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6)
“그러면 좋지요.”
그리고 그의 말대로 사람들은 만장일치로 사건을 새론에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자신들의 아이들을 구해 주고 그 치료비와 손해배상비까지 받아 준다는데 불만이 있을 리 없었다.
“잘 부탁합니다.”
“네.”
노형진은 그에게 인사받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럴 수가…….”
성만구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 내 왕국이…… 어쩌다가…….”
분명 그의 왕국은 아주 튼튼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져서 누구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냔 말이야!”
자신을 멸망시킨 녀석은 확실하다. 노형진. 그리고 새론. 그들이 노예들을 빼 가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어떻게 알았는지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구원자님.”
피곤한 얼굴로 들어오는 자신 신도.
“상황은? 상황은 어떤가?”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인질들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습니다만…….”
“다른 신도들은 아직 연락이 없나?”
여기서 말하는 신도들은 일반 신도들이 아니다. 일반 신도들은 이 상황에서 세 가지 경우에 들어간다. 하나는 인질이 되거나, 총을 들고 싸우거나, 그냥 바깥에서 있거나. 그런데 앞의 두 종류의 신도들은 그의 손아귀에 있으니 남은 것은 바깥에 있는 신도들. 하지만 성만구는 그들을 찾는 게 아니었다.
“연락이 안 됩니다. 철저하게 막혔습니다.”
“젠장! 우리가 준 도움이 얼만데!”
“그들이라고 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정부 내부에서는 우리 신도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진행 중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신도들은 꼬리를 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가 찾는 것은 만구키드였다. 자신이 막대한 돈을 들여서 키워 내고 정부의 요직에 박아 둔 사람들. 그들이라면 이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배신이야! 이런 때일수록 더욱더 강한 신심으로 날 모셔야지!”
그는 그렇게 화내고 있었지만 상식적으로 몰락해 가는 종교, 그것도 한국에서 테러 단체로 지정된 종교를 믿는다고 드러내는 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만구의 아이들의 힘을 빌리는 건 힘들 거라 생각됩니다.”
“크흑…… 다른 곳들은?”
“모르겠습니다. 정부에서 모든 통신 수단을 다 끊어 놨습니다.”
무기를 둔 곳은 이곳 말고도 많다. 문제는 정부에서 그걸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곳으로도 군대가 동원되었다.
“구원자님! 큰일 났습니다!”
“또 뭐야!”
그때 문일 박차고 들어오는 남자. 그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고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뉴…… 뉴스를 보셔야겠습니다.”
“뉴스라니.”
통신은 안 되지만 방송은 볼 수 있기에 성만구는 서둘러서 텔레비전을 틀었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믿고 싶지 않은 장면이 흘러나왔다.
-지금 만구파의 주요 본거지 중 한 곳이 막 항복했습니다. 그들은 무장을 해제하고 나오고 있습니다. 인질들은 안전하며 정부에서는…….
털썩.
신도들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구원자님!”
“강원도가…… 강원도가…….”
강원도에 있는 만구의 전당이었다. 거기에는 엄청난 무기가 있다. 그런데 그곳이 무너졌다. 이제 정부에게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것이다.
“이대로는…….”
침을 꿀꺽 삼키는 신도들.
“나가 있거라.”
“구원자님!”
“나가 있으래도!”
그들은 성만구의 눈치를 보다가 주춤주춤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성만구는 자신의 호화스러운 의자에 앉아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절망에 빠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래…… 어쩔 수 없다…….다시 시작하자.”
그는 한참 고민하다가 마음을 굳혔다. 더 이상 만구파의 미래가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시작하자.”
사실 여기에는 신도들은 모르는 비밀 통로가 있다. 그곳으로 도망가면 신도들은 모른다. 심지어 저 앞을 지키는 자들도 알 수가 없다. 비밀 통로를 만든 자들은 모조리 땅속에 묻혀 있으니까.
“일단 탈출하자.”
탈출한다고 해도 자신은 거지가 아니다. 자신이 빼돌려 둔 막대한 재산이 있다. 그리고 그 재산이면 다시 만구파를 일으킬 수 있다. 설사 못 일으킨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
“일단은 일본으로 가자. 그곳에 사 둔 곳이 있으니 그곳에서 머릿속을 좀 정리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겠어, 여기는 신도들이 막아 줄 테니 당분간은 내가 도망친 걸 모를 거야.”
그는 일본으로의 밀항을 결심하고는 바깥으로 나가려고 비밀리에 만들어 둔 통로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드르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그 순간 그 통로의 어둠 속에서 시커먼 인영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으악! 누구냐!”
성만구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워낙 방음이 잘된 방이라 바깥에서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언제 열리나 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남자들은 총으로 무장한 채로 검은 스키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걸 본 성만구는 그들이 누군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특전사…….’
특전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바로 그들은 정부에서 보낸 사람이라는 것.
“망할. 안쪽에서는 문을 열 수가 없게 해 놔서.”
그들은 정부에서 비밀리에 파견한 특수부대였다. 성만구의 생각과 다르게 정부는 그 비밀 통로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 무슨 짓이냐! 이렇고도 무사할 줄 알아?”
“무사? 이 인간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커헉!”
군화의 발길질에 바닥을 나뒹구는 성만구.
“너……! 너, 내가 정부에서 누굴 아는지 알아!”
그는 일어서서 발악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말에 상대방은 비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우리를 보낸 게 바로 그 사람이다.”
“뭐라고?”
“우리를 보낸 게 그분이라고.”
“그……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그는 말하지 않고 작은 소음용 권총을 꺼냈다.
“그분께서는 네놈이 살아 있으면 영 곤란하시거든.”
“아…… 아니야…….”
성만구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
“난 신이다! 난 신이야! 누가 감히 신을 죽이려고!”
