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58)
이걸 자식이라고 (3)
실제로 공용 거주 공간이라면 그 담당자가 열어 주면 그만이다.
가령 가족 다섯 명 중에서 네 명이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한 명이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 줬다면 그건 주거침입에 해당되지 않는다.
즉, 굳이 복도를 범인에게 열어 달라고 할 이유가 없다는 소리다.
“오빠, 가자.”
서세영이 재촉하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리고 몇 층인가를 올라가 큰아들의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당연하게도 집의 문은 닫혀 있었다.
“여기서는 저희도 진짜 방법이 없는데요.”
복도야 공용 공간이라지만 집은 진짜 그 가족만을 위한 공간이다. 당연히 여기서는 진짜로 영장이 필요하다.
“잠시만요.”
노형진은 심호흡하며 목을 가다듬은 다음 안쪽에 소리를 질렀다.
“원정미 씨! 노형진 변호사입니다. 안에 계신가요? 구하러 왔습니다! 원정미 씨! 노 변호사입니다!”
노형진이 소리를 지르자 안쪽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살려 주세요! 노 변호사님! 저 여기에 있어요! 살려 주세요!”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노형진은 그 말에 경찰을 바라보았다.
“들으셨죠?”
“네?”
“살려 달라고 하지 않습니까? 문을 부수세요.”
“아니, 그러면 민원이…….”
“이거 긴급피난입니다.”
분명 살려 달라고 했고, 그런 경우에 문을 부수고 들어가도 누구도 말 못 한다. 경찰 입장에서는 피해자를 긴급하게 구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어, 그러니까…….”
하지만 여전히 경찰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머뭇거렸다.
그도 그럴 게 일단 민원은 둘째 치고 이런 아파트의 문을 부술 만한 도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입니까?”
때마침 경비원들이 도착했고 노형진은 그들에게 말했다.
“이곳에 납치 피해자가 있습니다.”
“이곳에요?”
“네, 이 문 좀 여세요. 열쇠 가지고 계시죠?”
“아, 네……. 만일에 대비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노형진이 올라오기 전에 여기 주소를 말해 줬기에 경비원은 만일에 대비해서 키를 가지고 온 참이었다.
마침내 마스터키로 문이 열리자 노형진은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당신 누구야! 나가! 나가라고!”
그 혼란에 거실에 있는 여자가 기겁하면서 소리를 빽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경찰입니다.”
경찰은 그렇게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노형진 역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원정미를 찾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원정미 씨, 저 노형진 변호사입니다. 어디 계세요?”
하지만 대답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우리가 몽땅 다 잘못 들었을 리가 없는데.”
분명 서세영도 들었기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찾았지만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 덕에 상황을 더 쉽게 알아차렸다.
“이쪽입니다.”
가장 안쪽에 있는 안방으로 다가간 노형진.
문을 흔들었지만 잠겨 있었다.
“이런 거야 뭐 부수면 그만…….”
“뭐요? 자…… 잠깐, 그만둬! 멈춰!”
며느리로 보이는 사람이 비명을 빽 질렀지만 노형진은 주저하지 않고 발로 문을 뻥 차서 부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기가 막히는 모습이었다.
“꼴 봐라.”
침대에 있는 원정미의 입을, 아들이 필사적으로 손으로 막고 있었다.
원정미가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지르자 다급하게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은 것이다.
“당신, 여기가 어디라고…… 아아악!”
큰아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어머니에게서 떨어졌다.
원정미가 큰아들의 주의가 분산된 틈을 타 그의 손을 콱 깨물어 버린 것이다.
“내 손! 내 손!”
“노 변호사님!”
“괜찮으세요?”
노형진과 서세영은 다급하게 원정미에게 다가갔다.
손을 잡고 끙끙거리던 아들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 집에서 나가! 당장!”
“네, 나가 드리죠.”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경찰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경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갑을 꺼내 들었다.
“당신들을 납치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납치? 납치? 뭔 개소리야? 내가 내 엄마를 데리고 온 게 왜 납치야?”
“당신들 누구야! 경비원, 이 새끼들 끌어내! 뭐 하는 거야! 빨리 끌어내! 잘리고 싶어?”
거칠게 항의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노형진은 한숨을 조금 쉬고는 신경을 꺼 버렸다.
“원정미 씨,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조금 놀랐지만…….”
“같이 댁으로…… 아니다. 안전한 곳으로 가시죠.”
“가, 감사합니다.”
노형진은 그녀를 둘러업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 노형진을 따라오면서 서세영이 조용히 말했다.
“오빠, 이거 쉽게는 안 끝나겠지?”
“그렇겠지. 자식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으니까.”
노형진은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