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2)
그리고 증권가 사람들은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노형진은 그걸 이용하기 위해 최강수의 기업에 마치 투자할 것처럼 접근하다가 슬쩍 발을 빼 버렸다. 이런 기업은 오래 못 버틴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러자 대번에 그 소문이 퍼지면서 노형진의 실적을 알고 있는 투자사들이 발 빠르게 손을 떼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일단 그로 인해 최원익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 그 결과 실수할 것이 틀림없다.
“그나저나 쉽게 속는군요. 사이코패스는 머리가 좋다고 들었는데요.”
성관중은 신기한 듯 집을 바라보았다.
“그건 오해입니다.”
“오해요?”
“네, 확실히 사이코패스는 일반적인 범죄자들보다는 지능이 높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범죄자들이 낮은 거라고 봐야지, 그들이 지능이 높은 건 아닙니다. 그냥 일반인 정도일 뿐이죠.”
아무래도 범죄자들의 상당수가 일반인보다 지능이 낮다.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누가 봐도 일반인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범죄자인 그들의 내면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걸 다 잃을 위기에 빠진 사람이 선택하는 것은 하나뿐이라는 거죠.”
분명 함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벌어질 일이다. 최원익의 성격을 봐서는 그냥 자연스럽게 죽을 때까지 기다릴 녀석은 아니니까.
“걸리지 않는다면 별수 없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미 저 두 사람은 자신이 쳐 둔 거미줄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제는 어떤 방식을 쓰느냐는 건데.’
노형진이 알 수 없는 것. 그건 다름 아닌 최원익이 어떤 방식을 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일 것이다. 그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수많은 살인범과 사이코패스를 겪어 본 노형진은 그걸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단 말이지.’
아마도 처음에는 천천히 비소중독으로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그의 몸에 드러난 손톱의 하얀색 줄이 그 증거다. 그러나 이제 다급해진 상황에서 그렇게 죽을 때까지 기다릴 리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식으로 죽일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언제 죽일지도.
‘직접적으로 손을 쓸까?’
그럴 리가 없다. 일단 사건이 터지면 이런 경우 가장 먼저 혐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다름 아는 최원익이다. 과거에는 어렸다고 하지만 이제는 성인이다. 어찌 되었건 한번 살인한 경험도 있는 녀석이고 만일 아버지인 최강수가 죽을 경우 최대 수혜자가 되는 녀석이기도 하다. 분명 집중 조사를 받을 테고 그 사실을 최원익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무슨 고민을 하십니까?”
노형진이 고민하는 사이 들어오는 한 사람. 성관중이었다.
“아, 성 변호사님.”
“뭔 그렇게 고민하십니까?”
“최원익의 마지막 선택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선택이라니요?”
“어떤 방식으로 죽이려고 할지 말입니다.”
“음…….”
물론 노형진도 접근해 보려 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요 근래 들어서 극도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만 수상하면 일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뭔가 있는데.’
감시하고 있지만 딱히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나저나 홍태호 씨는 뭐하고 계시나요?”
“제가 자제시키고는 있는데…….”
“역시 마음을 바꾸지 않으셨군요.”
“네.”
홍태호는 그들을 죽일 기회만 노린다고 해도 될 정도로 집착하고 있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눈이 보일 정도로 진행되는 게 없으니.’
뭔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최원익이 사이코패스이며 연쇄살인마라는 생각도 노형진의 일방적인 의견일 뿐, 경찰에 신고되거나 뭔가 조사해서 나온 내용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됩니다. 분명히 그들은 실수합니다.”
“그럴까요?”
“네.”
사람들은 연쇄살인범들이 치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쇄살인범들이 잡히는 것은 자신의 실수 때문이다.
‘진짜 연쇄살인범들이 잡히는 건 영화랑 좀 다르기는 하지.’
대부분의 연쇄살인범들이 치밀하게 살인하고 경찰을 농락하는 것처럼 나오지만 노형진의 경험상 그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연쇄살인범은 즉흥적이거나 단순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히지 않는 건 대부분 경찰이나 검찰의 무능 때문이다. 가령 경기도에서 살인 사건이 나면 강원도나 충청도에서 비슷한 사건이 나도 모른다. 사건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히 있을 텐데.’
