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70)
충성의 대가 (2)
실제로 최고 존엄이라고 불리는 장군들은 강간을 하거나 누군가를 패 죽여도, 증거만 없다면 아예 수사 대상에도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 반역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군 내부의 승진 TO에 한계가 있다 보니 윗선을 모가지 쳐 내고 자기가 올라가려고 아래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라이벌을 제거할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억울하다 이 말씀이지요?”
“나는 진짜 억울하다니까. 내가 미쳤다고 그 새끼들한테서 돈을 받아 처먹겠냐고.”
노형진을 찾아온 남자는 권양구라고 하는 준장이었다.
그는 현재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군인 중 한 명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이번에 방산 비리로 언론에 이름이 나갔기 때문이다.
“나는 군 생활 30년 평생 단 한 번도 누군가의 돈을 탐한 적이 없어. 나를 승진시킨 사람들이 바보인가? 내가 그런 사람인 걸 아니까 나한테 군수 지원을 맡긴 거 아니야? 그런데 그런 내가 뇌물 수수라니? 말이나 되느냐고!”
권양구는 억울해서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의 30년 군 생활의 명예가 이렇게 시궁창에 처박힐 거라고 상상이나 해 봤던가?
그동안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서 돈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권양구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흠…….”
노형진은 그 말에 턱을 문질렀다.
‘확실히 곤란하기는 하네.’
보통 노형진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억울한 사람이 많다. 노형진이 억울한 사람 사건을 주로 담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자 사건을 아예 담당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바빠 죽겠는데 그런 사람들까지 지켜 줄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기억을 봐도 확실히 억울하다고 할 만해.’
권양구는 군수 지원을 담당하는 쪽의 준장이다. 그리고 군수 지원 같은 비전투 병과에서 그런 준장급의 힘은 절대로 약하지 않다.
사실 그의 말 한마디면 납품 업체가 바뀌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진짜로 의외네.’
그런데 진짜로 권양구는 깨끗했다.
단 한 번도 접대는커녕 담배 한 개비 받아먹은 적 없고, 어찌 로비 좀 해 보겠다고 업체에서 찾아오면 기겁하면서 도망을 다녔을 정도로 그는 청렴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이름이 양구인데 되게 양심적이시네요.”
“지금 농담이 나오나? 나는 미치겠는데.”
노형진이 군인을 등쳐 먹는 지역으로 유명한 양구 이야기를 하면서 피식 웃었지만 권양구는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내가 미쳤다고 20억이나 받아 처먹겠냐고.”
사건의 시작은 어떤 언론사에서 터진 이야기였다.
모 대형 언론사에서 권양구의 실명을 까고 군수 지원 업무를 하면서 로비스트로부터 무려 20억을 받고 특정 업체를 밀어줬다고 공개 저격하는 기사를 올린 것이다.
“난 말이야, 절대로 그런 적이 없네. 20억? 솔직히 말해서 군수 지원에서 받아 처먹으려고 하면 20억 같은 건 푼돈이야. 50억, 100억도 받아먹을 수 있어. 하지만 난 양심적으로 일했고 조국에 충성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지금 그런 나보고 방산 비리? 내가?”
어이가 없어서 부들부들 떠는 권양구.
노형진은 그런 권양구를 진정시켰다.
“일단 변론 준비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복잡한 게 많군요.”
“어째서 말인가?”
“안 했다는 걸 증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돈을 받지 않았다고 증명하는 건 쉽지 않다.
현금으로 주고받았다고 하면 더더욱 말이다.
이게 변론할 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다.
법률에서는 주장하는 사람이 해당 사항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경우에 문제가 되는 건 안 했다는 것.
안 받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누명인 건 확실하고.’
권양구의 기억을 읽어 보면 이건 분명 누명이었다.
문제는 의심스러운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거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하는 놈들이 넘쳐 나니.’
군 내부에서 투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가 그거다.
단순한 내부 고발이라면 모를까 투서는 조사하지 않을 수도 없는데, 진짜로 하자니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으니까.
그러면 내부 고발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 놔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 보니 결국 투서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게 현실.
“고작 그건가? 내가 이렇게 억울한데 해 줄 말이 고작……!”
“장군님, 억울한 마음은 알겠지만 말입니다, 이 상황에서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장군님의 말씀보다는 다른 증거가 필요합니다.”
“다른 증거?”
“다른 사람들의 증언이나 지지 말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걸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장군님이 돈을 받아먹지도 않으시고 아래에서 받아먹는 것도 막고 있는데 그걸 좋아할 아랫사람이 있겠습니까?”
“아니, 돈 받아먹고 쓰레기를 받는 새끼들을 그냥 두자는 거야!”
“그게 아니라 말입니다, 장군님. 받아 처먹고 싶은 부하들이 천지인데 그들이 장군님을 지켜 주겠느냐 이겁니다.”
“그건…….”
“저도 군검찰에서 일해 봤습니다. 이런 경우에 부하 직원들이 어떤 행동을 할 것 같습니까? 저라면 입 닥치고 있는다에 100억 걸겠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권양구는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러니까.
“장군님이야 억울하시겠지요. 하지만 아래에서는 이게 기회라고 생각할 겁니다.”
권양구만 사라지면 야금야금 편의 좀 봐주고 쓰레기도 받아 주는 대신에 주머니를 두둑하게 챙길 수 있다.
그러니 그들 입장에서는 권양구가 빠지는 게 유리하다.
그렇다면 혹시 아랫사람도 뇌물을 생각지도 않는 바른 장교라면 이 상황이 제대로 정리될까?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승진하고 싶어 할 테니까.
