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36)
협상의 법칙 (2)
“분당할 겁니다.”
“뭐? 분당에 간다고?”
“아뇨. 분당할 거라고요.”
“다음 총선은 분당에서 출마하겠다는 건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걸까? 계속 헛소리를 하는 곽차수에게 노형진은 아주 쉽게 설명해 줬다.
“신당을 창당해서 따로 나가겠습니다.”
그 말에 곽차수는 입을 쩍 벌렸다.
* * *
신당 창당. 그건 종종 있는 일이다.
국회의원들끼리 의견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새로운 당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양당제 국가나 마찬가지다. 다른 당이 생겨도 힘이 없거나 해서 금방 사라지니까.
이 분당은 일종의 정치적 협상의 수단이기도 하다.
“‘우리가 너희들 표를 깎아먹을 거야.’라는 일종의 협박이죠.”
노형진은 굳은 얼굴을 한 송정한에게 말했다.
곽차수는 다급하게 송정한을 붙잡고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노형진과 송정한은 단호하게 끊고 나왔다.
당연히 전화통에 불이 났지만 송정한은 전화기를 꺼 버렸다.
“하긴, 그건 그래. 분당한 당은 대부분 선거 전에 기존 당에 흡수되지.”
“네. 그게 대한민국이 사실상 양당제로 운영되는 가장 큰 이유고요.”
분당한 후 기존의 표를 깎아먹으면? 당연히 그들은 폭망하게 된다.
“결국 분당이라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 전략이거든요.”
선거란 기본적으로 승자 독식 시스템이다.
가령 어떤 지역이 50 : 50의 절묘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고 치자. 그 상황에서는 누가 이길지 아무도 모른다.
진짜 영화처럼 단 한 표로 승패가 바뀔 수도 있다.
실제로 선거를 보면 단 한 표로 인해 승패가 바뀐 경우가 제법 많다.
“그 상황에서 한 명이 새로운 당을 창당해서 기존 표를 빼앗아 가면 기존 세력은 망하는 거죠.”
단 1%만 가지고 간다고 해도 50 : 50이 아니라 50 : 49 : 1이라는 비중이 된다.
그리고 그 비중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50의 비중을 가진 쪽이 지역을 싹쓸이해 자기네 영역에 흡수하려 하기에, 장기적으로 그 지역은 사실상 그 당의 소위 표밭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분당, 아니 신당 창당이 오래가지 않는 것도 있지.”
“더군다나 신당을 창당해도 그 당은 사실 현 시스템하에서는 오래가지 못하죠. 한국의 시스템은 다른 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니까요.”
새로운 당이 생겼다고 치자.
당연히 그 당은 세력도 약하고 돈도 없다.
결국 선거에서 상당히 불리한 포지션이 된다.
“국회의원이 없는 당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사실 대한민국에 정당은 많다. 정당을 만드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당으로 인정받기는 힘들다.
왜냐, 소속 국회의원이 없으니까.
“어차피 창당이야 기존 국회의원이 하는 거지만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국회의원으로서 권력을 가지는 동안에는 존재감이 그나마 있다. 하지만 그다음 선거에서 그가 떨어지면 개털 되는 거다.
그렇다면 다른 국회의원의 선출? 당연히 그것도 쉽지 않다.
새로 만들어진 당은 돈이 없다. 사실상 국회의원이 자비를 내서 운영해야 한다.
당연히 그런 당에서는 다수의 지역에 후보를 낼 수도 없고, 양당 체제의 국가나 마찬가지인 한국에서 후보를 내도 선거를 치러서 이기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이런 작은 당은 때때로 주인과 부하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당을 세운 국회의원이 선거에서 탈락하고 다른 국회의원이 당선된 경우, 정작 돈을 들여서 그 당을 세운 국회의원은 쫓겨나고 새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주인이 되는 거다.
실제로 정치하다 보면 인기를 위해 끌어들인 사람에게 당을 통째로 빼앗긴 역사가 제법 있었다.