노형진의 경험상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살인하는 놈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잡히는 대부분의 연쇄살인범은 지역에 기반을 두거나 가족들을 죽였던 경우다. 즉, 지역이 바뀌면 아예 사건 자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연쇄살인범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일단은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그 녀석을 잡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죽을 위기가 닥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최강수라고 할지라도 자식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아니, 포기하게 된다. 노형진이 봤을 때 최강수는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자식을 용서해 줄 만큼 착한 사람은 못되는 편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하는 짓은 모르지만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 참지 못하는 것이겠지.’
그 후에는 일사천리로 처리하면 정상이다. 노형진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은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분명 최원익이 움직일 겁니다. 그러면…….”
그때였다.
따르릉.
“응?”
성관중의 전화기가 다급하게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성관중은 전화기를 꺼내 들다가 움찔했다.
“왜 그러십니까?”
“제수씨입니다.”
“제수씨?”
그 말을 들은 노형진은 뭔지 모를 공포감이 등골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제발…… 제발…… 제발 아니기를…….’
하지만 성관중이 노형진에게 제수씨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여보세요?”
다급하게 스피커폰으로 돌리는 성관중 변호사.
노형진은 그걸 보고 그 제수씨가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이 맞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스피커폰으로 돌릴 이유가 없으니까.
“관중 씨! 큰일 났어요! 애 아빠가…… 애 아빠가……!”
“제수씨, 진정하세요. 태호가 왜요? 무슨 일이라도 저질렀습니까?”
“잔뜩 취해 가지고 두 사람을 죽이겠다면서 칼을 들고 뛰쳐나갔어요!”
“네? 언제요!”
“지금 막요!”
그 말에 성관중은 노형진을 바라보았고 노형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 갑시다!”
노형진 역시 상황이 다급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젠장, 조금만 참으시지.’
분명 경고했다, 하지 말라고. 심지어 다급해질까 봐 자주 연락해서 진행 상황을 이야기해 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도리어 그게 실수였던 모양이다.
‘망할.’
아예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모를까, 계속 듣고 있었으니 점점 마음은 다급해져, 결국 술을 마시고는 자신도 모르게 달려간 모양이었다.
“어서 갑시다. 말려야 해요!”
“네.”
어쩌면 이미 사고가 났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직접 그를 신고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막 노형진이 튀어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디리링.
노형진의 핸드폰에서 들리는 소리.
노형진은 뛰면서 그 전화를 받았다.
“뭡니까!”
다른 경우라면 안 받았겠지만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받지 않을 수가 없는 번호였기 때문이다.
“노 변호사님.”
“지금 급하니까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뭔가 이상한 게 있습니다.”
“뭐가요?”
“최원익이 흥분한 거 같습니다.”
“흥분하다니요?”
설마 사고를 쳤단 말인가? 하지만 그 다음 말은 그럴 가능성을 무시하게 만들었다.
“지금 어디입니까!”
“지금 학교입니다.”
“학교요?”
“네.”
지금 그를 감시하는 직원의 말에 따르면 뭔가 기대하는 듯 계속 시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모르지만 수년간 이런 감시 업무를 해 온 사람이니만큼 그런 그의 행동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한 것이다.
“뭐요? 무슨 행동을 했습니까?”
“아니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
그런데 왜 그런 식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할까?
‘누군가를 고용했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 기본적으로 사이코패스는 남을 믿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사이코패스들이 킬러로서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소시오패스를 말하는 거지, 사이코패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이코패스는 남과의 교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킬러로서의 주요 덕목인 믿음이 성립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계속 감시하세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에는 노형진은 마음이 급했다.
그러는 사이 성관중이 차를 가지고 오자 노형진은 그 차에 올라타고는 다급하게 외쳤다.
“빨리 갑시다!”
“태호 씨!”
노형진은 다급하게 주변에서 홍태호를 찾기 시작했다. 최강수의 집 근처에서 그를 찾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기는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태호 씨!”
“홍태호 씨! 나오세요.”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노형진.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노형진이 최강수의 집에서 좀 떨어진 위치에 다다랐을 때였다.
