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31)
이유? 그런 건 없어 (1)
메이우와 위란이 잡히기가 무섭게 경찰서에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아버님.”
“너 같은 놈에게 아버지라고 불릴 일은 없다.”
“네, 아저씨.”
노형진은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는 법무 법인 태양의 손하균을 보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손하균은 그런 노형진을 때려죽이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래도 꾹 참는 듯했다.
하긴, 그럴 만하기는 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형진이다.
그에게 창피를 주고 결국 이혼까지 시킨 사람.
딸을 빼앗고 회사까지 망가트린 사람.
물론 회사가 망가졌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과거처럼 최고의 자리에 있지는 못했다. 노형진에게 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래하던 회사를 태양에서 새론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보다는 정권이 바뀌면서 전 정권과 친했던 태양과 거리를 두려는 마음이 더 강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손하균에게는 누군가 탓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게 바로 노형진이었다.
“그나저나 아저씨가 여기까지 어쩐 일인가요?”
“변호사가 경찰서에 오는 게 이상한 일인가?”
“이상한 일이죠. 마지막으로 경찰서에 오신 게 몇 년 전이에요? 10년? 20년?”
일반 변호사라면 이해라도 한다. 새론처럼 순번을 돌아가면서 경찰서에서 사건을 수임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손하균이 직접 온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손하균쯤 되면 일반 검사도 급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안 만나 주는 사람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판검사도 최소 부장급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손하균이 경찰서에 직접 찾아온다?
“누구 담당이에요? 아니다. 메이우랑 위란이겠네요.”
“할 말 없다.”
“네, 들어가세요.”
손하균은 바보가 아니었다. 말을 할수록 노형진에게 말려든다는 걸 아는 그는 입을 꾸욱 다물고 안으로 들어갔다.
노형진도 그런 손하균을 잡지 않았다.
“이거 곤란해지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는 손하균을 보며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그런 노형진에게 오광훈이 다가왔다.
“뭐가 곤란해?”
“손하균이 왔잖아. 어떻게 해서든 메이우하고 위란을 풀어 주겠다는 거지.”
“아니, 그게 가능해?”
“가능하지. 다른 사람도 아닌 손하균이잖아. 그가 가진 정치적인 힘이 얼마나 되겠어?”
노형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물며 그런 사람이 직접 경찰서까지 왔어. 이게 무슨 소리겠어?”
손하균쯤 되면 사건 수임을 잘 하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한다고 해도 직접 재판에 참석하기보다는 그냥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
농담 같지만 한국 법의 현실이 그렇다.
강간 살인 사건에서도 그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에게 그가 3년이라고 오더를 내리면 담당 판사는 그에 따라 3년 형을 내리는 게 한국 법의 현실이다.
그래야 그 판사가 추후 대형 법인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가 불편하다고 헛기침이라도 하면 판사에서 자르고 변호사 업계에서 말려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경찰서는커녕 재판정에도 나가지 않는 사람이 경찰서까지 왔어. 그것도 이 시간에 말이야.”
힐끔 시계를 확인하는 노형진.
아침 7시 20분. 출근 시간은커녕 이제야 일어났을 시간이다.
하지만 그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나타났다.
“그 말은, 사건을 의뢰한 사람이 그도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이라는 거지.”
“쯧쯧.”
노형진의 판단에 오광훈은 혀를 끌끌 찼다.
“왜 그래?”
“아니, 저 인간도 참 고생이다 싶네. 너랑 엮이지 않으려고 말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존재만으로 다 걸려드니.”
오광훈의 말에 노형진은 피식하고 웃었다.
확실히 그렇다. 때때로는 존재 자체가 증거가 되기도 한다, 바로 지금처럼.
“한 가지 더 알려 줄까?”
“뭔데?”
“메이우하고 위란, 살인범 맞아.”
“응? 뜬금없이 뭔 소리야?”
노형진의 말에 오광훈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갑자기 살인범이 맞다니?
