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12)
유령이 아니라 사람 (1)
혐오는 실체가 없다.
대부분의 혐오는, 특히 대중적인 혐오에는 실체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혐오는 정치적 목적으로 창조되거나 확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령 남녀 갈등의 경우 남자로서, 혹은 여자로서 상대방의 삶을 살펴볼 방법은 없다. 애초에 이성의 삶을 알 수가 없기에 혐오를 뿌린다고 해도 그에 반격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단 혐오에 경도되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은 불가능해진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달로 성별을 바꿀 수 있지만 그건 엄밀하게 말하면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는 게 아니라 제3의 성별이 되는 것에 가깝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온전한 남자나 여자만이 가능하고 또 불가능한 역할에 대한 유전자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포츠 업계도 그 문제로 골치 아픈 모양이더라고요.”
고연미 변호사는 자료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그렇겠죠. 아무리 수술을 하고 여성호르몬을 투여한다고 해도 유전자 레벨의 근력이나 스포츠 능력 차이를 없앨 수는 없으니까요.”
“맞아요. 얼마 전에도 육상 선수 중 한 명이 신기록을 세우지 않았어요?”
100미터 달리기에서 무려 1초대 기록을 줄이는 기염을 토한 여성 선수.
문제는 그 선수가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한 선수라는 거다.
당연히 그 문제로 스포츠 업계는 골치를 썩여 왔다.
인정하자니 여성계에서 강하게 항의하고, 인정을 안 하자니 성소수자 업계에서 분노를 토해 내기 때문이다.
결국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자, 그 후부터 여성으로 성전환한 남성의 기록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스포츠 업계에서 여성의 자리가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내가 검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성별에는 남자와 여자만 있었는데 말이지.”
김성식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트랜스젠더까지는 이해해. 그런데 젠더퀴어, 바이젠더에 안드로진에 뉴트로이스에 에이젠더에 젠더플루이드까지, 이게 다 뭔지도 모르겠네.”
“그거 말고도 BDSM도 있어요.”
“그건 또 뭐야?”
듣도 보도 못한 단어에 김성식이 고연미에게 물었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간단하게 말했다.
“성도착증도 하나의 성적 취향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성별이 아니라 취향별로 나뉘는 개념이기는 한데…….”
“아, 가학성애자 같은 애들?”
“네. 물론 범죄는 아니고 자기들끼리 취향이 맞는 대로 노는 거지만.”
어색하게 웃는 고연미 변호사.
“그걸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인 QIAPK도 있죠.”
무태식도 피식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고, 또다시 등장한 낯선 단어에 김성식은 눈을 찌푸렸다.
“뭐? 그런 것도 있어? 그건 또 뭔데?”
“퀘스처닝, 인터섹스, 무성애자, 범성애자, BDSM을 통칭하는 말이죠.”
“뭐야, 그게?”
“아, 아파치도 있습니다.”
“그건 미국 부족 이름이잖아?”
아파치라면 잘 알고 있다. 미국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손잡은 부족 중에는 아파치족도 있으니까.
영문을 모르는 김성식의 말에 노형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자신의 성적 취향이 아파치 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입니다.”
“뭔 개소리야? 그건 아예 무생물인데?”
“너무 많은 성적 구분을 비꼬는 거죠. 그 전에 말씀드린 하늘을 나는 스파게티교랑 비슷한 겁니다.”
“복잡하구먼.”
김성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긴, 이제는 옛날 사람인 김성식에게 있어서 이런 급진적인 변화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울 거다.
“아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게 삶에서 중요해?”
“안 중요하죠. 하지만 권력자들에게는 중요하죠.”
“뭔 소리인가?”