준장인 권양구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사, 중사나 소위, 중위는 아닐 테니 분명 영관급일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과연 어떤 파벌에 서서 어떤 끈을 잡고 승진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권양구 장군님의 끈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까, 지금?”
“그건…….”
이미 언론에 이름까지 공개되면서 졸지에 방산 비리 사범으로 몰려가고 있는 그다. 사실상 그는 끈 떨어진 연 같은 상황.
“물론 일부는 장군님의 억울함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걸 입에 담는다고 해서 이걸 뒤집을 수 있나요? 언론에서 이미 장군님을 물어뜯고 있는데.”
“…….”
물론 아직 언론에서 증거를 제시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혹 제기 자체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문제는 이 사건이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누군가 조작한 거니까.’
새로운 언론법에 따라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증거나 하다못해 증언이라도 있어야 한다.
특히나 이렇게 실명을 까고 상대방을 특정해서 저격하려면 진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저격하면 언론은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못해도 몇억 단위로 말이다.
그런데 권양구의 기억 속에는 그런 증거가 없다. 권양구는 정말로 깨끗한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벌금을 감수하고 저격했다는 소리지.’
언론이 그걸 감수한다는 건 목적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언론에 목적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건 조작의 증거다. 당연하게도 그 원인을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말입니다,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자기 파벌이면 300억짜리 방산 비리도 생계형 비리라고 실드 쳐 주고, 이직을 위해 국가의 인공위성을 중국에 팔아먹는 그런 나라란 말이죠. 그런 나라에서 갑자기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뉴스에 고발이 들어간 상황인데 장교들이 이게 파벌 싸움인 걸 모르겠습니까?”
“끄응…….”
단순히 진실을 말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권양구의 편에 서면 그대로 자신도 똑같이 엮일 수 있다는 소리다.
당연히 눈치 빠른 장교들은 재빨리 발을 뺄 거다.
“이건 말입니다, 단순히 장군님이 올바르다는 걸 아느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부하들에게 승진 욕심이 없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문제는 중령, 대령쯤 되는 인간들이 그럴 리가 없다는 거죠.”
승진을 위해 병사들을 노예 취급하는 장교들이 넘쳐 나는 판국에 그런 인간일수록 승진이 잘되는 한국의 군 시스템 특성상 승진에 대한 욕망이 없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
“설사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 장군님의 아래에 있을 가능성은 더더욱 낮죠.”
“이런 씨팔.”
권양구는 울컥했다.
그런 권양구에게 노형진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리고, 보니까 장군님은 정치적인 라인도 없으신 것 같고.”
“라인? 그런 걸 타면 제대로 된 군인이 아니야!”
“네. 그런데 그게 문제죠. 장군님을 보호해 준다고 해도 장군님은 누군가를 지킬 힘이 없다는 거.”
라인이 있다면 자기 라인의 힘이 빠지는 걸 두려워해서 방어라도 해 주겠지만, 권양구의 기억 속에 라인 같은 건 없었다.
물론 알고 지내는 장군들은 당연히 있지만 그마저도 거리가 있는 다른 부서 소속이었다.
“일단은 제가 최대한 방어를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어쩌라는 거야. 그냥 당하라고?”
“당하시라는 게 아닙니다. 이건 아마 상당히 높은 쪽에서 수작질을 부린 결과일 겁니다.”
“뭐? 그건 또 뭐야? 아래에서 내 자리를 노리고 투서한 게 아니라고?”
노형진은 그 말에 머리를 긁었다.
하긴, 평생 군문에 있던 사람이니 정치적 역학 같은 걸 제대로 알 리가 없지 싶었다.
“장군님, 이 사건은 언론에서 터졌습니다.”
“그런데?”
“언론에는 보도 지침이라는 게 있습니다. 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름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완벽하게 지켜지지는 않는다.
가령 상대방이 너무 유명해서 감출 수조차도 없다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경고받는 걸 감수하고 이름을 공개하는 경우 말이다.
“종종 연예인들이 뭔가에 엮이면 이름이 뭐라고 나가던가요?”
“그…… 보통…… 성으로 나가던가?”
“뉴스를 잘 안 보시나 보군요. 요즘은 성도 아닌 이니셜로 나갑니다.”
가령 누군가에게 일이 터지면 S 모 씨라고 나가 버린다. 그러면 그 연예인은 심 씨가 될 수도 있고 성 씨가 될 수도 있고 수 씨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아예 이름을 박아서 나갔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보통 정치적 사건이죠. 유명 정치인들을 매장하기 위해 벌어지는 그런 사건들 말입니다.”
“그…… 그러고 보니 그렇군.”
연예인 사건은 보통 이니셜로 표기되는데, 정치인들 사건은 증명되지 않아도 이름으로 나간다.
“그런데 장군님은 아예 이름으로 나갔지요. 솔직히 말해서 장군님이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도 아니지 않습니까?”
즉, 그의 이름을 대중에 공개해도 딱히 알아보거나 특정할 사람은 없다는 거다. 사진은 올라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굳이 장군님의 이름을 콕 찍어서 공개했을까요? 그리고 언론사에서는 왜 굳이 장군님 사건만 다른 사건과 다르게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결정했을까요?”
그 말을 들으면서 권양구의 얼굴은 굳어졌다.
“설마…….”
“단순히 아래에서 투서가 들어갔다고 장군님의 실명을 깔 이유는 없죠.”
설사 같은 장군급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준장이 군 내부에서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외부에서는 아무런 힘도 없다.
“언론사에서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왜…… 나를…….”
정치권까지 나서서 이런 짓거리를 한다는 사실에 권양구는충격받은 얼굴이었다.
하긴, 그는 단순하게 누군가가 언론사에 투서해서 일이 이 지경이 된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그게 맞겠지.’
하지만 사건의 조사는 진행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름이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