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61)
폭탄이 날아왔다 (2)
“뭐, 전자가 유망하기는 하지.”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는 곳이고, 얼마나 투자를 잘할지나 미래의 먹거리를 누가 먼저 잡을지 등을 생각해야 하는 분야니까.
‘그러고 보니 역사가 참 많이 바뀌었네.’
당장 핸드폰만 해도, 원래 핸드폰은 이파전이었다.
하지만 대룡이 살아남아 의외로 좋은 핸드폰을 계속 만들어 내면서 삼파전 양상을 만들어 낸 상황.
“와, 진짜 어딜 가나 고생문이 열렸구나.”
“넌 어딜 가서든 잘할 거야.”
허망하게 웃는 유영민을 본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해 줬다.
“그나저나 할아버지가 한번 들어오시래요.”
“응? 날? 왜? 전화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모르죠. 뭐, 조용히 이야기해야 하는 거라고 하시던데.”
다른 사람도 아닌 유영민을 통해 이야기할 정도라면 심각한 문제라는 거다.
“그래? 바로 들어가 봐야겠는데?”
그 말에 노형진은 왠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보통 이런 일은 상당히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 *
“어디요?”
오랜만에 대룡에 도착했을 때 노형진은 어이가 없어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항공사 말일세, 오리엔탈항공.”
“거기를 사 달라고 한다고요? 그 폭탄을? 뜬금없이?”
“뜬금없이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지 않나.”
기업은 일반적으로 자기들끼리 알아서 거래하고 또 기업의 인수 같은 것도 결정한다. 하지만 종종 국가에서 많은 보상을 내걸고 특정 기업을 인수할 곳을 찾는 경우가 있다.
그건 해당 기업이 보통 국가 기간산업에 속하는데 망하면 타격이 클 때 벌어지는 일이다. 가령 항공사 같은 거 말이다.
“오리엔탈항공이……. 아, 하긴 그러네요.”
오리엔탈항공. 한국항공과 더불어서 대한민국의 2대 회사 중 하나다.
“거기가 상황이 안 좋은 거 알지?”
“알죠. 파산 직전이라고 들었는데요.”
오리엔탈항공은 코델09바이러스가 터진 후에 다른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치명타를 입었다.
사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한국 대기업의 고질병, 즉 사주였다.
분식 회계가 발각되고 또 그 안에서도 온갖 갑질이 터지면서 이미지가 나락으로 가 버렸다.
‘그러고 보니 원래 역사에서는 한국항공으로 넘어갔지, 아마?’
더군다나 애초에 오리엔탈항공을 가지고 있던 회사가 교통 전문 그룹이다 보니 코델09바이러스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에 원 회사에 잡아 둘 힘이 없었던 것.
“그런데 거기를 사 달라고요?”
“현재는 한국항공이 인수하겠다고 하는 모양인데, 정부에서는 영 탐탁잖은 모양이야.”
“당연하죠. 그렇게 되면 한국항공이 대한민국의 모든 항공 라인을 독점하는 건데.”
물론 다른 항공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저가 항공사라 오리엔탈항공을 살 만한 돈이 없다.
오히려 코델09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누군가 자기네를 좀 사 줬으면 하는 분위기다.
그런 상황에서 만일 모든 항공 라인이 한 회사로 넘어간다?
아마 개판이 될 거다.
당장 유료 도료에서 투자사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돈을 뜯어내는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실제로 한국항공으로 넘어간 후에 비행깃값이 많이 비싸졌지.’
당연하다. 어차피 독점이니까.
어차피 저가 항공은 해외 라인에 취항할 수도 없으니 무작정 올려도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거다.
“다른 대기업들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모양이고.”
“자기들도 죽겠는데 폭탄을 누가 받으려고 하겠습니까?”
코델09바이러스는 대기업에도 큰 영향을 줬다. 이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항공사같이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지는 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정부에서 우리에게 의사를 물어 왔네, 오리엔탈항공을 인수할 생각이 없느냐고.”
