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92)
차이나 화이트 (3)
“애초에 주소지가 특정되지도 않았을 텐데요. 그걸 발송하는 놈들이 멀쩡한 놈들이 아닌데 제대로 된 주소지를 적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국제우편으로 뭔가를 보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발송 주소와 수신 주소를 적어야 한다.
수신 주소야 주문한 측의 것이니 정확하겠지만 보내는 놈들이 자기 주소를 제대로 적을 리가 없다.
“네. 알아봤더니 대부분 없는 주소지거나 전혀 상관없는 주소더군요.”
“그런데 반송하자니 이해가 안 가는데? 반송한다고 해서 그게 그놈들에게 가는 것도 아니지 않나?”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그게 상관있습니까?”
“무슨 말이지?”
도널드 올드먼은 고개를 갸웃했다.
“간단한 거죠. 반송하면 그 주소지로 마약이 갈 겁니다. 당연히 거기에는 마약 업자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그러면 그 마약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글쎄? 그거야…… 흠, 그렇군.”
양심적인 놈이라면 공안에 신고할 거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의 공안 입장에서는 명백하게 중국에 들어온 마약이다. 그러니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중국이 처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사실상 중국이 이 전략을 실행한 것 아닙니까?”
누군가의 말에 CIA 국장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놈들이 미국의 대표라니.’
그는 이 전략을 들었을 때 탄성을 내질렀다. 반대로 중국에 카운터를 때리는 전략이니까.
그런데 지금처럼 쉽게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놈들이 꼭 있었다.
도널드 올드먼의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그나마 착하면 신고할 거라는 겁니다, 착하면. 하지만 중국인들에게서 양심을 찾기는 조금 힘들지요.”
“그러면?”
“아마도 그걸 받은 놈은 미친 듯이 팔아재낄 겁니다.”
“아!”
당연히 중국 내부에 엄청난 양의 펜타닐이 퍼지기 시작할 거다.
“우리는 그걸 조사할 이유가 없죠. 반품한 거니까.”
“모든 책임은 중국이 진다 이거군.”
“맞습니다.”
이쪽에서 수령을 거부한 거니 그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만일 미국에서 그걸 수사한다고 하면 방법이 없지만, 반품된 게 마약인 펜타닐이라면 국제법상 그걸로 조사받아야 하는 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겁니다. 판매자가 많지는 않으니까요.”
한 명의 판매자가 한 명의 사용자한테 파는 게 아니라 한 명의 판매자가 수백 수천 명에게 판매한다.
그중에서 한 명이라도 반품하면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대해 중국에서 조사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은 그놈을 조지든가 아니면 반품되는 걸 막든가 해야 하는군.”
“문제는 반품되는 물품을 확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거죠.”
어마어마한 물동량.
그것 때문에 미국도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물건을 커버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게 문제인 거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약간의 작전을 펼칠 수 있습니다.”
“약간의 작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무차별적인 주문이 핵심입니다.”
“무슨 말이지?”
“이미 우리는 발송자들의 가짜 주소와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주문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주문하자 이건가?”
“그렇습니다. 대량으로 주문해서 받은 다음 그대로 반송하는 겁니다.”
“그러면 무슨 효과가 있지?”
아무래도 이런 작전에 대해 잘 모르는 도널드 올드먼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그 말에 국장은 조용히 답했다.
“이런 업자들은 기본적으로 대량 주문을 우선합니다. 애초에 그게 돈이 더 되거든요. 또한 그런 물건은 뒤에 중국이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기도 하고요.”
펜타닐은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마약이다. 그걸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재료를 구입해야 한다.
당연히 재료를 많이 구입할수록 추적하기 쉬워진다.
“펜타닐 재료들은 대부분 엄격한 관리 대상입니다. 그걸 대량으로 구입한다면 당연히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중국에서 그 범인을 잡지 않는다?
그건 중국에서 고의적으로 그들을 방치한다는 소리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대량의 물건이 반품될수록 중국에서 마약은 엄청나게 빠르게 퍼질 겁니다. 동시에 국내 마약 양은 점점 줄어들 테고요.”
“어째서 말인가?”
“가격의 문제죠.”
물건의 희소성이 강해질수록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당연히 일반 10~20대는 비싸진 펜타닐을 구입하기 힘들어질 거다.
그리고 그렇게 대량 구매 건수가 늘어나면 장사하는 사람은 당연히 대량 구매를 우선으로 발송하기 마련이니, 결과적으로 소량 구매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시중에 퍼지는 펜타닐의 양은 줄어들게 될 겁니다.”
“흠, 좋은 생각이군.”
도널드 올드먼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결정적으로 마음에 드는 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이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거다.
국제우편의 반송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니까.
“그리고 우리 창고에는 압류한 펜타닐이 넘쳐 나죠.”
“하하하.”
보통은 소각 처리해 버리지만 그걸 같이 보낸다고 해도 그 사실을 중국에서 알아채기는 힘들 거다.
“중국은 양자택일을 해야겠군.”
자국 내 마약 업자들을 소탕하든가, 아니면 자국 내 무차별적으로 마약이 퍼지는 걸 감안하고 계속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
“다만 문제는, 이런 경우 거래를 비트코인으로 한다는 겁니다만.”
