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50)
뭘 해도 폭망일걸 (4)
“물론 진짜로 사기로 인정받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민사적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지지.”
선의의 제3자, 즉 범죄 사실을 모르고 받은 사람은 법적으로 보호받는다.
그런데 공범으로서 사기에 대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그 돈이 제3자를 대상으로 친족이 사기를 친 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과연 선의의 제3자가 완성될 것인가?
“설사 그게 완성된다고 해도, 그때부터는 다른 법의 적용이 가능해.”
“점유이탈물횡령 말이지?”
“맞아.”
공범으로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그 돈의 출처가 범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즉, 그 돈을 준 아버지에게 돈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걸 인식하게 되는 거다.
그러면 그 돈은 아버지가 주는 돈이 아닌 피해 금액이라는 걸 인식하게 되니, 그 시점에서부터 재산의 상속이 아니라 점유이탈이 이루어진 돈이라는 걸 인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판례는 없었지만.”
사실 이런 판례는 전혀 없다. 어떤 변호사도 사기꾼의 가족을 공범으로 고소한 적이 없으니까.
그들은 사기꾼만을 대상으로 소송했고, 지면 가족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이미 상속이 이루어진 시점이었기에 돌려받기는 요원했다.
그러나 아직 사건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점유이탈 자산이라는 걸 인식하게 된다면?
“그 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지지.”
가족을 먼저 족쳐서 그 돈을 받을 수 없게 만들고, 그 후에 주범을 족치는 방법.
“하지만 그게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솔직히 점유이탈물횡령이라는 것도 인정될까? 아버지가 준 거잖아.”
서세영은 그게 궁금했다.
현실적으로 ‘아버지가 증여한 것을 과연 재판부에서 점유이탈물횡령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법적인 판단의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알아. 그래서 중요한 게 세금이라고 한 거야.”
“응? 무슨 소리야?”
“사기를 쳐서 그 돈을 빼돌리는 인간이 세금을 꼬박꼬박 잘 내겠어?”
안 낼 거다. 실제로 부모 자식 사이에서 그렇게 현금을 주고받는 경우는 흔하다.
사실 증여세 관련 여부는 선의의 제3자의 조건에 영향을 주지 않기에 대부분 그걸 내지 않으려고 한다.
“당연히 증여세도 내지 않았겠지. 애초에 사기 쳐서 얻은 돈이니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쪽에서 그걸 문제 삼으면 범인들은 다급하게 증여세를 내고 증여를 확정 지으려고 할 거라는 거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이미 가족은 그 돈이 사기의 수익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거야.”
“확실히 증여에 관한 판례 중에 증여의 종료 시점이라는 개념이 없기는 하네.”
“없지. 보통은 그냥 증여하고 세금은 나중에 내도 되니까.”
그래서 계좌 이체가 진행되면 증여가 종료되는 거다.
“하지만 이 사건은 좀 다르지. 계좌 이체가 이루어졌지만 사기에 동원된 계좌라는 건 확실하지.”
선의의 제3자를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
왜냐, 나중에 따로 고소당한 게 아니라 공범으로 고소당한 시점이니까.
공범으로 고소당한 시점에서 그들이 ‘우리는 선의의 제3자’라고 주장해 봤자 그저 범인의 흔한 거짓말로 추정될 거다.
세상에 내가 사기를 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그것에 대한 증여세를 내려고 한다고 해도 말이지,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을 거라는 거지.”
분명 사기에 의한 금액이고, 수사 중인 사건이며, 명백한 자금의 흐름을 보이는 피해 자금이다.
“이것에 대해 국세청에서 증여세를 부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얼핏 잘못하면 공무원이 사기의 피해 금액에 대한 증여를 인정함으로써 범죄의 완성을 도와주는 형태가 될 수 있겠구나.”
“그래. 형사사건으로 수사 중일 때는 증여를 인정 못 해. 그리고 우리가 국세청에 그런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내도 증여는 절대 성립되지 못하지.”
“법적인 함정인 거네?”
증여의 완성 시점에 대한 판례는 없다.
그런데 여기서 국세청이 증여를 인정하고 증여세를 물린다면, 수사 중인 도피 자금에 대한 증여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당연히 국세청 입장에서는 절대 그럴 수 없다.
“아마도 국세청에서는 증여세의 발급을 거부할 거야. 소송 중이니까.”
그렇다면 그 증여는 종료된 것일까?
당연히 노형진은 소송을 통해 증여의 종료 시점을 확인하려고 할 테고, 그 기간 동안에는 돈을 확실하고 안전하게 묶어 둘 수 있다.
“만일 증여의 종료 시점이 증여세의 납부가 이루어진 상황이라는 판결이 나온다면? 당연히 증여는 무효가 돼서 우리는 당당하게 그 돈을 찾아올 수 있어.”
그 말을 듣고 서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과연 어떤 변호사가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애초에 누가 생각했다면 아마 판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생각을 못 했고, 그래서 사기꾼들은 자기 돈을 느긋하게 가족 명의로 돌리고 호의호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소송 종료까지 오래 걸릴 것 같은데.”
“그럴 거야. 하지만 말이지, 그래서 우리한테 유리해.”
“응? 어째서?”
“판례를 세우는 싸움이잖아. 아마 대법원까지 가야 할 거야.”
그리고 그동안은 소송이 진행될 테고, 당연히 피해자들은 공범이라고 주장하는 놈들의 모든 계좌와 수익에 대한 압류를 걸 자격이 생길 것이다.
“과연 그 기간 동안 사기꾼들이 버틸 수 있을까?”
“아…… 맞다. 오빠 주특기가 그거였지.”
법적으로 상대방의 피를 말리는 것.
그게 노형진이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