“흠…….”
그 말에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확실히 지금으로서는 지옥 같은 시기이기는 하지.’
전 세계가 코델09로 고통받고 있으니 당연히 모두가 인수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
“지금 값어치가 어느 정도 된다고 하죠?”
“2조 정도 된다고 하더군.”
“빚은요?”
“빚이 12조 정도 될 걸세.”
노형진은 눈을 찡그렸다.
오리엔탈항공이 오래된 항공사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빚이 12조라니.
“영업 참 개판으로 했네요.”
“뭐, 회사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 원래 회사가 삽질만 안 했어도.”
“아, 그랬죠.”
사실 오리엔탈항공은 흑자 기업이었다. 그런데 모기업에서 뜬금없이 건설업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다 까먹은 거다.
“웃기네요, 얼마 전에 영민이랑 그 이야기 했는데.”
“그랬나?”
“네. 한국은 좀 성장했다 싶으면 일단 건설에 손대는 버릇을 버려야 하는데 말이죠.”
“하긴, 대룡처럼 착실하게 성장한 건설사는 거의 없지.”
애초에 대룡건설의 시작이 워낙 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탓에 차라리 직접 짓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성장해서 직접 아파트도 올리지만 말이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회사 내부에서는 의견의 대립이 팽팽해.”
“그럴 만하죠.”
세상에 공짜란 없다.
정부에서 나서서 기업을 사 달라고 할 정도라면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거다.
당연히 그걸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지원을 해 준다는 의미다.
“그래서 고민 중이야. 우리 회사야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여유로운 건 사실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당장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당장 미국의 망해 가던 의료 재단을 구입한 게 몇 개나 되는데, 그들이 코델09바이러스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형진과의 인맥 덕분에 방역용품에서부터 컨테이너를 개조한 개인 격리실까지 어마어마한 숫자가 지원되었고, 거기다 상대적으로 다른 곳보다 코델09바이러스 치료비를 싸게 측정한 덕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2조 원 정도는 어찌어찌 낼 수 있네. 빚 같은 경우도 정부에서 은행과 협상해서 최대한 커버해 준다고 하니까.”
문제는 그걸 넘겨받은 후에 정상화하는 것이다.
애초에 한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지금 이 상황이다.
코델09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가 국경을 폐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도 아닌 항공사를 정상화한다?
“그건 저라고 해도 답이 없습니다만.”
“그건 나도 아네. 자네가 신이 아닌 이상에야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항공사는 존재 자체로 엄청나게 돈을 잡아먹는 기업이다.
일단 조종사만 해도 필요하다고 바로 뽑을 수 있는 인력이 아니기에 고용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승무원도 마찬가지.
비행기 역시 주차하듯이 그냥 세워 둬선 안 된다.
의외로 비행기의 주기료는 엄청나게 많이 든다.
비행기는 운항하지 않을 때 주기장이라는 곳에 세워 놔야 하는데 그 비용이 진짜 비싸다. 오죽하면 세워 두는 것보다 띄워 두는 게 돈이 덜 든다고 할 정도다.
거기다가 비행기는 정비도 주기적으로 정밀하게 해야 하고 그 비용도 엄청나게 든다.
당연히 정비에 필요한 인원을 확보해서 그들을 데리고 있는 것도 힘들다.
애초에 항공기를 정비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정비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인력도 아니니까.
“즉, 항공사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내부 인원은 대부분 필수 인원이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 다른 곳처럼 정리 해고 같은 걸 하기 힘들다.
설사 정리 해고 등을 통해 인원을 정리한다고 해도 사실 항공사의 지출에 비하면 뺄 수 있는 인건비는 새 발의 피다.
오리엔탈항공이 분명 한국의 2대 항공사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고작 9천 명 정도.
다른 노동집약적산업과 다르게 인원이 많지 않다. 그 안에서 필수 인원을 빼면 남는 건 2천 명 정도.
“말 그대로 한 줌입니다.”
