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74)
정당한 권리자 (4)
그들은 안다, 이런 일이 성공했을 때 그에 대한 보상이 얼마나 달콤한지.
“곽도방이 주제도 모르고 설치고 다니기는 했지요.”
오지도는 이번 사건을 일부 담당하기로 했다.
그가 왜 일부를 담당하기로 했느냐면, 그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론의 다른 변호사들이 싫어하는 더러운 일. 그걸 해 줄 사람을 찾았던 게 노형진의 계획이었고, 청계 출신들은 새론이라는 이름을 뒤에 두기 위해 기꺼이 그 줄을 잡았다.
“곽도방이 요즘 간땡이가 붓기는 했어요.”
조용한 룸살롱.
한때 청계에서 주로 사용하던 룸이었다. 하지만 청계가 사라졌으니 더 이상 여기를 쓸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돌아왔군, 후후후.’
물론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다들 전처럼 여자를 끼고 있지 않았다. 또한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상당수 사람들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방의 본질적인 의미가 바뀐 건 아니다. 그저 그게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왔을 뿐.
“우리 새론에서는 곽도방 사장이 허튼짓을 할까 걱정입니다.”
오지도는 미소를 지었다.
‘곽도방 네가 뭔 짓을 해도 우리보다는 느릴 거다.’
물론 곽도방도 나름 장학생을 키웠을 거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대기업이 키운 장학생은 대부분 모가지가 날아갔다.
결국 새롭게 접근해서 안면을 트고 인맥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이제 망해 가는 대기업 쪽에서 고개 뻣뻣하게 들고 만나자고 하는 것과, 잘나가는 로펌에서 슬며시 접근해서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검사들에게 유리할지는 뻔했다.
“곽도방 사장이 아직 자기 상황을 모르는데 훈계를 좀 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지도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일이 터졌으니 곽도방은 사건을 덮으려고 할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사와 접촉하는 건 필수였다.
경찰에서 덮어 봐야 검찰에서 재수사하라고 하면 끝이니까.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잖아도 제 후배 녀석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재미있는 이야기?”
“오리엔탈항공 비서실에서 잠깐 얼굴을 보자고 했다고 합니다.”
“오호, 그래서요?”
“그래서는요, 뭐. 잘 조사해 보라고 했지요.”
남자의 말에 오지도는 빙긋 웃었다.
“한잔 드시죠. 우리는 마음이 잘 맞는 것 같네요.”
* * *
-오리엔탈항공의 직원 중 일부가 뇌물 공여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었습니다. 오리엔탈항공 직원이라고만 알려진 이 남성은 담당 검사에게 접근, 막대한 뇌물을 조건으로 사건을 무마해 줄 것을 청탁하였으나, 검사는 현장에서 해당 남성을 체포하였습니다.
그동안 온갖 똥물을 뒤집어쓴 검찰이다. 얼마 전에도 송정한에게 뇌물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했다가 걸린 그들이기에 어떻게 해서든 이미지를 바꿔야 했고, 그 때문에 이번 사건은 빠르게 대중에 공개되었다.
검찰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부도덕한 뉴스를 덮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으니까.
당연히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했고, 여론은 극단적으로 악화되었다.
“이게 아닌데?”
지금까지 뇌물을 주려고 접근해도 거절은 할지언정 현장에서 뇌물 공여로 체포한 적은 없기에 완전히 방심하고 저지른 일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포하고 심지어 막을 틈도 없이 언론에 공개되어 버리자 곽도방은 미칠 것 같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는 자신이 권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추락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특히나 높은 곳에 있던 놈일수록 더더욱 그랬다.
“이 개 같은 새끼야!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보고를 하던 비서에게 분노의 날아 차기를 시전한 곽도방은 쓰러진 그를 발로 계속 찼다.
“이 개 같은 새끼! 일을 그따위로 하니까 네가 그 모양인 거 아니야!”
그 발길질을 비서는 피하지 못하고 몸을 웅크린 채 고스란히 당해야 했다.
“헉헉, 씨팔.”
곽도방은 분노를 삼키면서 폭행을 멈췄다.
사실 그가 착해서 멈춘 게 아니었다. 체력이 부족해서 멈춘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어떻게 해서든 무마해.”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무마하라고! 고소한 년들 팬티 속에 돈을 찔러 넣어 주든 아가리를 찢어 버리든 무조건 덮어! 알았어?”
그 말에 비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씨팔, 저런 병신 같은 새끼를 비서라고.”
* * *
그렇게 힘없이 나온 비서는 화장실에 가서는 피를 닦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런 그를 직원들은 불쌍하게 바라봤지만 누구도 말을 걸어 주지는 않았다.
비서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아래층으로 터벅터벅 내려왔다. 그리고 본사 건물에서 나가 그대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어느 마트 옆에 있는 실내 주차장이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좀 떨어진 승용차의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그곳에는 이미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바로 노형진이었다.
노형진이 혀를 끌끌 찼다.
“고민도 안 하셨나 보네요.”
“고민할 가치도 없었습니다.”
비서는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그가 몸을 웅크리면서 필사적으로 보호하려고 했던 물건.
다름 아닌 녹음기였다.
“이걸로 제 고용을 보장해 주시는 거죠?”
“네. 물론 비서실은 무리라는 거 아시죠? 시선이 있으니까.”
“비서실은 제 쪽에서 거절하겠습니다. 사무직이라면 어디든 가겠습니다만.”
사실 오리엔탈항공이 인수되면 비서도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문제는 다른 곳도 다른 곳이지만 비서실처럼 경영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우, 망한 회사 출신을 쓰지 않는 게 불문율에 가깝다는 거다.
회장 비서실 출신이라고 하면 스카우트가 잘될 것 같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40대 이상 50대 초반의, 실무 좀 하고 인맥으로 조용히 일하는 타입들의 이야기.