퓻퓻.
짧게 들리는 두 개의 작은 소리.
성만구는 서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천천히 떨궜다. 가슴에서 번지는 붉은 피. 자신이 입은 하얀색의 옷이 피로 얼룩지고 있었다.
“신 좋아하네. 신치고는 너무 잘 죽는데?”
“나…… 난…… 시…… 신이야……. 신인데……. 신…….”
성만구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붉은 피가 점점 번져 갔다.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겠지.”
그 말에 방금 총을 쏜 사람은 다시 소음기가 달린 총을 그의 등에 몇 번이나 쏴 버렸다. 하지만 성만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쪽은 정리된 것 같군.”
“그럼 시작하지.”
“네.”
한 명이 비밀 통로 쪽으로 들어가서 깜빡이는 불빛 신호를 보내고 난 후 그 안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은 무장을 확인하고는 성만구의 시신을 흘낏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알지?”
“네.”
“하나도 남기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들은 만구의 전당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젯밤 대한민국 특공대가 테러 집단 만구파의 리더이자 이번 사태의 주범인 성만구를 사살했다고 합니다. 성만구는 최후까지 저항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결국 사살되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노형진은 방송을 흘낏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
결국 이 경우 남은 건 강경 진압뿐이다. 더군다나 다른 때와 달리 어제는 교주가 있었으니 협상하고 항복할 리 없다.
‘어쩔 수 없지.’
노형진은 안타깝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성만구가 불쌍하지는 않았다. 결국 신 노릇을 넘어서서 독재자 노릇을 하려 해서 벌어진 일이다. 그저 신으로서 살려고 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신 대신에 독재자의 길을 선택했다. 당연히 그걸 그냥 둘 권력자들이 아니었다.
“이걸 접수하러 왔습니다.”
노형진이 나타나자 접수처 근무자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일전에도 그는 수천 건의 사건을 한꺼번에 가지고 왔다. 문제는 이번에도 그의 어깨 너머로 서류로 가득 찬 커다란 수레가 보인다는 것.
“가능하겠지요?”
“하아.”
그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 집에 가기는 글렀네.’
그는 그저 한숨만 쉴 뿐이었다.
“이야기만 잘 짜면 된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으흐흐.”
정상화 국회의장은 넓은 땅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를 데리고 온 법무 법인의 변호사는 그를 기쁘게 하고 있었다.
“이 땅은 어차피 만구파가 사라진 지금에 와서는 주인이 없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서류를 조작하면 의장님의 재산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지 않을까?”
“그럴 리가요? 문제를 일으킬 녀석들은 살아 있지도 않습니다.”
“그렇지. 흐흐흐.”
만구파의 리더이자 테러범이었던 성만구는 교전 중에 사살당했고 다른 신도들은 모조리 잡혀 갔다. 일반인들은 이런 사항에 대해 모르고 있다. 그러니 피해 서류를 조금만 조작해서 제출하면 이 땅은 그의 땅이 되는 것이다.
“잘 부탁하네, 백 변호사. 자네가 이번에 도와준다면 내 자네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지.”
“감사합니다, 의장님.”
“감사는 무슨. 도리어 내가 감사하지. 흐흐흐.”
이제 만구파의 돈을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인 것이 된 상황이다. 그러니 빨리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큰 이득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 뭘 준비해야 하지?”
“일단 가장 좋은 것은 피해 서류입니다.”
“피해 서류? 채권 증서가 좋지 않을까?”
“지금 정부에서는 만구파에 대한 청소가 한창입니다. 만구파에 대한 채권 증서를 조작해서 내놓으시면 결과적으로 만구파와 거래가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면 좋을 게 없습니다.”
“어이쿠, 그러면 안 되지. 암, 안 되고말고. 지금은 그쪽이랑 연결되는 건 절대 좋은 게 아니지.”
“그렇지요.”
정부에서는 만구파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쫓아내거나 처벌하고 있었다. 만구키드뿐만 아니라 만민구원회 소속 신도들까지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땅을 집어삼킬 정도의 큰 거래를 했다는 증명서를 내놓는다는 건 나 만구파니까 처벌해 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일단은 적당한 피해 서류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 경우는 아무래도…….”
그렇게 변호사가 설명하려는 찰나였다. 저 멀리서 새끼 변호사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백 변호사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무슨 큰일?”
새끼 변호사를 본 백 변호사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철없이 방해하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이 땅은…… 만구파 땅이 아닙니다.”
“뭔 소리야? 우리가 잘못 찾아온 거야?”
“그게 아닙니다. 만구파 피해자 협회에서 이 땅과 만구파의 드러난 모든 재산에 대해서 압류를 걸어 확정받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이 땅은 이제 진짜 피해자들의 땅이지, 만구파의 땅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 말에 정상화 국회의장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대책위의 위원장은 노형과 새론에게 고개를 숙여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노형진의 말대로 사태가 수습되자마자 사방에서 그 땅을 노리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진짜 피해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무런 이유나 증거도 없이 주인 없는 돈을 먹으려고 달려든 작자들이었다.
“노 변호사님이 아니었다면 아이들의 치료비도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가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자산은 정부에 빼앗기거나 정치인들에게 집어삼켜졌을 것이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저희가 받아 낸 재산으로 피해 보상은 받을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정상으로 돌아오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네, 각오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극심한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었다. 만구파에게서 빼앗아 낸 재산은 그들의 치료비로 나갈 게 뻔했다.
“그럼 들어가십시오.”
“이 은혜, 잇지 않겠습니다.”
“은혜는요. 무슨.”
노형진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몸을 돌려서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거참, 날씨 좋네.”
왠지 아주 오랫동안 앓고 있던 이빨이 빠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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