물론 그들을 자른다고 해서 갑자기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2천 명이라는 거지, 진짜 최소한 기업이 운영될 수 있게 유지하려면 잘해 봐야 천 명 정도다.
“그래서 거부하자는 의견도 굉장히 거세지만…….”
“설마 내부적으로 구입하기로 결정된 겁니까?”
“오리엔탈항공이 워낙 큰 회사여야 말이지. 사실 내가 그동안 매를 너무 많이 들었으니까.”
“끄응.”
후계 구도 정리를 위해 내부의 반기를 억누른 뒤 정리하느라고 주요 임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했다.
“더군다나 가문도 전처럼 내게 우호적이지 않잖나.”
“이해는 갑니다.”
원래 대룡그룹은 유민택이 가문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시킨 곳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문의 영향력이 강해지다 못해 범죄와 온갖 부정부패로 변하기 시작하자 유민택은 가차 없이 그들을 잘라 냈다.
물론 그들이 유민택을 몰아내거나 하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유민택이 자기들의 자리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좀 과한 경우에는 감옥에까지 보냈기에 좋게 생각할 리가 없었다.
“그쪽에서 무리해서라도 구입하기를 원하더군.”
“지금 상황에서는 이거 완전 핵폭탄인데.”
정상화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으니까.
물론 다른 의미에서는 받아들일 만한 핵폭탄이기는 하다. 정상화만 된다면 폭발적으로 수익이 늘어날 테니.
“정부에서는 조건으로 뭘 내걸었습니까? 어설픈 세금 감면 같은 걸 대가로 요구하는 거라면 수지가 안 맞는데요.”
“놀라지 말게나. 생각지도 못한 조건이니까.”
“뭔데요? 그다지 놀랄 것도 없습니다만. 어차피 돈 없는 건 정부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내놓은 방법이기는 한데, 그게 또 의외로 제법 좋은 조건이라서 말이지.”
“뭔데요?”
“건축물 비파괴검사 의무화와 감리 업체 고용자 변경이라네.”
노형진은 그 말에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귀를 의심했다.
“박기훈이가 미쳤습니까?”
“미쳤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박기훈은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군.”
“하긴, 지금 건설 업체들이 돈이 말라서 저항하지 못할 상황이기는 한데…….”
건축물 비파괴검사 의무화와 감리 업체 고용자의 변경은 생각보다 큰 문제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에서 짓는 건물 중에 날림으로 짓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긴 삼풍이랑 다리가 무너진 충격이 가신 지가 한참 되기는 했지.’
삼풍백화점과 한강교의 추락은 한국에 부실 공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지금은 그로부터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실제로 건설 현장에 가 보면 그야말로 개판이다.
‘그래서 결국 아파트가 통째로 무너져서 사람까지 죽고 말이지.’
안 좋은 자재를 쓰는 것은 기본이며 그 안 좋은 자재마저도 조금만 쓴다.
원래 건설 현장에서 녹슨 철근은 쓰면 안 된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열팽창률이 같다. 그래서 아무리 열을 받아도 이 두 가지가 똑같이 늘어나고 똑같이 줄어들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녹슨 철근은 외부의 녹이 그 접촉을 막기 때문에 결국 시멘트와의 연결이 끊어지게 된다.
그런데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시멘트도 규정 이하의 물건을 쓰는데, 거기다가 그마저도 양을 늘리기 위해 모래를 섞어 버리는 건 흔하고, 그마저도 아깝다고 물을 섞어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최근에 지은 아파트들이 문제가 많은 건 딱히 비밀도 아니었다.
심한 경우 법에서 정한 압축 강도의 절반도 못 버티는 건물도 있었다.
그걸 제대로 검사하지 않아서 그렇지 제대로 검사하면 부도가 날 건설 업체가 한둘이 아니었다.
“근 10년 이내에 지어진 모든 건축물에 대한 비파괴검사를 한다고 하더군.”
“건설사들 난리가 나겠네요.”
“당연하지. 하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그쪽이 헛짓거리 한 것도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