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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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산의 진실 (2)
“우리의 목적은 의뢰인을 위해 승리하는 것입니다. 그게 새론의 정신이고요. 더럽다고 싸우기 싫으시면, 그만두시면 됩니다.”
그 말에 젊은 변호사는 눈치를 보며 슬슬 멀어져 갔다. 그러자 좀 떨어진 곳에 있던 김성식이 피식 웃으며 다가왔다.
“좀 좋게 말해 주지 그랬나.”
“좋게 말한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죠. 제가 돈이 없어서 변호사를 끌고 온 건 아니지 않습니까? 현장에서 뛰는 법을 보여 주기 위한 거지.”
“그건 그렇지.”
돈만 준다면 이곳을 뒤질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물론 대다수가 거부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돈을 더 주면 된다.
“요즘 변호사라는 놈들이 점점 말장난만 하려고 해요.”
“어쩌겠나. 솔직히 정의감만으로 직업을 선택한다면 변호사는 안 하지.”
“그건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돈 벌고 싶으면 발로 뛰어야지요.”
그냥 말로 장난치다가 지면 ‘어쩔 수 없네요.’라는 말로 남의 인생을 박살 내는 놈들을, 노형진은 변호사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남의 인생을 짊어지고 있다면 최후까지 발악이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오빠, 이 안에 뭐가 있긴 할까?”
“있을 거야. 생각보다 많을걸.”
“어째서?”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알지?”
“알지.”
깨진 유리창 이론이란, 손상된 차량을 방치하면 그것 자체가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되어 범죄 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멀쩡한 차는 건드리지 않는 반면, 창문 하나를 깬 채로 방치한 차는 며칠이 지나자 모조리 뜯어 가서 남은 게 없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었다.
“의외로 그런 깨진 유리창 이론이 실생활에서는 크게 작용하거든.”
사람은 쓰레기가 쌓여 있지 않은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기를 꺼린다.
하지만 이미 쓰레기가 쌓여 있다면? 거기에는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를 버린다.
“말이 산업폐기물이지 이 안에 온갖 물건이 다 있을 거야.”
특정 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물건에서부터 개인 쓰레기나 영수증까지.
지나가면서 ‘어차피 버릴 물건이니까.’라는 생각으로 버리는 엄청난 숫자의 쓰레기들.
“우리는 그걸 찾아야지.”
그러면 그 쓰레기가 어디에서부터 온 건지 특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뭐든 찾아봐. 그게 뭐든 좋아. 영수증이든 아니면 박스든, 뭐든 찾아서 특정하면 거기서부터 사건이 시작되니까.”
그 말에 변호사들은 긴 한숨을 내쉬면서 고무장갑을 끝까지 당겼다. 이제 쓰레기를 뒤질 시간이었다.
* * *
폐기물이라는 건 많은 곳에서 온다.
건설 현장, 아니면 버려진 쓰레기, 또는 버려진 어구 등등.
뒤적거리다 보니 거기에서 나오는 증거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바닷가에서 나온 어구류가 대략 40%, 건설 폐기물이 대략 40%, 나머지는 어느 항구로 의심되는 곳의 영수증과 버려진 택배 박스, 비닐 같은 일반 산업폐기물.
그래서 그 폐기물들이 어디서 왔는지 특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중 어떤 물건에,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여기서 대룡이 왜 나와?”
대룡건설 소속의 쓰레기가 나왔다, 그것도 적지 않게.
“대룡에서 건설 폐기물을 이런 식으로 취급할 리가 없는데?”
김성식도 솔직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대룡 역시 대기업이고 수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대룡은 노형진과 함께 일하면서 이런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극도로 꺼리게 되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죠.”
하지만 노형진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는 투였다.
“대룡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유 회장님이 컨트롤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리고 건설업에서 장난치는 놈들이 넘쳐 나는 것은 딱히 비밀도 아니고요.”
“으음…… 그건 그래.”
아무리 위에서 컨트롤을 잘하려고 한다고 해도 건설업이라는 것 자체가 부패한 지 워낙 오래된 상황이라 일선에서 부패한 사람들을 박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런 폐기물은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기도 하고요.”
어차피 버려진 게 다시 돌아오진 않을 테니까.
“그건 그렇지. 하긴, 이런 경우는 흔하지.”
소위 말하는 페이백, 즉 일을 주는 대가로 받은 돈의 일부를 돌려주는 행위는 건설업에서는 거의 상식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폐기물들을 버리는 비용이 절대로 싸지는 않으니까.”
당연히 그런 폐기물들을 버리는 전문 업체가 있다.
그런데 그런 업체들은 사업 허가를 내는 게 어렵지 않고, 규정에 따르면 대룡은 그런 전문 업체들과 거래해야 하기에 그중에서 부패한 곳을 가려내기가 어렵다.
“일선에서 페이백을 요구한 모양이네요.”
보고서에는 사업자 등록증과 멀쩡한 기록만이 첨부되기에 서류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해야 하는 대룡 입장에서는 그들이 조폭이라는 걸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일선에서 그런 식으로 돈을 빼돌리는 건 흔한 일이었다.
“뭐, 대룡의 힘이라면 그놈들을 털어 내는 건 일도 아니겠네.”
김성식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음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대룡을 배제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룡을 배제하고?”