‘응?’
전신주 뒤쪽 어둠 속. 그곳에 쭈그려 앉아 있는 사람.
노형진은 그걸 보고 심장이 철렁했다.
“차, 저쪽으로 돌려요.”
“네?”
“차, 저쪽으로 돌리라고요.”
“아, 네.”
노형진이 뭔가를 발견한 듯하자 성관중은 그쪽으로 차를 돌리자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태호야!”
성관중은 다급하게 뛰어나갔고 구석에 술에 취해 울고 있던 홍태호는 그런 성관중을 바라보면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야! 너 괜찮아?”
“안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흑흑.”
그는 성관중을 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죽일 수가 없었다……. 자식 놈도 다 잃어버린 놈이 뭐 그리 미련이 남았다고……. 눈앞에서 자식 놈의 원수가 지나가는데……. 그런데…… 죽일 수가 없었어……. 크흐흐흐……. 이 못난 놈이…… 이 못난 아비가 아들놈의 복수도 못 해 주고 이렇게 산다. 흑흑……. 광중아…… 난 못난 놈이야……. 진짜 나 어떻게 사냐……. 차라리 죽고 싶다.”
“진정해, 태호야……. 진정해……. 진정해…….”
성관중은 그런 태호를 진정시켰다.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최강수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죽이겠다고 달려든 모양이다. 하지만 최강수는 사과하거나 살려 달라고 하는 대신에 그런 홍태호를 비웃으면서 죽일 수 있으면 죽여 보라고 도발했다는 것이다.
‘그렇겠지.’
최강수쯤 되면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으니까 진짜 죽이려고 하는 것과 죽이려고 하는 척하면서 사과를 받아 내려고 하는 것쯤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노형진이 봐도 홍태호는 후자였지, 전자는 아니었다.
“크흑…… 그 녀석이…… 그 녀석이…… 뭐라고 하는지 아냐……? 나보고…… 병신이란다…… 크흑……. 나보고 병신 새끼래……. 자기 자식 팔아먹고 그 돈도 못 달라고 하는 병신 새끼래……. 크흑…….”
“진정해, 태호야. 진정해.”
부들부들 떠는 태호와 진정시키는 성관중.
노형진은 그 모습을 보다가 아까 하던 통화가 생각나 다시 전화를 들었다.
“저, 노형진입니다.”
“네, 노 변호사님.”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직원의 목소리.
“뭔가 바뀐 게 있습니까?”
“없습니다. 솔직히 도리어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요?”
“네?”
“기분 좋아 보입니다. 아까처럼 뭔가를 초초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 거 같은데요?”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기분이 좋다? 그건 뭔가 성공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하루 종일 학교에 있었잖아?’
기분이 좋아질 리가 없다.
“혹시 아는 거 있습니까?”
“아니요. 전혀요. 그냥 하루 종일 학교에 있었습니다.”
“학교라…….”
“누군가 접촉한 게 있습니까?”
“아니요.”
접촉한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수로 범죄를 짠단 말인가?
‘포기한 걸까?’
노형진은 잠깐 그렇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사이코패스에게 가장 힘든 것이 바로 포기다. 그들은 단순히 싸운 것에 대한 보복을 하기 위해 20년을 기다려서 상대방을 죽이는 녀석들이다.
“산 거라고 해 봐야…… 어항용품밖에.”
“네? 어항용품요?”
“네, 얼마 전에 가서 활성탄을 사더군요.”
활성탄이라는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걸로는 뭘 한다고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만 사던가요?”
“네, 제법 많이 샀습니다.”
하긴 활성탄 자체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걸 감시하던 사람들이 알 정도면 제법 많은 양을 사서 담아 왔다는 뜻이다.
‘활성탄이라……. 활성탄…… 활성탄…….’
꺼림칙한 기분을 느끼던 노형진은 뭔가 퍼뜩 생각났다.
“성 변호사님, 우리가 최강수의 집에 갔을 때 말입니다. 혹시 어항 보셨습니까?”
“어항요?”
“네, 어항 말입니다, 물고기를 키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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