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36)
양심은 어따 팔아먹었냐? (3)
내용? 내용은 뭐 별거 없다. 자기 자랑이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그걸 대부분은 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나마 살아남는 건 라면 받침대로 쓰이는 정도?
그러니 누가 그런 작품에 공을 들이겠는가?
‘이번에도 제법 두둑하네.’
벌써 세 번째 출판 기념회를 하면서 곽두팔은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판매한 책만 2만 권. 한 권에 5만 원이니까 수익은 10억이다. 지난 출판 기념회에서 받은 돈과 합하면 이번 선거비용은 충분히 번 셈이다.
‘그래도 좀 더 받아 놔야 할 것 같은데 한 권 더 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출판 기념회장에서 나오는 그때 한 무리의 여자들이 달려들었다.
“곽 의원님, 제발 장애인 병원 좀 허락해 주세요.”
‘뭐야, 이년들은?’
갑작스럽게 달라붙는 여자들에게 곽두팔은 짜증이 팍 났다.
오늘 10억이나 벌어서 기분 좋게 룸에 가서 한잔하려고 했는데 다 늙은 노친네들이 매달리니 기분이 잡치는 느낌이었다.
“아니, 이 미친 노인네가!”
아니나 다를까, 경호원이 다가오는 노인을 발로 팍 차 버렸다.
“아악!”
“할머니!”
“크흠, 저 사람들 뭐야?”
“그게…….”
“말을 해.”
“아까부터 와서 상상동에 대룡장애인복지병원 개원을 허가해 달라고 저럽니다.”
‘지랄하네.’
그건 절대로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음 선거에서 자신은 무조건 떨어진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개소리다. 국회의원은 자기 자리를 위해 존재한다.
만일 이번 일을 허락해 주면 다음 선거에서 누가 자신을 찍어 주겠는가?
대놓고 말할 수 없어서 좋게 좋게 간담회도 하고 설득하라고 할 뿐이지, 곽두팔은 장애인 병원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제발, 의원님. 장애인들은 갈 곳이 없어요.”
“치료 좀 받게 해 주세요.”
“우리 애들 좀 살려 주세요.”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다가오려고 하는 노인네들.
“크흠.”
불편한 생각이 든 곽두팔은 입을 삐쭉 내밀면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신호를 받은 경호원들이 빠르게 나섰다.
“야, 저년들 끌어내!”
“이년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끌어내!”
질질 끌려 나가는 사람들.
그걸 지켜보는 곽두팔의 입에서는 욕이 흘러나왔다.
“진짜 좋은 날에 뭐 하는 거야? 경호 똑바로 안 해?”
“죄송합니다.”
“기분이 안 좋아서 그냥 집에는 못 가겠다. 황 마담한테 연락해.”
“네, 의원님.”
기분이 나쁘든 말든 그의 계획이 변동되는 일은 없었다.
* * *
노형진은 영상을 보면서 심호흡했다.
“뭐, 예상했으니까.”
곽두팔은 표 때문에라도 절대 병원을 허락하지 않으려고 할 거다.
물론 대룡에서 직접적으로 죽이려고 한다면 곽두팔 정도 되는 국회의원 하나 묻어 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러면 국회의원들이 대룡을 적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서로 소새끼 개새끼 하면서 싸우지만 자신의 권력에 저항할 요소가 있으면 똘똘 뭉쳐서 대항하니까.
“그러면 이제 계획대로 하면 될까, 오빠?”
“그래, 계획대로 해야지. 복수를 시작하자고.”
“호호호, 이래서 다들 오빠랑 일하고 싶어 하는구나.”
서세영은 웃으면서 자판의 엔터를 강하게 쳤다.
그러자 영상이 천천히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이제 복수를 시작하자.”
* * *
매일같이 사회적으로 부조리한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간다.
