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13)
유령이 아니라 사람 (2)
어느 정도였냐면, 미국이 무한대로 총알을 주는데도 총알이 없어서 남베트남 병사에게 80발 이상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올 정도였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발을 뺀 이유 중에는 그것도 있죠. 아니, 사실 그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같은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조만간 이탈하고 말이지.’
아무리 들이부어도 결국 그것이 오히려 적을 강화시키는 수단이 되어 버리니까.
국가가 전복되면 자신과 가족들의 목이 날아간다는 생각을, 그들은 못 한다.
그냥 내 주머니만 채울 수 있으면 나라가 망해도 도피해서 잘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이제 중국에서 대혐오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게 소문났으니 우리도 그에 따른 혐오 전략을 쓰면 됩니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럴듯한 자료와 그럴듯한 정보들을 혼합해서 마치 이 모든 상황이 중국이 노린 것인 양 꾸며 놨다.
당연하게도 이게 터져 나가는 순간 중국은 핀치에 몰릴 거다. 그들이 하지 않은 것도 그들이 한 것으로 알려질 테니까.
“제가 가장 잘하는 게 바로 선동 아니겠습니까?”
노형진의 말에 김성식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흠…… 이런 말 하면 욕으로 들리겠지만 확실히 자네가 하는 걸 보면 한국의 괴벨스 같아.”
“이번 경우는 칭찬이네요, 후후후.”
* * *
소문이라는 건 참으로 빠르다.
특히나 분노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삽시간에 퍼지기 마련이다.
“야, 인터넷에서 그 소문 들었냐?”
“소문?”
“응. 중국에서 전 세계에 변이 바이러스를 뿌리고 있다고 하더라.”
봉쇄된 도시. 두 형제는 소파에 누워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걱정 반 분노 반의 감정이 어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도시가 봉쇄된 후에 출근도 못 하고 먹고사는 것조차도 힘들어진 상황이니까.
마이스터의 긴급 지원이 없었다면 진짜로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식료품 위주의 지원이지만, 그게 어딘가?
실제로 일부 도시들이 그걸 거부했다가 총격전까지 벌어졌다는 뉴스도 나왔다.
원래 미국은 지방분권이 잘되어 있어서 지원에 대한 선택을 각 지방의 권력자가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마이스터를 믿을 수 없다며 거부한 도시의 시장 때문에 결국 세 살짜리 아이가 아사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분노한 주민들이 총을 들고 시청을 습격했던 것.
그제야 시장은 놀라서 다급하게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미 마이스터가 더 이상 지원할 여력이 없던 상황이다 보니 언제 그 도시에 지원될지 불확실했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퇴근길에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바이러스를 뿌린다니?”
“누가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 전염력이 높은 변종 바이러스가 왜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에만 퍼지냐 이런 의문이 담긴 거였어.”
“무슨 소리야?”
“링크 보내 줄게. 봐 봐.”
링크는 금방 왔다.
대충 훑어보던 동생은 어이가 없다는 듯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했다.
“이게 사실이야?”
“사실이야. 다른 곳도 아닌 WHO 공식 발표잖아.”
“진짜 그러네. 왜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에서만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는 거지?”
과학자들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이들에게는 그 정도 지식이 없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나중에 가면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한 경우도 있다.
정확하게는, 그 나라에서 발생한 후에 다른 나라로 퍼져서 추적하다 보니 가난한 나라가 나온 것이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현재 가장 변이가 빠른 곳이 많은 항생제를 쓰는 선진국, 즉 유럽과 미국을 비롯하여 중국과 상대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씨팔. 중국 새끼들 이거 뭐 하자는 거야?”
“이 정도면 전쟁하자는 거 아냐?”
이미 중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없었다.
코델09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상식이었으니까.
중국은 다급하게 동남아 국가에서 시작된 거라는 둥 한국에서 시작된 거라는 둥 미국에서 뿌린 거라는 둥 온갖 거짓말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진실을 감출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미국 내에서 한번 코델09바이러스의 방역을 방해하려고 했던 기록이 있었고, 중국에서 막대한 펜타닐을 미국에 싼 가격에 무차별적으로 뿌리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사람들은 중국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불편한 감정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하나의 확증 편향을 일으켰다.
“이 말이 사실이네. ‘중국에서 산 물건 하나가 새로운 바이러스가 되어서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덮칩니다.’”
오랜 시간 갇혀서 지내던 두 형제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오랜 시간 집 안에 갇힌 채 똑같은 음식만 먹어야 했다.
아무리 마이스터에서 음식을 지원해 준다고 해도 결국은 일정 품목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다양성은 애초에 포기해야 했으며, 장기 보관이 가능한 물건들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차에 그 분노를 터트릴 수 있는 표적이 생긴 것이다.
“이건 퍼트려야 해.”
“진짜 망할 중국 놈들.”
어차피 집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들이었다.
그들은 열심히 글을 써서 올렸고, 소문은 빠르게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한국에서도 중국의 혐오 전략에 대항한 작전이 시작되었다.
혐오는 대부분 실체가 없다.
혐오하는 대상이 눈앞에 존재하면 보통 대놓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 사회적인 선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 대상인 남성에게 면전에서 대놓고 ‘한남충’이라는 말을 하며 남성 혐오를 표출한다면?
당연히 사회적으로 매장된다.
회사를 속이고 입사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회사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그 혐오주의자를 자르려고 한다.
