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59)
목구멍이 포도청 (2)
“현재로서는 후자의 방식이 대부분이지요. 사법 거래도 그러한 방식의 하나로 나온 거고요.”
그 말에 하이드 맥핀은 쓰게 웃었다.
그사이에 두 사람이 탄 차량은 주지사의 공관에 도착했다.
미리 약속한 덕분에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과 마주한 로이드 펄롱이 눈을 찡그렸다.
“내 앞에서는 마스크를 벗으시오.”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안전은 무슨. 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것도 모르는 거요?”
“지금은 질병이 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델09인지 뭔지 말이오? 헛소리! 그런 질병은 없소. 미 정부에서 우리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 낸 헛소리란 말이오!”
단호하기 이를 데 없는 로이드 펄롱의 말에 하이드 맥핀은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의 예상대로 말이 통할 만한 사람으로는 안 보였으니까.
하지만 노형진은 그런 그의 방식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도.
당연하게도 그것에 대한 파훼법 역시 알고 있었다.
“도널드 올드먼 대통령을 만나 뵙게 되면 꼭 그 말씀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뭐요?”
그 말에 로이드 펄롱은 움찔했다.
‘그러겠지.’
로이드 펄롱은 도널드 올드먼의 지지자이자 동시에 그를 따라 권력을 얻으려고 하는 정치인이다. 당연하게도 도널드 올드먼과 안면이 있다.
‘같은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권력을 쟁취했지. 주지사가 같은 방식을 썼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관련이 없을 수가 없어.’
하지만 두 사람의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주지사야 저런 헛소리를 한다고 해도 심각한 반격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도널드 올드먼은?
‘지금 가장 머리 아픈 사람이 누구겠어?’
미국에서 점점 확진자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가장 머리 아픈 건 다름 아닌 도널드 올드먼일 것이다.
그 아래에는 온갖 전문가들이 다 있을 텐데, 그 전문가들이 코델09바이러스의 존재와 위험도에 대해 매일같이 보고서를 올리고 있을 테니까.
“대통령 각하께서 주지사님의 의견을 귀를 열고 들어 주실 겁니다.”
‘그리고 조지겠지.’
주지사가 입 터는 거야 자기 마음이지만 그로 인해 국민들이 죽어 나가면 그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하니까.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 지역의 대표가 질병 방역이 과하다고 마음대로 풀어 버렸는데, 그 결과 그 지역의 코델09 감염이 폭증했다.
물론 그는 원인 제공은 자기가 해 놓고 국가에서 방역을 소홀히 했다고 욕하면서 도리어 국가에 대고 지원금을 내놓으라고 땡깡을 부렸다.
“크흠…….”
그걸 아는 건지 로이드 펄롱은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마스크에 대한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앉으시오. 그래,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네. 일단 사람들을 좀 물려 주시겠습니까?”
“그건 곤란한데. 안전 때문에 말이지.”
“오드빌과 관련된 이야기라…….”
그 말에 로이드 펄롱은 잠깐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옮기지.”
그를 따라 들어간 곳은 안쪽에 있는 서재였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 버리고는 창문마다 커튼을 닫았다. 그리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노형진과 하이드 맥핀은 그 앞에 앉아서 자리를 잡았다.
“오드빌에서 온 연락에 대해 어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로 나를 협박이라도 하려는 거요?”
“네? 아니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럴 리가요.”
“그러면?”
“오드빌과 마찬가지로 거래하려고 온 겁니다.”
“거래라…….”
로이드 펄롱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두 로비스트들이 경쟁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주머니가 두둑해진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니까.
“뭐, 그렇다면 당신이 요구하는 조건은 그들과 반대겠지?”
“네, 감사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해 주시면 됩니다.”
“흠. 뭐, 그게 내 쪽에서는 더 마음에 들기는 하지.”
힘으로 사건을 덮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감사를 제대로 진행하게 하는 건 전혀 문제가 안 되니까.
“하지만 그래도 나한테 이득 되는 것이 있어야겠지.”
“물론 있을 겁니다.”
“말해 보시오.”
“일단 먼저 한 가지만 묻지요. 진짜로 코델09바이러스가 없다고, 그 모든 게 정부의 통제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로이드 펄롱은 눈을 찡그렸다.
“지금 날 놀리는 거요? 아니면 어디 녹음기라도 틀어 놓은 거요?”
“그럴 리가요. 이 조건을 말씀드리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만일 정말 바이러스가 없다고 믿으신다면…… 이 조건을 내걸기가 좀 애매해서요.”
“그쪽이 내걸려는 조건이 뭔데?”
비웃음을 날리면서 말하는 로이드 펄롱.
물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아마 오드빌보다 좀 더 많은 돈일 거라고.
하지만 노형진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상상도 못 한 말이었다.
“주지사 재선입니다.”
“주지사 재선? 지금 재선이라고 했소?”
“네.”
주지사 재선.
그건 절대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상 작은 나라의 대통령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진 자리가 바로 미국의 주지사 자리가 아니던가?
“만일 거부하신다면 저희는 다른 분을 찾아가서 협상해 봐야겠지요. 가령…… 스탠리 의원 같은 분 말입니다.”
스탠리는 주 의원이자 동시에 로이드 펄롱 주지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그는 다음 주지사 선거에서 자신과 충돌하는 게 확정되었다고 봐야 한다.
“재미있군. 나한테 협박이라니.”
“협박이 아니라 거래 요청입니다.”
“그래서 나한테 선거 자금이라도 주시려고? 적은 돈이 아닐 텐데.”
“그것보다 더 좋은 걸 드리죠.”
