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35)
국제적인 살인마 (2)
“알아. 알지. 내가 그러라고 시킨 거잖아.”
하지만 중국은 중국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한다는 사실만으로 한국인으로 특정하고 미친 듯이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와, 그래도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그러니까 널 보낸 거야.”
“응? 뭔 소리야? 네가 저렇게 하도록 했다는 거야?”
“사실 이런 건 말이야, 엄밀하게 말하면 네가 아니라 더 높은 사람, 특히 외교부 쪽 사람들과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노형진은 오광훈에게 말해서, 오광훈이 외교부에 직접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 줬다.
물론 검찰이 그 상황을 불편해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형진의 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노형진의 말에 틀린 건 없었으니까.
“어째서?”
“이걸 외교관이 이야기하면 국가 간의 약속이 되거든.”
외교관 자체가 결국 국가에서 신분을 보장하는,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외교관과 나눈 후였다면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저지르는 게 된다.
“하지만 넌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지.”
즉, 오광훈의 말을 무시한다고 해서 국가적 결례라고 볼 수는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저쪽은 신나게 까는 거지.”
“거참.”
노형진의 말에 오광훈은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러면 이제 뭘 어쩌면 되는 거야?”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해졌어. 메이우와 위란은 당분간은 살인을 못 해.”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한국 경찰에게 의심받는 상황에서 중국에서도 자신들이 죽인 아이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아무리 살인에 환장한 놈이 해도 자신의 인생을 걸면서까지 살인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거지.”
추가적인 살인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을 번 셈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잖아. 메이우와 위란의 살인을 증명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가 욕만 먹고 끝나니까.”
“물론 그렇지. 뭐, 시간을 벌어 주는 사이에 과학수사 자료가 나오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 것 같고.”
수십 번의 살인으로 훈련된 놈들이다. 당연히 어떤 식으로 과학수사를 피해야 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 거다.
“아마 위란의 그런 자기방어적 행동을 방치한 것에도 어느 정도는 그런 부분이 있을 테고.”
“무슨 소리야?”
“위란은 죽은 아이를 완벽하게 씻겨서 가져다 버리지. 심지어 옷까지 깔끔하게 입혀서. 그게 무슨 소리겠어?”
“아, 그렇구나. 모든 증거가 사라졌겠네.”
“맞아.”
혹시 모르는 피나 지문도 싹 지워졌을 것이다.
“그러면 과학수사고 뭐고 다 의미 없는 거잖아?”
“그건 아니지.”
노형진은 화면에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과학수사는 시신을 상대로만 하는 게 아니야.”
“뭔 소리야?”
“메이우와 위란은 범인으로 특정되었어. 그리고 그들은 시신을 깔끔하게 씻어서 정리했지.”
“그렇지. 그래서 증거가 없지.”
“그러면, 시신을 어디서 정리했을까?”
그 말에 오광훈은 멍하니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시신의 처리는 어디서 했을까?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헐, 그러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특정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으니까.”
노형진이야 의자에 남은 기억을 읽어서 범인을 확실히 특정할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직은 의심만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디서 죽였는지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특정되었으니 추적이 가능하지.”
“음, 그렇기는 한데……. 어딜까? 사람을 붙여야 하나?”
“아까 말했잖아, 당분간은 절대로 살인하지 않을 거라고.”
결국 다른 방법으로 추적해야 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자기가 살던 아파트에서 살인하지는 않았을 테고.”
고가의 아파트다. 그곳에서 커다란 캐리어 같은 걸 끌고 다닌 흔적이 있다면 영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100%다.
그런 곳은 보안을 위해 여러 곳에 CCTV를 설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뻔하게 창고 같은 곳을 쓸까?”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항진 인더스트리 재산 내역을 확인해 봤거든.”
하지만 항진 인더스트리가 가진 재산이 한국에는 없었다.
애초에 항진 인더스트리 한국 지점은 굳이 있을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한국에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다 보니 영업할 이유도 없고, 애초에 거래량이 어마어마해서 굳이 지점에서 조금씩 팔아먹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버려진 건물을 이용한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아? 어째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한국인이라면 전국을 돌아다니거나 고향 같은 곳의 버려진 빈집 같은 걸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들은 중국인이다.
“난 다르게 생각하는데.”
“응? 어째서?”
“조건 때문이지. 그들의 과정을 살펴야지.”
메이우와 위란은 희생된 아이들을 깨끗하게 씻기고 새로 옷을 사서 입혔다.
“일단 옷은 헌 옷이잖아.”
“그래. 그래서 경찰도 추적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오광훈의 말에 노형진은 한심하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추적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생각도 안 하는 거겠지.”
“설마?”
“아이들의 옷을 중고로 파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고.”
사람들은 아이들의 옷을 중고로 파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의 옷은 좀 더 어린 아이들이 있는 다른 집에 주거나 기부를 한다.
왜냐하면 애들은 엄청나게 빠르게 크기 때문이다.
지금 예쁜 옷을 산다고 해도 1년만 지나면 사이즈가 안 맞는다.
그 때문에 그런 옷들을 주변에 나이가 맞는 자녀를 가진 사람들끼리 나눠 입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중고로 파는 곳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잖아?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다고.”
핸드폰으로 중고 아동복 구입이라고 검색해서 보여 주는 오광훈.
그걸 본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확실히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지. 하지만 말이야, 너도 이번 사건을 봐서 알겠지만 메이우와 위란은 철저하게 본인들을 숨겼다고.”
“그거야 그런데…….”
“그런데 이런 중고 매장에서는 말이야, 기본적으로 모든 옷을 사진을 찍고 대금을 카드 또는 계좌 이체로 받아. 온라인 매장이니까.”
