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80)
어디서 안 좋은 것만 배워 가지고 (1)
김도우를 일단 돌려보낸 후에 노형진은 무태식과 함께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절대로 쉬운 사건이 아니었기에 확실하게 계획을 구성하는 게 중요했다.
다만 노형진의 계획을 들은 무태식은 궁금증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사단장을 노리는 게 아니고요?”
“뭐, 예상은 사단장이지만 사실 연대장도 그 자리를 빼앗을 정도의 힘은 있으니까요. 국방부 입까지 다물게 하지는 못하지만. 어차피 연대장이 선량한 피해자도 아니고.”
“하긴, 그건 그렇지요.”
이는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이다,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군대가 도리어 법을 이용해서 국민을 약탈하는.
그걸 알면서도 명령에 따른다는 건 그 연대장이 정상적인 군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 놈들이 나중에 구국의 결단 운운하면서 국민들을 탱크로 밀어 버리죠.”
그렇기에 노형진이 일단 연대장부터 조지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빵집을 건들지 않고 연대장을 어떻게 조지시려고요?”
무태식은 궁금증이 일었다.
이미 연대장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옷을 벗길 정도로 잘못한 건 없었으니까.
“뭐, 일단 찾아봐야지요. 조사 결과 나왔습니까?”
“네. 연대장 이름은 요식환입니다.”
요식환은 육사 출신의 빵빵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대령이군요.”
“뭐, 연대는 보통 대령이 관리하니까요.”
“혹시 다른 대령들에 대해 조사한 기록 있습니까?”
노형진의 질문에 고문학은 미리 준비된 서류를 내밀었다.
“일단 사단에 있는 다른 연대도 조사는 해 놨습니다. 사단장을 노리신다기에요.”
“아, 감사합니다. 고문학 팀장님 아니면 진짜 일 못 한다니까요.”
노형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그걸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사실 필요한 걸 확인하는 것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예상대로네요.”
“예상대로요?”
“요식환 대령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기수가 높아요.”
“다른 대령들보다 기수가 높다고요?”
“네. 아마도 승진이 걸린 것 같은데요.”
종종 이런 경우가 있다.
대령에서 올라가서 별을 달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별을 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동기들은 둘째 치고 자기 후배 기수한테도 따라잡혔네요.”
후배 기수 중에는 이미 장군을 단 놈도 있는데 여전히 연대장이다? 아마 당사자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엄청 다급할 터였다.
“그래서 승진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네. 사단장쯤 되면 승진은 못 시켜 줘도 인사고과를 쥐고 있을 테니까요.”
군대가 부패하고 점점 개판이 되는 이유. 그건 뭔 짓을 해도 결국 인사권과 추천권은 위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연대장 이 사람, 능력이 생각보다 좋지 않거나 큰 사고 한번 친 겁니다.”
장군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사고 한번 안 치고 소위부터 대령까지 승진 코스만 밟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될까 말까 한 게 바로 장군이다.
“승진을 포기하고 넉넉하게 사는 거 아닐까요? 모든 대령이 다 별 달겠다고 뻘짓 하는 것도 아니고.”
“장교가 승진을 포기하면 보통은 장병들이 여유로워집니다.”
병사들을 족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 봤자 자신은 바뀌는 게 없으니까.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병사들에게 온갖 더러운 일을 시키고 족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래야 자신이 실적을 보고하고 승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타입이라면 고작 밥 좀 안 먹는다고 4개월이나 빵집 사용 금지를 내릴 이유가 없죠.”
“하긴, 그건 그러네요.”
그 말은, 요식환 연대장은 여전히 승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요식환이 뭔 짓을 했을까요?”
“모르죠. 본인이 실수한 걸 수도 있고 아래에서 뭔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을 수도 있고요.”
어느 쪽이든 요식환은 승진이 힘든 상황.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장군에게 잘 보여서 별을 달고 싶은 것이리라.
“그러면 어떻게 옷을 벗기죠? 그냥 고발한다고 해서 조사받는 게 아니라서.”
아무리 고문학이라고 해도 군 내부의 서류에 접근할 수는 없다.
특히 장교에 관한 서류는 생각보다 보안이 엄중한데, 장교에게 접근해서 약점을 캐거나 가족들을 건드리는 경우 결정적인 순간에 국가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뭐, 상관없습니다. 다른 쪽을 통해 조지면 되니까요.”
“다른 쪽?”
“우리가 빵집만 아니면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있는 건 빵집만이 아닙니다.”
