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770)
개인 정보? 그게 뭔가요? (2)
상식적으로 이미 저쪽에게 선빵 쳤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나가면 대놓고 이쪽이 저지른 게 맞다고 인정하는 꼴이다.
그렇잖아도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손잡고 대중국 포위망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런 멍청한 짓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냥 아니라고 부정하자니, 애초에 진짜로 했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아니라고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지라 뭘 해도 저쪽은 안 믿을 게 뻔하다.
“그러니까 방법을 찾아내라고!”
샹량핑은 다른 공산당 위원들에게 화를 냈다.
아무리 그가 권력이 강하다고 해도 모든 걸 힘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말이다.
코델09와 이전 공산당 위원들의 마스크 은닉 사건으로 인해 인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다. 여기서 다른 문제까지 터지면 여러모로 곤란해진다.
“…….”
그러나 아무런 말도 못 하는 위원들을 보면서 샹량핑은 속으로 유일한 해결책을 생각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야. 나에 대한 충성 교육을 강화해야겠어.’
독재자들이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오래 잡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사상에 대한 강요와 외부와의 단절이다.
지금도 마찬가지.
지금 이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어차피 우리는 중국이야. 외부와의 거래 없이도 생존은 가능해.’
전에도 그랬는데 지금이라고 불가능하겠는가?
중국의 인구가 14억이다.
다른 나라라면 요즘 같은 시대에 내수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할 거다.
하지만 중국은 아니다.
중국은 내수만으로 어마어마한 소비가 가능하기에, 외부와의 거래가 없어도 얼마든지 생존이 가능하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인가?’
샹량핑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고립주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회의실에 들어왔다.
“지금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샹량핑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그는 찔끔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눈 밖에 나면 죽는다고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점은, 북한처럼 바로 끌려가서 총살당하느냐 아니면 재판 흉내라도 내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
“그게…… 미국에서 지금 대사관을 통해 서한을 보내왔습니다.”
“서한? 무슨 서한?”
이미 자신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이야기한 상황이고 실제로 미국에서 딱히 서한을 보낼 이유도 없다.
물론 물밑 협상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아예 왕래가 없을 수는 없다지만, 지금은 회의 중.
즉, 지금 보내온 서한은 물밑 협상이 아니라 회의 중이라도 해도 알려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거다.
더군다나 대사관을 통해 보냈다는 것은 기록에 남는 공식적인 서한이라는 뜻이다.
“도대체 뭔데?”
“그게…….”
“말하라!”
“이번 미국의 바이러스 테러와 관련된 용의자들을 모두 미국으로 송환해 달라고 합니다.”
“뭐?”
그 말이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던 샹량핑은 부하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테러 용의자들을 보내 달라니?”
“미국에 가짜 방역용품들을 판 놈들 말입니다.”
“……!”
그 말에 샹량핑은 눈을 크게 떴다.
“그놈들을 보내 달라고?”
“네.”
즉, 미국 정부는 그들의 행동을 테러로 규정하여 처벌하겠다는 거다.
사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테러가 맞다.
효과도 없는 방역용품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가 퍼졌는지 알 수도 없거니와, 특히 미친놈 하나가 술에 취해서 인터넷에 미국 놈들 다 죽으라고 가짜 방역용품을 보냈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건 엄밀하게 말하면 미국의 테러방지법의 영역에 들어간다.
당연하게도 미국은 테러방지법으로 처벌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그거다.
미국 내에서 붙잡혔다면 테러 방지법으로 처벌할 수 있겠지만, 판매자는 미국 국민이 아닌 다른 나라 국민이다. 당연히 미국이 섣불리 처벌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당연히 미국이 중국에 해당 범죄자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이 우방이고 제대로 범죄인인도 조약이 체결되어 있는 경우 그게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두 나라가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이런 빌어먹을.”
물론 두 나라가 서로에게 적성국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그들은 자기 나라 국민이다.
그들이 불량품을 수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과연 테러라고 볼 수 있을까?
중국 입장에서는 테러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사기 정도면 모를까.
그에 반해 미국이 보기에는 확실하게 테러의 영역에 들어가 있는 행위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 중이고 심각한 자존심 싸움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미국이 보내 달라고 한다고 해서 덥석 자국민을 인도하면, 그건 미국에 무릎을 꿇는 꼴밖에 안 된다.
중국과 미국은 범죄인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산당 입장에서는 그런 그림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민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하고, 미국보다 위대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요청에 굴복해서 자국민을 보내 준다?
그럴 수는 없다. 그러면 공산당의 자존심이 완전히 구겨진다.
일단 그 요청에 응하게 되면 절대 감출 수도 없다.
아무리 중국에서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다지만 VPN을 통해 외부의 인터넷을 보는 놈들은 넘쳐 난다.
당연히 해당 소식이 중국 내부에 안 퍼질 수가 없다.
넘어가는 순간 미국 언론에서 신나게 떠들기 시작할 게 뻔하니까.
그리고 그 순간 공산당과 샹량핑의 위엄은 시궁창으로 처박힐 거다.
미국을 꺾어 보이겠다고 신나게 떠들다가 자국민을 곱게 포장해서 넘겨준 꼴이니까.
