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43)
거짓말이 커지는 법 (2)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추방을 막는다면 자신들이 할 일은 다 한 거다.
“하지만 살인은…….”
“살인? 무슨 살인? 살인 사건이 있었어? 아니, 살인했다는 증거는 있어?”
손하균은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노형진, 나름 머리를 쓴 모양인데 방향을 잘못 잡았어, 후후후.’
* * *
“뭐요? 갑자기 저보고 빠지라니요?”
“애초에 네 사건이 아니잖아. 협조 차원에서 하는 거였지, 엄밀하게 말하면 너한테 배당된 사건도 아니잖아.”
“아니, 그 새끼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 제가 한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해서 사건을 네가 빼앗을 거야? 야, 그거 월권인 거 알아?”
부부장검사급인 오광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부장검사에게는 밀릴 수밖에 없다.
“얀마, 애초에 네 사건도 아닌데 그렇게 뛰어 봤자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거 아냐?”
“아니! 남 좋은 일이 아니라, 애초에 반정상 검사가 이 사건을 제대로 안 한 거 아닙니까!”
“그래, 그래서 어쩔 거야? 지금 월권이라고 항의가 들어왔어!”
“이런 개새…….”
원래 이 사건은 반정상이라는 후임 검사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반정상이 맡지 않으려고 해서 오광훈이 나선 상황이었다.
당연히 정식으로 배당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의 담당 검사는 오광훈이 아니라 여전히 반정상이었다.
그리고 반정상 검사가 상부에 거칠게 항의했다는 것이다.
“너 그러다가 훅 간다.”
물론 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선배 검사, 그것도 부부장검사가 사건을 도와주겠다는데 그걸 항의하면서 월권이라고 주장한다? 검사 인생 끝내고 싶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검사 내부가 조금이나마 깨끗해지면서 이런 월권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해진 게 사실이다.
물론 반정상이 그렇게 항의했다면 선배 검사들이 안 좋게 볼 게 뻔하다. 하지만.
“뒤에서 누가 봐주는 거, 맞지요?”
“아는 새끼가 왜 그래?”
“…….”
“일단 이의신청이 들어왔으니까 넌 손 떼. 더 이상 파고들면 좋은 말로라도 도와줬다는 소리 못 들어.”
“하지만 그 새끼는 살인마입니다!”
“증거 있어?”
“증거가 더 필요합니까? 현장에 유전자에 살인 흉기까지, 다 찾았잖아요!”
“그런데 다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잖아.”
타당한 이유.
그 타당한 이유라는 건 빤히 보이는 변명일 뿐이지만, 지금 이들은 그걸 그대로 믿어 주고 있었다.
“미안한데 손 털어라. 안 그러면 징계위 열릴 거야.”
“씨팔.”
이를 뿌드득 가는 것 말고는 오광훈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 * *
“야…… 이건 진짜 예상하지 못했는데 한 방 먹었어. 제법 아프네.”
노형진은 마치 자신이 한 방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오른쪽 뺨을 어루만졌다.
“씨팔, 이게 가능해? 가능하냐고!”
“가능하지. 한국은 검사가 기소 독점권을 쥐고 있으니까.”
이게 무슨 소리냐면, 기소를 하지 않으면 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사건 담당인 반정상은 잽싸게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올렸고, 메이우와 위란은 웃으면서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다.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동의해 줘야 하는 게 한국 법의 한계야. 그러다 보니 이런 경우가 종종 있지.”
아예 기소 단계에서 막아 버리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니, 뭔가 방법 없어? 재…… 재…….”
“재정신청? 물론 가능하기야 하겠지. 하지만 신청이 가능한 것과 재판을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거든.”
검사가 기소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에 대해 대항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재정신청이라고 해서,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그 불기소의 부당함을 가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야, 그런 경우에 사건의 입증책임을 누가 지겠냐? 애초에 재정신청 해도 그걸 이용해서 재판으로 넘어가는 확률은 더럽게 낮아. 누차 말하지만 검사나 판사나 결국 끼리끼리 뭉치는 미래의 변호사들이니까. 그런 놈들 입장에서는 연쇄살인마 하나 풀어 줘서 자기 인생 필 수 있다면 나름 좋은 선택인 거지. 자기가 죽는 건 아니잖아?”
