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
무시해도 되기는 한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다. 3사관학교에서 준장을 하고 있을 정도면 낮은 계급은 아니다. 아마도 무난하게 별을 달 가능성이 높다.
‘괜히 꼬이고 싶은 생각은 없지.’
노형진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자신이 편해지는 게 목표.
“그럼 저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가능한 부탁이라면.”
그 역시도 이런 걸 날로 먹을 생각은 없었는지라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군다나 말은 안 했지만 친구인 허 변호사는 그가 사회에 나오면 큰일을 할 사람이라며 친해지라고 했다.
“검찰관으로 배당될 수 있도록 힘을 써 주십시오.”
“검찰관? 판사가 아니고?”
군사법원이라고 해서 다른 건 없다. 누군가는 판사를, 누군가는 검사를, 누군가는 변호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끗발이 좋은 건 판사, 검사, 변호사 순이다. 그런데 검사라니?
“자네 성적으로는 무난하게 판사가 될 수 있는데?”
“그냥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노형진이 봤을 때 판사는 사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진실을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판사는 누군가 조사해 준 걸 보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형진의 꿈은 변호사다. 하지만 이곳은 군대다. 사회가 아니다.
‘군대가 더러운 건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원래 계급사회인 군대에서 대부분의 사건, 즉 99%의 사건은 상위 계급이 벌인다. 하위 계급이 일으키는 사건은 기껏해야 탈영이나 하극상 정도. 그리고 변호사는 그런 가해자들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내가 미쳤다고 그 짓을 하냐?’
민간이라면 모르지만 군대에서는 대부분 그런 가해자들이 실제로 저지른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 무마된다. 군대이기 때문이다.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변호사의 미덕은 승리다. 하지만 승리하는 것과 나쁜 놈인 걸 뻔하게 알면서 변호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일을 담당하게 되면 승리하기 위해서 싸우겠지만 그걸 담당하게 되는 걸 선택하는 건 자유라는 소리다. 문제는 군대에는 자유가 없다는 것. 뻔하게 나쁜 놈을 변호하고 싶지는 않다. 더군다나 돈도 안 생기는데 말이다.
‘그리고 경험도 나쁘지 않지.’
어차피 자신은 사회에 나가면 변호사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즉, 이번이 아니면 검사로서의 삶을 살아 볼 기회가 없는 것이다.
“뭐, 어렵지 않은 부탁이군.”
그 정도 부탁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 판사가 되게끔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검사가 되게 해 달라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 방법을 말해 주겠나?”
“시간을 주십시오. 저도 세법을 좀 봐야 해서 말입니다.”
“세금이 생각보다 많기는 한데.”
노형진은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건 생각보다 골 때리는데?’
사건에 대해 제대로 듣고 보니 실제로는 문제가 더 많았다. 단순히 자식이 넘겨받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땅이 있었는데 그걸 상속받고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단다. 그런데 얼마 전 그곳이 재개발되면서 무려 30억이라는 돈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준장 본인은 그걸 받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받아 봐야 어차피 군인이라 돈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연금이 넉넉하게 나오니 쓸데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받는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와이프였다.
“골 때리네.”
준장의 부탁은 간단했다. 자신의 아들이 재산이 넘겨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그리고 거기서 아내는 빼 달라는 것. 아내와 이혼소송 중이기 때문이다. 그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것도 아니고 그 땅을 물려받은 건 자신인데 같이 살았다는 이유로 절반을 내줘야 한다는 건 억울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혼 사유가 그녀의 낭비벽 때문이라 더더욱 주기 싫단다.
“방법이 없나?”
“아, 준장님.”
“자네라면 방법이 있을 거라던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최근에 물려받은 거라면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아버지에게서 그 땅을 물려받은 지 좀 된다는 것이다. 즉, 법적으로도 그 유지에 대한 지분을 보장하는 시점을 넘어서 버린 것이다. 사실 그녀는 그걸 유지하기는커녕 팔자고 난리를 피워 왔단다.
