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7)
“그래야지요. 먹여 살릴 사람이 한 명 더 생겼는데요.”
“자네가 왜 먹여 살려? 아버지가 먹여 살리겠지.”
“기분이 그렇다는 거죠.”
노형진은 웃으면서 서류를 정리했다.
“이제 심기일전하면서 다시 시작해 봅시다! 아자!”
그는 그렇게 행복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 행복한 기분은 채 사흘도 가지 않았다.
“네?”
“세영이가 다니는 학교 말이다. 이상하더구나.”
“아니, 왜요?”
“세영이 말로는 학교가 종교 쪽 학교라는데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종교 수업이 들어 있다는구나.”
“그거야 흔한 일이잖아요?”
아버지로부터 온 연락은 노형진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학교 문제야 어디 한두 번 문제인가? 그런데 그런 일로 전화라니?
“심지어 종교 수업을 거부했다고 퇴학당한 학생도 있는 모양이야.”
“퇴학요?”
“네.”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물론 종교 시설에서 만든 학교인 만큼 종교 수업을 넣겠지만 그걸 듣지 않은 걸로 과연 퇴학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여간 그래서 전학시키려고 생각중이다.”
“어디로요?”
“서울로 보내야지.”
그 말에 노형진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서울로 보낸다는 것은 다시 말해 노형진이 관리와 책임을 감당하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크흠…… 전 아직 애 아빠가 될 생각이…….”
“네가 관리할 것 같냐? 내가 봐서는 세영이가 널 관리할 것 같은데?”
“네?”
“어린애가 얼마나 똑 소리가 나는지 모른단다.”
서세영은 할머니와 살던 소녀 가장이었다. 그래서 어지간한 음식은 자신이 다 할 줄 알고 집안일에도 능숙했다. 그 덕분에 생각지도 못하게 엄마가 편해지기까지 했다고 하니까.
“크흠.”
그 말에 노형진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남자가 혼자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아버지인 노문성이 뭘 이야기하는지 알고 있다. 솔직히 노형진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은 차마 깨끗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단은 전학은 최후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학교에 다니게 하는 게 영 찝찝하구나.”
“도대체 무슨 학교기에.”
“학교 이름이…… 평광고였나?”
“평광고?”
낯선 이름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노형진이 고등학교에 대해 잘 알 수는 없으니까. 더군다나 시골에 있는 학교 하나까지 알 수는 없었다.
“하여간 서영이가 서울에 다닐지도 모르니 네가 좀 알아봐 줬으면 좋겠구나. 가서 종교 수업을 빼 달라고 이야기는 해 보겠지만 안 되면 별수 없지.”
“네.”
노형진은 이때까지만 해도 무심하게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전화를 끊고는 무심결에 인터넷으로 평광고라는 이름을 찾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전국에 그 이름을 가진 학교가 그곳 하나뿐이었는지 바로 홈페이지가 떴는데 거기에 절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름이 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노형진의 작은 신음 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만구파?”
익숙한 이름이 나오자 송정한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 녀석들이 아직도 있었나?”
“종교라는 게 쉽게 근절되는 게 아니라서요.”
근절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노형진과 만구파의 악연은 질겼다.
“만구파라……. 하긴 나도 소문은 들었지.”
김성식도 그 사건을 알고 고개를 끄덕거렸을 만큼 유명한 일이니까.
“그 녀석이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군. 학교라니 무슨 생각이야?”
“전 알 것 같습니다. 신도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에 와서는 포교도 제대로 안 될 텐데요?”
“그거야…… 끄응…… 그렇군.”
“네,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포교 대상이지요.”
아이들은 백지와 같다. 어른이 쓰는 대로 쓰인다. 만구파가 노린 것은 그것이다. 제대로 세뇌만 하면 그들은 절대적인 자신들의 신도가 될 것이다. 만구파가 키운 만구키드가 도움에 의한 관계였다면 그들은 세뇌된 노예들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왜? 신도가 늘어난다고 해서 좋을 건 없지 않나? 그리고 그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남상주 변호사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신도를 늘리는 좋은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 방식으로 늘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공격적인 포교가 나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만구파의 형태에 그 이유가 있겠지요.”
“이유?”
“네, 만구파는 종교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 형태는 공산주의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구파에 가입한 신도들은 모든 재산을 만구파에 바친다. 그 대신에 만구파는 그들을 먹여 주고 재워 주며 신심이 높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결혼까지 시켜 준다. 완벽한 공산주의 형태다.
“재산을 노리고? 애들이 무슨 재산이 있다고?”
“재산이 아니라 아이들 자체를 노리는 걸 겁니다. 만구파의 사업은 한두 개가 아니니까요.”
“아!”
만구파는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신도들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현대는 근로자의 임금의 생산 단가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임금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구파는 종교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은 노동이 아닌 종교에 대한 자원봉사이다. 결과적으로 임금이 나가지 않고 그들은 그 생산한 물건을 싼 가격에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된 자산이 만구파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말이지.’
가령 시중에서 1만 원짜리 물건을 만구파는 7천 원에 공급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더 싼 가격을 가진 쪽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1만 원짜리는 임금이 붙기 때문에 못해도 원가가 7천 원이다. 하지만 만구파의 물건은 임금이 나가지 않아 원가는 2천 원 미만. 결국 5천 원 이상이 만구파의 주머니로 들어가 만구파가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힘이 된다.