지금은 조직의 책임이 커진 시기다. 내부의 누군가 병신 짓을 하면 그걸 막지 못한 조직이 치명타를 입는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혐오가 넘쳐도 그걸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죠.”
존재하지 않는 혐오.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증오.
그걸 이용해서 권력을 누리고 돈을 빨아먹는 혐오주의자들.
“그런데 이제는 중국이라는 대상이 특정되었으니까.”
정확하게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명령을 받고 대한민국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느낌이지만.
“중요한 건 그 덕에 이쪽에도 반격 방법이 생겼다는 거지.”
송정한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동안 저쪽에서 자기들이 혐오하면서도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혐오주의자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웠지만, 이제는 이쪽도 매국노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적당한 방법인지 모르겠군.”
“걱정되십니까?”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강대강의 대결이 아닌가?”
“애초에 혐오는 대화로 풀 수 없는 주제입니다. 대화로 풀자는 게 가장 병신 같은 말이죠.”
일부 이상론자들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건 어느 정도는 맞다. 다만, 그 상황이 문제다.
“그 대화라는 게 시작되는 시점이 언제냐면, 보통 공멸을 시작할 때입니다.”
“공멸이라…….”
“네, 그 전에는 쌍방 모두 절대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같이 죽기 직전, 문득 이게 아니다 싶은 순간이 온다. 이러다가 다 같이 죽겠다는 그런 공포가 몰려오는 것이다.
물론 그 상황에조차도 자기 권력을 놓치기 싫어서 지랄 발광하다가 다 같이 죽는 놈들도 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에서 이 혐오주의자들이 주류는 아니라는 거죠.”
물론 혐오를 이용해서 정치하는 놈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주류는 아니다.
정확하게는 주류 정치 쪽은 지역 혐오와 사상 혐오를 무기로 삼고, 비주류 정치 쪽은 비주류 혐오를 무기로 삼는다.
‘나중에는 주류든 비주류든 혐오를 무기 삼아서 휘두르지만.’
그걸 알기에 노형진이 이번 일을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결국은 고름을 짜내고 상처를 고치지 않으면 온몸이 썩어 갈 테니까.
“그런데 일단 인터넷에 문제는 만들었다지만 이걸로 어떻게 극단적인 방향성을 만들어 내려는 건가?”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고소와 고발은 효과가 없을 걸세. 혐오 세력에 대한 고소와 고발은 계속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처벌하면 당신은 혐오주의자’라는 프레임으로 용케 벗어났다.
실제로 경찰과 검찰도 그런 혐오주의자 고소나 고발이 들어오면 곤혹스러워서 사실상 손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법으로는 안 되지요. 하지만 다른 걸로 할 수는 있습니다.”
“다른 거?”
“사람은 자기가 정의라고 생각되면 뭐든지 합니다.”
“……?”
“그리고 자신이 안전한 곳에 있다면 더더욱 그러지요.”
그렇게 말하며 씩 웃은 노형진은 뭔가를 꺼내서 송정한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 전략적 인터넷 검색을 위한 계획서?”
“네. 제가 만들 극단적 상황은 바로 인터넷 검색입니다.”
“인터넷 검색?”
“네.”
“그게 무기가 된다고?”
“네. 생각보다 개인의 정보는 공개되어 있거든요. 젊은 세대일수록 더욱 그렇지요.”
인터넷에 지역 갈등이나 정치 갈등의 주요 세대인 장년층이나 노년층에 대한 정보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들은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니까.
하지만 ‘혐오’하는 자들에게는 인터넷 생활이 사실상 삶의 절반이다.
아니, 거의 전부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실생활에서 그들의 혐오를 받아 줄 인간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대놓고 혐오를 드러내는 놈들이 보이면 슬금슬금 피한다. 엮여 봐야 피곤할 뿐이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그들은 인터넷의 혐오가 실제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혐오와는 상관없는 보통 사람인 척 감추고 다닌다.
“보통 혐오는 SNS를 통해 퍼지죠. 그 안에서도 그들은 가능하면 자기 정보는 감추고요.”
“그렇지.”
“하지만 의외로 그걸 검색해서 신상을 털어 내는 방법이 있거든요. 이건 그 방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해 둔 겁니다.”
그 말에 송정한의 눈이 커졌다. 그런 방법이 있는 건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지요.”
현대 인터넷은 대부분 검색엔진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이루어진다. 당연히 개인 정보에 해당되는 걸 검색엔진에서 찾아본다고 해서 나올 리가 없다.
예를 들어 어떤 미친놈이 인터넷에서 혐오하겠답시고 특정 닉네임을 검색엔진에서 검색해도,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다.
“그걸 찾아내는 검색 방법은 따로 있지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방법을 모른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혐오에는 실체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중국이라는 실체가 생기고 혐오주의자라는 실체가 생겼다면, 그들을 공격하는 건 어떻게 보면 정당한 복수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굳이 중국과 척지거나 할 이유는 없으니까.
“여기서 모든 걸 다 찾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주 드물게 자신을 정말로 잘 감추는 놈들이 있습니다.”
“아! 그들은 중국 스파이로 몰아붙이려는 거군?”
“맞습니다. 아무리 잘 검색해도, 접근할 수 있는 개인 정보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인터넷에서 검색을 잘하면 직업, 나이, 성별을 알아낼 수 있지만 IP 같은 것에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이쪽에서는 그냥 해당 계정이 중국에서 만든 가짜 계정이라고 말해 버리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