문제는 이혼소송 중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부부라 아내는 그 30억의 절반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15억. 그중 세무사나 변호사에게 1억은 줘야 한다. 그럼 남은 건 14억 정도인데 그걸 가지고 가고 다시 아들에게 넘어가려면 다시 세금을 떼어 가니 고작 8억 정도만 남는 셈이 된다.
‘나 같아도 돌아 버릴 지경이겠네.’
부모님이 이룩한 재산을 전혀 엉뚱한 놈들이 다 뜯어먹고 정작 혈육에게는 4분의 1 수준만 간다고 하니 억울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다. 30억 중에 8억이라니.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도 봤지만…….”
“그건 옛날 방식입니다. 지금은 안 통합니다.”
“그래?”
“네, 그리고 준장님의 아내가 믿을 만한 사람은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재산을 상속하는 방법을 알려 줘서 교도소장과 친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탈출 방법을 찾는다.
“아드님이라…….”
형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니다?”
“네, 하지만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니?”
“재벌가에서 어떻게 재산을 상속하겠습니까? 믿을 만한 사람이 있으니까 가능한 겁니다. 만일 중간에서 장난치라고 사이에 끼워 넣었는데 그걸 입 싹 닦고 모른 척해 버리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렇군.”
재벌들은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다. 돈을 줘도 되고, 필요하면 가족을 인질 삼아도 된다. 재벌인 회장이 입만 뻥끗하면 온 가족이 죽는 것이다. 하지만 준장이다. 군인이니 민간인에게 손대는 건 큰 문제가 된다.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가능한 건가?”
“네, 하지만 그 사람은 군인이어서는 안 됩니다. 공무원도 안 되고 말입니다.”
“음, 알겠네.”
얼마 후 노형진은 준장의 집무실에 한 남자를 만났다.
“이분은?”
“우리 아버지 아래에서 일을 도와주시던 분일세.”
“반갑습니다.”
“노형진이라고 합니다.”
노형진은 무심결에 그와 악수하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 방법이 있나?”
“그게 말입니다. 사실은 그 후에 검토해 보니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니?”
“그 방법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 말에 당황하는 표정이 되는 준장. 분명 방법이 있다고 해서 힘들게 청해서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인데 말이다.
“크흠.”
대번에 기분 나쁜 얼굴이 되는 준장. 노형진은 미안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아니라고 하지만 상당히 기분 나쁜 표정이 역력한 그였다.
“이만 나가 보게.”
노형진은 나가면서 고개를 돌렸다. 웃고 있는 남자. 그는 아쉽다는 듯 말을 꺼냈고 준장은 그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바보 같으니라고.’
법률계에는 3대 호구가 있다. 군인, 공무원, 선생님. 이들은 평생 분쟁도 없고 경쟁도 없는 곳에서 편하게 대접받으면서 살다 나오기 때문에 정년퇴직을 하는 순간 사기꾼들이 달라붙기 때문이다.
“상병님.”
“네?”
노형진은 나가다가 당번병을 바라보았다. 그는 상병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나중에 저 좀 다시 불러 달라고 하십시오.”
“다시 말입니까?”
“네.”
계급 차가 있기는 하지만 매일같이 보다 보니 당번병과는 어느 정도 친밀해진 상태였다. 그러니 그가 이런 말을 전한다고 해도 어려운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준장이 화내는 걸 상병도 봤다. 그런 상황이라면 그도 말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겁니다. 말 잘하시면 나중에 포상 휴가라도 나올 겁니다.”
“포상 휴가라…….”
상병은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말을 전한다고 해서 크게 잘못될 건 없다.
“알겠습니다, 후보생님.”
“부탁드립니다.”
“뭐라고?”
상병이 제대로 말을 전해 준 건지 준장은 형진을 다시 불렀다. 그리고 형진은 그를 만나서 말을 계속했다.
“그는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뭐가 억울해? 그는 평생 아버지를 도와서 일한 사람이라고.”
그의 충성심이라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리어 그 때문에 안 된단다.
“그의 충성의 대상은 준장님이 아니라 준장님의 아버님입니다. 그리고 그 재산의 일부분은 자신이 이룩한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일 그가 사이에 낀다면 먹고 튀어 버릴 겁니다.”
“으음…….”
맞는 말이다. 함께 일한 건 아버지이지, 자신이 아니다.