“아이들을 세뇌시켜서 만구파의 신도로 만들면 만구파는 상당히 오래 쓸 수 있는 아주 튼튼한 노예들을 확보하는 셈이지요.”
“크흠…….”
“종교들이 다들 모태 신앙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것 때문입니다.”
모태 신앙. 모든 종교가 그걸 중요하게 여긴다.
그게 성스러운 것이라서?
아니다. 어려서부터 그 종교에 맞게 교육받아서 그런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기록을 보면 그 학교에서 한 해 졸업생이 대략 400명입니다. 그중에서 대략 10%가 만구파에 빠져서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더군요.”
고문학은 서류를 확인하고는 찹찹한 표정으로 그걸 내려놨다.
“뭐, 10%?”
“네.”
그러면 40명 정도이다. 한 해 임금으로 따지면 한 사람당 최저 2천만 원만 잡아도 만구파는 무려 1년에서 8억을 아끼는 셈이다. 그들이 일해서 번 돈을 다 가져가는 걸 생각하면 그 금액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문제는 만구파 소속의 학교가 그것뿐이 아니라는 겁니다.”
“뭐라고요?”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조사 결과, 만구파에서 운영하는 학교는 총 스물한 곳입니다.”
“스물한 곳요?”
“네, 그래서 문제인 거죠.”
스물한 개의 학교에서 한 해 10%로 잡아 마흔 명씩 들어간다고 치면 총 팔백 명 정도가 된다. 그런데 그 숫자는 매년 들어간다.
“조용히 일을 꾸미고 있었군.”
“네, 어쩐지 조용하다 싶더라니.”
“그 정도면 완전히 대기업 수준이잖아? 어쩐지 아무리 족쳐도 죽지 않더라니.”
만구파 녀석들이 이렇게 조용히 뒤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노형진은 고민에 빠졌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지금까지 사건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다. 매년 팔백 명이라니.
“얼마나 오래된 건가?”
“제일 오래된 학교가 대략 12년쯤 되었습니다. 평균으로는 10년으로 잡으면 되겠더군요.”
“음…….”
그렇다면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 뿐이지, 어디선가 8천 명의 노예가 잡혀서 일하고 있다는 소리이다.
‘어쩐지…….’
그렇게 많은 노예들이 일해서 바치고 있으니 그토록 사방에서 죽이려고 해도 죽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일반 신도들과 그 가족까지 하면…….’
못해도 1만 이상의 숫자일 것이다. 그 정도면 거의 재벌급 규모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치밀하군.’
이런 식으면 누구도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일부와 학교에서 세뇌를 통해 데려가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가는 거라 수사나 기록에 남을 수가 없으니까.
“어쩔 텐가?”
“글쎄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의뢰받지 못했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죠.”
만구와 새론의 악연이 문제가 아니었다. 학생에 대한 세뇌 교육은 실질적으로 범죄나 마찬가지이다. 그 후에 그들을 신도라는 이름으로 노예화시켜서 착취한다. 나중에 그들은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 벌어 둔 돈이 없으니 나가면 굶어 죽는 것이다. 그러니 영원히 노예처럼 살 수밖에 없다.
‘망할 놈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런 식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의뢰받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세영이가 그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세영이가 의뢰하는 것으로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
지금까지 새론에서 한 모든 재판은 저들이 고소하거나 의뢰인에게서 의뢰받고 난 후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게 아니다. 반대로 자신들이 사건을 인지하고 의뢰인을 구하는 형태이다.
“기획 소송이 되는 건데.”
“어차피 우리가 가려고 했던 방향이잖습니까?”
“음…….”
기획 소송. 쉽게 말해서 불법적인 것을 인지하고 그 피해자들을 설득해서 소송에 들어가는 형태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목에 힘주고 다니는데 찾아다니면서 기획 소송을 할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미국에서는 흔한 일 중 하나지.’
물론 돈을 위해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건 돈을 위한 게 아니야.’
그렇다. 그 학교에서 나와서 저들에게 세뇌당하는 수많은 아이들의 인생과 저들의 죄로 인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달린 문제다.
“기획 소송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사실 상대방이 힘이 있다고 제대로 찍소리도 못 하고 사는 사람들이 어디 한두 명입니까?”
“그건 그렇지.”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노형진과 송정한은 기획 소송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 첫 번째가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좋은 목적으로 교육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후우.”
송정한은 잠시 고만하다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 부분은 저 혼자 결정할 부분이 아닌 듯합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본격적으로 기획 소송으로 나가기 전에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기획 소송을 하게 되면 주변에서 엄청나게 싫어할 게 뻔하다. 변호사들의 자긍심을 버렸다고 말이다.
‘자긍심은 개뿔.’
그러나 노형진은 생각이 달랐다. 피해자를 뻔하게 보면서도 의뢰인이 아니라서 돈이 안 되어서 그냥 모른 척하는 것은 자긍심이라 할 수 없었다.
“전 동의합니다. 세상은 바뀝니다. 지금 주류라고 할지라도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니까요.”
남상주는 동의했다. 고민한 건 김성식이었다.
“좀 고민되는군요. 전 이제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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