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6)
“그건…….”
“그리고 추가로 피고인들의 지난 몇 년간 세금 내역서를 제출하겠습니다. 이 내역서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피고인들의 재산은 그다지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50억이나 쓰신 분들치고는 말입니다.”
“헐?”
노형진은 생각지도 못한 말에 깜짝 놀랐다.
강월랜드. 대한민국 최고의 도박장. 그리고 유일한 도박장.
‘하긴…… 검찰이니까 가능하겠군.’
아무리 노형진과 새론이라고 해도 강월랜드의 자료를 빼 올 수는 없다. 도박장이라는 특성상 자신들의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권력이라는 것. 그것은 의외로 막강했다.
“피고인 측,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그 말에 변호사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피고인들을 바라봤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노형진은 그걸 보고 상대방 변호사가 그걸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저런 아줌마들이 뻔하지, 뭐.’
노형진은 인간을 믿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의뢰인을 믿지 않는다. 의뢰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말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으니까. 강간범도 그 녀석의 말만 들으면 꽃뱀에게 물린 것뿐이다. 그래서 실력이 좋은 변호사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의뢰인의 배신 아닌 배신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저런 아줌마들이 이야기하겠어?’
딱 봐도 부녀회에서 변호사에게 저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음…….”
변호사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이건 자신이 어떻게 막을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애초에 자신이 들었던 것은 단순 폭행이었지, 조폭 관련 사건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자신은 듣지도 못한 죄목이 줄줄이 나오고 있었다.
“재판장님, 이 사실은 듣지 못했습니다. 반박 자료를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드는 상대방 변호사.
“그러면 다음 기일을 잡을까요?”
판사는 서태웅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서태웅은 다음 기일 전까지 할 말이 너무 많았다. 노형진의 방식을 잠깐 옆에서 구경했을 뿐인데도 증거가 너무나도 많이 넘치는 신천지가 보이는 느낌이랄까?
“아예 새로운 증거를 다 듣고 가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래야 다음 재판에 준비하시지요.”
“새로운 증거요?”
또 있다는 말에 사색이 되는 변호사.
“네.”
서태웅은 새로운 증거를 꺼내 재판장에게 내밀었다.
“재판장님, 이 기록은 일반적인 자동문 설치 비용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전문 업자 다섯 명에게 문의해 본 결과, 해당 오피스텔의 자동문 설치 비용은 대략 2억 2천 정도였습니다. 문을 설치하고 그걸 각 집마다 연결해야 하니까요.”
“그래서요?”
“그런데 그 당시 부녀회에서 제출한 기록에 따르면 공사비용은 총 5억 8천입니다. 일반적인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을 주고 공사한 셈입니다.”
이제는 아예 포기한 시선으로 피고인들을 바라보는 변호사. 하지만 부녀회는 그런 변호사의 얼굴도 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증거 하나가 나올 때마다 그들의 범죄가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피고인들은 집단적으로 각 가정으로 몰려가서 부녀회 가입을 강제하면서 강제로 부녀회비의 납부를 요구했습니다. 이는 명백하게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의 3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또한 피고인들은 자녀가 경찰인 점을 이용하여 사건을 은폐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돌변시키는 등 명백하게 공무 집행 방해 행동을 하였습니다.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2항의 1에 따르면 그런 경우 형을 가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줄줄이 나오는 증거들. 그런데 상대방 변호사는 그걸 그다지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었다. 정확하게 보면 관심이 없어 보였다. 노형진은 그걸 보고 혀를 끌끌 찼다.
‘그만둘 생각이군.’
이렇게 철저하게 변호사에게 거짓말했으니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변론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더군다나 단순 폭행에 대한 변론 비용과 조직 폭력에 대한 변론 비용은 말 그대로 천지차이다. 단순 폭행은 몇백만 원 정도지만 이런 집단적 조직 폭력은 4천 이하로는 변호사들이 받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으로 봤을 때.”
마지막 구형을 하려고 하는 검찰.
구형이란 검사가 판사에게 어느 정도 형량을 내려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을 뜻한다. 판결은 판사가 하지만 구형은 검사가 한다.
“피고인들의 집단적 범죄행위는 명백하게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에서 말하는 조직 폭력에 해당하고 피고들은 그 집단의 수괴이자 간부들로서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하며 사법 체계를 붕괴시켰으므로 그 수괴인 부녀회장에게는 징역 20년을, 그 집단의 간부들에게는 징역 10년을 청구하는 바입니다.”
그 말에 부녀회장들은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또한 과거 경찰을 이용하여 증거를 은폐한 기록이 있는 바 법정 구속을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판사는 그 말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판결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법정 구속의 경우 명확하게 지금 판단해야 한다. 하나 그동안의 범죄 사실과 범죄 은폐 내역을 보면 결론은 이미 나와 있었다.
“잘 들었습니다. 구형 내역에 대해서는 좀 더 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듯 보입니다. 더군다나 피고인 측 변호인이 정회를 요청했으니 다시 기일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법정 구속은 인정합니다. 경위, 피고인들을 모두 구속하세요.”
“네!”
대기하고 있던 경위가 어디론가 무전을 날리자 잠시 후 건장한 경비원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구속당하게 된 부녀회는 비명을 질러 댔다.
“살려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제발…… 잘못했습니다!”
“이 여자가 다 시킨 거예요! 이 여자가 자기가 하자는 대로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했어요!”
“여보! 여보!”
“우리 아기를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마구 울부짖으면서 끌려 나가는 사람들.
“정회하겠습니다.”
판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렇게 말했다.
“다음번에는 오지 않아도 되겠네.”
