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12)
이런 신발 (4)
“이런 연쇄살인은 보통 쾌락형과 대체형 그리고 분노형과 지배형 등으로 나뉘는데, 이 경우는 분노형이나 지배형과는 전혀 상관없고요.”
분노형은 세상에 대해 원한을 가지고 무차별적으로 살인하는 놈들이다.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집단이 막가파라고 하는 살인마 집단이었다.
사회적 패배감을 해소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계획했던 집단.
그리고 지배형은 상대방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입증하고 즐기는 타입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그런 놈이라면 절대 다른 사람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종범이라면 모를까, 공범?
지배형은 절대 안 된다. 그가 원하는 건 지배 대상이지 같이 일할 동료가 아니니까.
그에 반해 쾌락형은 살인 그 자체로 즐거움을 얻는 타입이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신발을 시그니처로 쓰는 놈이 그런 타입일 가능성이 크다.
대체형은 희생자들을 누군가의 대리자로서 살인하는 거다.
가령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경우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대의 비슷한 사람들을 죽여 대는 것으로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푸는 것이다.
“이런 죄책감을 보이는 모습은 보통 그런 타입에서 많이 나타나죠. 자신이 원한을 가진 사람을 투영해서 죽이지만 그 사람이 아닌 걸 아니까.”
김소라의 말에 노형진은 고민에 빠졌다.
살인이라는 결과는 같지만 두 사람의 원인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그 둘이 같이한다?
“그게 확률적으로 가능한 건지…….”
“세상일이라는 건 어찌 될지 모르니까요.”
김소라의 말에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면 이 미친놈들을 어디서 잡아야 합니까? 어디서 데려다가 사람을 죽이는지도 모르는데…….”
“그게 문제예요.”
김정기의 말에 김소라는 고민에 빠졌다.
“보통 범인의 위치를 특정하는 건 실종된 아이들과 시신의 발견 장소예요. 그런데 이건 아이들의 실종 위치도, 시신이 발견된 장소도 전혀 관련이 없어요. 이런 경우는 제3자가 도와준다고 봐야 하는데, 특정하는 게 쉽지 않지요.”
“끄응…….”
“더군다나 쾌락형 살인마라면 추적은 더 불가능해질 거예요.”
그놈들은 말 그대로 미친놈이다. 그냥 살인에 즐거움을 느끼는 거라 추적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면 그나마 추적 가능한 건…… 그 대체형 살인마라는 거군요.”
“네, 최소한 원인이 있을 테니까요. 다만 그 원인이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문제지.”
대체형 살인마들은 증오의 대상을 대신해서 누군가를 죽인다. 그런 만큼 그 증오라는 감정이 발생하는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곱 살도 안 되는 애들한테 증오의 감정을 가진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러니까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김소라는 솔직히 많이 당황스러웠다.
미성년자 납치 살인은 페도필리아 성향을 가진 정신이상자들이 많이 저지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일곱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 살인할 정도로 투영할 만한 분노가 생길 일이 없다.
“페도필리아는 아닐까요?”
“저도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 봤는데, 페도필리아들에게 아이들은 성욕의 해소 도구일 뿐이에요.”
즉, 그들은 그렇게 납치한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기록대로라면 애초에 성적인 학대 흔적도 없고요. 그리고 그런 놈들은 아이들을 납치하면 가능한 한 오래 살려 두려고 해요.”
납치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행위인 데다 자신의 목적은 성욕을 채우는 거니까.
“와, 미치겠네, 이거…….”
김정기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광수대에서 오래 일하면서 별의별 사건을 다 해 봤지만 이런 사건은 처음이었다.
프로파일러를 붙이면 뭔가 좀 더 나올까 했는데 도리어 더욱 복잡해지기만 한다.
“더군다나 이 사건의 가장 곤란한 점은 제도권 밖에 있는 아이를 찾아냈다는 거죠.”
법적인 한계로 인해 출생신고조차도 되지 않은 아이를 찾아내서 희생자로 삼았다.
실제로 그 아이의 아버지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으니 실종 신고도 제대로 접수되지 않았고, 의료보험이 없으니 병원 기록도 없었다.
더군다나 발견 장소와 살던 곳은 아주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사건 초반 희생자였지만 그 아이의 신분이 드러난 건 최근이었다.
“아이들 대부분이 그래요. 저항하지 못하는, 또는 저항에 한계가 있는 그런 아이들이죠. 이런 경우 결국 답은 하나예요.”
누군가 그들을 찾아다닌다.
두 발로 뛰어서 희생자를 선택하고 또 그들을 납치해서 두 살인범에게 제공한다.
“살인범이었다면 아마 주변에서 희생양을 찾았을 테니까 이건 살인범의 소행은 아니에요.”
“그러면 누가 한단 말입니까?”
“둘 다 부하를 두고 시킬 타입은 아니니까…….”
눈을 찡그리는 김소라.
물론 두 타입이 잘사는 놈들일 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잘사는 놈이 부하를 두고 납치시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아마도 납치를 전문으로 하는 범죄자가 엮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애가 죽을 걸 알면서도요?”
“돈만 된다면 뭐든 하는 게 인간이니까요.”
김소라는 쓰게 말했다.
“이런 신발…….”
오광훈은 사진 속에 나오는 신발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