“그래서 보통은 분당이나 창당은 아무래도 최악의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신당 창당 이야기가 나오면 저쪽은 아무래도 움직임에 제한이 걸리게 된다.
“하지만 내가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말이야, 그걸 유지할 힘이 없는데?”
뒤에서 뇌물 두둑하게 받아 챙긴 부패한 국회의원들이야 돈 걱정 없이 유지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송정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뇌물도 받은 적이 없고, 월급을 제외한 품위 유지비 등 지원비는 쓰다가 남으면 반납해 왔다.
물론 새론을 통해 투자한 돈에 대한 배당금이 있어서 생활이 넉넉하긴 하지만 수십, 수백억씩 뒷주머니로 챙긴 정치인들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돈이야 뭐 걱정 없지 않습니까? 새론이 있는데.”
“하지만 새론과 결탁했다고 지금 검찰에서 수사한다고 하지 않나?”
그 말에 노형진은 비웃음을 가득 담아 물었다.
“그래서요? 그게 불법인가요?”
“응?”
“새론에서 불법적으로 돈을 받으신 적 있나요? 아니면 새론을 위해 불법적인 행동을 하신 적은?”
“없지.”
없다. 물론 새론을 통해 투자한 돈은 있지만, 투자는 불법이 아니다.
“뭐, 이런 경우 대부분 전략은 뻔하죠.”
죄가 안 된다.
하지만 죄가 의심된다고 언론에서 신나게 떠드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떠들다가 억지로 죄를 끼워 맞춰 버린다.
문제는, 현재 언론에서는 그걸 터트려 줄 생각이 없다는 거다. 자기들도 살아야 하니까.
“그래도 돈이 문제가 아닌가? 나 혼자 돈을 내는 건 불가능한데.”
“다른 국회의원들을 데리고 오면 되죠.”
“오겠나?”
송정한은 쓰게 웃었다. 올 리가 없다.
“이권을 주면 됩니다.”
“아니, 그게 싫어서 우리가 이러는 거 아닌가?”
“불법적인 이권이 문제인 거지 정당한 이권은 문제가 안 됩니다.”
“당을 옮길 정도의 이권을 어디서 가지고 온단 말인가? 아무리 마이스터라고 해도 그건 힘들 것 같은데.”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런 계획을 준비한 게 아닙니다. 그렇잖아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이번 기회가 좋을 것 같군요.”
“뭔데?”
“보시죠.”
노형진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송정한에게 건넸다.
그걸 받아 든 송정한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사실인가?”
“네. 현재 미국에서 1차 동물실험이 끝났습니다. 2차 인체 실험 중입니다. 아마 조만간 끝날 거고, 3상실험이 바로 시작될 겁니다.”
“코델09바이러스 백신이라고?”
“네.”
“미친.”
코델09바이러스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이미 2차대전의 사망자 이상이 죽어 나갔지만 기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당연히 각 회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백신이나 치료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그게 그렇게 갑자기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다르지.’
코델09바이러스를 알고 있었고 그와 관련된 연구를 상당 기간 해 왔다. 그래서 다른 기업에 비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었다.
실제로 원래 역사에서 백신은 2020년 하반기에 나온다. 그마저도 임상이 끝난 게 아니라 2차가 끝난 상황에서 일단 긴급 사용 승인이 난 거다.
그렇게 원래는 1년 가까이 더 있어야 나오지만, 노형진이 막대한 돈을 들이부은 덕분에 코델09바이러스 백신은 원래보다 훨씬 빨리 나오는 데 성공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코델09바이러스로 죽는 것보다는 일부가 부작용으로 죽는 걸 용인해야 할 정도로 사망자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아마 현 상황에서는 긴급 사용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3상은 보통 4~5년 걸리지만 그 기간 동안 코델09바이러스가 퍼지도록 놔둔다면 인류의 10분의 1은 죽을 겁니다.”
코델09바이러스는 지독한 놈이다. 빠르게 변이하고, 심지어 기존의 상식에 따라 한 번 치료되면 걸리지 않는다는 면역 시스템조차도 통하지 않아 치료된 사람도 돌파 감염된다.
