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
“둘째, 이건 회계가 끝나는 대로 기타 수입으로 분류되어 주주분들에게 배당될 겁니다. 그 경우 주주 여러분은 선의의 제3자가 되기 때문에 이걸 돌려줄 의무도 없죠.”
“허허허…….”
순식간에 막대한 배당금을 받게 된 직원들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던 것이 이렇게 해결될 줄이야.
“그런데 주식은 어쩌죠?”
왕요상이 가지고 있던 주식은 총주식의 30%였다. 주식가격이 바닥을 치는 바람에 압류하기는 했지만 1만 8천 원짜리 주식은 쓸데가 없었다.
“조금 있으면 없어서 난리칠 건데요, 후후후. 믿을 만한 사람이 도와주기로 했거든요.”
“도대체 누구이기에…….”
“안 그래도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오세요.”
그 말에 안으로 들어오는 시커먼 남자.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누구기에…….”
직원들이 못 받은 월급을 모은 돈인 18억으로 구입한 지분이 30%다. 그런데 이 남자는 혼자서 25% 지분을 구입했다.
“반갑습니다. 대룡그룹의 투자경영 팀장 이대우입니다.”
“대룡그룹?”
“그렇습니다. 이번 투자처는 대룡그룹입니다.”
그 말에 모두들 입을 쩍 벌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민시아는 지금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작 18억짜리 체불임금 사건이다. 뭐, 금액이 많기는 하지만 받을 방법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단순히 받은 걸 넘어서 월급쟁이들을 주주로 만들고 사장을 갈아 치우더니 이제는 회사까지 대기업으로 넘어갔다. 대룡그룹이 최대 주주가 되며 요상공정이 대룡그룹의 계열사가 된다는 소식에 1만 8천 원까지 떨어졌던 주식은 순식간에 18만 원까지 열 배로 뛰었다.
“나, 꿈을 꾼 건가?”
“꿈 같아요?”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된다. 결과적으로 고작 18억 가지고 회사를 거래했다는 건데, 이건 자신이 아는 법률 상식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
“원래 법이란 게 그런 겁니다.”
“법이란 게 그런 거라니?”
“제대로 알면 무서운 게 법입니다. 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법대로 하자는 소리 안 해요. 무서우니까.”
지금까지 노형진이 한 것은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강력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약간의 로비가 있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의 부탁을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상정공은 전 사장이 완전히 알거지로 길바닥으로 쫓겨난 정도가 아니라 거대 기업에 터무니없는 헐값에 인수되었다. 대룡그룹이 가진 지분 25%, 직원들이 가진 지분 30%를 합쳐 55%의 찬성으로 요상정공은 대룡그룹에 싼 가격에 인수되었고 대룡그룹은 최하 1천억에서 2천억 사이에서 거래될 만한 규모의 기업을 고작 200억에 구입하는 데에 성공했다. 요상정공의 1년 수익이 200억이었으니 터무니없는 가격인 것이다. 그 바람에 주식시장이 발칵 뒤집혔지만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뭘 조작하거나 협박한 것도 아니니, 우연의 일치로 보일 뿐이었다.
“이래서 법이 무서운 거예요.”
민시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지난번에는 그저 승리의 쾌감을 느꼈을 뿐이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칼을 갈아 낸 법이 얼마나 예리하고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누나도 법을 전공하려면 법이 아닌 바깥을 봐야 해요.”
“바깥?”
“네, 이번 싸움은 재판도 없었고 판결도 없었고 법리 싸움도 없었어요. 그저 있는 몇 개의 규칙만 적용한 것뿐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싸움은 그걸로 결정돼요.”
“…….”
민시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노형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송 변호사님 말씀대로 어쩌면…… 저 아이는 크게 될지도 모르겠어……. 법률계의 거성이 될지…… 아니면 다른 변호사들을 잡아먹는 괴물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기분은 왠지 착잡해지고 있었다.
시간 낭비(1)
최연소 변호사 자격 획득. 찬란하게 휘날리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 형진인데요.”
“오, 형진아!”
“네, 잘 지내셨어요?”
“그래, 어떻게 지내?”
“저야 잘 지내는데, 플래카드 좀 치워 주실래요?”
“플래카드?”
