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97)
돈놀이하는 놈들 (1)
비상 방역용품에 관한 관리법. 원래 역사에서는 없었던 법이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강력한 법이었다.
회귀 전에는 마스크를 매점매석해도 처벌이 너무 약했다.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인데, 징역이 나온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고 일반적으로 2천만 원 정도의 벌금이 끝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매점매석을 한번 하고 나면 못해도 수십억을 챙길 수 있으니 당연히 개나 소나 다 나서서 매점매석을 했다.
하지만 이번 비상 방역용품에 관한 관리법은 완전히 달랐다.
매점매석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5천만 원 이상 1억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대폭 상향되었다.
여기에 방역용품에 대한 압류가 합법화되어 매점매석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무조건 빼앗는 것은 안 된다.
그렇게 압류된 물품은 정부에서 정한 고시가의 기준에 따라 추후 벌금이나 추징금 등을 제외하고 돌려준다.
단, 이 고시가라는 것의 기준이 공장도가라는 게 문제다.
즉, 이번처럼 현금으로 무자료거래를 한 경우 어마어마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법이 통과되고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있을 때 매점매석을 한 놈들은 불안감에 떨면서 가능하면 빨리 쌓아 둔 마스크와 방역용품을 처분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자신들이 오광훈과 스타 검사들의 영역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아주 똥줄 타는 모양인데.”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조립식 창고에는 물건을 빼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걸 본 오광훈은 씩 하고 웃었다.
“이번에는 큰 건일 것 같다. 창고도 크고…….”
더군다나 몰려드는 트럭의 숫자도 장난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오늘 이 창고를 비울 생각인 모양이군요.”
홍보석 검사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지금 전국이 마스크 대란이니까.”
결국 대부분의 마스크 공장이 정부의 통제를 받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마스크 공장의 생산량이 전량 감시되고 있어서 더 이상 빼돌리는 게 불가능했다.
그리고 노형진은 일시적으로 마스크의 반출을 막은 상태.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제 그 희생양이 될 놈들을 잡을 시간이었다.
그 순간 지직거리는 무전기 소리.
-오 검사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퇴로는 완벽하게 차단되었습니다.
“오케이. 들어가지.”
오광훈은 그 무전을 듣고 숨기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창고를 향해 들이닥쳤다.
“어, 어…… 뭐야? 뭐야?”
창고에서 짐을 내리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오광훈과 다른 수사관들을 바라보았다.
“검찰입니다. 여기 매점매석 관련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시기 바랍니다.”
“매점매석?”
“무슨 소리야?”
“이 근처에 매점이 있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고 서로를 돌아볼 뿐이었다.
그럴 만하다. 대부분은 그냥 일당을 받기 위해 온 일당직 직원이었으니까.
하지만 창고 안에서 그들을 통제하던 몇몇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들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 도망치려 했지만 수사관들의 눈치가 더 빨랐다.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이 주변은 모두 봉쇄되었으니까. 설마 여기서 도망치면 안 잡힐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리고 여기에 당신들 재산이 모조리 들어가 있을 텐데 가려면 어디로 가려고?”
홍보석 검사가 메가폰을 들고 말했고, 조금씩 뒤로 빠지던 사람들은 움찔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도망쳐도 갈 곳이 없으며, 도망쳐서 이건 자기 물건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물려 있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물론 처벌을 피하기 위해 나는 모른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파산은 확정이다.
“으으으…….”
일부는 울상이 되었고 일부는 주저앉았다.
“여기 모두 봉쇄하고 신분 확인 시작해.”
인원은 많았지만 저항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법이 통과된 것도 모르는 일반 노동자였기에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자 모두 기겁했다.
“어……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일단 경찰에 나오셔서 조사는 받으셔야 할 겁니다. 단순 노무만 하신 거라고 말하면 별문제 없을 겁니다.”
사람들이 구분되고, 절망한 일부는 비명과 울음을 터트렸다.
그때 신나게 마스크 박스를 옮기던 남자가 절규하며 오광훈에게 매달렸다.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검사님! 네? 저 여기에 결혼 자금 다 꼬라박았어요!”
그러자 오광훈은 남자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다행이네.”
“네?”
“너 같은 놈을 그 여자가 거를 수 있게 되었잖아. 이건 진짜 그쪽 여자 조상이 도운 거네.”
오광훈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인지 충격을 받아서인지 아무런 말도 못 하는 남자.
그런 오광훈 옆에서 홍보석이 차갑게 말했다.
“오 검사님, 피의자를 팩트로 너무 두들겨 패는 것도 못 할 짓입니다.”
말리는 건지 아니면 혼내 주는 건지 모를 그 말에, 남자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순순히 경찰의 수갑을 받아들였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마스크의 양을 확인하고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홍보석이 내부의 사무실에서 새로운 증거를 확인했다.
“오 검사님, 이걸 보세요. 창고가 여기에만 있는 게 아닌 모양이네요.”
“그럴 겁니다. 지금 통계 보니까 일반 생산량에도 못 미치던데요, 뭘.”
현재 시장 물량이 평소 생산량보다 훨씬 부족한 상황.
모든 마스크 공장이 비상 상황으로 스물네 시간 돌아가며, 직원을 못 구하는 경우 군인까지 동원해서 근무 중인 걸 생각하면 시중에 풀린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일단 기록을 보면…….”
홍보석은 다른 곳에 있는 마스크의 양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이놈들이 쉽게 일하기 위해 모든 자료를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덕에 그 수량과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터무니가 없군요.”
그들이 빼돌린 마스크의 양이 무려 1억 장이었다.
지금 같은 긴급 생황에서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대부분은 마이스터의 생산량을 중간에서 착복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물론 상당한 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마스크의 가장 많은 양을 싹쓸이했기 때문에 예상하고 가장 먼저 습격하기는 했지만, 설마하니 쌓아 둔 마스크가 무려 1억 장이나 될 줄은 몰랐다.
“미쳤네, 이 새끼들.”
지금 한 장당 시세는 무려 2만 원. 그런데 그걸 1억 장을 가지고 있다면 무려 2조에 달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벌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환장하겠네요. 원가를 보니까 대충 1,500원 정도 하던데.”
1,500원으로 1억 장을 샀다면 원가는 대략 1,500억 정도.
거기다 마스크를 둘 공간과 배송비 등을 감안하면 못해도 1,700억 정도는 들었어야 한다.
“이거 혼자 한 게 아니겠네.”
오광훈도 심각한 표정으로 홍보석의 말에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