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30)
자식을 위해서 (3)
노형진의 말에 상대방 변호사는 눈을 찡그렸다.
그걸 본 노형진은 확신했다.
‘이 새끼 또 작업 치는구만. 하여간 변호사란 새끼들이 왜 이러는지, 휴우. 설마, 국선변호인이라는 제도가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 건가?’
변호사란 직업이 생겨난 이유는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과거에는 범인을 찾는 게 아니라 범인을 만드는 게 경찰이나 국가의 사법기관의 방식이었다.
법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하는지조차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난하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국가에서 변호사를 제공하여 혹시 모를 사법적인 불이익 발생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 국선변호인 제도였다.
국가가 돈이 썩어 넘쳐서 쓰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라.
민사야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만, 형사는 국가 대 당사자의 싸움인 데다 국가의 공권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넘쳐 나기 때문이다.
“적대적인 걸 보니까 혹시 걸리시는 게 있습니까? 알시아 씨에게 수작이라도 부리신 건가요? 계약하라고 작업이라도 치셨나요?”
노형진의 말에 변호사의 얼굴색이 변하자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이 새끼 봐라? 요즘 그런 소리가 들려오더니.’
작업.
이게 무슨 소리냐면, 국선변호인으로 들어간 다음에 상대방을 설득해서 ‘일반 의뢰’로 돌리는 걸 의미한다.
물론 이게 불법은 아니다. 국선변호인이라는 것은 여러 경우에 불려 가기 때문이다.
보통 국선변호인이라고 하면 돈이 없는 사람들이 선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경우, 가령 갑자기 경찰에게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체포당하는 경우, 그래서 기존의 변호사를 불러올 수 없거나 거래하던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 국선변호인을 부른다.
애초에 정상적으로 평범한 생활을 한다면 변호사와 엮일 일은 거의 없으니, 변호사와 엮였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풍파를 만났다는 소리다.
그래서 이런 경우라면 자연스럽게 국선변호에서 일반 변호로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돈이 없는 경우가 문제가 되지.’
돈이 없는 의뢰인은 돈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애초에 구속 상태에서 국선변호인을 신청한다는 것 자체가 돈이 없다는 건데, 국선변호인은 그런 피의자를 좋게 말해서 설득, 나쁘게 말해서 협박하여 사건을 일반 변호로 돌린다.
‘거기다 살인미수란 말이지.’
당연히 처벌도 강해질 테니 기소된 피의자 입장에서는 더더욱 마음이 급해진다.
‘알시아 씨에게 돈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알시아는 필리핀에서 시집을 온 이주 여성이다. 거기다 그녀는 평생을 시골에서 남편과 같이 일했다.
딱히 직장을 다닌 적이 없으며 남편과 같이 농사를 지었다.
당연히 농지는 남편의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그곳이 재개발되었다면 그 돈은 전부 남편에게 갔을 거다.
당연히 알시아에게 돈이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죄명은 ‘살인미수’였다.
그건 남편이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는 것을 뜻한다.
만일 남편이 경찰에 사고라고 이야기했다면 살인미수가 아니라 폭행이 되었을 거다.
그러니 만에 하나라도 남편이 자기를 칼로 찌른 알시아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줄 리가 없다.
거기다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원래 살던 동네도 아니고, 가족들은 필리핀에 있을 게 뻔하다.
그건 알시아 씨에게 도와줄 사람조차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선변호인을 일반 변호사로 돌린다?’
그건 생각하기 힘들다.
“한 가지만 묻죠.”
노형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상대방이 사람답게 변호사답게 군다면야 그에게 적대할 일은 없지만, 남의 인생을 물고 늘어지면서 이권을 챙기는 놈이라면 굳이 봐줄 이유도 없다.
“혹시 알시아 씨에게 무리한 계약을 요구했습니까?”
“무리한 계약이라니요? 우리도 먹고살아야지요.”
“하아?”
먹고살아야 한다니. 그 말에 노형진은 기가 막혔다.
