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03)
노예장이 문제가 아니라 노예제도가 문제 (4)
몇몇은 노골적인 말에 기겁하면서 그들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위협당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어떻게든 사건을 덮어야 했다.
“지금 말 가려 할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우창선이 우리한테 뭐라고 했는지 압니까? 사실대로 발표하지 않으면 모조리 까발린답니다.”
“아니, 그런 새끼 하나 묻어 버리지 못한다는 게 말이나 돼? 고작 그 새끼가 기자회견 한다고 해서 누가 가겠느냐고!”
“정신 차려요! 그 뒤에 누가 있는지 몰라서 물어요? 노형진이 그리고 코리아 타임라인이 있다고요!”
어떻게 해서든 우창선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우창선 정도에서 꼬리를 자르려고 하는 사람들의 차이는 명확했다.
우창선을 이용해서 일을 치른,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보호하려고 하는 상황.
반대로 우창선과 관련이 없어서 거리가 있던 놈들은 보호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
“헛소리하지 마. 그 새끼한테 무슨 협박을 당해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합법적으로 한 일이야. 뭘 하든 그건 우창선이 저지른 일이라고.”
“그렇게 말하면 우창선이 ‘아이고,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하면서 멈출 줄 아십니까? 그 새끼가 정말 기자회견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래서, 우창선이랑 같이 죽자 이거야?”
“하다못해 우리가 변호사라도 선임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미친 소리 말아! 지금 우창선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주면? 그건 우리가 그 새끼한테 일을 맡겼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고!”
서로 언성을 높이는 두 집단.
그리고 그걸 보면서 사장은 머리가 아파 왔다.
“좀 닥쳐.”
“아니요, 사장님.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건 회사의 미래가 걸려 있는 일입니다.”
두 집단의 싸움은 점점 커져 가기만 했다.
* * *
“재미있는 소문이 들리더라고요.”
노형진은 박근석에게 새론으로 찾아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찾아온 박근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창선이 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되었다고 하더군요.”
“아, 그래요?”
“네, 일단 주요 인재들이 이탈한 상황인 데다가 내부적으로 싸움이 나서 제대로 진행되는 게 없다고 해요.”
‘그러겠지.’
우창선은 사람을 고립시키는 데 천재적인 인간이었다.
단순히 사람을 괴롭히기만 하는 타입이라면 주변에서 그를 지지해 주면서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우창선은 상대방을 고립시키고 주변인들을 분열시키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어난 내분, 노형진 변호사님이 계획하신 거죠?”
“맞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박근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만 저희 회사가 좀 곤란하기는 한 모양인데…….”
“그래서 제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요?”
“네, 선물.”
노형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 순간, 등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근석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표정이 굳었다.
“우창선.”
자신을 자른 우창선이 거기에 서 있었다.
“살려 주게!”
우창선은 박근석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게! 내가 잘못했네!”
“싫습니다만.”
“제발 부탁일세. 제발……!”
“제가 당신을 용서한다고 뭐가 바뀌죠? 어차피 당신이 죽인 여섯 명은 돌아오지 않는데?”
차갑게 말하는 박근석.
그런 박근석에게 노형진은 조용히 설명해 줬다.
“죄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서죠.”
“저한테 합의서라도 써 달라는 건가요?”
“네. 정확하게는 말입니다, 제가 우창선 씨를 단순 협박으로 고소한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네?”
노형진의 말에 박근석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고소한다고 해서 당연히 협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실제로 노형진이 협박으로 고소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일부 집중 마크당한 사람들을 별개의 죄로 고소했습니다.”
“별개의 죄라고 하신다면?”
“자살 강요죄요.”
“저는 살아 있습니다만?”
“네, 하지만 자살 강요죄는 기본적으로 미수범도 처벌하는 죄거든요.”
“아하!”
자살 강요죄는 미수범도 처벌하는 죄다.
협박죄에는 미수범이 없지만 자살 강요죄에는 미수범이 있다.
실제로 우창선은 다른 회사에서 자살자를 만들어 낸 전력이 있고, 정말로 누구 하나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상대방을 콕 집어서 괴롭혔다.
박근석 같은 경우에도 그중 한 명이었고 말이다.
“이 정도면 미수범으로 처벌이 더 강해질 테니까요.”
그렇잖아도 실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창선은 살기 위해서라도 죄를 줄여야 한다. 그러니 이제는 반대로 박근석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선물이라 이거군요.”
“네. 이제 회사의 명줄은 박근석 씨가 쥐고 있는 겁니다.”
“으음…….”
그 말을 들은 박근석은 한참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우창선에게 질문을 던졌다.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대답해 주겠네.”
“그래서, 권한은 어디까지 받았던 겁니까?”
“그게…….”
우창선은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부라네…….”
“전부?”
“필요하다면 내부에서 몇 명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설마요?”
“설마가 아니야.”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직원들이 공포에 찌들어서 자기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면 도리어 이득이라는 것이 상부의 판단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송이 걸리면 회사에서 최대한 내게 협조해 주는 게 조건이었다네.”
