판매한다는 거야. 누군가는 받아야 하잖아.”
“아! 그러겠네. 계정하고 주소는 다르지?”
“맞아.”
계정이야 어차피 무형의 데이터이니 10만 개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딱히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은 자기들이 받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물건을 자신들이 모조리 수거해서 챙겨 놔야 매점매석의 효과가 발휘된다.
“계정이야 다르겠지만 받는 주소들은 한정될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 주소로 발송된 양은 절대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업자들도 나름 분산해서 받겠지만, 노형진은 그걸 감안해서 1인당 다섯 개라는 한계를 둔 것이다.
“주소를 백 개, 이백 개씩 확보했다고 해도 결국 걸릴 수밖에 없지.”
“하긴, 그러면 일반인들은 절대 가족 숫자만큼만 주문할 수 있겠구나.”
일반인이라면 보통은 한 개 주소로, 많아 봐야 쉰 개 정도 주문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도 10인 가족이 하나씩 계정을 만들었을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업자들은 수백 수천 개를 받겠지.”
그동안 단 한 번도 잡힌 적이 없으니 그들은 그걸 가지고도 장난치려 들 게 뻔하다.
“그리고 우리는 실적을 올리고?”
“그래. 아마 일이 엄청 많아서 스타 검사들이 모두 동원되어야 할 거야.”
이런 장난을 치는 놈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
“당분간은 너희도 엄청나게 바쁠 거야. 아, 그리고 마스크 꼭 하고 다니고.”
“안 그래도 머리 아프다. 좀 싸게 공급 안 되냐?”
노형진은 그 말에 피식하고 웃었다.
“돈 주고 사. 얼마 안 갈 테니까.”
* * *
“뭐? 이 새끼들 미친 거 아냐? 지금 얼마나 기회가 좋은데!”
마스크 장당 1만 3천 원.
한몫 단단히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그는 모든 돈을 다 모았다.
집을 담보로 잡고 대출까지 받아 마스크를 닥치는 대로 긁어모아 가격을 한참 올려놨다.
더군다나 마이스터 소속의 회사들은 어디서 그렇게 마스크가 솟아나는 건지 정해진 정가 선에서 계속 공급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양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시민들은 물론 병원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니 결국 누군가는 코델09에 걸려서 죽을지도 모르지만, 알 게 뭔가? 자신의 돈이 우선이지.
그리고 이제 떼돈을 벌 일만 남았다고 웃고 있었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장당 1,500원?”
“네! 이 미친놈들이 오늘부터 오프라인 판매는 전면 금지하고 전량 온라인으로 장당 1,500원에 판매한답니다.”
“이런 개새끼들!”
현재 마스크 공급가는 마이스터 계열의 업체에서 1,500원. 다른 업체에서는 3천 원이다.
당연히 가격을 올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야 했고, 그래서 지금 수십만 장을 쌓아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1,500원?
그 말은 남자에게는 망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마이스터 쪽에서는 똑같이 1,500원이 벌리겠지만 이쪽은 보관료와 배송비까지 합하면 돈이 더 들어갈 테니까.
“누구 마음대로!”
남자는 눈을 번뜩거렸다.
“야, 지난번에 그 업자, 너 기억하냐?”
“지난번의 그 물건 수거 업자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그 수거 업자는 중고 물품 업자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그래. 그 사람과 연락이 돼?”
“아직 되죠. 왜요?”
“이거 싹쓸이되지?”
“저쪽에 물량이 엄청 많을 텐데요?”
“많아 봤자지. 지금 같은 상황에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어?”
“하긴 그렇겠네요.”
평소 생산량의 몇 배를 이미 공급한 상황이고 더군다나 마이스터 쪽의 업체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마스크를 뿌린 상태라 재고가 많을 수가 없을 거라고 그들은 확신했다.
물론 노형진이 얼마나 많은 재고를 확보했는지 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런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이지만.
“걱정하지 마. 나 같은 생각 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두 명이겠냐?”
“그것도 그렇죠. 사장님같이 기회를 노릴 줄 아는 사람들은 드물지요.”
직원들은 키득거렸다.
말이 직원이지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그냥 명의만 올려 두고 크게 한탕 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애초에 이들은 마스크를 판매하던 자들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말해서 싹 수거하라고 해.”
“싹요? 돈이 되려나?”
“나만 할 거 아니잖아. 뭐 깡그리 수거하다 보면 언젠가 씨가 마르겠지.”
“그렇겠죠.”
“그리고 그 후에 가격을 좀 더 올려서 수익을 더 보전해 보자고.”
그들은 눈을 번뜩거렸다.
눈앞에 가득한 어마어마한 양의 마스크 박스가 모조리 1만 원짜리로 가득한 박스로 보일 지경이었다.
* * *
“마스크 전량 판매 끝났습니다.”
노형진은 판매 확인을 위해 회사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판매가 종료되었다는 말에 힐끔 시계를 보았다.
“어이가 없군요.”
이번에 판매를 위해 확보한 마스크의 양은 50만 장이다.
물론 국민들이 써야 하는 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판매를 시작한 지 20분 만에 떨어질 만한 양은 아니었다.
“아직 홍보가 다 된 것도 아닐 텐데.”
대형 판매 사이트들을 통해 판매했고 그 덕분에 빨리 팔아치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판매할 때 사람들에게 홍보한 적은 없다.
물론 판매 시작과 더불어서 광고 링크가 올라가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50만 장이 단 20분 만에 판매가 완료된다? 그것도 밤 12시에?
“확인해 보세요.”