“네, 정확하게는 내부 청소와 어느 정도의 추적이야 괜찮겠습니다만 처벌할 때 대룡의 힘은 배제하는 걸로 하죠.”
“오빠? 그러면 일이 복잡해질 텐데…….”
“물론 그렇겠지. 그런데 말이야, 이런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잖아. 이번에는 대룡이 연관되어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다음에도 대룡에서 나서서 보복해 줄 수는 없어.”
“아, 그렇겠네.”
당장 이번 사건만 해도 대룡만이 아니라 어딘가의 항구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량으로 섞여 있는 그물과 기타 어업 장비들만 봐도 그건 확실하다.
“물론 자주 벌어지지 않는 특별한 사건이고 피해자에게 보복할 힘이 있다면 무시할 이유는 없지. 하지만 이런 사건은 대부분 힘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자주 벌어지거든.”
“그러니까 우리가 그 방어법을 확립해야 한다 이거군.”
“맞습니다.”
시골에 땅이 조금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
도리어 그렇게 관리를 못하는 땅이나 거의 나가지 않는 창고 같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건 힘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만일 힘이 있고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돈이 되는 자리를 노리지, 돈도 안 되는 곳을 노릴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면 범인을 잡는 게 우선이겠군.”
“아니요. 사실 그것도 우선은 아니죠.”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응? 그러면? 뭐부터 해야 하는데?”
서세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공무원부터 족쳐야지.”
* * *
공무원들은 업무를 하면서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 그들은 자기들의 업무를 하지 않고 잘못을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운다.
이번 경우가 딱 그런 경우였다.
원래 이런 쓰레기 불법 투기 사건은 공무원이 조사해서 막아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사법경찰이라는, 경찰에 준하는 권리를 줘 가면서 막으라고 하는 거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러나 공무원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가만있다가 문제가 터지면 피해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면서 그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
“사법경찰이시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수사하시고 범인을 잡으셔야지, 피해자에게 피해에 대한 복구 비용을 책임지라고 소송하는 게 말이 됩니까?”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그 여자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우리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적은 숫자의 공무원들이 전 국토를 감시하면서 쓰레기의 투기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걸 핑계 삼아 저들은 아무것도 안 한다.
사람이 부족하다, 그런 핑계로 대충 시간이나 때우다가 피해자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그건 당신들 핑계고요.”
하지만 그걸 그냥 두고 볼 노형진이 아니다.
“그 책임은 당신이 지셔야지요.”
“뭐요?”
“수사 기록을 봅시다.”
“네?”
그 말에 여자 공무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수사 기록 말입니다, 수사 기록. 공식적으로는 다들 사법경찰이잖아요?”
“그…… 그런데요?”
뭔가 좆 됐음을 감지한 여자 공무원의 목소리가 떨려 왔다.
‘그러겠지. 공무원들이 농땡이 치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쓰레기가 투기된 토지에 대해서는 토지주가 책임지도록 되어 있다. 그건 법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랬기에 그동안 수많은 재판에서도 피해자들이 이기지 못하고 피해를 뒤집어쓰고 전 재산을 털려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공무원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거든.’
이 여자 공무원의 말대로 그들이 모든 땅을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와 관련해서 소송해도, 결국 재판부는 한계라는 걸 인정해서 정부의 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하지만 인지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지.’
그 토지에 쓰레기가 투기되었다는 사실을 공무원들이 인식한 경우, 그들은 수사에 들어갈까?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사법경찰. 수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저희 의뢰인인 김경도 씨의 말에 따르면 쓰레기가 투기되었다는 사실을 안 게 두 달 전. 그리고 그걸 치우라고 경고장이 날아온 게 한 달 전이라던데요.”
“그거야…… 그런데…….”
그건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으니 당연히 부정할 수 없다.
“제가 아는 공무원들의 처리 기준으로 본다면 그건 아예 수사하지 않은 거 아닙니까?”
그 말에 여자 공무원은 아무런 말도 못 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원래 과정이라는 게 그렇다.
쓰레기의 무단 투기를 감시하지 못하는 거?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발견했다면, 사법경찰은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범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를 잡아서 처벌해야 하며 그에게 복구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쉬운 과정도 아니고 동시에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런 사건의 뒤에는 거의 100% 조직폭력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 사법경찰은 수사하는 대신 피해자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는 복구 비용을 강제로 뜯어낸다.
“그건…….”
“그래서, 수사기록 못 줍니까?”
“못 드려요!”
“왜요?”
“그건…….”
‘없으니까 못 주지.’
노형진만 해도 사람을 동원해서 쓰레기를 뒤져 안에 있던 주소나 몇 가지 증거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른다? 애초에 조사 자체를 안 했다는 의미다.
“역시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거군요. 수사를 안 했으니까.”
그 말에 사색이 되는 여자 공무원.
“이거 명백하게 업무상배임인 거 아시죠?”
“…….”
“그리고 자기 일도 안 하고 무조건 피해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 부당한 행정 처리입니다.”
“…….”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깨달은 여자 공무원은 하얗게 질려 갔다.
“이거 행정소송 할 겁니다.”
“안 돼요!”
“누구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합니까?”
만일 쓰레기 투기를 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고소했다면 행정소송에서 이기지는 못할 거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 후에 수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걸 문제 삼고 있고, 실제로 수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이건 명백한 부당한 행정 처리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