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75)
독침 전략이란 이런 것 (3)
상병급들이 와서 터트리자 부대 내부의 부실 급식과 관련된 수많은 비리들이 터져 나왔고, 덩달아 헌병대까지 바빠졌다.
“그 덕분에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아.”
일부 언론에서 말한 부정부패 혐의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과연 저런 사람이 그렇게 일하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한편에서는 자기가 켕기니까 저러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나저나, 의심스러운 놈은 찾았습니까?”
“한두 명이어야지.”
권양구가 군수지원사령부에 부임했을 때 그에게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한 장성급만 백 명 단위를 넘어갔다.
그 때문에 특정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의심스러운 놈들이 많았다.
“뭐,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반응이 별로 없던데?”
“그럴 겁니다. 아직은 자기들하고 상관없는 일일 테니까요.”
먹는 음식의 경우는 군수지원사령부의 권한이 워낙 강해서 자기들이 터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보니 당연히 뭐라고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는 물품들의 경우 감시가 상당히 빡세게 운영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걸로 장난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바뀌었지요. 전 국민들이 군 내부의 부정부패에 대해 분노했거든요.”
단순하게 특전사용 칼 같은 비리였다면 국민들의 분노가 이 정도까지 강하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먹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한국인은 “밥 먹었냐?”라는 인사가 일반적일 정도로 먹는 문제에 진심인 민족이다.
그런데 거기다 강제로 끌고 간 병사들에게 그딴 식으로 밥을 먹였다? 진짜 임오군란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거다.
“이제 남은 건 저쪽에서 반격하는 겁니다. 아니, 정확히는 계획을 좀 더 서두를 겁니다.”
“어째서?”
“불똥이 자기 밥그릇까지 튀기 전에 차단하려는 마음도 있을 거고, 권 장군님께서 뭔가 방어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들이라고 이런 군 내부 비리에 대해 분노가 끓고 있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걸 장군님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얄팍한 계략도 취할 만하고요.”
“흠…… 그러면 이제 어쩌지?”
“슬슬 저쪽에서 움직일 테니, 그때 우리는 반격하면 됩니다.”
노형진은 자신 있게 말했다.
* * *
“권양구 그 새끼는 뭐 하는 겁니까, 갑자기?”
“뭐가 이상하니까 살려고 발버둥 치는 거 아니겠습니까?”
국방위원회 종우한 의원의 질문에 주안도 소장은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
후임 하나 잘못 들어와서 이게 뭔 개 같은 경우란 말인가?
“그 새끼가 거기로 가는 걸 막았어야 했는데, 대통령 새끼가 워낙 완고해서.”
사실 거기에는 자기를 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들어오기를 바랐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준장급을 소장이 어찌한단 말인가?
“이러면 곤란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끄응…….”
종우한 의원의 말에 주안도 소장은 신음을 냈다.
‘이러다 나가면 좆 되는데.’
주안도 소장에게는 큰 목표가 있었다.
바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
주안도의 실력이나 실적으로는 사실 소장급 이상의 승진은 불가능하다. 그가 소장을 단 것도 기적이라고 할 정도니까.
홍안수가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소장은커녕 대령이나 달고 예편했을 거다.
홍안수 쿠데타 이후로 별이 어마어마하게 날아가고 관련자들의 예편이 이루어지면서 말 그대로 기적적으로 소장을 달았다.
‘젠장, 어떻게 단 소장인데.’
문제는 더 이상 올라갈 가능성은 없다는 거다.
그도 그럴 게, 그가 소장을 달고 큰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진짜 징계 하나에 장군 자리가 왔다 갔다 하는 게 현실인데 중징계쯤 되는 감봉을 받은 이상 승진은 물 건너간 상황.
장군들의 승진 싸움에서는 가벼운 견책조차도 인생이 끝장나는데 감봉인 이상 승진은 포기해야 한다.
‘내가 잡은 권력을 쉽게 놓칠 수는 없어.’
권력의 맛을 본 주안도는 그걸 계속 잡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국회의원.
