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20)
죄는 잊히지 않는다 (1)
“아니, 조금만 있으면 대통령도 잡으라고 할 놈이네, 이거.”
“못 할 건 아니지. 솔직히 네가 힘이 좀 더 있었으면 홍안수를 네가 조졌지 싶은데?”
노형진이 찾아가자 오광훈은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어째 뺀다? 좀 배웠다 싶으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답이 안 보여서 그래. 다른 곳도 아니고 국정원? 아니다, 안기부였나? 그 애들을 어떻게 조지냐?”
어깨를 으쓱하는 오광훈.
그는 진짜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네가 슬슬 잊어버리나 본데, 내 과거 알잖아. 공권력이 꺼림칙하다고. 그리고 그중에서도 안기부는 공권력의 끝판왕이잖아. 거기 파고들면 갑자기 막 밤에 들이닥쳐서 남산으로 끌고 가서 통닭 만들고 그러는 거 아냐?”
여기서 통닭이란 진짜 통닭 만드는 데 투입한다는 게 아니라 사람을 며칠이고 매달아 두는 것을 말하는데, 육체의 무게 때문에 팔다리가 빠지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
안기부 시절의 악명 높은 고문 방법 중 하나였다.
“설마 국정원에서 ‘그런 거 안 해.’라고 말하지는 않을 거 아냐?”
노형진은 그 말에 단호하게 답했다.
“하지. 국정원이라고 별거 있냐? 지금도 간첩 조작 사건 만드는 새끼들인데.”
“그런데 이걸 하라고?”
“걱정하지 마. 네가 그런 꼴을 당하면 내가 국정원 자체를 날려 버릴 테니까. 아니, 대한민국 자체를 부숴 버리는 한이 있어도 찾아낼게.”
“나는 그때 이미 마티즈 타고 있을 것 같기는 하다만.”
“설마 너를 마티즈 태우겠냐? 네 차를 태우겠지.”
“농담치고는 살벌하다?”
마티즈 태운다는 농담은 국정원에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누군가를 사고나 자살로 처리하는 방식에서 생겨난 말이다.
홍안수가 쫓겨난 후에 당연히 그 아래에서 일하던 국정원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당시 어떤 사건과 관련되어 조사 대상이던 국정원 요원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갑자기 자기 차도 아닌 렌트한 마티즈를 타고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상식적으로 국가 쿠데타 사건과 관련해서 국정원 요원이 자기 차도 아니고 렌트한 마티즈를 타고 자살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더군다나 국정원 요원이 자살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사용한 차량이, 그것도 주인이 따로 있는 차량이 조사고 나발이고 사건 발생 나흘 만에 폐차 처리되었다.
상식적으로 경찰에서 조사 중인 차량은 내주지 않는데 그걸 굳이 내줬고, 그걸 렌트카 업체가 무작정 폐차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결국 사람들은 이게 국정원 내부에서 흔적을 지우기 위해 고의로 죽인 거라고 생각했지만 국정원과 경찰은 그냥 자살로 처리하고 사건을 종료하고 말았다.
그 사건 이후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권력 관련 의문사에 대해 ‘마티즈 탄다.’라는 표현을 쓴다.
쉽게 말하면 러시아로 치면 홍차 선물이라고 보면 된다.
“걱정하지 마. 너를 건드리면 그날이 자기들 제삿날이 될 거라는 건 확실하게 알려 줄 테니까. 그리고 국정원 놈들은 머리가 좋아서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걸.”
그나마 노형진의 말에 오광훈은 약간은 안심하는 눈치였다.
농담이 아니라, 노형진이라면 한국을 부수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
물론 정말로 국가를 망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대기업 몇 개만 박살 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조적으로 대기업들에 올인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범인을 찾으려고? 솔직히 내가 봐서는 답 안 보여. CCTV가 있겠냐, 증인이 있겠냐?”
“없겠지.”
안기부쯤 되는 곳에서 그렇게 허술하게 일할 리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고 해도 무려 30년 전 일이다. 당연히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사건이 벌어진 동네 역시 이미 사라진 지 오래.
30년 전 원형을 유지하는 동네는 거의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현지 주민은 대부분 이사 등의 사유로 바뀌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범인을 찾으려고?”
“일단은 미국부터 시작하려고.”
“미국?”
“정보 집단이라는 놈들은 말이지, 실수를 용납 못 해. 이건 직업병 같은 건데…….”
정보가 새어 나가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의 특성상,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이 상황을 컨트롤하려고 하는 것이 정보 집단이다.
그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정보 집단이 다 동일한 성향을 보인다.
“불법 고아원에 주선 씨를 보낸 거야 그렇다고 쳐도, 거기에 오래 두려 하지는 않았을 거야. 애초에 주선 씨를 거기로 보낸 이유가 뭐겠어?”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 고아원에 있다가 바로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금태양이 불법적인 미국 입양을 진행하는 놈이라는 걸 알았던 거야.”
“그래서?”
“하지만 그게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니까 서둘렀을걸. 사실 아이들이 사라지면 부모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뻔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