당사자가 귀찮다는 이유로 넘어가기도 하고, 경찰이 귀찮다는 이유로 수사를 하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억울한 피해를 입은 경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것은 인터넷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사건의 경우는 노형진이 띄우기 위해 고의적으로 작업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노형진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어차피 외국 IP로 올렸기에 영상을 블러 처리하지도 않았다. 어설프게 법을 지키려 하기보다는 확실하게 보복하기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아니, 미친 새끼들! 장애인 시설이 그렇게 싫어?
-저런 새끼들이 병신이 되면 뭐 안 해 준다고 지랄하겠지.
-저따위 게 사람이냐?
대부분의 사건에서 장애인 시설을 반대한다고 하면 지역이기주의라며 사람들이 그 지역을 욕하는 선에서 넘어간다.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뻘 또는 할머니뻘 되는 사람들을 욕하고 심지어 무릎을 꿇고 있는 할머니에게 가래침을 뱉는 모습을 본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상상동은 지옥의 악귀들만 사는 동네다.
-말만 서울이지 더럽게 못사는 새끼들이 돈독이 올랐네.
-정부는 뭐 하냐? 저런 새끼들 안 잡아가고.
상상동의 시위는 당연히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영상 하나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상상동을 후안무치한 악마들이 사는 동네 취급하기 시작했고, 그 주범인 상상동비상대책위원회에 분노를 토해 냈다.
순식간에 뉴스의 메인에 올라갔고, 상상동비상대책위원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미쳤어요? 아니, 시위는 둘째 치고 노인한테 뭔 짓을 한 거야?”
“우리 어머니뻘 되는 분한테 가래침을 뱉다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아니,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집값이 올라가기를 원한다고 해서 상상동 주민들이 다 악마인 것은 아니다.
대중에게 싸잡혀 미친놈 취급받게 된 상상동 주민들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시위한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을 넘어도 너무 확실하게 넘었다.
“오해가 있는 겁니다. 그들이 우리를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오해라고 발표하고 사건을 수습하겠습니다.”
상상동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 무광민은 상황을 정리하려고 애썼다.
설마 그 당시 영상을 찍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야말로 엄청난 영상이 퍼져 버렸다.
차라리 단순히 말싸움만 했다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지역이기주의 사건은 흔해 빠졌기에 잠깐 이슈는 될지언정 그걸로 인해 이쪽이 공격받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곽 의원님, 어떻게 좀 막아 주세요.”
-장난해? 이걸 내가 어떻게 막아? 당장 내 목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곽두팔은 분노했다.
지역 표를 얻으려다가 표는커녕 공천도 날아가게 생겼다.
그럴 만한 게, 자신이 장애인 가족들을 천대하는 게 인터넷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올라간 시기였다.
차라리 자신이 장애인 가족을 끌어내라고 하는 영상이 먼저 올라간 후에 비대위 측 영상이 올라갔거나 동시에 올라갔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터진 비대위 측 영상으로 묻혀 버렸을 테니까.
하지만 비대위의 영상이 먼저 올라가고 한참 지나서 자신의 영상이 올라갔다.
정확한 날짜와 시간이 표시되어 있는 영상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이 보기에는 곽두팔이 그 비대위에서 저지른 패륜 영상을 보고도 철저하게 무시한 것으로 보였다.
-저런 새끼가 국회의원이라고? 미치겠네!
-누가 그랬지,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국회의원을 가진다고. 상상동 수준에 딱 맞는 정치인이네.
-그래, 그래도 꼴에 가래침은 안 뱉네.
-그래도 기분 나쁘다고 거시기로 뭐 뱉으러 가긴 하네, 크크크.
-아, 그건 인정, 크크크.
단순히 무시하는 것만 나간 게 아니라 자신이 그길로 룸살롱에 가는 것까지 편집되어서 올라가는 바람에 패륜 동영상을 본 사람들의 분노는 그대로 곽두팔에게로 옮겨 갔다.
당연히 민주수호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그리고 결국 어젯밤 심각한 발표를 했다.