“아!”
확실히 그렇다.
물론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온라인 거래가 기본이다.
당연한 게, 오프라인으로 가게를 얻어서 팔려면 중고 옷으로는 수익에 한계가 명확해서 월세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월세가 나가지 않는 곳에서 온라인 판매하는 것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게 몸 사리는 놈들이 카드 내역이나 계좌 이체 내역을 남겨 두겠어?”
“어…… 그러네.”
“그리고 말했잖아. 이런 온라인 판매는 기본적으로 옷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어.”
당연히 수사할 때 해당 옷이 어디서 구입되었는지 추적한다.
혹시라도 그 사진을 본 누군가가 ‘어, 이거 어디 온라인 매장에서 팔았는데.’라고 해 버리면 범인이 특정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딱히 사진을 찍어 두지는 않아. 그리고 현금으로 결제도 가능하고. 뭐, 얼굴이야 모자나 마스크로 가리는 게 어렵지 않으니까.”
요즘 같은 시기에는 마스크를 안 쓰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거기다 선글라스까지 쓰면, 어찌어찌 가게를 찾아도 내부 CCTV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마 두 사람은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다녔을 거야. 그런데 너, 중고 아동복 오프라인 매장을 주변에서 본 적 있냐?”
“어…… 아니. 돌아다니다 보면 구제 옷 가게는 많아도 아이들 옷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자라서 더 이상 못 입게 된 옷은 팔기보다는 기증하려 하지.”
굳이 그걸로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
“음, 그렇군……. 없어. 아니, 한 곳 있구나.”
“이제야 알겠어?”
그런 옷을 기증받아서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 그곳이 바로 사랑의 가게라는 자선단체였다.
사랑의 가게에서는 기증품들을 판매해서 낸 수익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
“그리고 사랑의 가게가 제일 유명하기에 많은 유아용품들이 거기로 흘러들어 가지.”
주변에 딱히 줄 사람들이 없다면 부모님들은 버리는 대신에 거기에 기증하는 것을 생각한다.
“물론 다른 곳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 하지만 지명도를 생각해 봐.”
당장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르는 오광훈조차도 그런 아이들의 옷을 사랑의 가게에서 기증받는다는 걸 알 정도로, 자선단체로서의 사랑의 가게의 지명도는 상당하다.
애초에 그렇게 기증받은 물품을 팔아서 남을 돕는 자선단체가 많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경찰이야 당연히 새 옷 위주로 생각하겠지. 하지만 사용감이 있는 중고라며?”
그래서 추적을 포기했는데, 생각해 보니 어떤 면에서는 새 옷보다 추적이 쉽다.
새 옷을 판매하는 매장은 전국에 백 단위가 넘고 유통하는 브랜드가 한두 개가 아닌 반면, 사랑의 가게의 매장은 전국적으로 수가 적으니까.
“그리고 사랑의 가게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안 해.”
공식적으로 사랑의 가게는 자선단체이지 판매 수익을 올리는 곳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판매 허가를 받는 게 곤란하다.
더군다나 기증받은 물품을 싸게 팔아서 낸 수익으로 기부하는 게 그들의 목적인데, 온라인 판매를 한다면 택배비를 무시할 수가 없다.
물건이 4천 원인데 택배비를 3천 원으로 책정해 버리면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니까.
“그러면 추적이 불가능하잖아. 기증품이 한두 개도 아닐 테고.”
오광훈은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실제로 기증품이 적지는 않을 테니까.
더군다나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그런 옷이 있었다는 걸 기억이나 할까? 시즌별로 옷이 나오는 회사도 아닌데.
“그 부분이 함정이지. 사진은 있어.”
“응? 그게 뭔 소리야? 오프라인 판매가 기본이라며?”
“그래. 하지만 그 때문에 사진이 있어. 기증품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하거든. 외부에 공개되는 게 아니라 내부 규정이라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지.”
사랑의 가게는 자원봉사 단체이지 중고 물품 거래 업체가 아니다. 당연히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직원이 아니라 봉사자들.
대부분은 착하지만, 이상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쓸 만한 물건을 슬쩍하거나, 판매 대금을 슬쩍할 가능성이 완전히 없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모든 기증품은 일단 들어오면 사진을 찍고 정비하고, 그중에서도 의류의 경우는 세탁을 하고 매장으로 들어가.”
“그 말은?”
“사진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소리지.”
그 말에 오광훈의 얼굴이 밝아졌다. 드디어 꼬투리가 잡힌 것이다.
* * *
“물량이 많아서 고생을 했습니다만…….”
피곤한 얼굴로 말하며, 사랑의 가게의 간사는 미리 출력한 사진을 노형진과 오광훈에게 건넸다.
“아동 살인 사건이라고 해서 직원들이 밤새도록 판매 기록을 조사했습니다. 애초에 저희 쪽은 아동을 돕는 게 주요 목적이라서요.”
그러다 보니 아동 살인 사건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 그러면 이 사진은?”
“일단 저희 쪽에 올라와 있던 해당 상품의 사진입니다. 뭐가 필요하실지 몰라서 출력해 놨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 결제 관련 서류고요.”
맨 뒤에 있는 종이를 꺼내서 내미는 직원.
오광훈은 재빨리 그걸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잡았다, 이 개 같은 새끼들!”
거기에는 구입한 사람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설마 중고를 판매하는 사랑의 가게까지 뒤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한 건지, 위란이 실명으로 물건을 구입한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실수를 하다니.”
“의외로 흔하지. 사람들은 이런 범죄자들이 똑똑한 줄 알지만, 그건 반만 맞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