피해자로서 그냥 구경 삼아 오기는 했지만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이미 끝난 싸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법정 구속을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심적으로 판단이 내려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일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이건 단순 폭행에 지나지 않으니 법정 구속 사유가 되지 않는다.
“내 아들이 누군지 알아! 내 아들이 누군지 아냐고! 내 아들이 힘만 쓰면 너희는 다 죽어!”
서장의 엄마라는 인간은 최후까지 아들을 팔아먹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결국 문이 닫히면서 그 목소리는 고요 속으로 사라졌다.
“이거 이거, 강월랜드는 생각도 못했는데요?”
“하하하.”
노형진은 서태웅에게 자신의 소감을 솔직히 말했다. 강월랜드는 생각도 못한 카드였다.
“조폭들을 때려잡으면서 느낀 게 그 새끼들이 돈 생기면 가장 많이 쓰는 게 여자, 아니면 도박이더라고요.”
“그렇기는 하죠.”
저들은 부녀회라는 이름으로 조폭처럼 운영되었다. 당연히 그 넘치는 돈을 어딘가에 써야 정상이다.
“그리고 노 변호사님도 느끼셨겠지만 변호사가 그다지 실력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즉, 돈이 없다는 소리인데 그럼 돈을 다 썼다는 뜻이거든요.”
“그리고 그 정도 돈을 날려 버릴 만한 곳은 한정되어 있지요.”
“네.”
명품 백 같은 것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매달 나오는 1억으로 명품 백을 사면 집이 가방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렇다고 집이나 자동차를 사면 대놓고 ‘난 횡령을 했습니다.’라는 식의 결론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그 돈을 쓸 수 있는 기회는 한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서태웅은 노형진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뭐, 제가 특별히 뭘 가르친 건 아닙니다. 스스로 터득한 거죠.”
노형진은 그저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어떻게 되었어?”
“뭘요?”
“그 사건 말이야.”
노형진은 일하다 말고 송정한의 말에 무슨 사건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자신이 피해자였던 그 사건을 말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 그 사건요?”
“그래?”
“글쎄요?”
“확인하지 않았어?”
“네.”
피해자에게 결과를 보여 주지는 않기에 노형진은 사건을 확인해야 하는데 바쁜 나머지 잊고 있었다.
“그거 확인해 봐.”
“그럴까요?”
노형진은 재빨리 인터넷에 접속해서 사건 기록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사건은 대략 2주 전쯤에 끝난 것으로 되어 있었다.
“헐?”
“왜? 설마 풀려난 거야?”
“아니요. 생각보다 형량이 강해서요.”
서태웅이 10~20년을 이야기했지만 보통은 그 절반 정도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일단 상대방이 여성이면 판사들은 최대한 형량을 깎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건 기록은 그런 상식을 깨 버렸다.
“부녀회장이 17년. 다른 부녀회 임원들이 6년 나왔어요.”
“뭐? 그렇게 많이?”
“네.”
이 정도면 엄청나게 나온 것이라서 노형진은 깜짝 놀랐다. 임원이야 예상은 한 수준이지만 부녀회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내가 준 증거 때문인가? 아닌데?’
증거들이 유죄를 확정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렇게 처벌이 강하게 만드는 데에는 부족했다.
“기록을 한번 봐야겠네요.”
노형진은 전문을 뽑아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읽자 송정한에게 건넸다.
“다른 건물이 있었답니다.”
“응? 무슨 소리야?”
“그 사람이 가진 집이 제가 살던 집 말고도 다른 곳도 있었데요.”
“뭐야? 그럼 설마?”
“네, 거기서도 부녀회장 노릇을 한 거죠.”
쉽게 말해 폭력 조직 두 곳을 운영한 것이다. 심지어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사건을 은폐하거나 횡령하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거 이거…….”
아무래도 나가지 않는 사이에 서태웅이 다른 곳에서 또 한 건을 찾은 모양이었다.
“어쩐지.”
“어쩐지?”
“뉴스 안 보나?”
“무슨 뉴스요?”
“인터넷에서 좀 찾아보게.”
그 말에 노형진은 인터넷에서 부녀회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뉴스가 화면에 떠올랐다. 갑자기 부녀회장들이 사퇴하면서 배상하든가 부녀회가 물러나든가 심지어 그동안 받은 부녀회비를 모조리 토해 내는 곳도 있다는 뉴스가 각 언론사마다 가득했다.
“뭐야?”
“몰랐나? 자네가 새로운 길을 연 걸세.”
“새로운 길요?”
“그래, 그동안 부녀회라는 조직이 애매한 조직이었잖나?”
“그렇지요.”
자치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보니 섣불리 손대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온갖 범법은 다 저지르고 다니는 곳들이었다. 벌써 몇 년째 방송에서 문제에 대해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그들을 제어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기껏해야 민사를 하라는 수준?
“그런데 자네가 길을 찾은 거지.”
“아아아.”
부녀회에서 이득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면 그건 조직 폭력이 된다. 심지어 부녀회장이 된 후 다른 부녀회장이 뽑히는 걸 막기 위해 회원들을 폭행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런데 그런 행동들에 대해 지금까지는 벌금 얼마만 내는 수준이었는데 한번 조직 폭력이라는 판례가 생겼으니 부녀회라는 이름으로 온갖 범법을 다 저지르던 집단에 대해 대대적인 고발이 시작된 것이다.
“서태웅 검사가 이번 사건을 총괄한다더군.”
“피바람이 불겠네요.”
“그렇겠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 많은 곳에서 부녀회라는 폭력 집단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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