로이드 펄롱이 무섭게 눈을 부라렸지만 노형진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사실 진짜로 그깟 돈 몇 푼보다는 더 좋은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코델09바이러스란 말이지.”
로이드 펄롱은 소파에 기대어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물고 한참 피우다 말했다.
“어디서 말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로비가 원래 아무 데서나 말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말귀가 빨라서 좋군. 좋소. 코델09바이러스는 존재하지. 그리고 위험하기도 하고.”
예상대로였다.
하긴,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인 주지사에게 방역 전문가 팀이 없다면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순간 공장들이 멈춰야 하고 또한 나를 지지하는 노동 계층의 지지를 포기해야 해.”
“그렇다고 해서 존재를 부정하기만 할 수는 없을 텐데요?”
“여기는 미국이야. 병에 걸려서 죽는 것도 자기 선택이라는 거지. 그리고 노동 계층은 대부분 둘 중 하나야. 병에 걸려 죽거나 굶어 죽거나.”
“흠, 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만.”
노형진이 설명하려고 하자 로이드 펄롱이 그의 말을 끊었다.
“자네가 긴급 지원 시스템을 말하려는 거라면, 이미 알고 있네. 하지만 노동 계층에는 그마저도 부담이야.”
긴급 지원 시스템은 돈을 주는 게 아니다. 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이라는 형태로 대출이 나가는 거다.
물론 원가를 최대한 낮추고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게 목적이다. 다른 건 몰라도 굶어 죽는 것만은 막아 보기 위해서.
“하나 결국 그것도 빚이야. 한두 달이라면 모르지. 그런데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마저도 결국은 노동 계층에게는 부담이 되네. 자네 정도면 알 텐데?”
미심쩍은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면서 말하는 로이드 펄롱.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로이드 펄롱이 하는 말이 뭔지 아니까.
더군다나 그의 성향도 알기에, 애초에 그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압니다. 그래서 다른 조건을 내걸기 위해 저희가 여기까지 온 겁니다. 단순히 그 조건을 내거는 거였다면 화이트스틸을 통해 의견을 전했을 겁니다.”
“그래서 제시하고 싶은 게 뭔가?”
“공장이지요.”
“공장? 하, 자네 미쳤나?”
지금 로이드 펄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뭔가? 바로 공장의 정지다.
정확하게는 공장의 정지로 인한 지지 계층의 몰락이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그는 사실을 알면서도 헛소리를 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공장이라니?
“뭐, 자네가 세운 공장은 코델09바이러스가 피해 가기라도 하나?”
“그건 아닙니다.”
“그건 둘째 치더라도 말이야, 자네가 공장을 세운다고 한들 그걸 어디다 소비할 건데? 바이러스가 퍼질수록 소비는 극단적으로 줄어들 테고 당연히 공장도 멈출 텐데.”
역시나 로이드 펄롱은 바보가 아니었다. 다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움직였던 거다.
“그러면 제가 답변을 드릴 차례군요. 아까 제가 왜 코델09바이러스의 존재를 믿느냐고 물었는지 아십니까?”
“왜?”
“정치적 발언이 현실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미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겁니다. 약도 없고 백신도 아직은 없지요. 2차대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미국 땅에서 죽을 겁니다.”
“…….”
그 말에 로이드 펄롱은 말을 못 했다.
못 믿어서가 아니다. 실제로 그 아래에 있는 방역 부서에서도 그런 보고서를 올렸으니까.
“하지만 미국은 의료가 발달했네.”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더럽게 비싸죠. 중국은 최소한 의료비가 그렇게 비싸지는 않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으면 뭐 하나? 너무 비싸서 아무나 병원에 가지를 못하는데.
“코델09를 치료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까요? 제가 보기에는 2억 이상 될 것 같은데요.”
안 그래도 의료 시설은 비싸다. 거기다가 격리실이 필요하고 전담 간호사가 붙어야 하며 산소호흡기가 필요하다.
사실 코델09바이러스는 치료라는 개념보다는 몸의 저항력을 최대한 올려서 살아남게 한다는 개념이 더 걸맞을 거다. 애초에 약이라는 게 없으니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코델09라는 건 없다. 정부의 음모다.’라고 하는 건, 진짜 그렇게 믿는다기보다는 그렇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라고요.”
혹시나 걸리면 환자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재산을 다 꼬라박아서 치료하고 살아남아서 파산하거나, 그냥 가족을 위해 재산을 남기고 죽거나.
“으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로이드 펄롱은 입을 다물었다.
기술이 아무리 좋으면 뭐 하나? 일반 대중이 받을 수 있는 의료 지원은 중국이나 미국이나 도긴개긴이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중국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미국의 병원은 부족합니다. 많이 부족하지요. 소수의 환자에게서 큰 금액을 받아 내는 형태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하니 당연히 병원의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실 텐데요?”
“의료…… 붕괴가 오겠지.”
말하지 않을 뿐이지 사실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그걸 차마 입에서 내뱉지는 못하는 상황일 뿐.
“그래서, 그게 내 재선과 무슨 관계지?”
하지만 로이드 펄롱에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자신의 재선이었다.
“죽음이 넘치면 뭐가 필요할까요?”
“모르겠군.”
“관, 그리고 장례용품, 망자가 입을 턱시도와 드레스, 그리고 그 시신을 소각할 소각로.”
“…….”
“장례는 엄숙한 절차죠. 하지만 장례식은 산업화된 지 오래입니다.”
슬프게도 그게 진실이다.
당연하게도 그런 장례용품은 평소의 기준에 맞춰서 생산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업체들은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
“평소의 백 배가 넘는 사망자가 나오는 와중에 그걸 어디서 구할까요?”
구할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