확실히 국회의원이 되면 권력을 계속 누릴 수 있다.
그때 마침 국방위원회의 종우한이 같이 돈 좀 벌어 보자면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그래서 유령 회사도 만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해 놨는데, 하필이면 권양구 이 미친놈이 실사니 뭐니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엿 먹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두둑하게 챙겨서 선거 자금으로 쓰려고 했던 주안도 입장에서 권양구 준장은 골칫덩어리였고,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손잡고 쳐 내기로 한 것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일을 좀 빨리 진행시켰으면 하는데.”
“그래야 할 것 같소. 이러다가 우리한테까지 불똥이 튀면 곤란해.”
먹는 것에서 시작된 사람들의 분노는 군의 부패 쪽으로 퍼져 갔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그냥 단순히 먹는 걸로 끝났어야 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핑계 김에 조사하도록 했고, 그 과정에서 군 내부의 수많은 부패 사건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부패로 시선이 향하고 있는 상황.
“결국 자기 함정에 자기가 빠지는 꼴이 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종우한은 불안해하는 주안도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미 모두 입을 맞춰 놨으니까.”
* * *
얼마 후 언론에서는 새로운 증거를 흔들면서 다시 한번 권양구를 저격했다.
그건 권양구에게 돈을 줬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일종의 메모장이었다.
“성강실업이라는 곳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모르네. 내가 담당하던 업체가 어디 한두 곳이던가?”
“하긴, 그건 그렇겠네요. 거기서 20억을 줬다는데……?”
그 뇌물을 줬다는 메모장을 증거로 권양구를 저격하는 언론사 그리고 그 증거가 되는 메모장.
“메모장이라……. 참 애매한 증거네요.”
이메일같이 서버를 조사해서 특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 쓸 수 있는 그런 메모장.
문제는 설사 그렇다고 해도 메모장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거다.
“그간의 판례를 보면 메모장은 분명히 증거로써 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실제로 여론은 벌써 저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
“일단 성강실업이라는 곳에 대해 찾아보니까 공급한 게…… 없네요.”
인터넷상에서는 성강실업이라는 곳에 대해 아예 찾을 수가 없다.
작은 마트 하나라도 인터넷에 가게 위치를 올려 두는 현실을 생각하면 특이하다 못해 이상할 정도다.
“잠깐만 기다리게, 내가 알아보라고 했으니. 아, 왔군.”
뉴스가 터지자마자 권양구가 당장 성강실업에 대해 알아보라고 말해 둔 덕에 빠르게 성강실업의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음…… 철조망 공급 업체군.”
“철조망요?”
“아무래도 철조망도 결국 소모품이니까.”
물론 한번 설치하면 오래 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지 보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특수 금속도 아닌 데다가 외부에 노출되는 특성상 결국 삭아서 끊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특히나 군부대에서는 지속적으로 철조망의 공급 수요가 있는데, 고정된 철조망은 그나마 설치하면 터치하지 않지만 훈련 과정에서 계속 접었다 펴기를 하는 윤형 철조망의 경우는 매년 일정 수량 이상 보급해 줘야 한다.
“주소는 어딘가요?”
“주소가…… 어디 보자…….”
“잠시만요. 문자 좀 보여 주세요.”
노형진은 그걸 받아서 로드뷰를 통해 주소를 확인했다.
잠시 후 그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예상대로군요. 제대로 된 기업이 아니에요.”
“어째서 말인가?”
“한번 보세요.”
노형진은 모니터를 권양구에게 보여 줬다.
그걸 본 권양구는 눈을 찌푸렸다.
“주소를 잘못 친 게 아닌가?”
“아닙니다. 정확한 주소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성강실업이 아니지 않나?”
로드뷰에 표시된 위치는 중국집이었다.
중국집에서 왜 뜬금없이 철조망을 공급한단 말인가?
“이 업체에서 공급하는 게 윤형 철조망이라고요?”
“윤형 철조망하고 일반 철조망이네.”
군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군용 물품 중 하나다.