“애초에 이 사건이 왜 시작되었는지 알지?”
“알지.”
아동 연쇄살인을 조사하다가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메이우와 위란의 혐의는 뭐야?”
“뭐긴 뭐야? 아, 그러네. 살인이 아니라 재물 손괴구나.”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광훈이 방금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의 죄는 재물 손괴다. 애석하게도 살인은 의심만 할 뿐이지 증거도, 증인도 없다.
“그런데 고작 재물 손괴로 과연 태양과 손하균이 움직일까?”
“아!”
당연히 그 정도는 아니다.
물론 재물 손괴야 법적인 처벌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사건인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메이우와 위란은 부자야. 그들이 부수고 나간 우리 차? 솔직히 말해서 그 애들이 버리고 가려고 했던 차량의 범퍼보다도 쌀걸.”
막아선 차를 밀어 버리느라고 범퍼와 보닛이 박살 난 차량은 슈퍼 카고, 가로막았던 차량은 폐차 직전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그걸 팔아도 슈퍼 카의 범퍼도 못 산다.
“당연히 돈으로 충분히 틀어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거지.”
주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메이우와 위란의 재력이라면 차량 수리비가 아니라 수억짜리 수입 차 하나 사 주고 합의해도 될 정도다.
“그런데 우리 차량의 주인에 대해 누구도 조사했다거나 연락이 왔다는 소리가 없었거든.”
누군가 조사를 통해 합의하기 위해 연락했다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그런 징후도 없었다. 애초에 명목상의 차량 주인도 부자는 아니다.
“차량도 거의 가치가 없고 충분히 합의로 끝낼 수 있는 상황이야. 그런데 태양? 그것도 손하균?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정도가 아니라 손하균 정도면 드래곤 슬레이어쯤 될걸.”
그런데 그런 사람을 고작 고물 차량의 재물 손괴로 고용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그 말은……?”
“그들이 감추고 싶은 뭔가가 있다는 말이지.”
노형진의 말에 오광훈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이 순간 그럴 만한 건 하나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그게…… 살인이라는 거네?”
“맞아. 그리고 그걸로 한 가지 가설이 성립되지.”
“어떤 가설?”
“주변에서는 살인에 대해 알고 있었다.”
“…….”
틀린 말이 아니다. 그걸 몰랐다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씨발…….”
“아마 태양과 손하균은 이번 사건의 불똥이 다른 사건으로 튀는 걸 막으려는 걸 거야.”
그리고 그 방법은 뻔했다.
“아마 철저하게 사건의 포인트를 재물 손괴에 맞춰서 조사시키겠지.”
물론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다.
여기가 일본도 아니고, 일단 잡아 와서 다른 죄를 추궁하는 것은 불법이니까.
“뭐야? 그러면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야?”
“아마도.”
분명 긴급체포 시간이 지나면 풀려날 테고, 구속 영장은 절대 나오지 않을 거다.
“그러면 어쩌려고? 아니, 살인마 새끼를 그냥 풀어 줘?”
“그럴 생각은 없고.”
노형진은 경찰서 내부로 우르르 들어가는 변호사 군단을 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당연히 잡아야지.”
그리고 이미 그 방법은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
* * *
김정기는 미칠 것 같았다. 눈앞에 살인마로 의심되는 놈이 있는데 이건 공격은커녕 질문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
“직업.”
“잠시만요.”
직업. 메이우는 매일같이 놀고먹었다. 그래서 당연히 무직이다.
그런데 그 질문에 손하균이 태클을 걸었다.
“뭡니까?”
“의뢰인과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메이우를 데리고 한참을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이야기하더니 황당한 말을 했다.
“항진 인더스트리 부사장입니다.”
“항진? 그게 어디야?”
“백수 아녔어?”
“지금 그 말은, 우리 의뢰인에 대해 사전 조사를 했다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요…….”
‘돌겠네.’
질문 하나하나 태클을 걸면서 터무니없는 꼬투리를 잡는 태양의 변호사들.