더군다나 그들이 한 행동은 단순히 사기가 아니라 실제로 중국 정부, 정확하게는 부패한 정치 관료들과 짜고 한 짓거리다.
즉, 그 테러 대상에 정치 관료들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판매자들이 잡혀가서 그들에 대해 나불거리면 테러 지원국으로 낙인찍힐 뿐만 아니라 미 정부에서 테러 혐의로 정치 관료를 요구할 것이 뻔하다.
즉, 그들을 보내 주면 공산당 내부에까지 문제가 번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내 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안 넘겨준다? 그때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현재 상황에서 벌어진 그들의 범죄는 미국의 법을 기준으로 했을 때 명백하게 테러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즉, 미국 입장에서 그들은 테러범이고 중국은 그들을 데리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그들을 넘겨주지 않는다?
그런 경우 미국이 중국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할 핑계가 되어 버린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이라크가 테러를 지원했다는 핑계로 후세인의 모가지를 따 버리고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범을 숨겨 줬다는 이유로 탈레반 정권을 쫓아내고 신흥 정권을 세운 나라다.
국제적으로 테러 지원국으로 선정되면 전 세계에서 당당하게 경제적 압력과 고립을 시켜 버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미국은 시작일 뿐이라는 거다.
중국의 미친놈들은 가짜 방역용품을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다른 나라들에도 판매했고, 실제로 그런 나라들은 대부분 심각한 코델09바이러스에 고통받고 있다.
내부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나라들이 이러한 행동을 미국처럼 테러로 받아들이고 설치기 시작하면 진짜 중국은 테러 지원국이 되어 버린다.
“망할.”
샹량핑은 머리가 아파 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더더욱 중국의 고립주의를 가속화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 *
-FBI에서는 중국산 앱인 탁탁의 사용자를 정보 누설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중국산 앱 탁탁은 개인 사용자의 사진, 문자, 전화번호 등등 정보를 수집하여 중국으로 보내는 앱으로, 수년 전부터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정보 단체에서는 탁탁을 통한 국가 기밀 누설 여부가 우려되고 있는 와중에 FBI에서는 해당 사실을 알고도 탁탁을 삭제하지 않은 요원에게 정보 누출 혐의를 적용한 가운데, 각 기업에서도 탁탁을 이용한 기업 내 기밀의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뭐, 중국산 앱 중에서 백도어 없는 게 얼마나 된다고.”
당연히 있을 거라고 감안하고 써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애초에 탁탁이 정보를 빼돌린다는 소문이 난 지는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삭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게 체감되지 않는 데다 탁탁은 여러 가지 이슈를 공유하는 평범한 앱이기 때문이다.
“저것도 미스터 노가 말한 겁니까?”
하이드 맥핀은 뉴스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노형진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탁탁을 비롯한 중국산 앱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
“네, 제가 말한 겁니다. 탁탁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의 대부분, 아니 모든 앱에는 정보를 모아서 중국으로 보내는 기능이 있습니다. 심지어 게임조차도 그렇지요.”
어떤 걸 모아서 보내는지 사용자는 알지도 못하고 또 그걸 막지도 못한다.
해당 앱의 정보 유출 프로그램은 모든 보안 앱을 통과해 버리니까.
“중국이 머리를 잘 쓴 거죠.”
어떤 미친놈이 ‘내 핸드폰에다가 정보 누출 앱을 깔겠습니다.’라고 하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재미있는 게임이나 놀이용 앱을 공짜로 뿌리면서 약관에 ‘당신의 모든 정보는 우리가 가지고 갑니다.’라고 짧게 적어 두면 사람들은 그걸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동의를 눌러 버린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될 겁니다.”
분명 앱에는 그런 약관이 존재한다.
실제로 한국에 발매한 중국 게임의 약관에 ‘당신의 모든 개인 정보는 공산당의 소유입니다.’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난리가 났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그 게임은 판매 실적이 엄청나게 좋았다.
그 약관이 뭘 의미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조차도 못 하는 거다.
하긴, 약관에는 텍스트나 정보를 가지고 간다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그걸 핑계 삼아서 반역 혐의나 정보 유출 혐의가 적용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호오? 그렇군요.”
일단 자신이 동의한 게 맞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당연하게도 그 과정에서 탁탁을 비롯한 중국의 앱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게 뻔하다.
그렇잖아도 도널드 올드먼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탁탁을 비롯한 중국산 앱이 위험하다고 말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걸 통해 새어 나갈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고.
“일단 그게 터져 나가기 시작하면 아마 난리가 날 겁니다.”
판례가 없다면 모를까, FBI를 통해 판례가 만들어졌다.
더군다나 뉴스를 통해 그 소식이 전해지면서 탁탁과 중국산 앱의 위험도에 대한 소식이 주변에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삭제를 안 한다?
“그러면 정보 누출을 각오하겠다는 의미죠.”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소송을 걸거나 최소한 해고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중국의 앱 중에는 주변의 소리를 채집해서 보내는 것도 있다고 하니까.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간다니까요, 미국은.”
본인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고 해도 자유가 어쩌고 하면서 게거품을 물고 시위하고, ‘당신의 모든 자료와 정보를 빼돌리겠습니다.’라고 하는 앱은 낄낄거리며 웃을 수만 있다면 거리낌없이 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