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47)
범죄의 거래 (1)
-미스터 노,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네? 갑자기요?”
미국 드림 로펌의 대표인 하이드 맥핀에게서 온 전화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드림 로펌은 노형진이 미국에 만든 로펌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다. 같은 변호사이긴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노형진이 미국의 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속은 한국 변호사다.
더군다나 드림 로펌은 업계에서도 소문난, 재능이 넘치는 변호사들로만 구성된 곳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갑자기 도움 요청을 하다니?
“무슨 일 있습니까?”
-음, 솔직히 말하면 없다면 없고 있다면 있는데요.
“무슨 말씀이신지?”
-회사 차원에서 본다면 큰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의뢰인들 차원에서는 큰일입니다. 무시하기가 좀 애매해서요.
하이드 맥핀의 말에 노형진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보통 이런 부탁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무슨 일인데요?”
-공매도 사기입니다.
“공매도 사기요?”
-네.
공매도란 어떤 기업의 가치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거기에 투자하는 걸 의미한다.
가령 해당 주식이 지금 1천 원인데 100원까지 떨어진다고 예상되면 그만큼을 빌려서 주식을 파는 거다.
그리고 그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한 주식을 사들여서 빌린 주식을 갚는다.
즉, 지금 빌린 주식을 1천 원에 팔고 추후 100원에 사서 주식으로 갚는 거다.
다만 그건 위험도가 있는데, 주가가 폭락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이자도 내야 하는 데다가 역으로 주가가 급등해도 그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한다는 거다.
한 주당 1천 원일 때 빌렸는데 한 주당 5천 원이 되면 5천 원에 사서 갚아야 한다는 소리다.
-그 범인, 리처드 홍이 한국인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공매도 사기를 친 것 같습니다. 피해자들이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으니 피해 금액은 더 나올 겁니다. 같은 한국인이라고 한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친해진 다음 공매도가 돈이 된다고 포섭했다고 하더군요.
“공매도라……. 하긴, 애널리스트라고 하니 사람들이 믿었겠네요.”
리처드 홍은 오랜 시간을 자신이 애널리스트라고 알려 왔기에 다들 의심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공매도는 어마어마한 돈이 된다. 노형진도 코델09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미리 공매도를 해 둔 상황이었다.
다만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수익이 나겠지만, 그때는 수십조 단위는 가뿐하게 넘어가는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죠?”
-코델09바이러스 때문에 공매도가 성공해 버렸습니다.
“네?”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애초에 이건 실패해야 하는 공매도였다는 거죠.
사실 공매도가 성공하기는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기업도 갑자기 주가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폭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의 부침이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부침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절하지, 극단적 공매도를 할 정도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 공매도 대상이 된 기업이 어딘지 아십니까?
“어딘데요?”
-셀러웨이여행입니다.
“아…… 셀러웨이여행이면…….”
-난리가 났죠.
셀러웨이여행은 미국 내에서도 어마어마한 규모를 가진 여행 체인이다. 한국으로 치면 우리 투어 정도 되는 포지션이다.
미국의 해외여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셀러웨이여행이다.
“망할 가능성이 없었을 텐데.”
물론 노형진은 셀러웨이여행에 대해 알고 있다. 이미 공매도를 쳤으니까.
사실 셀러웨이여행은 내년쯤에 결국 파산하고 만다. 코델 때문이다.
-그게 문제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셀러웨이여행은 망할 수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코델09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전 세계 여행이 위축되었다.
원래 셀러웨이여행의 주가는 한 주당 39만 원이다. 그런데 현재 한 주당 12만 원까지 떨어졌다.
-거기서 문제가 생긴 거더군요.
“설마, 그러면 그 주식을 안 산 겁니까? 미국의 금융감독이 여간 빡빡하지 않을 텐데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떨어진 대로 주식으로 갚아야 한다. 그건 공매도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걸 중간에 꿀꺽할 경우 한국처럼 어설프게 처벌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공매도를 쳤지요.
“그러면 뭐가 문제입니까?”
문제 될 게 없다.
공매도가 원한을 많이 사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니까.
사실 애널리스트에게 있어서 공매도의 성공은 어마어마한 성공의 타이틀이다.
더군다나 투자금 2천억짜리 공매도라고 하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실적이다.
한 주당 27만 원의 수익을 챙긴 거니까.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실적이다.
“주식을 안 돌려줬나요?”
-아니요. 돌려줬습니다만.
“그러면요? 뭐가 문제인 겁니까?”
-대신에 수익을 안 돌려주고 있습니다.
“네? 수익을요?”
-네. 수익이 어마어마하니까요. 아시겠지만 원래 39만 원짜리 주식입니다.
그때 주식을 샀다면 51만 주나 된다. 그리고 그 주식이 죄다 17만 원으로 떨어졌다.
그 말은 단순 계산으로도 1,100억이 넘는 수익이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그걸 본 리처드 홍은 눈이 돌아간 것이다.
“아니, 그러면 금융감독을 하는 정부에서 가만두지 않을 텐데요?”
금융이 흔들리면 자본주의도 흔들린다. 당연히 미국 정부에서도 그런 경우는 처벌을 가혹하게 한다.
‘보통’은 말이다.
-보통은 그렇지요. 그런데 리처드 홍이 사법 거래를 걸었습니다.
“얼씨구?”
-그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죠?
“끄응…… 알 것 같네요.”
사법 거래는 미국에 있는 특유의 법률 과정이다.
쉽게 말해서 범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형량을 대폭 낮춰 주는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극단적인 자본주의적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범죄자의 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당연하게도 그 시간과 예산이 아까울 수밖에 없는 게 현재 미국의 상황이다.
말로는 천조국이라고 부르지만 미국의 예산이 아주 풍부한 건 아니니까.
그래서 거래를 통해 그 입증책임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사법 거래의 목적이다.
문제는 이거다.
‘이거 죄가 애매한데?’
분명 금융 범죄에 들어가기는 하는데 상황을 봐서는 사기나 다른 걸로 엮기는 애매하다.
공매도를 시도했는데 성공했으니까, 사기의 목적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걸로는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아직 안 주고 있을 뿐이다.
아직은! 말이다.
결국 이걸 안 주는 걸 가지고 금융 사기로 엮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애초에 사기라는 건 처음부터 그런 목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니까.
그런데 상황을 봐서는 이런 초대박은 리처드 홍이 예상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리처드 홍은 돈을 보고 눈깔이 돌아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