“제가 변호사가 되었다고 걸어 둔 거요. 아니면 학교 앞에다가 아동 강간범 출신 학교라고 걸어 드릴까요?”
그 말에 상대방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치우시죠.”
“알았다.”
“끊겠습니다.”
노형진은 전화를 끊어 버리고는 피식 웃었다.
“누구를 써먹으려고.”
그가 다닌 중학교에서 그를 자랑하기 위해서 학교 앞에 최연소 변호사 자격 회득 플래카드를 걸어 둔 것이다. 하지만 아동 강간범을 옹호했던 학교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단호하게 그걸 치우라고 한 것이다.
“아, 지겨웠다, 진짜.”
노형진은 한숨을 쉬었다. 최연소 변호사 자격 획득. 누구도 이룩하지 못할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1차에 합격한 사람 중 최연소는 열다섯 살이다. 하지만 1차는 그저 객관식일 뿐이다. 진짜 실력은 2차에서 나온다. 그리고 고작 열일곱 살에 2차를 통과하고 면접인 3차까지 통과한 사람은 노형진이 유일했다. 더군다나 누구도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한 2년간의 사법연수원 생활을 버티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20세가 되자 변호사 자격을 딴 것이다. 그러자 법률계에는 파란이 일었고 그의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온 동네뿐만 아니라 온 친척들이 전화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하긴, 아직은 끗발이 날릴 때이긴 하지.’
미래에는 사법연수원 합격이라는 것이 그다지 메리트가 없다. 로스쿨이 생긴 데다가 변호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는 변호사라는 것이 엄청난 메리트였다.
‘설마 집에 마담뚜가 찾아온 건 아니겠지?’
피식 웃는 노형진이었다. 사실 지난번 생에서 그가 결혼한 여자는 그렇게 마담뚜가 찾아와서 결혼한 상대였다. 무론 그 결과가 좋지는 못했다. 일하느라 바빴고 죽은 누나를 잊기 위해서 더 일에 매달렸다. 그녀는 그런 그를 보듬어 주기보다는 그렇게 벌어 온 돈을 쓰기 급급했다. 결과적으로 그녀가 바람피우는 걸로 파경이라는, 법률계에서는 아주 흔한 엔딩을 맞이했다. 그 충격으로 미국에 가서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땄지만 말이다.
‘뭐, 미국에 가서 딸 필요는 없겠지?’
미국 법률도 다 안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일 것 같았다.
“아, 그나저나 진짜 힘들었다.”
아무리 목표가 있었다지만 2년간의 사법연수원의 삶은 고독과 고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말이 나올 만큼 말이다. 그 덕분에 학원에 다닐 때처럼 남을 도와주진 못했다. 아니, 집에 가는 것도 버거웠다.
“내가 이 짓을 두 번 할 거라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말이야.”
공부의 양이 문제였다.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일단 사법연수원에서 다른 사람들을 법률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문제가 된다. 수업에서 빼 주지도 않을 것이 당연하거니와 사법연수생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이 제3자를 도와주는 것은 법률적인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러니 형진은 어쩔 수 없이 2년 동안 미친 듯이 공부만 해야 했다.
‘이 망할 놈의 공부.’
사실 그의 인생은 공부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가 가장 치를 떠는 시기가 바로 사법연수생 시절이었다.
‘월반도 없고…….’
이건 편법도 없다. 짤 없이 2년을 버티는 수밖에.
“오빠야!”
그 순간 저 멀리서 들리는 익숙한 소리.
‘질기다, 진짜.’
지난번 체불임금 사건 이후 이예림은 폭탄선언을 했다. 형진에게 시집가겠다는 거다. 물론 다들 귀엽다며 웃었다. 뽀뽀로 고민하는 나이이니, 그저 귀엽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안녕.”
노형진은 애써 웃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근데 이제는 초등학생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중학교 3학년이 된다. 최소한 애가 뽀뽀 때문에 생기지 않는다는 건 안다.
“먹을 거 가지고 왔다.”
그 말에 노형진은 묘한 표정으로 그걸 받았다. 그러고 보니 처음 자기가 만들었다며 가지고 왔던 게 생각났다.