물론 그 계약을 했을 때 회사에서는 죄목이 기껏해야 협박이나 사내 갑질 정도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고소를 몇 번 당했었고 그때마다 회사는 우창선을 도와서 사건을 무마했기에, 이번에도 별문제 없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자살 강요는 죄목이 좀 다르거든요.”
“어떻게 다른데요?”
“적용되는 법조가 다릅니다.”
만일 이 상황에서 죄가 인정된다면 우창선은 자살 강요의 미수가 인정된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다.
이미 그런 전략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알고 있었고, 그걸 알면서도 우창선을 데리고 온 거다.
“까딱 잘못하면 살인미수로 엮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니면 살인의 교사나요.”
“살인의 교사요?”
“네.”
상대방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말을 하는 순간 그 발언은 살인의 가능성을 품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그걸 청부했다면 법리가 이상하게 꼬인다. 자살의 교사의 교사라는 죄는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죽음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시켰다면, 그건 자살의 교사가 아니라 살인의 교사로 해석될 여지가 분명 있다.
다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판례가 없는 터라 재판해 봐야 하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그 증거와 증언은 모두 우창선이 가지고 있다는 거다.
“애매한 문제이기는 합니다. 사실 살인의 교사라고 보기도 힘들고요.”
살인의 교사는 상대방을 죽여 달라고 확실하게 부탁하는 거다. 그에 반해 이건 그 과정에서 누가 하나 죽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거고.
“중요한 건 회사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거죠.”
“그에 대해 증언해 주겠다 이겁니까?”
“그래, 자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 주겠네.”
“얼마든지?”
“그래, 얼마든지.”
“증언은 한 번이면 되는 거 아닙니까?”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피해자가 백여든 명이니까요.”
“정확하게는 백일흔다섯 명이네.”
“백일흔다섯 명요?”
“그중에서 다섯 명은 회사에서 심은 프락치야. 그들이 내부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나한테 말해 줬네.”
우창선의 말에 박근석은 입을 쩍 벌렸다.
그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아니…… 어떻게 그런…….”
“저도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무려 백여든 명이 같이 일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그 안에 자기네 감시 인원을 심어 두지 않을 리가 없다.
“그에 대해서도 말해 주겠네.”
우창선은 어떻게 해서든 합의를 하고 싶었다.
최소한 감옥에 들어가는 기간이라도 줄여야 했다.
자살 강요의 미수범이라고 해도 기존의 범죄와 함께 묶이면 처벌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끄응…….”
그 말에 박근석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냈다.
“하…… 진짜로…….”
박근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정 떨어지네요.”
“뭐, 원하시면 이참에 이직하세요.”
“이직요?”
“일 터진 곳이 한두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
지금 관련된 회사만 해도 네 곳이 넘는데, 모두 다수의 이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은 다급하게 사람을 채우기 위해 저마다 적지 않은 돈을 제시하고 있었다.
“복귀하셔도 되고 이직하셔도 됩니다. 원하신다면 투자를 진짜로 진행해 드릴 수도 있고요.”
그 말에 박근석은 고개를 흔들었다.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진짜 회사를 운영할 성격은 못 되어서요. 이직도 사실…… 모르겠네요. 어딜 가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요.”
쓰게 웃는 박근석이었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우창선 때문에 뒤집어진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소문으로는 몇몇 기업들이 똥줄이 타는 모양이던데요?”
“그럴 겁니다. 우창선 같은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노예장으로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채찍질한 사람들이 과연 적을까? 그런 전문 경영인도 있는데?
심지어 정리해고 전담 직원도 있다.
그들은 한 기업에 가서 정리해고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을 우수수 잘라 내고는 두둑하게 성과금을 챙겨서 나가 버린다.
“더군다나 지금 프로젝트에 투자한 시간도 아깝고요. 노 변호사님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이런 프로젝트의 성과가 저희들의 커리어에서는 엄청 중요하거든요.”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윗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모든 직장인들이 마찬가지다. 당연히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커리어가 중요하다.
“거기다 이 프로젝트에 스톡옵션도 걸려 있었거든요.”
“음…… 하긴, 복직은 거의 확정적이니까요.”
이미 부당해고 관련 증거는 넘쳐 나고 해고의 당사자인 우창선이 이쪽으로 넘어온 이상 복직은 확정적이다.
그리고 부당 해고로 복직하는 경우 스톡옵션도 부활하게 된다.
“얼마입니까?”
“5억입니다.”
“어마어마하네요.”
“그만큼 큰 프로젝트입니다.”
문제는 복직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취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박근석 같은 실력 있는 사람에게 자리가 없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복직하고 윗선에서 장난치지 못하게 하는 선에서 끝냈으면 합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사건 자체는 간단하죠.”
“어떻게 하시려고요?”
“어떻게 하긴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출근해야지요.”
* * *
“누가 출근해?”
“우창선 이 미친놈이 출근했습니다.”
“아니, 이 미친 새끼가 우리를 죽이려고 작정했나?”
지온시스템은 발칵 뒤집어졌다.
사건이 터지자 우창선은 다급하게 휴가를 내고 잠적했다.
그리고 계속 잠적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미친놈이 출근했단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씨팔, 어떻게 해? 당장 불러!”
사장은 다급하게 우창선을 불렀고, 우창선은 잠시 후 당당하게 사장실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