“이런 씨팔.”
입증책임은 당연히 피해자가 지게 된다.
문제는, 피해자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거다.
즉, 경찰이나 검찰이 판단에 쓴 자료 외에 다른 걸 손에 넣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그 결과 대부분의 재정신청은 기각되는 게 현실이다.
“바뀐다면…… 뭐…… 뇌물 받아 처먹는 새끼가 한 명 정도 더 늘어난다 정도일걸. 와, 이건 진짜 생각도 못 했다.”
노형진은 솔직히 말했다.
애초에 오광훈이 담당 검사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래 검사를 통해 들고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긴, 생각했어야 했는데 나도 많이 물러졌구만.”
생각해 보면 오광훈이 반정상에 대해 말하길 정치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고 욕심이 많은 타입이라고 했다.
그런 놈이 사건을 무마하고 어마어마한 백을 얻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을 리가 없다.
물론 대기업들에 손 떼라고 했고 실제로 떼기는 했지만, 손하균이 그 사실을 말해 줬을까?
설사 말해 줬다고 해도, 손하균은 법률계에서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다.
손하균의 힘이면, 시간만 충분하다면 반정상을 지방검찰청장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러면 어쩔 거야? 이제 나 사건에 개입 못 해. 그리고…….”
“알아. 나도 이번 사건의 자문 권한을 박탈한다는 공문 왔어.”
이제 노형진도 공식적으로는 사건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거다.
“하~ 씨팔. 돌겠네.”
오광훈은 분노로 머리를 북북 긁었다.
“뭐, 돌 것까지야.”
“안 돌게 생겼냐?”
차라리 사건을 빼앗긴 거였다면 노형진이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도리어 자신이 사건을 빼앗는 꼴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원래는 이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원래 계획은 그들을 추방하는 거였다.
정확하게는, 추방하거나 한국에서 살인으로 처벌받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양쪽 다 실패했다.
“역시 손하균이다 이건가?”
옛날의 기억을 더듬어도 손하균은 확실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 능력을 극단적으로 자신만을 위해 쓴다는 게 문제였지만.
현실적으로 손하균이 정치질만 잘하는 사람이었다면 변호사로서 그 자리에 올라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해서 노형진이 쉽게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생각을 바꿔야겠지.”
“생각? 무슨 생각?”
“일본에 가 봐야 하지 않겠어?”
“……?”
뜬금없는 일본이라는 말에 오광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 * *
오노 다츠키. 살인이 이루어진 땅의 주인이다.
하지만 경찰은 소환조차 못 했다. 일본에 있으니까.
그리고 외국인을 조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국제적 분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받는다거나 소환 조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거기다 범죄의 혐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 사전 청취라면 당연히 조사는 더더욱 힘들다.
그렇다면 방법은 뭘까?
“전화를 바꿔치기했다고요?”
“아마도요.”
노형진은 밖에 흐르는 일본의 풍경을 보면서 말했다.
‘아이러니하네.’
분명 일본은 몰락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일왕의 치세가 좀 더 강해지면서 도리어 한쪽으로는 부활하고 있다.
물론 극우 세력은 어떻게 해서든 부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일왕은 종교적 지도자라는 부분을 적절히 이용해서 헛소리하는 정치인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다만 압박에 한계가 있어서 그렇지.’
그래서 그런지 극우 세력의 시위는 더더욱 강해졌고, 곳곳에서 일왕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더더욱 많아졌다.
물론 그들은 극우 세력이다.
‘하여간 머리는 잘 써요.’
현 일왕은 민주주의의 신봉자이고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에 일왕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시위할 수가 있었다.
과거에 저런 시위나 반극우 시위를 했다? 그러면 소리 소문 없이 끌려가곤 했다.