“비트코인이 그렇게 충분한가?”
물론 CIA나 FBI가 수사에 쓸 목적으로 일부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일 뿐, 이런 거래에 쓸 정도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가 충분한 건 아니다.
“그래서 마이스터가 필요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상 화폐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 바로 마이스터니까요.”
“하긴, 그렇지.”
노형진이 그걸 가지고 장난친 놈들을 한번 뒤집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상 화폐를 바로 그만둔 건 아니었다.
“그쪽에서 그러더군요, 중국에 엄청난 양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고. 적당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일부를 판매하겠답니다.”
“중국이라…….”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것은 가상 화폐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 사실이니까요.”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상 화폐 채굴장이 몰려 있다.
어느 정도로 많냐면, 그 가상 화폐 발굴장에서 전 세계 그래픽 카드 대부분을 싹쓸이해 갈 정도다.
심지어 중국이 가상 화폐를 전면 금지하고 강제로 모든 가상 화폐 공장을 폐쇄했을 때 그 가상 화폐 공장이 다른 나라로 이전했는데, 그곳이 얼마나 전기를 많이 먹었는지 국가 기간 시설이 멈춰 버려서 그 나라에서 시위대와 정부의 충돌이 발생해 정부에서 실탄 발사를 명할 정도였다.
“중국에 있는 가상 화폐로 값을 치르면 우리를 추적할 수는 없지요.”
“좋은 생각이군.”
어차피 저쪽에 반품하는 건 펜타닐이다. 이미 압류된 펜타닐을 보내도 문제 될 건 없다.
마약 제조 업자가 이건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며 성분비를 비교할 것도 아니니까.
“바로 준비하게.”
“네.”
“그리고 더 할 말이 있나?”
그 말에 CIA 국장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묘한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걸 본 도널드 올드먼은 그가 할 말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잠깐 쉬도록 하지. CIA 국장은 잠깐 나 좀 보고.”
“네, 각하.”
우르르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방 안에 둘만 남은 상황에서 도널드 올드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나?”
“저희도 다른 방법을 좀 알아봤습니다. 마이스터로부터 계속 도움을 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른 방법?”
“무차별적인 마약 주문과 반송 작전을 우리만 하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도널드 올드먼이 눈을 찡그렸다.
“뭔 개소리야? 다른 나라와 손잡자고? 내가 그런 경우는 없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거지 왜 남의 나라까지 지켜 줘야 하는 건데?”
“그게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음모를 짜는 데 익숙한 게 누구일까?
바로 CIA다.
그들이 이런 상황을 알았을 때 과연 그걸 이용해서 음모를 짜지 않을까? 그럴 리가 없다.
사실 노형진도 그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막을 생각은 없었다.
어떤 생각을 할지 예상은 되지만 노형진이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놈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문할 때 굳이 미국에서 할 이유는 없지요.”
“미국에서 안 하면?”
“유럽에서 대량의 주문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도 함정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거죠.”
“호오, 그래? 잠깐 이야기를 좀 들어 보지.”
그 말에 도널드 올드먼은 관심을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어차피 중국을, 아니 공산당을 압박하는 것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니 유럽을 은근슬쩍 끌어들이자는 거죠.”
“그러니까 유럽을 보호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붙도록 만들겠다?”
“네. 어마어마한 양의 펜타닐이 유럽으로 퍼진다면 지금의 유럽은 버틸 힘이 없어집니다.”
현재 유럽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하나의 공동체를 추구하면서 시작된 유럽이지만 코델09바이러스로 인해 국경은 폐쇄되었고 각 나라는 방역용품을 가지고 서로 악다구니를 하고 있다.
당연히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우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마약이 들어온다면 어떻겠습니까?”
“흠…… 확실히 화나겠지.”
“중국의 서류에서는 적성국이 어떤 나라인지 정확하게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럽은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지요.”
그 말에 도널드 올드먼은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 우리가 중국에서 펜타닐을 발송하는 건?”
“가능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미국 내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펜타닐이 쌓여 있습니다.”
그걸 빼돌려서 중국으로 가지고 가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그걸 유럽에 가지고 가서 중국 업자인 척 무차별적으로 뿌린다면?
그리고 유럽에서 발견하게끔 유도한다면?
유럽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다.
“특히 영국 같은 경우는 더더욱 화나겠군.”
중국과 아편전쟁을 했던 영국이다.
중국이 자신들이 했던 그대로 자신들을 말려 죽이려고 한다면 기가 찰 거다.
“그리고 그건 유럽에만 가능한 게 아니지요.”
“유럽에만 가능한 게 아니라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중국은 적성국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도 중국과 사이가 안 좋지요.”
그 말에 도널드 올드먼은 눈을 반짝거렸다.
물론 러시아와 중국이 손잡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사이가 좋기보다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잡은 것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게 중국은 러시아의 최신 기술을 훔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러다가 몇 번이나 걸렸으니까.
심지어 전투기를 수입할 때 절대로 뜯지 않기로 계약하고서는 전투기가 들어오자마자 계약을 무시하고 전투기를 뜯어서 조사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에 러시아는 중국에 어떤 무기도 수출하지 않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아군이다 이건가?”
“네. 마치 한국과 일본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