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15)
유령이 아니라 사람 (4)
“얼핏 보면 그게 여론의 전부인 것 같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인터넷 혐오에 관심이 없습니다. 하물며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신상을 털어서 조진다고요? 그럴 리가요.”
애초에 범죄의 영역에 들어가는 행동인 걸 그들이 모를 리가 없다.
검색이야 범죄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지만 그걸 제3자에게 알리는 행위는 분명 경계해야 하는 선이다.
물론 스스로 싸지른 글이기 때문에 그걸 제3자에게 알리는 행위가 과연 명예훼손에 들어가느냐는 고민을 해 봐야겠지만, 일단은 상식적으로 그런 글을 썼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런 경우 명예훼손이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인터넷에서 서로를 물어뜯으면서 싸우는 건 일반인이 아니라 극단주의자들뿐입니다. 다만 인터넷이라는 특성상 그들이 전 국민처럼 보일 뿐이죠.”
“아…….”
“혐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사실 혐오를 뿌리는 행위 자체가 그 혐오를 퍼트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요?”
“그렇지.”
그렇게 함으로써 저마다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혐오주의자들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서로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창을 쥐여 준 거죠.”
마치 죽창처럼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사이좋게 서로 찔러 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다친다고 해도 결국은 혐오주의자일 뿐이다.
“일반인은 애초에 그 정도로 극단적인 혐오를 하지 않습니다.”
한남충이니 김치녀니 하는 단어를 쓰는 이들은 진짜 혐오에 찌들어서 생각이 그쪽으로만 굴러가는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건 이 죽창이 서로를 찌르는 무기라는 거죠.”
이쪽에서 찌르면 저쪽에 속한 한 명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저쪽에서 찌르면 이쪽도 마찬가지로 당할 수 있다.
“하지만 혐오주의자들은 그런 깊은 생각은 못합니다.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나 빼고는 다 적이고, 내가 망한 건 다른 누군가 때문이어야 하니까요.”
그들은 오랜 시간을 인터넷의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활동했기에 그런 행동이 공멸을 불러일으킬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니, 아예 이해 자체를 하지 못한다.
그냥 상대방을 모욕하고 공격하는 데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일종의 핵 같은 거군.”
“사회적인 핵폭탄인 셈이지요.”
정상적인 사회인이라면 그런 일을 할 이유는 없다. 아니, 할 시간이 없다.
설사 하고 싶다고 해도, 알게 모르게 양심이 그러한 행동에 브레이크를 건다.
“한 사람의 신상을 털어서 그걸 고지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결정적으로 한두 단어만 가지고는 그런 행동이 시작되지도 않으니까요. 애초에 전쟁은 준비 기간이 더 길지 않습니까?”
“하긴, 그건 그렇지.”
검색을 통해 상대방을 특정하기 이전에 그 상대방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인간인지 증명하기 위한 기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냥 욱해서 쓴 댓글 하나로 상대방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다.
“오랜 기간에 거친 특정 세력이나 세대에 대한 혐오 증거를 모아서 터트려야 확실하게 이기니까요.”
당연하게도 그에 소요되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옛날 방식의 싸움 같은 거죠.”
“옛날 방식의 싸움?”
“의외로 인류 역사에서 총력전의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인류 역사에서 총력전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대부분의 싸움은 정해진 계급 내에서 이루어지고 결국 그들 중 누군가가 권력을 차지하는 형태로 유지되어 왔다.
소위 말하는 기사나 사무라이가 그런 계급들이다.
“그럼 그들의 혐오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은?”
송정한의 말에 노형진이 빙긋 웃었다.
“이런 말이 있죠. 상대방이 나를 이유 없이 미워하면 그 이유를 만들어 주라고.”
다음 계획? 간단하다.
“이제 양쪽 다 병신으로 만들면 됩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