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4)
“서버실 말입니다. 어쭙잖은 거짓말 하지 마시고.”
“거…… 거짓말이라니요.”
“방금 저쪽에 있던 남자, 당신 눈치를 살피다가 저쪽으로 갔는데 그쪽에 서버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럴 리가요. 서버실은 그쪽에 없습니다.”
“가 보면 알지요.”
남상주는 그런 서장의 말을 무시하고 그쪽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쪽에서는 서버실이라고 쓴 곳이 있었고 그곳에서 한 남자가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는 문을 잠근다고 잠근 모양이었지만 아무리 문을 잠근다고 해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뭘 할지는 뻔했다.
“지금 문 열고 나오세요. 파일이 손상되면 증거 인멸로 당신도 고발됩니다. 같이 죽고 싶은 건 아니죠?”
그럼에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남상주는 김성식에게 소리를 질렀다. 물론 상대방더러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김성식 변호사님, 검사 한 명 더 보내세요! 경찰서 차원에서 조직적인 증거 인멸 혐의가 있습니다!”
“기꺼이 그러지요.”
그 말에 안에 있던 사람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경찰서장의 눈짓을 받고는 재빨리 삭제하려고 했는데 설마 이렇게 빨리 눈치챘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것이다.
“지웠습니까?”
“아니요……. 그렇지는…….”
“그럼 증거 인멸 시도한 건 인정하십니까?”
“그냥 파일 확인차…….”
그는 애써 눈치를 살폈다. 서장이 눈치로 명령한 거다. 만일 서장이 훅 가면 자신을 지켜 줄 사람은 없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서장이 몰락하는 걸 막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같이 죽을 수는 없지.’
그는 바로 삭제하려고 했지만 서장의 상황을 봐서는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건드린 듯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결국 삭제하지 않고 나온 것이다.
“흠.”
노형진은 안으로 들어가서 파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날라 차고 구타하는 서장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지우지 않았네요.”
“말씀드렸다시피 전 그냥 확인차…….”
경찰은 서장의 눈치를 살피면서 중얼거렸다. 서장은 그런 그에게 눈을 부라렸지만, 이미 몰락하는 배인 것이 확실한 그에게 눈치 받아 봐야 그는 이미 배를 갈아탄 상태였다.
“좋습니다.”
노형진은 일단은 그의 시도를 불문에 붙이기로 했다. 어차피 이런 걸 고발해 봐야 증명만 어렵다. 더군다나 증거인멸은 미수죄가 없다. 기껏해야 업무상 배임 정도인데 그것도 증명하기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다음번에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네.
경찰은 재빨리 멀어져 갔다. 그리고 서장은 홀로 남아서 당황해하는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을 감시하는 변호사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마 피고인의 기분이 뭔지 확실하게 아시게 되겠습니다.”
노형진은 그런 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부녀회여? 조폭이여? (1)
“경찰서장은 어떻습니까?”
“뭐, 바로 끌려갔지.”
“그렇겠지요.”
안 그래도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 문제로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에서는 수사권을 달라고 하고 있었고 검찰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로써 확실한 증거를 가지게 된 검찰은 그의 영혼을 털어 버릴 각오를 하고 검사를 보냈다.
“그런 녀석이 서장이라니.”
“그러게나 말입니다.”
물론 그런 경찰은 일부이다. 수많은 선량한 경찰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권력에는 파리가 꼬이는 법. 그는 개인적인 사건은 은폐하기 위해 권력을 남용했으므로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형사 고소 건은 어떻게 되어가?”
“뭐, 일단 기일이 잡혔습니다.”
“거참, 노 변호사가 피해자로 법정에 다 서고 별일이야.”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살다 보면 그런 거죠.”
나는 절대 안전하다. 나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는 생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세상을 살다 보면 진짜 재수 없는 일만 계속해서 벌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그 여자들의 폭행을 증명하는 건 어려울 텐데?”
문제는 그것이다. 서장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있고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폭행을 가했다. 자신이 폭행해도 덮을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녀회는 아니다.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노형진을 폭행했고 적반하장식으로 자신들이 맞았다면서 마구 비명을 질러 댔다.
“압니다. 하지만 세상의 쓴맛을 보여 주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 부녀회의 아줌마들은 세상을 다 안다면서 마치 자신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떼돈을 벌 것처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건 우물 안 개구리가 떠드는 것뿐이고.’
그런 아줌마들이 진짜 세상을 알까? 하는 일이라고는 집에서 놀면서 남편이 벌어 주는 돈으로 호화 생활이나 하다가 사기에 가깝게 집값을 올려서 돈을 뜯어내도록 하는 인간들이? 진짜 세상을 아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다. 진짜 세상과 부딪치면서 사는 사람들. 그들은 세상을 아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들이 잘 안다고 생각할 뿐이다.
“인생이 실전이라는 말이 있지요. 후후후.”
그리고 노형진은 그들에게 인생이 왜 실전인지 느끼게 해 줄 생각이었다.
“네?”
서태웅 검사는 노형진의 말에 깜짝 놀랐다. 노형진이 자신에게 부탁해서 사건을 맡아 달라고 할 때 그는 기꺼이 나서서 맡아 주었다. 그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형진이 이야기해 준 공격 방식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네.”
“지금 그 아줌마들을 조폭으로 만들자는 건가요?”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그건 쉽게 말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 같은 것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집단을 만드는 자들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일반적으로 그런 놈들을 조폭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조폭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들은 조폭이 맞습니다.”