“결국 권력 놀음이라는 겁니다.”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물론 구분 자체가 아예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각자의 성적 취향에 따라 사회적인 충격은 다른 법이고, 정신학적으로는 그에 맞는 치료법이나 상담법 같은 걸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기는 하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실 그 구분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레즈비언이나 게이라고 해서 현대사회의 일원이 아닌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더러운 연놈 취급하는 건 일부 나이 먹은 세대들이지 젊은 세대는 관심이 그다지 없다.
정확하게는 ‘없었다’가 맞다.
“결국 사람의 삶은 똑같으니까요.”
성장해서 취업하고 부모를 모시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의 과정이다. 개개인의 성적 취향이 어찌 되었건 그건 개인적인 영역에 들어가는 일일 뿐, 그걸 꼬투리 잡아 쫓아다니면서까지 혐오하거나 고치려고 하는 건 일부 극단주의자 아니면 가족들 정도지 상관없는 남은 아니다.
“막말로 성소수자라고 해도 능력 있으면 쓰는 거고 능력 없으면 자르는 거죠.”
“그런데 왜 이따위야?”
“전자는 문제가 안 됩니다. 문제가 되는 건 후자죠.”
“후자?”
“네. 전자라면 자를 이유가 없죠. 하지만 후자의 경우, 자르려면 일이 엄청나게 복잡하게 굴러가거든요.”
일 잘하는 성소수자에게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일을 못하고 사고만 치는 성소수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잘라야 하는 직원일 뿐이다.
“문제는, 그때 성소수자라는 게 하나의 권력으로 작동한다는 거죠.”
“아, 알 것 같네.”
가령 동성애자인 한 회사원이 있다고 치자. 그가 일도 못하고 실수도 많은데 농땡이만 부리며 회사 내 동성 직원들에게 들이대서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라면, 회사에서 그를 가만둘까?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자릅니다. 하지만 그 동성애자는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걸 무기 삼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라며 복직 소송을 하죠. 이때 대처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거든요.”
“그렇겠네.”
근태 기록 같은 걸 확보하는 거야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성소수자라서 혐오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성소수자에게는 도리어 유리한 게임이니까요.”
대부분의 인구는 이성애자다. 그러니 동성애자가 회사 내에서 자신에게 들이대는데 거리를 두지 않을 리가 없다.
당연하게도 그런 기록 자체가 혐오로 포장되어 버린다.
“만일 이성애자가 다른 이성에게 회사에서 그딴 식으로 들이댄다고 생각해 보세요.”
“잘리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겠네.”
상황이 심각해지면 성희롱이나 성추행 문제로까지 번지게 되는 거다.
“그러니까 이게 하나의 권력화 과정이라는 건가?”
“맞습니다. 물론 소수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이지요. 문제는 그 소수의 사람들의 행위가 사회 전반에 공분을 일으킨다는 거고요.”
성소수자이지만 멀쩡하게 회사를 잘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그가 성소수자인 걸 알면서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당장 영화 반지의 마법사>로 유명한 배우도 스스로 성소수자라고 밝혔지만 퇴출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팔팔하게 연기하고 있다.
물론 그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라 받아들여지기 좀 더 쉬운 자리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성 소수자가 과거처럼 차별받는 경우는 확실히 줄어들긴 했다.
“성소수자라고 해서 반드시 혐오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죠.”
“하긴, 그렇기는 하네요. 과거의 그 성소수자 사건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이런 권력은 적대감에 기대어 발생하니까요.”
과거에 일어난 성소수자 사건.
그건 성소수자들을 이끌던 놈들이 알고 보니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놈들이었던 사건이다.
그들은 성소수자에게 이상한 행동을 시킴으로써 혐오를 유발하고 그걸 자기들의 권력의 바탕으로 썼다.
“이런 문제는 혐오가 사라지면 자신의 권력도 사라지는 법이니까요. 아시지 않습니까? 효용이 다한 조직은 유지할 이유가 없죠.”
“그건 그렇겠네.”
한국이 통일된 후에는 통일부를 유지할 이유가 없듯이 말이다.