‘이 새끼, 실력도 없는 새끼 맞네.’
그도 그럴 게, 국선변호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론의 경우는 사건의 다양성과 세상을 배우라는 의미에서 변호사들에게 국선변호인 경험을 쌓는 걸 추천해 준다.
국선변호인은 국가에서 시키는 게 아니라 변호사가 국선변호인으로서 변호하는 것을 국가로부터 허가받은 뒤 한 건당 대략 50만 원 정도를 지원받고 변호해 주는 거다.
그래서 국선변호인은 변호사들이 하는 일종의 자원봉사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요즘은 종종 아닌 경우가 있다고 하더니, 이 새끼가 그런 새끼였네.’
국선변호는 돈이 안 된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변호사들은 국선변호인으로 들어가서 일단 의뢰인을 확보한 다음 의뢰인을 설득해서 일반 변호로 돌리게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변호사들의 세계도 이제는 경쟁 체제니까.
노형진은 사법시험 존치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스쿨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주장한 것은 경쟁을 위해 둘 다 일정 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지금처럼 변호사도 경쟁해서, 실력이 부족한 놈들은 도태되고 실력 좋은 사람만 살아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 수작질을 부리는 놈들이 있지.’
정당하게 경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면서 돈을 뜯어먹으려고 하는 놈들이 과연 변호사들의 세계에는 없을까?
그럴 리가.
그리고 그런 실력이 떨어지는 놈들이 노리는 게 바로 다급한 사람들이다.
“아니, 나를 뭐로 보고.”
“변호사죠.”
노형진은 아주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변호사들 중에도 종종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죠.”
“크흠.”
그 말에 상대방 변호사는 헛기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내가 좋은 일 하겠다고 나선 건데 이런 취급을 받으니 억울하네요.”
“그래서 일반 수임으로 돌리셨나요? 아니면 아직 국선변호인 상황인가요?”
“대답할 이유는 없죠.”
“때로는 대답하지 않는 것 그 자체로 대답이 되기도 하지요.”
노형진은 그의 말에 확신을 가졌다.
“뭐, 조만간 다시 뵙겠네요. 다만 그때는 다른 장소에서 뵐 것 같군요.”
그 말에 상대방 변호사는 사색이 되었다.
* * *
“그래서 일반 변호사로 돌리신 거라고요?”
“네, 그런데 갑자기 변호사 사임을 한다고…….”
“하아, 역시나였군요.”
알시아를 만나러 온 노형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현재 변호사가 일반 수임으로 돌리라고 압박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그만뒀다 이거죠?”
정확하게는 노형진이 그를 만난 다음 날 바로 그만뒀다.
그 말은 자기도 그게 변호사의 직업윤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소리다.
“그게…… 불법인가요?”
알시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노형진은 그런 그녀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직업윤리에 위배돼서요. 아시겠지만 현재 알시아 씨는 구속 중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외부와의 접촉은 제한되어 있고, 외부에서 대신 업무를 봐주면서 변호사를 선임해 줄 사람도 없다.
“그런 경우에 의뢰인은 대부분 국선변호인에게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심리적으로 동조되는 거죠.”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에 대해 잘 알면 그만큼 지키기 쉬우니까.
“하지만 그걸 이용해서 상대방을 뜯어먹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린 그걸 갈취라고 부르죠.”
상대방의 다급한 상황을 이용해서 돈을 뜯어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전 변호사는 그걸 한 거다.
그 말에 알시아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살인범이라고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유일한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자신을 갈취한 거라니.
“그래서 얼마나 주신 겁니까?”
“그…… 천만 원…….”
“돈은 어디서 구하셨는데요?”
“국밥집 아주머니가…… 빌려주셨어요.”
“아, 거기 분이요?”
그 아주머니라면 그러고도 남을 분이다.
착한 데다 오지랖도 넓으니까. 거기다 워낙 맛집이라 돈도 있고.
“그나저나 돈은 어차피 돌려받을 테고.”