실제로 공식적으로 세 번이나 돌파 감염당한 사람이 있는 이상 자신의 면역력만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이걸 개발한 회사는 다름 아닌 미다스의 회사죠.”
“으음…….”
새론을 통해 투자 중인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다.
변호사들이 입사할 때 미다스의 투자 위탁 계약을 통해 이권을 보장했으니까.
당연히 이걸 보는 순간 그들은 눈이 돌아갈 거다. 투자 위탁 계약을 한 국회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니까.
당연히 그중 상당 부분이 해당 업체에 투자금으로 들어가 있다.
금액도 절대 적지 않다.
시작은 작았겠지만 가상 화폐 이후에 늘어난 투자금을 재투자하는 식으로 늘려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보가 나온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는 건 불법 아닌가?”
투자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투자하는 건 명백하게 불법이다.
이 정보를 흘리고 추가 투자를 하라고 해서 이권을 챙겨 주는 건 명백하게 불법의 영역이다.
“맞습니다. 지금 와서 더 투자하면 불법이기는 하죠.”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투자를 종료하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뭐?”
“계약서에 따르면 이 투자 건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따라 즉시 종료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합의고 뭐고 그런 거 없다. 그냥 한쪽에서 이 투자 건을 종료하고 현시점의 값어치를 계산해서 돈을 주면 그걸로 계약 끝이다.
“그 말은, 미다스 측에서 계약 종료한다고 고지하고 돈을 주면 그걸로 땡이라는 거죠.”
그 말에 송정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확실히 계약서에는 그런 내용이 있었다.
“지금 사실 그 회사 주식은 똥값이거든요.”
“똥값이라……. 그렇지. 똥값이지.”
애초에 노형진이 세운 연구 전문 회사고 지난 몇 년간 수익이라는 게 없었다.
당연히 투자는 되어 있지만 수익은 없었다.
주식회사도 아니기에 주식거래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이게 발표되면 어떻게 될까요?”
“허.”
아마도 수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일단 주식을 팔지 않는 건 둘째 치고 전 세계에서 코델09바이러스의 백신을 판 후에 그 수익을 분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지금 팔면 잘해 봐야 1억? 2억? 그 정도 수익이 나겠지요. 하지만 이게 발표된 후에는 과연 주식의 가격이 얼마나 뛸까요?”
못해도 100배 이상은 뛸 거다, 다른 기업들은 이제야 1차 실험을 하네 마네 하고 있는 상황이니.
“저희 측 백신의 방어율은 98.8%입니다.”
“놀랍군.”
“거기다가 어마어마한 양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이미 있지요.”
“그렇지.”
세계복지재단은 복제약을 생산해서 빈국에 공급하기 위해 이미 어마어마한 규모의 생산 시스템을 빈국 위주로 구축해 두었다. 동티모르 같은 경우는 국가 자체가 거대한 의학 공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곳에서 미친 듯이 백신을 생산하기 시작한다면?
당연히 수익은 엄청나게 나올 것이다.
“이권을 포기할 것이냐, 이권을 지킬 것이냐.”
이권을 주는 건 어렵지만 이미 있는 이권을 빼앗는 건 쉽다.
“돈요?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들어올 텐데 그 정도 뻥카를 못 치진 않을 것 아닙니까? 누차 말하지만 권력자들의 궁극의 꿈은 재벌입니다.”
“허.”
송정한은 혀를 내둘렀다.
하긴, 아무리 권력이 좋다고 해도 결국 이권을 위해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거다.
당장 권력을 잡아도 뇌물은 잘해 봐야 수십억. 그마저도 잘못하면 모가지가 날아가는 위험한 돈.
그에 반해 이 계약은 유지만 잘한다면 100억 이상의 수익, 그것도 ‘당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미 투자한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할 선택은 뻔했다.
“똥줄 한번 타 보라고 하세요, 후후후.”
* * *
“미친놈! 정녕…….”
코리아 타임라인을 통해 발표된 신당 창당의 가능성.
송정한의 공식적인 발표였기에 정치계는 발칵 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