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96)
생명 그 이상의 욕심 (4)
즉, 자신들이 아주 비싼 값에 팔아먹기 시작해도 누구도 방해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마 이제 슬슬 판매를 시작하려고 할 거야. 그리고 복수란 원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처박아 버리는 거지.”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후후후.”
* * *
송정한은 노형진의 조언대로 바로 특별법 제정에 들어갔다.
“이 마스크가 얼만지 아십니까? 5만 원입니다, 5만 원!”
회의 석상에서 그는 마스크 한 장을 흔들며 분노를 표출했다.
“지금 전 세계에 코델09가 번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고 질병을 막을 방역 도구의 수요는 실로 어마어마한 지경입니다. 그런데 마스크가 5만 원이랍니다. 이건 일회용 마스크입니다. 3인 가구 기준으로 하루에 15만 원이 필요하고 한 달이면 450만 원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3인 가구 평균 생활비가 얼만지 아십니까? 240만 원입니다. 이건 온 국민들더러 다 죽으라는 소리 아닙니까?”
송정한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심지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던 자유신민당 역시 이번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온 국민의 목숨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반대하다가는 자기들 모가지가 먼저 날아갈 판국이었으니까.
그 전에는 대충 반대해도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나가지 않으니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작 표결에서는 반대했던 인간들이 나중에 가서는 ‘무슨 무슨 정책을 저희가 통과시켰습니다.’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로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반대하던 자들은 국가직 통과가 확정되자 자신의 지역구에 ‘소방관 국가직 통과, 드디어 제가 성공시켰습니다.’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는 안 되는 게, 얼마 전부터 코리아 타임라인이 각 정책의 찬성과 반대 여부를 신문에 그대로 박아 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처럼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 섣불리 반대했다가는 진짜 다음이라는 게 없어질 판이었다.
“하지만 송 의원, 시장경제라는 게 그렇지 않소? 물량이 부족하면 그럴 수밖에 없지.”
일부 의원이 변명하듯이 말하는 걸 보고 송정한은 속으로 비웃음을 날렸다.
‘저 새끼들이 마스크를 엄청 쌓아 놨나 보네.’
사실 마스크 생산 업자들은 이미 쌓아 둘 틈도 없이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고, 매점매석을 하는 놈들은 범죄자나 마찬가지인지라 뇌물을 주거나 할 놈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들이 저렇게 소심하게 저항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자기들 스스로도 마스크를 엄청 쌓아 두고 있는 것.
“물량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얼마 전 마이스터가 투자한 회사들에서는 방역을 위해 50만 장을 장당 1,500원에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단 20분 만에 팔렸지요. 그런데 그 마스크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건 명백한 매점매석입니다.”
매점매석의 증거까지 제시되자 다들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아까 전에 소심하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던 국회의원 한 명의 눈동자는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정한은 그를 무시하면서 계속 말했다.
“국민의 목숨을 인질로 하는 이러한 매점매석은 단순한 행위가 아닙니다. 강력한 처벌을 통해 막지 않으면 중국처럼 국민을 산 채로 소각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까지야…….”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정도까지야’라는 말이 나옵니까? 이탈리아가 그렇게 가난한 빈국이던가요?”
“…….”
이탈리아는 사는 수준만 보면 한국과 비슷하거나 살짝 더 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이탈리아가 지금 지옥에서 허덕거리고 있다.
“지금 이탈리아에서 마스크 한 장이 20만 원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는 5만 원입니다. 더 안 오를 것 같습니까?”
“확실히 매점매석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다른 물건도 아니고 사람 목숨이 달려 있는 물건인데.”
역시나 여론이 그쪽으로 쏠려서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저는 새로운 법인 비상 방역용품에 관한 관리법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새로운 법률. 전 국민이 바라고 전 국민이 기대하는 법률.
그 법률이 마침내 안건으로 올라오자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긴급 상황이라 법의 효과는 바로 발효되었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표결에도 참가하지 않은 채 밖으로 튀어나와서 전화기를 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모조리 처분해! 한 장도 남기지 말고! 입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