“여기서는 준장님이 존경받지만 외부에서는 아닙니다.”
“그렇군.”
군인이 호구인 이유가 이것이다. 군대 내에서는 장교라는 이유로 대접받는다. 그러니 상대방이 딴마음을 품는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자네는 그걸 어떻게 아나?”
“행동심리학이라고 아십니까?”
“행동심리학?”
“미국 FBI에서 쓰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감정을 말할 때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반응합니다. 가령 거짓말할 때 눈꼬리가 올라가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걸 배웠습니다. 그는 말로는 준장님에게 친한 척하지만 여러 가지 행동에서 증오가 보이더군요.”
“끄응.”
물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형진이 미국에서 변호사 활동을 할 때 그걸 배운 것은 맞다. 그리고 그 지식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걸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살짝 부족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걸 보완할 방법이 있다. 바로 사이코메트리. 악수하는 순간 읽은 그의 기억은 증오로 가득했다.
“그럼 누구를…….”
“혹시 가정부 있습니까?”
“가정부?”
“준장님의 아버님이 혼자 사셨다면 가정부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아, 있기야 있지.”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는 재혼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시고 살았는데, 자신이 군인이 되고 난 후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가정부 한 명이 상주하면서 그의 생활을 도와 드리도록 했던 것이다.
“그분이라면 될지도 모르겠네요.”
“가정부가? 왜? 하지만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래서 더 가능한 겁니다. 모르니까 잔머리를 못 쓰죠.”
“음.”
“한번 찾아보세요.”
“알았네.”
가정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가정부를 만났을 때 노형진은 믿을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오래 가정부로 일하다 보니 나이가 있어서 다른 곳에 취업하기도 힘들다. 더군다나 두 아들이 동시에 대학에 가면서 등록금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더군다나 두 아들은 얼마 후면 군대까지 간다.
“제가 봤을 때는 몇 가지 조건만 달아 주시면 우리의 부탁을 들어줄 겁니다.”
“조건?”
“장군님이 고용을 승계해 주시는 겁니다. 어차피 이혼하시면 한 명은 고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큰일이 없다면 자신은 내년쯤에는 준장으로 승진해서 영전할 것이다. 그럼 제법 큰 집을 배당받을 텐데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크다.
“그리고 두 아들의 편의를 봐주겠다고 하십시오.”
“군대를 빼 달라는 건가? 그건 좀…….”
“아닙니다. 두 아들을 장군님의 휘하 부대로 빼내는 겁니다.”
“아!”
어머니란 존재는 언제나 한결같다. 아들이 군대라는 조직에 가면 눈물로 밤을 새우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쌍둥이가 동시에 입대하면 더 그럴 것이다.
“군대에서 빼는 것도 아니고 소속만 바꾸는 건 어렵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딱히 병역 비리는 아니다. 일단 군대에는 가는 것이니까.
“가정부 아주머니의 입장에서는 아들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니 장군님이 편의를 봐주시면 주말에 면회하러 오기가 쉬울 겁니다.”
“그렇겠군.”
아무리 자신이 장군이니 어쩌니 하지만 차려진 밥을 챙겨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주말에 밥해 놓고 가면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서 챙겨 먹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가정부 아주머니의 아들들도, 장군님이 돌봐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장군님 아래에서 일하는 가정부의 아들이니 폭행이나 그런 것에서 보호받게 될 겁니다.”
“그렇겠군.”
그들이 어머니한테 말하는 순간 부대를 지휘하는 장군에게 들어갈 테고 그때는 볼 것도 없이 위에서부터 깨지면서 내려올 것이다. 모든 장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이것이다. 위에서 기침하면 아래에서는 폭풍이 부니 말이다.
“그리고 2년 동안 장군님은 합법적으로 인질 비슷하게 데리고 있는 셈이 됩니다. 2년이면 상속 문제는 해결되니까요.”
“오!”
가장 큰 문제인 믿음. 그게 한 방에 해결되는 것이다. 2년이면 상속이 끝난다. 그리고 아줌마의 아들들은 2년간 편한 군 생활을 보장받는다.
“역시 허 변호사가 자네를 추천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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