“아니, 왜요?”
“조폭의 정의가 뭡니까?”
“그거야 다수가 집단을 만들어서 협박이나 폭력을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거나 금전적인…… 얼레?”
말하다 보니 그는 그 부녀회에서 한 행동이 조폭의 행동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조폭이네요?”
“그렇지요? 우리나라 고정관념이 무서운 겁니다. 조폭은 남자. 그렇게 생각하니까 부녀회니 여성회니 하면서 실질적으로 조폭 집단처럼 운영되는 자들에 대해서는 일반법을 적용합니다.”
“음…….”
“근데 생각해 보면 이거 조폭 맞습니다.”
“음, 그렇기는 한데…….”
조폭들은 무슨 파니 무슨 파니 하고 자칭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고 뭉쳐 다니다가 범죄를 일으키면 경찰이 이름을 붙여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생각해 보면 그런 경우는 없었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여자들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물론 여자가 남자들보다 그럴 기회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예 벌어지지 않는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도 여학교내의 흑장미파같이 전설로 내려오는 폭력 집단도 있다.
“없는 게 아닙니다. 그저 고정관념이 그걸 막고 있었을 뿐이지요.”
“그런가요?”
노형진의 말에 서태웅은 잠시 고민했다. 확실히 현재 노형진을 공격한 부녀회의 행동은 조폭의 행동으로 봐도 무방하다. 아니, 조폭이 맞다.
“이건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서 뭐라고 말하지 못하겠네요.”
“뭐든 처음이 있는 법입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서태웅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자신의 생각대로 공격이 들어가서 승리한다면 전국에 있는 부녀회라는 집단들이 모조리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녀회들이 좋은 곳도 많은데.”
실제로도 사람들을 모아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바자회를 해서 그 돈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 곳도 많다.
“그런 곳은 상관없지요.”
“상관없다?”
“일단 이건 자신들이 상습적으로 폭행하지 않은 이상 벌어지지 않을 일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노형진을 공격했던 자들은 분명 상습적으로 공격했다. 심지어 해당 지역 경찰서장이 아들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사건을 은폐하기까지 했다.
“좋습니다. 한번 해 보죠.”
서태웅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으흐흐흐,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고? 아줌마들이야말로 인생이 왜 실전인지 겪어 봐야 알겠지. 흐흐흐’
“개정합니다.”
드디어 시작된 재판.
노형진은 자신이 피해자로서 방청석에 앉아서 부녀회 아줌마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생각지도 못한 죄목에 당황한 듯했다.
‘하긴, 기껏해야 벌금 생각했겠지.’
그래서 그들은 안하무인으로 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기껏해야 벌금 몇백 정도 나오는 게 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폭력 단체 구성에 관한 처벌, 즉 조폭은 단순 폭행과는 그 처벌 강도가 전혀 다르다.
“친애하는 재판장님, 피고인들은 서울 시내 모 지역에 있는 대형 오피스텔인 ○○오피스텔에서 부녀회를 하고 있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부녀회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노형진과 오랜 시간 이야기해서 만들어 낸 공소장을 읽는 서태웅 검사. 그리고 그걸 들으면 들을수록 상대방 변호사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긴 좀 암담할 거다.’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건 분명히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위반이 맞다.
“피고인 측 변호인, 변론해 보세요.”
그 말에 상대방 변호사는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자신의 변론을 읽기 시작했다.
“재판장님, 이것은 오해입니다.”
첫 문장부터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 많은 돈을 다 어쩌고 저런 애를 골랐냐?’
매달 1억이 넘는 돈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 어디에 썼는지 흔적도 없다. 그런데 시작부터 오해라니.
‘쯧쯧…….’
척 봐도 그는 나이가 제법 있어 보였다.
‘제대로 된 변호사 좀 쓰지.’
변호사는 엄청나게 두뇌를 써야 하는 직업이다. 딱히 정년퇴직이 없다고 하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두뇌 활동이 줄어든다. 물론 나이를 먹을수록 약간 교활해지는 부분도 있고 또 완숙미도 늘어나지만 폭력 사건에 오해라는 단어를 쓴다는 건 그가 원래부터 실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피고인들은 확실히 폭행 사건이 벌어졌을 때 현장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도리어 피해자라 주장하는 저 노형진에게 구타당하였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도리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건을 무마하고 피해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노형진의 예상대로 자신들이 숫자가 많다는 점을 이용하여 거짓을 진술하고 있었다. 일단 저쪽은 여덟 명이고 이쪽은 한 명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증인이 많은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 측 변호인, 상식적으로 여덟 명이나 되는 사람이 한 사람을 이기지 못해서 두들겨 맞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저쪽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입니다. 하지만 이쪽은 이제는 나이 먹어서 힘이 없는 연약한 아줌마일 뿐입니다.”
노형진은 그 말에 기가 막혔다.
‘저 아저씨가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힘을 무시하네.’
연약한 아가씨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연약한 아줌마라니 그런 단어가 성립되는지조차 불분명할 정도로 나이 먹은 여성들의 공격력은 상상 이상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이권을 위해 협박할 정도면 평범한 아줌마는 아닌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장한 남자가 공격적으로 나가면 여성들은 얼어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 명씩 폭행한다면 일반적인 여성으로서는 이기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상대방 변호사는 일반론을 이용하여 공격했다.
“흠…….”
판사는 약간은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게 가능한 경우도 있어 약간 헷갈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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