옆에 있던 오광훈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가 이렇게 얼굴이 굳은 이유는 결국 한국에서 코델09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공포에 벌벌 떠는 국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자기네 돈을 위해 장난치는 놈들을 보니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음, 일단…… 판매 속도를 보면 프로그램을 쓴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링크가 열리고 채 2분도 지나지 않아서 주문이 폭주했다. 사람이 아무리 빨라도 그런 속도를 낼 수는 없다.
“그러면 이제 주문량을 주소별로 분류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몇 가지 프로그램을 교정하는 것만으로 금방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를 본 오광훈은 혀를 내둘렀다.
“그냥 아예 감출 생각이 없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부나 검찰에서 매점매석을 잡은 적이 없으니까.”
제일 많이 주문한 곳의 주문량이 1만 개, 그나마 좀 작은 곳은 1천 개 수준, 그 이하는 많아 봐야 쉰 개 정도였다.
“아마 1천 개 이상 주문한 곳이 그 매점매석하는 놈들일 거야.”
“그렇겠네.”
사전에 소문을 듣고 준비하던 사람들이 정말 눈부신 속도로 주문을 완료한 거라고 해도, 한 개의 주소에 무려 1천 개에 달하는 수량이 몰릴 이유는 없다.
“저쪽으로 바로 경찰 보내겠네.”
“에헤, 그러면 안 되지.”
“뭐? 단속하라면서?”
당장이라도 달려가려고 하는 오광훈을, 노형진은 말렸다.
“물론 가서 단속은 해야지. 하지만 말이야, 그 전에 저놈들 형량을 높여야지.”
“형량을 높여?”
“그래. 너도 알잖아, 저런 매점매석과 관련한 처벌은 엄청나게 약해.”
“후우…… 그렇지.”
저들이 저럴 수 있는 이유는 걸려도 벌금 조금만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 걸리면 수십 수백억을 벌 수 있고, 걸려도 벌금은 몇백만 원뿐.
그러니 누가 안 하려고 하겠는가.
“그러니 다시는 이런 짓거리 못 하게 아예 법을 고쳐야지.”
“하지만 어떻게?”
“간단해. 국민들 빡치게 만들면 되는 거야.”
“뭐라고? 저런 놈들이 매점매석한다고 발표라도 해?”
“아니. 더 좋은 방법이 있지.”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직원을 보면서 말했다.
“마스크 가격을 올려요. 장당 2만 원, 물량은 1만 개로.”
“네?”
직원은 너무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노형진에게 되물었다.
방금 전 싸게 1,500원에 올리라고 하더니 갑자기 장당 2만 원에 1만 개라니?
하지만 노형진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일은 장당 2만 5천 원에 올려요. 하루에 5천 원씩 올려서, 최종적으로 5만 원까지 올립니다.”
“하지만 노 변호사님, 그러면 그걸 누가 삽니까?”
“글쎄요. 필요한 사람은 사겠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놈들은 그 가격을 따라올 테고요.”
* * *
-이 미친 새끼들아, 마스크 장당 5만 원이 말이 되냐?
-작작 해 처먹어야 할 거 아냐?
마스크가 장당 5만 원.
사람들은 아무리 상황이 다급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가격을 낮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장당 5만 원으로 파는 곳을 더 늘리라고 했다.
물론 그렇게 올린다고 해서 마스크 가격이 진짜로 5만 원이 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걸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노형진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었다.
“마스크 평균 가격 2만 5천 원, 실화냐?”
노형진이 처음으로 포문을 열자 갑자기 평균 마스크 가격이 2만 5천 원으로 올라 버렸다.
비싼 곳은 최대 장당 3만 원까지 할 지경이었다.
“어때? 온 국민이 빡쳤지?”
“빡친 정도겠냐?”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이 정도면 누군가가 중간에서 장난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아니, 너야 그렇다고 쳐. 저거 매점매석하는 새끼들은 뭐야? 미친 거야? 저 가격에 마스크를 판다고?”
“일종의 비교 판매 같은 거지.”
“비교 판매?”
“너, 명절이 되면 백화점 코너에서 몇백만 원짜리 선물 세트를 왜 전시하는 것 같아?”
“팔려고?”
“솔직히 그런 게 팔려 봐야 몇 개나 팔리겠냐?”
잘해 봐야 열 개 정도나 팔릴까?
물론 그런 최고급 선물을 해 줘야 하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전시까지 해 가며 적극적으로 팔 만한 물량은 아니다.
“그럼?”
“비교 대상인 거지.”
전시된 200만 원짜리 선물 세트를 보다가 30만 원짜리 선물 세트를 보면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선물이라는 것이 남에게 주는 것이다 보니 싸구려를 준다고 하면 왠지 정성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직원들에게 한 3만 원짜리 선물 세트라면 괜찮은 거지만 수십만 원대라면 그러한 감정이 구매에 큰 영향을 준다.
“200만 원짜리 선물 세트 하나를 비교 대상으로 전시해서 30만 원짜리 세트보다는 40만 원짜리나 50만 원짜리 세트를 사 가게 하는 심리적 함정인 거지.”
“이것도 그런 거야?”
“맞아.”
누군가는 장당 5만 원에 마스크를 팔고 있다.
그러면 그렇게 매점매석을 하던 놈들이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 나라도 싸게 팔자.’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이야, 마스크가 5만 원이네. 난 3만 원에 팔아도 사람들이 사겠군.’이라고 생각할까?
“당연히 미친 듯이 가격을 올리지. 사실 지금 다른 나라는 저것보다 가격이 훨씬 더 비싼 것도 사실이고.”
현재 미국의 경우는 장단 10만 원이 넘는다. 재활용은커녕 1인당 하나씩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격을 이렇게 올리면 그놈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아, 마이스터 쪽의 재고가 바닥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