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88)
거미줄 같은 세상 (2)
* * *
“어떻게 생각하나?”
“물량이 어마어마하군요.”
진원조는 계약하기 위해 건네진 어마어마한 양의 물량을 보고 기가 질려 버렸다.
그렇잖아도 부족한 중국의 물품들.
이게 들어온다면 최소한 절반은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마이스터는 왜 이걸 우리에게 넘기려고 하는 걸까요?”
“글쎄…… 모르지.”
이들은 외부의 자세한 상황을 잘 모른다.
철저하게 중국 내에서 고립된 상황이고, 외부의 정보에는 접근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 양이라면 중국에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현재 중국은 공식적으로 코델09바이러스가 없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이야기다.
전국에서는 어마어마한 수의 ‘단순 폐렴’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그중 상당수가 사망했다.
‘이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지.’
물론 죽는 거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상하이방이라고 해서 중국의 권력자가 아닌 것은 아니며, 그들의 생명 경시 사상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다른 문제는 다름 아닌 부작용으로,코델09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된 사람들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정부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전쟁에서도 병사를 죽이는 것보다는 장애인으로 만드는 게 더욱 상대방에게 부담을 준다고 하지 않던가?
죽으면 끝이지만, 장애를 가지게 되면 그 병사를 먹여 살려야 하고 가족이 케어해 줘야 하니까 부담이 세 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건이 특이하군요. 왜 이런 조건을 달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장비 매각에는 조건이 있었다.
계약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운영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마이스터에서 해당 물품을 판매가의 10%의 가격으로 다시 사 간다는 조건이었다.
또한 경영권의 양도 및 소유권의 양도는 앞으로 50년간 마이스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아마도…… 지난번 그 사건 때문이겠지.”
“지난번 그 사건이라고 하면?”
“중국 정부에서 압류해서 운영하지 않았나?”
“아, 그랬죠.”
중국 정부에서 마이스터에서 반출하려고 하던 마스크 제작용 기계들을 압류해서 운영하다가 화재로 인해 모조리 불타 버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생각보다 큰 문제를 일으켰는데, 중국이 힘으로 국유화해 버리는 바람에 중국에 대한 믿음이 심각하게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 감소와 해외 기업의 이탈이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거다.
자본주의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국유화하는 국가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나라는 없으니까.
“그런데 왜 이런 조건을 우리한테 제시하는 걸까요?”
누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노형진은 중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거라고 말했지만, 그러자면 자신들이 아니라 다른 권력자들에게 내미는 게 더 좋았을 거다.
“그거야…….”
진원조는 잠깐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정치라는 전쟁터에서 살아온 그는 노형진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중국에 혼란이 오기를 원하는 거겠지.”
“혼란요?”
“그래. 지금 권력은 태자당이 잡고 있으니까.”
하지만 상하이방이 다시 치고 올라온다면? 태자당은 곤혹스러울 거다.
“문제는 중국도 우리도, 이걸 거절하지는 못한다는 거야.”
공식적으로 코로나가 없다고 주장하는 중국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들의 주장일 뿐이다.
“당은 그렇다고 치고 우리는?”
“우리는…….”
“내 선배들이 그랬듯이 내가 죽으면 당신들 차례겠지.”
진원조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상하이방 소속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모두들 겁먹고 눈을 내리깔았다.
“이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원래 역사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중국을 정치적인 문제로 공격할 때 상하이방이니 뭐니 구분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샹량핑에게 고개를 숙이고 살려 달라고 빌어야 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는 없었지만.
“하지만 이제 외부에서 손을 내밀었지.”
상하이방을 살려 주겠다. 너희를 살려 주겠다.
그 대신에 권력을 쟁취해라.
“권력을 쟁취하지 못하면 죽는 게 현실이지.”
중국은 원래 그랬다.
권력자가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상대방 파벌에 대한 처단.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이건가요?”
“없지. 공산당에 대한 충성? 그래, 좋지. 하지만 우리도 공산당원이야. 그런데 공산당원으로 취급받나?”
아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제는 힘을 잃어버린 패배자로 취급할 뿐이다.
“하지만 이 계획대로라면 우리를 못 건드려.”
건드리는 순간 모든 방역용품은 다시 마이스터로 넘어가고 다시 한번 중국에 어마어마한 피바람이 불게 될 거다.
“다들 알겠지만 지난 마스크 사건으로 인해 공산당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어.”
어마어마한 양의 마스크를 중국 공산당원들이 쌓아 두고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했던 사건.
그 사건으로 국민들은 공산당을 아주 안 좋게 보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마스크를 공급한다면 지지는 우리에게 쏠리겠지.”
물론 중국의 국민들은 상하이방이니 태자당이니 하는 그런 건 잘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들을 위해 물건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누군지는 안다.
“이대로 죽느냐, 아니면 꿈틀이라도 해 보느냐의 차이야.”
진원조의 말에 다들 아무런 말도 못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선택지는 없는 것 같군.”
진원조는 쓰게 웃었다.
* * *
노형진의 계획하에 계약 자체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마스크가 충분한 한국에서 1차분의 장비가 공급되었다.
하지만 노형진의 계획을 중국 정부가 모를 리가 없다.
