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20)
모든 부모에게 사랑이 있는 건 아니다 (2)
한국에서는 집 안에 들어온 도둑을 때려죽이면 살인죄로 처벌하지만 미국에서는 쏴 죽여도 자기방어를 인정해 처벌하지 않는다.
무단으로 들어왔다면 범죄가 목적일 가능성이 높은데, 나라가 미국이다 보니 총기를 휴대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간을 목적으로 집에 무단 침입한 범인들을 미혼모가 샷건으로 쏴서 그중 한 사람을 죽였는데,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범인들이 왜 들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위협이 되었고, 퇴거 명령에 거부한 것이 중요할 뿐.
“우리가 밀고 들어가기는 위험한데요.”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샷건이라도 맞으면 자기들만 죽는 거다.
거기다 리지 던컨이 그걸 빌미로 아이를 빼앗으려고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거짓말만 하지 않으면 되는 거지.”
하지만 샘슨은 방법이 있는지 전화를 걸고, 경찰에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드림 로펌의 샘슨 변호사입니다. 현재 저희 증인이 스물네 시간 동안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위치가 롱스톤가 30번지에 위치한 아파트 703호입니다.”
그 말에 경찰은 바로 출동하겠다고 했고 벨라는 샘슨의 기지에 탄성을 질렀다.
“그러네요. 거짓말한 건 아니네요.”
“그렇지.”
아이는 분명 주요 증인이다. 그리고 보호 대상이다. 그리고 최소 스물네 시간 동안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이의 접촉 수단은 울음이니까.
“그리고 여기는 슬럼가니까.”
미국은 위험한 나라다. 주요 증인의 대가리에 총질하는 게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닌 그런 나라.
특히 슬럼가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상황이라면 경찰이 출동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쪽에 바로 전화해. 혹시 모르니까 구급차를 부르고.”
“네!”
* * *
경찰은 금방 도착했다.
두 사람은 마치 방금 온 것처럼 입구에서 서성거리다 그들을 반겼다.
“여깁니다.”
“증인과 연락이 안 된다고요?”
“네.”
“잠깐만 비키세요.”
경찰은 문을 쾅쾅 두들겼다.
“경찰입니다. 문 여세요!”
하지만 안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몇 번이나 두들겨도 반응은 없었다.
“문을 부숴야겠네요. 해머 가져와.”
다른 경찰이 차량의 해머를 가지고 왔을 때, 마침 구급대도 도착했다.
“혹시 몰라서 불렀습니다.”
“잘했습니다.”
증인이 위독하다면 분초를 다투는 싸움이 될 테니까.
“부숴!”
돌입용 망치로 문을 부수기 시작하는 경찰.
그 모습을 지켜보며 벨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하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이들은 예민하다. 초인종 소리, 벨 소리 하나에도 울어 젖힌다. 그래서 부모들은 걷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한다.
그런데 이런 커다란 소리에도 반응이 없다? 그건 극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쾅!
문이 부서지자 그들은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벨라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빠르게 아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이는 이 난리 중에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는?”
“괜찮은 것 같아요. 숨은 작게 쉬고 있어요.”
정확하게는, 숨만 겨우 쉬는 느낌.
그때 뒤따라 들어온 구급대원이 다가와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더니 눈을 찡그렸다.
“맥박이 너무 약합니다. 당장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할게요. 일단 병원으로.”
“가장 가까운 병원이 베이 종합병원입니다.”
구급대원은 그곳으로 간다고 말하고는 아이를 데리고 다급하게 나갔다.
그때 안쪽에서 리지 던컨이 질질 끌려 나왔다.
“증인이…….”
“증인은 이 여자가 아니라 아이입니다.”
그렇게 말한 샘슨은 경찰에게 끌려 나오는 리지 던컨의 모습을 보고 눈을 찡그렸다.
완전히 풀린 눈, 흐느적거리는 다리, 외부의 자극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 모습.
그걸 보는 순간 단숨에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되었다.
“마약을 했군.”
“침대 옆에서 마약이 발견되었습니다.”
“미친년.”
마약에 취했으니 당연히 그 난리 통에도 못 일어난 거다.
“아이 용품을 팔아서 한다는 게 고작 마약이라니.”
침실로 들어가서 주변을 본 벨라는 눈을 찡그렸다.
침실 여기저기에 고가의 명품이 쌓여 있는 게 보였다.
“일단 저희는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여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음, 혹시 모르니 경찰에서 내부 고가 물품은 회수하겠습니다.”
문은 박살 났고 감시인이나 경호원은 없는 상황.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쳐 두기야 하겠지만 그런다고 도둑이 들지 않을 리는 없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 * *
“어이가 없군.”
하이드 맥핀은 기가 질렸다는 듯 말했다.
리지 던컨이 아이를 학대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영양실조?”
“네.”
“미친년.”
전화를 받고 다급하게 병원으로 온 하이드 맥핀의 입에서 저절로 욕이 나왔다.
아이를 얼마나 방치했으면 영양실조가 왔단 말인가?
아이가 울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더는 울 힘조차도 없었던 거다.
울어도 울어도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 상황이니 아이는 그저 힘없이 누워서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저희는 폭행만 생각했는데…….”
“나도 그랬다.”
그런데 애를 방치해서 굶겨 죽일 뻔할 줄은 몰랐다.
아무리 학대를 한다고 해도 밥조차 주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더군다나 아이를 핑계 삼아서 양육권을 요구하는 상황인데 이 정도로 방치할 줄이야.
“일단 아이는 아동보호국에서 나와서 케어할 겁니다.”
“그래야지.”
