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53)
권주가 싫다면 벌주다! (1)
노형진은 솔직히 필리핀이 이쯤에서 범죄자들을 처벌해서 보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필리핀은 그들을 처벌하지 않았다.
아니, 더 황당한 짓거리로 신경을 긁어 버렸다.
“사건 관련자가 승진했다고요?”
“그래, 그 당시에 차량을 제공했던 경찰서장이 이번에 승진했더군.”
“허?”
노형진은 그 말에 기가 막혔다.
그 당시에 살인에 가담하여 주학신을 납치하는 데 사용된 차량은 대포차나 도난 차량이 아니었다.
현지 경찰서장 와이프의 차량이었다.
그걸로 대놓고 납치했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안 거다.
그런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그 경찰서장은 물론 와이프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인간을 지금 굳이 승진시킨다라…….”
“이거 우리 엿 먹으라고 하는 거 맞네만.”
“우리가 얼마나 만만하면 이러는 건지, 어이가 없군요.”
한국에서 그 문제로 정치권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필리핀 정부가 모를 수가 없다.
한국 언론에서 현 정권을 까기 위해 거의 초 단위로 기사를 쏟아 내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대놓고 경찰서장을 승진시킨 목적은 뻔하다.
만만하다는 거다. 그리고 현 정부가 얼마나 호구 취급받는지 증명하는 꼴이고 말이다.
“허허허허.”
“왜 웃나?”
“그냥, 너무 어이가 없으니까 웃음이 나옵니다.”
적당히 처벌해서 보내 준다면 굳이 끝까지 가지는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형태로 좆 까라를 시전한다면 노형진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하나뿐이다.
“그들이 한국을 만만하게 보니,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 줘야지요.”
“하지만 뭔 수로? 지난번처럼 현상금을 거는 건 불가능할 텐데.”
지난번에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현상금을 내걸어서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는 안 된다.
필리핀 정부에서 전과 다르게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으니까.
공식적으로 필리핀은 반군과 전쟁 중이다.
하지만 말이 반군이지 사실상 거의 동네 산적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필리핀 정부의 전복을 꾀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걸 알기에 지난번에는 제가 단순히 암살을 조건으로 내건 겁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담당자들은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입니다. 그런 자들에게는 당연히 경호 인력이 붙지요.”
암살은 불가능할 거다.
“그러니 반대의 노선을 탑니다.”
“반대의 노선이라고 하면?”
“필리핀에 돈을 줄 생각입니다.”
“돈? 지금 돈이라고 했나?”
“정확하게는, 필리핀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세력에 돈을 줄 겁니다.”
“어디 말인가?”
“공산당입니다.”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 * *
필리핀에도 공산당은 있다.
사실 필리핀 공산당은 고만고만한 반군치고는 규모가 상당하다.
필리핀 대통령 두에른이 공식 석상에서 필리핀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범죄나 마약이 아니라 공산당이라고 말할 정도로 세력이 크다.
하지만 그런 공산당이라고 해서 진짜로 현 정부를 위협할 정도의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
섬 몇 개를 점령하고 필리핀 정부와 대치하는 정도일 뿐이다.
노형진의 계획은 그들을 이용해서 두에른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것.
-그러니까 우리보고 지원 사이트를 개설하라 이겁니까?
필리핀 공산당의 지도자인 파스쿠알은 노형진의 말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네. 우리 한국에도 지원금을 대가로 정치 변화를 이뤄 내는 국민정치참여 사이트가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해당 사이트의 서버는 해외에 있습니다만,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지요.”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책이나 조건에 지원금이나 현상금을 내걸고 그걸 이룩해 낸 정치인이나 사람에게 돈을 주는 제도는 한국에서 의외로 쉽게 정착했다.
정치인들이 워낙 거짓말을 해 대다 보니 그쪽으로 사람들이 쏠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이 생기면 정치인들이 그걸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려고 할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던 노형진은 당연히 그걸 막기 위해 해외에 주소를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거기다가 안건을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반군으로 지칭되고 있습니다만.
“그건 필리핀 정부의 이야기죠.”
필리핀 정부 입장에서는 반군일지 모르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아니다.
“우리가 내거는 조건은 간단합니다. 해당 사이트를 열고 지원을 요청할 것. 해당 사이트에 들어온 돈은 목표량과 상관없이 무조건 드리겠습니다.”
-흠.
그 말에 파스쿠알은 살짝 자존심이 상했지만 동시에 혹했다.
그도 그럴 게, 한국에서 필리핀 정부에 막대한 지원을 해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돈뿐만 아니라 선박도 많이 지원해 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무기들 때문에 자신들은 필리핀 정부를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그 돈으로 무기를 사서 저항하라 이거죠?
“이런, 이런.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무기를 사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그러면?
“식량과 구호품을 사서 지원하세요.”
-식량과 구호품 말입니까?
“네. 식량과 구호품이 엄청 간절할 텐데요. 지금 필리핀도 코델09바이러스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잘사는 나라조차도 생계가 막막해서 자살자가 속출하고 있는 판국이다.
필리핀 같은 나라는 가난해서 하루 먹고살기도 힘들다. 당연히 정부에서 제대로 된 지원도 해 주지 않는다.
현재 필리핀 정부는 국가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반군과 범죄 조직 그리고 마약 조직에 뒤집어씌우고, 돈을 자선이나 구제가 아니라 그들의 박멸에 들이붓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알죠, 진실은 그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죠.
파스쿠알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이 공산주의 혁명에 참가한 이유가 뭔가? 바로 그런 필리핀 정부의 짓거리 때문 아니던가?
‘웃긴 거지.’
사실 필리핀 정부는 극단적으로 부패한 정부다.
그들은 범죄 조직을 소탕해서 국가를 발전시킨다고 하지만 노형진이 보기에 그건 경쟁 조직을 없애려는 짓일 뿐이다.
‘필리핀의 상위 계층이 필리핀의 발전을 반대한다는 건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지.’
사람들은 필리핀이 발전하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실제로 필리핀은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다.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왕래가 좀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관광으로 들어오는 돈도 많고, 인구가 1억이나 되는 데다, 인도처럼 종교적인 나라도 아니라서 외부 공장이 들어가면 값싸게 노동력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이 세계에서 그다지 각광받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나라의 지도자 계층이 필리핀의 성장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필리핀이 성장하면 그만큼 지식인이 늘어나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당한 불이익이 뭔지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지금도 필리핀의 부자들은 부족한 게 없이 살고 있다.
넒은 대지의 저택에서 어마어마한 재력을 뽐내며 경호원을 대동하고 편하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