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91)
일 잘하면 땡이냐? (1)
살다 보면 주변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보통 사람들은 인성이 나쁜 사람이 실력도 없고 별 볼 일 없는 놈이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능력은 말 그대로 랜덤이다. 그래서 때때로는 나쁜 놈이 능력만 좋은 경우도 있다.
“우창선이 그런 인간입니다. 나쁜 놈이기는 한데 능력은 인정할 만한 놈이에요.”
노형진에게 상담하러 온 박근석은 인정할 건 인정한다는 듯 말했다.
“문제는 인성이 능력의 반의반, 아니 10%도 못 따라간다는 거죠. 아니, 자기 능력을 따라가라고는 말도 안 합니다. 일반인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게 문제죠.”
“흠, 그걸 위에서는 압니까?”
“네, 압니다. 하지만 일은 잘하니까요.”
“하긴, 현대사회는 과거의 농경 사회와 달리 개인의 능력이 절대적이기는 하지요.”
우창선과 박근석이 일하는 곳은 지온시스템이라는 곳이었다.
한국의 IT 업계에서는 상당한 크기를 가진 거대 기업이다.
전통적인 형태의 대기업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서 대기업만큼의 파괴력을 가진 기업이 바로 지온시스템이다.
“그런데 그 우창선 때문에 일을 못 하시겠다고요?”
“네, 그놈은 남을 괴롭히는 게 삶의 원동력인 놈입니다.”
“그 정도로 악질입니까?”
“아니, 이건 제가 하는 말이 아닙니다.”
“네?”
“본인이 스스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노형진은 그 말에 되물었다.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고요?”
“네, 본인 스스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난 놈들이 버러지처럼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걸 보는 게 너무 좋다, 더럽고 아니꼬우면 능력을 키워서 내 위로 올라가라고.”
“미친놈이네, 이거?”
이런 말이 있다, 누군가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는 것은 일종의 지능이라고.
노형진은 그 말에 공감하는 편이다.
물론 절대적으로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맞으니까.
실제로도 누군가에게 대놓고 ‘너는 인성이 좋지 않아.’라고 말하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기꾼이나 조폭조차도 ‘너는 인성이 개판이야.’라고 하면 발끈한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도 자신의 인성이 박살 난 걸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놈들이 있지요.”
노형진도 회귀 전에 그런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있었다.
“네, 딱 그런 놈입니다. 그래서 문제예요. 그걸 자랑스러워하니까 고칠 방법도 없죠.”
“진짜 제대로 뒤틀린 놈이군요.”
그런 놈들은 누군가 인성에 대해 지적하면 도리어 인성 좋은 놈들이 사회에 굴복한 병신이라든가 자기는 그렇게 바닥을 기어 다니지 않아도 잘 먹고 잘살 만큼 능력이 출중하다고 자랑한다.
“그 녀석의 최대 자랑거리가 뭔지 압니까?”
“뭔데요?”
“전에 있던 회사에서 두 사람을 자살시킨 거랍니다.”
“자기가 해 놓은 업적이 아니라요?”
“네, 그놈 말로는 전에 있던 회사에서 두 사람이 자살했는데, 그런 무능한 새끼들은 빨리빨리 뒈지는 게 나라와 회사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하더군요.”
자기 인성이 박살 난 걸 자랑스러워하는 걸 넘어서 사람을 괴롭혀서 죽인 게 자랑스럽다니.
“그런데 그런 놈이 어떻게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는 겁니까?”
“일을 잘하니까요.”
누가 뭐라고 하든 그래도 실력 하나는 인정할 만하다고 한다. 심지어 그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조차도 그의 실력은 인정한다고.
“그래서 외부에서 스카우트해 온 겁니다.”
“그걸 회사는 알고 있었습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사실 알 수밖에 없죠. 소문이 파다하거든요.”
하긴, IT 분야는 바닥이 넓은 것 같으면서도 좁다. 사람을 그렇게 자살시킬 정도로 괴롭히는 미친놈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을 자살시키는 그런 놈을 데리고 오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노형진은 눈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그런 그에게 박근석은 씁쓸하게 말했다.
“일을 잘한다는 게 자기 일만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람을 괴롭히고 족쳐서 극한까지 몰아붙이죠. 그리고 실적을 만들어 냅니다.”
“아, 무슨 소리인지 알겠습니다.”
상대방을 죽여서라도 실적은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의외로 업계에는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의 실력이 우선이지만 계급이 올라가서 여러 사람들을 지휘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용병술이 우선시된다.
“그런데 족치는 방법을 쓴다 이거군요.”
“네.”
“그걸 회사에서도 알고 있고요.”
“네.”
“흠…… 그러면 회사가 상당히 비양심적인 건데.”
“네? 저희 회사가요? 뜬금없이요?”
“네, 그걸 알면서도 데리고 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원들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의미거든요.”
사람이 자살할 정도의 사건이다. 그리고 그 정도 사건이 조직을 얼마나 뒤집는지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짓을 벌인 사람을 데리고 왔다?
“우창선의 직급이 뭐라고 했지요?”
“부장급입니다.”
“부장급이라……. 그러면 지온시스템은 아마도 상황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모를 수가 없다. 부장급이라면 그동안의 인사고과나 결과가 충분히 쌓여 있는 데다가 업계에서 실력에 대한 소문도 어느 정도 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냅다 스카우트해 온다?
‘그럴 리가 없지.’
스카우트라는 게 뭔가? 더 많은 돈을 주고 인재를 자신의 회사로 데리고 오는 행동이 아니던가?
당연히 스카우트 대상인 회사원에게는 이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 이득이라는 것은 돈이다.
얼마를 더 받을 수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돈을 더 주는 게 스카우트의 룰이다.
“IT 업계에서 부장급, 그것도 실력이 좋은 부장급은 연봉이 1억을 가뿐하게 넘을 겁니다.”
지온시스템 정도 되는 대형 업체라면 못해도 1억 5천 이상은 줄 거다. 더군다나 스카우트라는 부분을 생각하면 2억까지도 가능하다.
“그 정도 돈을 주면서 데리고 오는 직원에 대해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노형진의 예상에 박근석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그럴 줄은 몰랐으니까.
‘하긴, 대부분의 직원들은 모르지.’
대부분 쉬쉬하면서 일을 진행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