해당 부대에는 카페와 치킨집 그리고 빵집이 있다.
“김도우 씨가 말은 안 했지만 아마 다른 곳도 통제받고 있을 겁니다.”
치킨은 애초에 끼니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거다. 그러니 같은 조건이라면 무조건 같이 통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세 개의 가게 중에서 두 개가 통제 대상인데 한 곳만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건 여러모로 말이 안 된다.
“하긴, 그건 그러네요.”
빵은 먹지 말라면서 치킨과 카페는 고이 놔두지는 않을 거다.
치킨은 빵보다 훨씬 고열량인 데다가 기름진 거라 먹고 나면 절대 밥을 먹지 않을 테니까.
카페 역시 간단한 케이크나 과자 정도는 팔고 있으니 똑같은 이유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고.
“그럼 그 주인들은 왜 말이 없을까요?”
“어?”
그 말을 들은 무태식은 순간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만일 세 곳 다 통제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곳의 주인들도 같이 대책을 세우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발을 동동 구르면서 새론을 찾아온 것은 오로지 김도우 한 명뿐이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요. 왜 그러지? 단순 점장이라서 그런가?”
“거기에는 법적으로 직영점은 못 들어갑니다.”
“그러면 뭡니까?”
“아마 거기 상인들은 이 상황에 대해 알걸요. 그래서 입 다물고 있는 거고요.”
“안다고요?”
“각 부대 내부에 지점을 낸다면 누군가는 거기를 관리해야 합니다. 즉, 점장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편하죠. 쉽게 말해서 날로 먹는 자리라는 겁니다.”
“어째서요?”
“돈이 안 들어가니까요.”
아무리 내부에 가게를 차린다고 해도 결국 외부에서 들어와 일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다.
정확하게는 외부 알바를 쓸 수가 없다.
그런 경우 쓰는 방법은? 당연히 군인 갈아 넣기.
“빵을 만드는 건 김도우 씨가 했지만 판매 같은 건 다른 병사가 했다고 하죠?”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러면 청소나 짐을 나르거나 하는 일은 누가 할까요?”
“아아~.”
마치 마법처럼 병사라는 존재를 이용해서 자동화를 돌려 버리는 셈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모든 걸 다 맡길 수는 없다. 애초에 군대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지도 않고, 쓸데없이 군 내부에 일반인을 많이 들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당연히 거기 점주들은 그냥 대부분의 일을 돈도 안 주는 병사들에게 맡기면 되는 거죠.”
외부에서야 인건비도, 홍보도 신경 써야 하고 그 외에도 복잡한 일이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군대는 아니다. 그냥 있으면 주변에서 사기 위해 몰려드는, 독점할 수 있는 장소다.
“그 자리를 과연 누구에게 주겠습니까?”
“그렇군요. 그 자리를 외부에 줄 리 없겠죠.”
지역과의 상생? 아니면 장병들에 대한 복지 서비스?
당연히 그건 말뿐이다.
당장 김도우의 말처럼 거기는 엄청난 숫자의 손님이 고정적으로 있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 정말로 아무 상관도 없는 제3자를 넣을까?
“대한민국의 국방부가요? 그럴 리가 없죠.”
“결국 거기 점주들도 이해관계인이다 이거군요.”
“네. 아마 그들은 현재 상황이 어떤 건지 알 겁니다.”
아는 정도가 아니라 아마도 누가 그 자리를 노리고 있는지까지 훤히 꿰고 있을 거다.
그렇기에 이해관계인 이상 그들은 저항하거나 뭐라고 항의하지 못한다.
왜냐, 그 자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고 뺏기기는 쉬우니까.
그리고 부대 내부와 연줄이 있는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라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들은 마치 게임에서 자동 사냥을 돌려 놓는 것처럼 병사들이 알아서 일하고 수익만 받아 가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을 겁니다.”
“으음, 하긴 자기들끼리 뭘 해 먹는 거야 이상한 것도 아니긴 하죠.”
중소기업 사장만 돼도 회사에 온갖 사람을 다 올려 둔다. 아내, 딸, 동생부터 처남까지.
그리고 그들은 일은 하지 않고 돈만 받아 간다.
“그런 기회가 있는데 그걸 거부할 리가 없죠.”
“더군다나 거기 관리하는 사람은 군무원입니다.”
정식 점장인 동시에 군무원이다. 민간인을 상시 근무를 시킬 수는 없으니까.
즉, 공무원에 준하는 군무원으로서의 자격을 가지는 건데, 의외로 군무원의 혜택은 많다.
“군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