뭘 가지고 왔나 열어 봤더니만 김밥에 초콜릿을 말아 가지고 왔다. 맛? 그게 먹을 음식이었으면 억울하지도 않다.
“오셨어요.”
“매번 미안하네.”
“하하하.”
옛날에는 어린 시절의 치기라고 생각하고 귀엽다, 귀엽다 한 건 맞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문제가 생겼다. 완연한 아가씨의 모습이 되어 가는 예림이 노형진을 만나러 가는 게 이창훈의 입장에서는 좀 곤혹스러웠던 것이다. 노형진이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봤을 때 노형진과 이예림은 사는 세계가 다르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최연소 변호사와 그저 그런 시골 중학생이다. 어울릴 수가 없다. 결국 이창훈은 진지하게 한마디 했고 일이 터졌다. 가출한 것이다. 뭐, 가출이라고 해 봐야 그 나이대에 어디에 가겠느냐 생각했지만, 그날 저녁 안 들어오고 길을 헤매다가 기어코 그다음 날 노형진을 찾아왔다. 그러자 형진은 깜짝 놀라서 이창훈에게 전화했다. 혼자 사법연수원을 찾아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그날 밤 예림의 볼기짝에서는 불이 났지만.
“여, 키잡!”
“형님, 애 앞입니다.”
“안녕하세요. 괜찮아, 오빠. 키잡해도 돼. 원래 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대.”
도리어 예림이 당당하게 맞대응하자 말을 건넸던 사법연수생이 머쓱해졌다.
“크흠, 그나저나 대단하다.”
“뭐가요?”
“난 중간에 나가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전 안 떨어져요.”
‘그래서 문제지.’
노형진과 이예림은 사법연수원에서 유명한 커플 아닌 커플이었다. 2주에 한 번은 꼭 노형진을 찾아오는 데다가 지극정성이었다. 오죽하면 사법연수생끼리 이것이 노형진의 키잡이냐, 아니면 이예림의 미래에 대한 투자냐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을 정도다. 실제로 사법연수생을 꼬시기 위해서 투자하는 여자들이 제법 있으니 말이다. 결국 너무 어린 이예림의 특성상 키잡으로 결론이 났지만.
‘난 억울하다고.’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여자로는 안 보이는 이예림이다. 물론 자라면서 많이 예뻐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린 모습이 더 강했고 아무리 봐도 이성보다는 그냥 동생에 가까웠다.
“이히힛.”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노형진에게 매달리는 이예림. 노형진은 그냥 웃다가 슥슥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해서 어떡해?”
“아니에요.”
바쁜 사법연수원 시절이다. 그런데 2주에 한 번씩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주는 노형진에게 이창훈은 참 미안했다.
“그나저나 오늘이 마지막이지?”
“네.”
사법연수원에서의 주말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이 지나면 이제 이곳에서 떠날 것이다.
“그럼 이제 어쩔 거야?”
이창훈은 별생각 없이 물었다.
“어쩌긴, 당연히 변호사 하시겠지.”
이예림의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 타박했지만 노형진은 씁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것보다 할 게 있습니다.”
“어떤?”
그 말에 더욱 우울해지는 노형진이었다.
“군대에 가야지요.”
자신의 경험상 가장 치사하고 더럽고 아니꼬우며 시간이 아까웠던 그 시기가 다시 도래한 것이다.
군대. 한국의 일반적인 남자들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의무. 그리고 사법연수생도 그걸 피할 수는 없었다. 노형진은 마치 전쟁터에라도 가는 것처럼 대성통곡하는 예림을 두고 3사관학교에 입교했다. 그곳에서 훈련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 좀 여유 있게 할걸.’
노형진은 자신의 처지가 슬펐다. 왜냐고? 간단했다. 그가 몰랐던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군대 대신에 공익 법무관으로 가려고 했다. 공익 법무관이란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군대 대신에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실수한 것이 있었다. 바로 군법무관의 존재였다. 물론 그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고르는 거라고 착각했다. 회귀 전에는 변호사 자격을 따기 직전에 일반병으로 군대를 갔다 와서 관련 규정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막 닥쳐서 확인했을 때 그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군법무관과 공익 법무관은 자신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성적으로 자른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톱 3 안에 들었던 그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성격에 안 맞는 군법무관으로 가야 했다.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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