“당연한 거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중국 정부가 무능해도 그 정도 정치적 감각은 있을 테니까.”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정확하게는 태자당 입장에서는 상하이방의 약진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체감적으로 마스크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충성심은 공산당과 태자당으로 향할 테니까.
그래서 언론을 통해 해당 사실을 보도하기보다는, 상하이당에서 생산한 마스크를 조용히 구입해서 국민들에게 공급했다.
“남의 실적을 빼돌리기 위해 조용히 있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애초에 중국의 언론은 철저하게 권력자를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니 말이다.
“일단 저희가 목숨을 건진 거니 다행이기는 한데…….”
진아량은 쓰게 웃었다.
마스크와 방역용품 생산에 필요한 장비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상하이방을 공격하는 시도는 확 줄었다.
그럴 만하다. 이미 중국 정부도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테니까.
“물론 그렇지요. 그러니까 이제 상하이방의 권력을 늘려 볼 시간입니다.”
“상하이방의 권력을 늘려요? 이 상황에서 말입니까?”
진아량은 소름이 돋는다는 듯 말했다.
그도 그럴 게, 그랬다가는 진짜 화난 태자당에서 상하이방 인사들의 목을 따서 길거리에 내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하하, 물론 진짜로 권력투쟁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를 지키라는 뜻입니다.”
“어떻게요?”
“중국은 자본주의 시장입니다. 당연히 마스크를 어디다 팔든 그건 당신들이 결정할 문제죠.”
“그건 그런데…….”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자본주의로 굴러간다.
당연히 국가에서 마음대로 물건을 빼앗아 가거나 할 수는 없다.
이미 한번 그런 짓을 했다가 중국 전체에 치명적인 신뢰도 하락 사건이 터진 이상 다시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그 생산된 마스크와 방역용품을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겁니다. 그걸 중국의 태자당은 막을 수가 없죠.”
“그거야 당연한 겁니다만, 그런다고 해서 우리의 권력이 강해질까요?”
“강해질 겁니다, 그걸 받는 곳은 군대, 아니 인민해방군이 될 테니까요.”
“인민해방군?”
“중국에는 국가를 수호하는 군대가 없지 않습니까?”
중국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아닌 당을 수호하는 군대다. 그래서 인민해방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당원이어야 한다.
“그리고 인민해방군은 필연적으로 감염에 취약합니다.”
집단적인 생활환경, 중국의 낮은 위생 의식, 그리고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의약품 등등.
‘중국 인민해방군이 과연 얼마나 개판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중국 내부에서 인민해방군이 가지는 힘은 절대로 약하지 않다.
중국 공산당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집단이 바로 인민해방군이다.
그리고 현재 도시의 방역에 가장 많이 동원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인민해방군이다.
그런 인민해방군에 과연 코델09바이러스 환자가 없을까?
‘그럴 리가 없지.’
한국의 군대조차도 계속 확진자가 나오는 판국에, 직접 방역하러 들어가는 인민해방군에 환자가 없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집단생활을 하는 그들의 특성상 아마 감염자의 숫자는 적지 않을 테고, 당연히 은폐되고 있을 거다.
“다른 곳은 봉쇄라도 하지만 인민해방군은 그럴 수도 없지요.”
즉, 지금 상황에서 가장 마스크와 방역용품이 필요한 곳은 인민해방군이라는 뜻이다.
“마스크를 인민해방군 위주로 우선 공급하세요. 그러면 인민해방군은 상하이방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될 겁니다.”
“아!”
인민해방군 입장에서는 병을 막기 위해 필요한 걸 공급해 주는 상대와 거리를 둘 수가 없다.
인민해방군이 동원되는 양을 생각하면 이제 들어간 마스크의 초기 생산분 대부분은 인민해방군에만 들어가도 부족하다.
“이게 참 아이러니한 거죠.”
방역에 실패해서 인민해방군 내부에 코델09바이러스 환자가 생기면 그에 대한 책임은 장성이 져야 한다.
그런데 당에서 인민해방군을 동원하고 있으니 그것도 거부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감염 가능성이 아주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그걸 막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용품이 필수다.
그리고 현재 중국에서 방역용품을 쥐고 있는 건 상하이방뿐이다.
“만일 상하이방에서 인민해방군에 방역용품을 공급한다면 과연 그걸 태자당이 막을 수 있을까요?”
“그건 불가능하겠네요.”
진아량은 노형진의 계획을 듣고 얼굴이 환해졌다.
그도 그럴 게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여 있던 분노를 풀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권력은 무력에서 나오는 법이지.’
공산당이 별의별 짓거리를 다 해도, 온갖 삽질을 해도 중국의 인민들이 저항하지 못하는 건 공산당을 지키기 위해 인민해방군이라는 강력한 무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민해방군은 공산당을 지키기 위해 중국 국민들을 탱크로 깔아 뭉갠 적이 있는 집단이다.
그러니 저항은 꿈도 꾸지 못하는 거다.
하지만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완벽하게 공산당의 지시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민해방군은 다른 형태의 정치 집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들에게 마스크를 공급하면서 그들과 손잡으세요.”
인민해방군의 장군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권력의 핵심이 병사이니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당연히 이들과 손잡을 거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