수임료를 줬다지만 변호사가 먼저 그만뒀으니 그걸 꿀꺽하지는 못할 거다. 중요한 건 이제 그 사건을 누가 맡는지다.
“이 사건은 제가 해야겠군요.”
“네?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라, 그래야 하는 사건입니다. 상황을 봐서는 검찰에서 이미 살인미수로 정해 둔 것 같더군요.”
“전 변호사님도 그 말씀은 하셨어요. 그리고 막을 수 있다고.”
“하.”
그 말에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왜냐? 가소로워서였다.
“애석하게도 아마 말뿐이었을 겁니다.”
“말뿐이라고요?”
“혹시 변호사가 제출한 변론 기록 보셨나요?”
“그건…… 아니요.”
“이게 그 사본입니다. 보시죠.”
그걸 건네자 알시아는 한참을 읽더니 어리둥절한 눈으로 물었다.
“제가 말한 게 그대로 다 잘 들어가 있는데요?”
“그게 문제인 겁니다. 주장만 있지 증명할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 경우라면 판사는 무조건 믿지 않는다. 서면으로 거짓말을 하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은 일이니까.
실제로 위증죄도 피의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애초에 법원도 피의자가 거짓말할 거라고 감안하고 간다는 거다.
“하물며 이건 사건과 관련되어서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불쌍하다고 징징거리는 수준에서 못 벗어난 답변서입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변호사라면 이런 답변서는 작성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자기 심정이 잘 들어가 있으니 참 잘 쓴 답변서 같겠지만, 전문가 입장에서는 이건 한낱 말장난일 뿐인 거다.
“보통 이런 답변서는 세 가지 경우에 씁니다. 첫 번째는 확실하게 이길 때죠.”
첫 번째는 뭘 해도 이길 때, 즉 정치적 판결이든 뇌물을 주든 뭘 해도 이기는 상황일 때다.
그런 때에는 답변서를 어떻게 쓰든 상관없다.
그냥 ‘뿌웅~’ 하는 방귀 뀌는 소리를 써서 내도 이기니까.
“두 번째는 뭘 해도 안 될 때입니다.”
이건 진짜 뭘 해도 답이 없을 때다.
워낙 증거가 넘치고 증인도 많고 CCTV에 범행 현장 같은 게 찍혀서 사건을 따지고 자시고 할 수가 없을 때나 이렇게 작성하는 거다.
“마지막은 사건을 버릴 때입니다. 이 경우는 세 번째겠네요.”
“사건을 버린다고요?”
“네.”
어차피 돈은 다 받아 처먹었으니 더 이상 사건에 신경 쓰기 싫을 때 답변서를 이렇게 낸다.
그럴듯하지만, 그다지 고민하거나 조사한 것도 없는.
나중에 의뢰인이 문제 삼아도, 법적으로 답변서에 모든 이야기가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재판부도 변호사 편을 들어 줄 정도.
그렇잖아도 재판부의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사실이기에 부실한 변론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같은 게 터지면 거의 100% 변호사가 이긴다.
“그런…….”
그 말에 알시아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대부분은 그걸 모르죠.”
그래서 사람들은 변호사만 믿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 거다.
“물론 이런 짓거리를 하는 변호사는 소수입니다.”
하지만 소수라는 것은, 누구라도 그런 인간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실력이 떨어지니까 만만한 먹잇감을 찾고요.”
그게 바로 국선변호인이다.
한국에서 변호사가 되면 죽는 그 순간까지 유지된다. 말로는 대국민 서비스업이라고 하지만 의사와 변호사는 치매가 와서 벽에 똥칠해도 취소되지 않는다.
국영수만 잘하고 암기만 잘하면 통찰력이나 이해력과 상관없이 변호사가 되고, 그들은 사건 자체를 이해하지도 못한 채 말도 안 되는 판단을 내린다.
“왜 판검사들이 종종 말도 안 되는 판단을 할까요? 그건 그들이 일반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