특히 윤형 철조망은 현재 군부대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그나마 일반 철조망은 민간인들도 경계용으로 종종 사용하지만 윤형 철조망은 애초에 긴급 가설용으로 개설된 물건이라 군대 같은 곳이 아니면 딱히 소모할 데가 없는 물건이다.
“흠…… 홈페이지도 없고 주소도 개판이고, 전형적인 속임수 기업인데.”
“그건 그런데……. 끄응…… 돌겠군.”
그도 그럴 게, 어떤 회사와 물건을 계약했는지는 군법상의 기밀이다.
아무리 권양구가 준장으로 책임자이고 자신의 소송과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그걸 노형진에게 알려 준다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철조망 기업이라는 것 말고는 말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요? 그러면 한 가지만 알려 주시죠. 여기 가시철조망입니까, 아니면 면도날 철조망입니까?”
“가시네.”
“대충 알겠네요. 요즘 가시철조망은 수요가 없지 않습니까?”
“없지. 지금 누가 가시철조망을 쓰나?”
철조망은 보통 선형 철조망과 윤형 철조망으로 나뉜다.
선형 철조망은 말 그대로 쭉 이어진 선형의 철에 가시가 달린 형태고, 윤형 철조망은 둥글게 말아서 펼칠 수 있도록 만든 형태이다.
그런데 철조망을 달리 분류할 수 있는데, 그건 바로 가시의 형태로 나누는 거다.
가시철조망은 옛날 방식으로, 말 그대로 가시처럼 뾰족하게 만들어진 형태다. 그리고 면도날 철조망은 가시 대신 날카로운 면도날이 달려 있는 형태다.
후자가 가격은 더 비싸지만 저지력도, 수명도 훨씬 나아서, 요즘은 군부대에서 후자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마도 그래서 퇴출된 것 같은데.”
군사적으로도 신형인 면도날 철조망을 쓰는 분위기에, 공급하는 게 구형인 가시철조망이라면 아무래도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보복도 함께 하나 보군요.”
그 말에 권양구는 살짝 놀랐다.
형태 하나만 듣고 퇴출 이유도 알아내다니.
“뭐, 분명 중국에서 수입해서 공급하는 업체였을 테고요.”
그런데 갑자기 퇴출되니까 억울했겠지. 그러니까 뇌물을 터트리는 걸 거다.
“이게 참 규정을 지랄같이 만들어 놨다니까요.”
애초에 이런 규정을 만든 이유가 국내 기업을 애용하자는 거다.
그런데 정작 수입품은 금지라는 규정은 없으니 결과적으로 유령 기업을 만들어서 중국산을 수입해서 비싸게 팔아먹는 꼴밖에 안 되는 거다.
“그나마 식자재는 이해라도 하는데.”
먹는 문제에 있어서 가격 대비 군부대의 보급이 안 좋다고 하는 건, 횡령의 문제도 있기는 하지만 군 보급에 국산을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기만 해도 수입산을 사서 쓰는 편이 비용을 훨씬 많이 절감할 수 있지만 국내 산업을 지원한다는 명목하에 비싸도 국내산으로 공급하다 보니 돈이 더 많이 드는 것도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런 건 중국산을 사다가 공급해도 아무런 말도 못 한다.
‘하긴, 애초부터 법을 이따위로 만드니 생기는 일이지.’
어쩌면 법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이런 수작질을 감안한 걸지도 모른다.
결국 이런 납품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건 그런 기업일 수밖에 없으니까.
일단 국내 기업이면 다 동일하게 응할 수 있는데, 한국의 내수 기업이면 단가가 500원이고 중국에서 수입해서 공급하면 단가가 100원일 거다.
정상적으로는 싸움이 될 수가 없는 구조인데, 과연 국회의원들이 이 사실을 모를까?
‘그럴 리가 없지.’
생각보다 국회의원들은 똑똑하다. 특히 자기들의 이권이 끼면 희대의 천재가 되어 버린다.
그런 말도 있지 않던가, 바퀴벌레도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아이큐가 300까지 오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