질문 하나를 하면 그에 대한 대답이 나오는 데 못해도 30분씩은 걸린다. 변호사들끼리 협의해서 최대한 유리한 답변을 하기 위해 그러는 거다.
그렇다고 제대로 대답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름만 빼고 제대로 대답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왜 아침에 차량을 고의적으로 파손한 겁니까?”
“아침 출근을 위해 나가야 하는데 막고 있어서 욱한 것뿐입니다.”
“아니, 그렇다고 차를 부숴요? 무슨 출근을 하는데 새벽부터 중국으로 갑니까?”
“중국 출장입니다. 항진 인더스트리는 본사가 중국에 있는 중국계 기업입니다.”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태양의 변호사의 말에 김정기는 속이 바짝바짝 탔다.
간단한 진술서 하나에 무려 세 시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일단은 긴급 구속 상태니까, 유치장으로 들어가세요.”
“구속적부심은 바로 끝날 겁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메이우와 위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경찰을 노려보면서 비웃음을 날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 씨발. 돌겠네.”
직감적으로 범인인 건 알겠는데 도무지 잡을 방법이 없자 김정기는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 * *
“더 이상 할 말 있습니까?”
“아니요.”
“가시죠.”
마치 변호사들에게 경호라도 받는 것처럼 나가는 메이우와 위란.
그리고 그들이 나간 자리에, 느긋하게 들어온 노형진이 털썩 앉았다.
“표정으로도 사람 하나 죽이겠는데요?”
“죽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심은 가는데…… 방법이 없네요.”
‘의심이 아니라 확신을 가져도 될 텐데.’
노형진이 그저 심심해서 수다를 떨기 위해 메이우와 위란이 앉았던 의자에 앉은 게 아니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읽어 내기 위해서였는데, 그 안에는 비웃음과 더불어서 살인에 대한 기억도 있었다.
‘쾌락형 살인마라……. 이건 진짜 흔하지 않은데.’
쾌락형 살인마들은 진짜 흔하지 않다. 살인은 극도로 터부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본다면 그들 중에도 쾌락형 살인마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소시오패스는 자기 이득이 없다면 굳이 살인하는 놈들이 아니다. 그들은 양심이 없는 거지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사이코패스의 경우는, 공감 능력 결여가 핵심이다.
그런데 그러한 공감 능력 결여와 즐거움은 전혀 다른 거다.
쉽게 말해서 사이코패스에게 인간을 죽인다는 행위는 자신을 귀찮게 하는 모기를 잡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애초에 사이코패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감정에는 즐거움도 포함된다.
당연히 그들의 살인에는 즐거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크다.
그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사이코패스가 쾌락 살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에 반해 쾌락 살인마는 말 그대로 즐거움이 목적이다.
그런 쾌락 살인마들은 극단적 가학성애자나 지배자 타입이 많다.
상대의 목숨마저도 자신이 관리하면서 상대방을 지배하에 둔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거다.
“노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놈들 잡을 수 있을까요? 이거 도무지 답이 안 보이는데.”
“글쎄요, 일단 현 상황으로는…….”
막 말을 하려고 하는 찰나 다급하게 누군가 뛰어 내려왔다. 그리고 노형진을 무시하고는 김정기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이 새끼야! 너 도대체 누구를 건드리는 거야?”
“네?”
“누구를 건드렸기에 내 전화기에서 새벽부터 불이 나느냐고!”
헐레벌떡 내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서장이었다.
“아니, 중국인 재물 손괴 혐의자를 체포한 것뿐입니다.”
“고작 그걸로 내 전화가 불이 나는 게 말이나 돼?”
“저기, 서장님.”
“뭐, 인마!”
“이거 놓으시고……. 저기 눈앞에…….”
“이 새끼가 뭐? 범죄자 새끼 눈치를 볼 상황이야, 지금?”
아마도 노형진이 김정기의 눈앞에 앉아 있자 취조 중인 범죄자로 안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