미국의 아동보호국의 권한은 엄청나다. 한국의 경찰처럼 출동한 후에 아이를 두들겨 패는 걸 말리는 선에서 끝나거나 강간한 부모에게 돌려보내는 것 같은 상황은 꿈도 꿀 수 없다.
일단 학대한 정황이 포착되면 아이와 부모는 무조건 격리되고, 아이를 되찾아 가기 위해서는 재판을 통해 아동 학대가 아니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힘들겠지.”
돈도 없고, 무엇보다 학대 정황이 너무 뚜렷하다. 영양실조는 하루 이틀 만에 오는 게 아니니까.
더군다나 드림 로펌에서 녹음한 파일도 있다.
“양육비 소송에서도 유리해지겠네요.”
“그래.”
아이 물건을 팔아서 마약을 하는 애엄마에게 아이를 맡길 판사는 최소한 미국에는 없다.
“일단 아이에게는 최고의 케어를 해 주게. 비용은 일단 드림에서 내는 걸로 하고.”
“알겠습니다.”
샘슨이 나가자, 하이드 맥핀은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노형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차 덕분에 다행히 노형진은 일하고 있었다.
-오, 맥핀 씨.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거기는 새벽일 텐데.
“리지 던컨이 큰 사고를 쳤습니다.”
-사고요?
“애가 죽을 뻔했습니다. 영양실조라고 하더군요.”
-미친!
노형진도 깜짝 놀랐다. 그도 영양실조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긴, 아기가 밥 먹는 걸 감시할 방법이 없기는 했다.
-아이는요?
“일단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심각한 영양실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답니다. 다만 당분간은 계속 병원에서 케어해야 할 거랍니다.”
-그래야지요. 일단 리지 던컨과는 격리시키겠군요.
“그럴 겁니다.”
-아이를 병원에 오래 두지는 못할 테니까, 우선 법원의 허가를 얻어서 아이를 케어할 만한 공간을 확보하고 당분간 보호해 줄 사람을 구하세요. 주송도 씨가 양육 소송 중이니 주송도 씨 이름으로 신청하면 허가가 날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병원에 오래 두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미국의 병원은 코델09바이러스로 인해 거의 가득 찬 상황이고, 간호사들 입장에서도 넘쳐 나는 코델09바이러스 환자들이 우선이다.
영양실조의 경우는 그냥 아이에게 영양제를 놔주면서 제시간에 끼니를 챙겨 주는 식으로 돌봐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병원 상황을 보면 그렇게 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게 뻔하다.
-리지 던컨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마약에 찌들어서 현재 구치소에 있습니다.”
-마약요? 음…… 일단 이번 육아 소송에서는 이기겠군요.
“그럴 겁니다.”
리지 던컨은 아마 유전자 검사만 하면 쉽게 이길 거라 생각했을 거다.
실제로 그건 틀린 말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양육권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게 주는 게 일반적이니까.
하지만 이 정도 일이 터지면 절대 주지 않는다.
일단 마약을 하는 경우에 아이의 양육 비용이 모조리 마약으로 가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리지 던컨이 멍청한 짓을 한 덕분에 소송은 쉽게 가겠네요.
하긴, 마약은 하지 않기를 기대한 게 바보 같은 일일 수도 있다.
슬럼가에서 자라 온 예쁜 여자. 그런 여자를 마약을 이용해서 꼬시는 건 흔한 일이다.
더군다나 파티걸로 몇 년을 살아왔다.
모든 파티가 깨끗한 건 아니다. 그중에는 자기들끼리 마약을 하는 파티도 있으니까.
심지어 약쟁이 파티라는 이름으로 마약을 하기 위해 개최되는 파티까지 있으니 마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
“네. 하지만 끝난 건 아닙니다.”
-라이엄 그랜트 말이군요.
“네.”
라이엄 그랜트. 그놈은 자신의 선수를 위해 주송도를 몰락시키려고 했다. 그런데도 그냥 놔둔다?
그러면 또 그런 짓을 할 거다.
애초에 이런 짓이 처음도 아닐 테고.
그럴 때 과연 드림 로펌에서 막을 수 있을까?
힘들 수도 있다.
당장 돈을 원하는 외부 세력이 임신이라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범죄가 있을 가능성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바로 미국의 법률계다.
여자가 임신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해 개인적으로 수작을 부리는 것과 범죄 조직이 목적을 위해 그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이런 사건이 한두 개도 아니니까.’
미국은 부자 국가다. 그리고 이런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우리가 모든 사건을 다 커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의심스러운 상황이 여러 가지가 있겠군요.
노형진은 확신을 가진 듯 말했다.
이렇게 치밀하게 함정을 파는 인간들이 과연 처음일까?
“맞습니다. 라이엄 그랜트와 드래곤 에이전시가 그들만의 힘으로 이런 방법을 쓰는 건 사실 힘든 일이기도 하고요.”
하이드 맥핀 역시 노형진의 말에 동의했다.
대부분의 소송에서 싸움 자체는 사실 간단하게 끝난다.
미국 법원의 판결은 간단하다. 싸질렀으면 책임져라.
그에 대해서는 노형진도 반대 의견이 없다.
하지만 서로 합의를 통해 관계하고서 뒤통수를 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런 경우 불리한 건 남자다. 대부분의 사건은 어마어마한 배상금과 양육비를 주면서 끝난다.
“그걸 막을 수 있다면 우리에게 제법 큰손님들이 많이 생길 겁니다.”
주송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성공한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방어만 성공해서는 부족하다. 다시는 건드리지 못하도록 보복하는 모습도 보여 줘야 한다.
그런 꼴을 당한 남자들이 과연 분노하지 않을까? 그들의 분노를 해소시켜 주는 모습을 보여 줘야 그들이 드림으로 올 거다.
“드림 로펌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그를 몰락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라이엄 그랜트의 미래가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