실제로 한국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과거 가난했던 시절 지독한 기생충 때문에 국민들이 고통받자 한국 정부는 기생충박멸협회를 만들어서 기생충 박멸에 힘썼다.
그리고 실제로 성공한 후 기생충박멸협회는 자연스럽게 해체되었다.
“문제는 그게 역사상 거의 유일한 자발적 해체라는 거죠.”
물론 해체한 곳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 해체‘당한’ 거지 스스로 해체한 건 아니었다.
“그런 권력자 집단이 많을수록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고 분열되기 마련입니다. 중국은 그런 걸 노리는 거고요.”
“흠.”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그걸 잘 알기에 강력한 중앙집권을 하는 겁니다. 누구보다 그걸 잘 알죠.”
그래서 중국은 절대로 다른 권력 집단을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이 사실상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건 이미 한국에서 종교가 권력화되는 걸 봤기 때문이다.
“하긴, 종교뿐만 아니라 뭐든 다 그렇지.”
중국은 기업도 좀 성장했다 싶으면 일단 두들겨 패서 힘을 빼앗아 버린다. 권력화되어서 반기를 들 가능성 때문이다.
“황당하게도 그것 때문에 코델09바이러스 방역에 성공했다는 주장도 있고요.”
실제로 중국을 찬양하는 많은 친중파 인물들이 중국이 코델09바이러스 방역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봉쇄’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좀 다르다.
공장은 확실히 멀쩡하게 굴러간다. 중국에서 생산한 물건은 전 세계로 너무 잘 팔려 나가서, 코델09바이러스 시국인데도 중국의 무역수지는 흑자다.
그리고 다른 나라라고 해서 봉쇄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한국 같은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도시를 봉쇄하고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었다.
“그래서 중국이 이 혐오 전략을 거국적으로 쓰고 있다 이거군.”
“네, 제 조사에 따르면요. 그들은 체계적으로 혐오 인력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세뇌당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기에 동조하고 있고요.”
일부는 남자와 여자를, 그리고 성소수자를 공격하고 사회적으로 그들을 혐오하게 만든 뒤 또다시 그들인 척 가장해서 일반인을 공격하며 혐오를 만들어 낸다.
“중국은 옛날부터 음험하기로 유명했죠. 또한 그들은 인내심이 지독합니다.”
한국이 ‘빨리빨리’의 민족이라면 중국은 ‘만만디’의 민족이다.
시간이 좀 늦어져도, 좀 오래 걸려도 서두르지 않는다.
“인내심이 뛰어난 건 좋은 거 아닌가요?”
“일반적으로는 좋은 거예요. 하지만 그 방향이 잘못되어서 문제인 거죠. 솔직히 중국의 인내심이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진짜로 미국과 제대로 한판 해볼 만큼 성장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인내심은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남을 속이고 등쳐 먹는 방식에 더더욱 특화되어 있다.
중국의 속담에 ‘1등만 할 수 있다면 뭘 해도 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게 인내심과 결합했으니 도리어 결론은 근시안적인 방향성을 띠게 되는 황당한 결과가 나온 거다.
“하지만 그게 음모를 짜는 음험한 성향과 결합하면 이렇게 되는 거죠.”
노형진은 테이블에 정리된 성소수자 또는 성별 혐오자 집단의 명단을 툭툭 치며 말했다.
“혐오 집단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좋게 말해서 인권 운동가들인 거지, 사실은 혐오를 뿌리고 다니는 놈들이죠.”
“하긴, 자유와 방종은 한 끗 차이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지만 의외로 방종과 자유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방에 넘쳐 난다.
“그들은 뭘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 나라가 망한다고 해도요.”
단순히 자기 권력을 지키고 주머니만 채울 수 있다면 말이다.
“베트남에서도 그랬지.”
북베트남군이 밀려올 때 남베트남 장군들은 미군이 준 무기를 북베트남에 팔아먹기에 여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