20대 중반의 비서는 말이 좋아서 비서지 소위 말하는 시다바리라는 걸 알 사람은 다 알기에 어디로도 가기 힘들다.
당장 그런 보고도 다른 사람이 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체포당한 인물이 바로 그 비서이기에 결국 그나마 연차 있는 그가 보고했다가 신나게 두들겨 맞은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을 예상하신 분이 하는 말씀이라면 당연히 들어야지요.”
처음에 노형진이 접근할 때만 해도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 하지만 노형진이 말한 대로 상황이 흘러갔고, 미리 준비된 녹음 파일로 그 모든 걸 녹음할 수 있었다.
“좋은 결정입니다.”
노형진은 웃으면서 녹음 파일을 잡았다.
“이제 피날레만 남았네요, 후후후.”
* * *
노형진은 곽도방이 상표권을 팔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사실 곽도방 성격상 화가 나서라도 오리엔탈항공이라는 상표를 자기가 쥐고 결코 팔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이런 식으로 준비한 거죠.”
노형진은 유민택에게 오늘 자 신문을 건넸다.
피해자 입을 찢어서라도 막아라. 오리엔탈항공 회장 곽도방의 혐오 발언
대한민국 2대 항공사 오리엔탈항공의 더러운 민낯
“흠,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군.”
녹음 파일을 공개했는데 묻힐 리가 없다.
당연히 곽도방은 욕을 견디다 못해 잠수를 타 버렸다. 아예 출근도 하지 않는 상황.
“그리고 내일 아침, 새로운 뉴스로 곽도방의 요구 사항이 나갈 겁니다.”
“그 매년 200억 달라는 거?”
“네, 그리고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요.”
“흠…… 그런다고 해서 그놈이 팔까?”
“파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재판부에서 그 가치를 후려칠 거라는 거죠.”
“어째서?”
“가치는 상대적인 거니까요.”
오리엔탈항공이라는 상표는 분명 역사에서 좋은 이미지를 남겨 왔다. 하지만 지금 곽도방의 손에 있는 상황에서는 좋은 이미지는커녕 똥칠밖에 안 된다.
더 웃긴 건, 오리엔탈항공이 뭘 잘못해서 똥칠이 된 게 아니라 곽도방이라는 사장 놈 때문에 똥이 엉겨 붙은 꼴이라는 거다.
“즉, 곽도방의 손아귀에 있으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거죠.”
“호오? 그렇군.”
결국 재판부는 이 상표의 매각에 들어갈 테고 그 가치를 엄청나게 짜게 매길 거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습니다.”
“어째서 말인가? 필요한 건 우린데.”
“그러니까 관심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가치를 떨궈야 하니까요. 최대한 싸게 후려치는 게 제 목적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 * *
“이런 씨팔. 뭐? 50억? 장난해? 고작 50억이라고?”
오리엔탈항공이라는 상표권.
그 상표권에 부여된 값어치는 일시불로 50억.
곽도방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피해자들이 소송을 걸었는데 곽도방에게 그나마 재산이라고 할 만한 건 그 상표권뿐이었다.
재판부는 당연히 해당 상표권에 대한 가치 심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심사 직전에 터진 곽도방의 폭행 사건과 피해자 모욕 사건은 그 가치를 바닥으로 박아 넣어 버렸다.
그 결과, 일시불 50억이라는 가치가 나온 것이다.
매년 200억을 요구하던 곽도방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고 팔짝 뛸 일이었다.
“이게 말이나 돼? 아니, 그게 값어치가 얼마나 높은 건데!”
자신이 왜 우호 지분들과 척지면서까지 그걸 꿀꺽했겠는가? 다 정리된 후에 자신이라도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고작 50억이란다. 그마저도 저 개 같은 잡년들에게 돈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이런 씨팔. 말도 안 돼!”
곽도방은 분노로 길길이 날뛰었다.
하지만 그가 그런다고 해서 이미 정해진 값어치가 올라갈 리가 없었다.
도리어 노형진은 그 오리엔탈항공이라는 상표의 값어치를 지금보다 더 바닥으로 처박을 생각이었다.
* * *
“그러니까 대룡에서는 굳이 오리엔탈항공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다 이건가요?”
“네.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요?”
“하지만 오리엔탈항공의 역사적인 가치와 전통이 있는데요.”
“그 전통은 이미 범죄자가 쥐고 똥칠을 하고 있죠. 물론 정당한 값어치라면 구입할 의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200억입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올까요? 우리 항공사를 이용하게 될 고객들로부터 뜯어내서 내놓으라는 건데, 저희 대룡이 언제부터 그렇게 범죄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설 기겠습니까?”
대룡에서는 기자회견을 했다. 당연히 그 주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오리엔탈항공에 관련된 것이었다.
“오리엔탈항공의 대표인 곽도방 씨께서는 그러면 매년 200억을 요구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심사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오리엔탈항공이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가치는 고작해야 50억 정도입니다.”
애초에 협상이 진행될 수가 없을 정도로 갭이 큰 상황.
“하지만 오리엔탈항공에 대해 이렇게 적대적인 말씀을 하시면 인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적대적이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요. 맞습니다. 오리엔탈항공이라는 이름은 한국에서 오래된 역사를 가졌습니다. 분명 그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이름이지요. 하지만 그 이름하에 누군가를 피해자로 만들면서 착취한다면 그게 전통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우리는 그걸 전통이 아니라 악습이라고 부릅니다. 저희가 인수하고자 하는 오리엔탈항공은 지난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진 역사와 하늘길을 열고 개척했던 정신이지, 그 이름하에 착취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호하면서 확실한 대답.
인터뷰가 좀 더 이어졌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대룡은 오리엔탈항공이라는 이름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