-저희 민주수호당에서는 곽두팔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습니다.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이상 곽두팔에게 다음 공천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까지 계파를 만들려고 노력하던 모든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끊겼고 전화조차도 받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의 인생을 망친 상상동 문제에 대해 곽두팔은 극도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문제는 네가 알아서 해, 이 새끼야!
곽두팔은 분노하면서 상상동비상대책위원회의 대표인 무광민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쾅!’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돌겠네, 씨팔.”
무광민은 숨이 턱턱 막혔다.
갑자기 일이 이렇게 틀어질 줄은 몰랐으니까.
“형님, 저기, 시간이 되었는데요? 다들 와서 모여 있어요.”
“회장님이라고 하라고 했지, 이 새꺄!”
한숨을 쉬던 무광민은 부하의 말에 한 소리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은 터졌으니 일단 어떻게 해서든 무마해야 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대회의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마을 주민들이 흉흉한 분위기로 모여 있었다.
“죄송합니다. 그 사람은 바로 해고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광민이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읽으면서 사태를 해결하려고 할 때였다.
그렇잖아도 기회를 노리고 있던 한부원이 꼬투리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해고한다고 했습니까?”
“당신은…….”
무광민도 한부원을 안다. 당연하게도 이 지역 주민 중에서 가장 껄끄러운 놈이 바로 한부원이었다.
다만 업무 자체가 겹치는 게 없어서 서로 데면데면하게 지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간은 끝났다.
“나 몰라요? 나 여기 상상동재건축조합 대표 한부원이오. 아직 비인가이기는 하지만.”
“그런데요? 당신이 누군지가 중요합니까?”
“아니, 그건 중요하지 않지. 나도 여기 주민으로서 와 있는 거니까.”
“그런데요?”
“방금 그 인간을 해고한다면서? 아니, 직원도 아닌 동네 주민을 어떻게 해고해? 그 사람, 동네 주민 아냐?”
그 말에 무광민은 아차 했다.
다급한 나머지 실수한 것이다. 그것도 최악의 상대 앞에서 말이다.
그런데 한부원의 말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까 나도 그 인간을 본 적이 없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애초에 당신은 자격도 없잖아!”
“그러니까 인가받으려고 직접 집집마다 다녔지. 그래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한 번씩 다 만났거든? 그런데 그 사람을 비롯해서 시위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를 본 적이 없어.”
한부원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주민이 깜짝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저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한 동네의 모든 주민을 아는 건 불가능하다. 상상동이라지만 인구가 수만은 넘으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다른 주소지의 주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미처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요.”
다만 재건축조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조합에서 이 지역을 재건축하자고 몇 년 동안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을 만나고 설득하고 있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조차 처음 보는 자들이었다?
대번에 사람들의 눈에 의심이 서렸다.
그리고 그 시선을 본 무광민은 아차 했다.
“아니, 당신이라고 해서 동네 주민들을 다 아는 건 아니잖아? 인구가 몇 명인데!”
“뭐, 확실히 그렇긴 하지.”
아무리 한부원이라고 해도 모두를 알 수는 없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다닌 집들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주소지 좀 확인합시다.”
“뭐라고?”
“아니, 우리 주민인지 확실하게 확인 좀 하자고. 내가 기억 못 하는 게 내 잘못인지는 주소만 확인하면 간단하게 알 수 있는 거 아냐?”
“그건…….”
당연히 그럴 수는 없다. 그들은 외부에서 데리고 온 시위꾼이니까.
“그건 개인 정보라…….”
“지랄하지 말고. 마을 주민이라면서 어디에 산다는 것쯤은 말할 수 있잖아?”
“개인 정보라 말 못 합니다.”
“그러면 대략적인 위치라도 말해. 그 주변에 가 보면 주민 중 누군가는 기억하겠지.”
당연히 기억 못 한다. 애초에 그는 여기에 사는 사람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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