‘뭐, 내 알 바 아니지만.’
일왕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노형진의 소관이 아니었다.
“그러면 작정한 거네요?”
“아, 뭐라고 하셨지요?”
“애초에 전화번호를 준 것 자체가 작정하고 속인 거라고요.”
“아마 그럴 겁니다.”
결국 한국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사는 전화를 걸어서 사전 청취를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전화번호는 법무 법인 태양, 정확하게는 메이우와 위란이 준 거다. 친구 전화번호니까.
당연히 경찰에서는 전화를 걸어서 사실을 확인했고, 자신이 그곳의 주인이며 두 사람을 초대했다는 인정을 받아 냈을 것이다.
거기까지는 일반적인 법률적 과정인데…….
“정작 그게 오노 다츠키인지 다꽝 오이무침인지 알 게 뭡니까?”
전화번호를 받아서 걸었고, 상대방이 오노 다츠키라는 증거는 자신이 그렇게 밝혔다는 것뿐이다.
“하…… 그러니까…… 일본에 가는 거긴 한데요.”
“그나저나 김정기 형사님도 수사에서 빼 버리는 걸 보니 사건을 덮으려고 작정한 것 같은데요.”
적극적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오광훈에게 도움을 요청한 게 바로 김정기다.
그런데 오광훈이 수사에서 밀려나면서 김정기도 뜬금없이 보직이 강력반에서 여성청소년 쪽으로 이동되었다.
대놓고 수사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러니까요. 씨팔, 내가 경찰에서 뭘 한 건지.”
“어찌 되었건 같이 일하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저희는 수사관님처럼 정의로운 분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충격을 받은 김정기는 사표를 쓰고 새론으로 이직하기로 했다. 그쪽도 늘 수사 인원이 부족하니까.
그 대신에 밀린 휴가를 쓰겠다면서 휴가를 신청했고, 지금은 공식적으로는 휴가 중이다.
“그나저나 일본에서 진짜로 오노 다츠키를 찾으신 겁니까?”
“어렵지 않더군요.”
애초에 일본인이 한국 땅을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신분이 확실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땅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
당연하게도 오노 다츠키는 실존 인물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거주지도 아주 확실한.
한국 경찰이야 예산이 어쩌고 국제 관계가 어쩌고 하면서 직접 가지는 못하겠지만 노형진도 그럴 이유는 없었다.
“여기입니다.”
노형진과 김정기를 내려 준 택시 기사는 마치 기분 나쁘다는 듯 밖으로 ‘퉤!’ 하고 침을 뱉고는 재빨리 도심에서 벗어났다.
“여전하네.”
그가 저러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는 부라쿠민 거주지니까.
부라쿠민, 즉 일본의 불가촉천민 같은 존재들.
그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온 것 자체가 기분 나쁜 거다.
“그런데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이 사람이 명의를 빌려줬다는 걸 말입니다.”
“아, 그거요? 제가 지난번에 사건 하나를 하면서 부라쿠민 거주지에 대해 알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이곳은 부라쿠민 거주지다.
“부라쿠민들 중에는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사업은커녕 취업도 힘든 사람들이다.
부라쿠민이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대출에서부터 거래까지 모든 것에 불이익을 받는 일본 공인 이지메 대상인 그들인데 한국에 그런 쓸모없는 땅을 살 정도의 돈이 있을 리가 없다.
실제로 두 사람이 도착한 집은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목조건물이었다. 그것도 2층짜리.
“들어가죠.”
노형진이 벨을 누르자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한국에서 온 노형진이라는 변호사입니다. 혹시 오노 다츠키 씨 계십니까?”
-그런 사람 없습니다.
물론 노형진은 그 목소리를 듣고 상황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채권 관련 때문은 아닙니다. 아니, 오노 다츠키 씨가 받을 채권이니까 채권 관련이라고 볼 수는 있군요.”
-받을 채권이라고요? 자…… 잠깐만요.
받을 채권이라는 말에 안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