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092)
거짓에는 거짓으로 (2)
허위 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심지어 자신의 이득을 위해 공문서위조까지 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실형이 나온 적이 없지요.”
구영단은 다른 것도 아닌 법원의 판결문을 조작해서 고소당한 적이 있다. 그리고 사기를 치면서 자신의 계좌를 조작해 보여 준 적도 있다.
그런데 그게 종이로 출력하거나 계좌를 캡처한 스크린샷을 조작해서 보여 준 게 아니다.
무려 가짜 은행 사이트를 만들고 거기에 로그인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계좌를 보여 줬던 것.
자신들의 권력을 중요시하는 법원의 성격을 생각하면 실형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고, 가짜 은행 사이트까지 만들었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사기 목적이라고 봐야 했다.
그러나 결국 구영단의 처벌은 벌금형으로 끝났다.
“아니, 왜요?”
“구영단이 정치 검사 출신이거든. 검사들의 비호를 받고 있지.”
정치권으로 진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검사들을 이끌던 게 바로 구영단이다.
당연하게도 그를 처벌하면 검사들이 자신들의 캐비닛을 열 테니 판검사를 비롯해서 멀쩡한 놈이 없었을 거다.
“거기다 자유신민당에서 나왔다고 해도 그 용도가 다한 건 아니니까요.”
그는 자유신민당의 비공식적인 스피커다.
자유신민당에서 누군가를 공격하고 싶지만 진짜 국회의원이나 대변인을 쓸 수는 없다면 구영단을 통해 공격하게 만드는 거다.
“그리고 구영단은 손해 보는 게 없고요.”
유툽을 통해 매달 수억 원의 기부금이 모인다. 그러니 국회의원의 자리를 잃은 후에도 구영단 입장에서는 딱히 손해 보는 게 없다.
“실제로 금괴설은 구영단이 가장 먼저 제기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럼 민사소송으로라도 구영단을 공격하면 안 되나요?”
그 말에 김성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구영단은 일단 국회의원 출신이야. 현 상황에서 송 의원이 구영단을 공격하면 이건 자유신민당 대 송 의원의 싸움이 되어 버리네.”
“네?”
“민주수호당에서도 송 의원을 안 좋아하지 않나? 그러니까 당연히 도와주지 않을 거야. 하물며 분당 이야기가 나오면 더더욱 그러겠지.”
“저들이 원하는 게 그겁니다, 개싸움. 지금 저들은 송 의원님이 먼저 고소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죠.”
어떤 식으로든 송정한이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떠들 거다.
그렇다고 계속 방치하면 송정한의 이미지는 나날이 안 좋아질 테고 말이다.
“일단 유툽에 해당 사이트를 막아 달라고 할 수는 없나요?”
“힘들 겁니다.”
구국영령의 경우 매달 막대한 수익을 낸다. 그리고 계약에 따라 구국영령의 수익은 유툽과 계속 나누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구국영령 채널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지금까지 해당 채널은 단 한 번도 처벌받거나 폐쇄된 적이 없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게 미국의 법에 따라 보호받는다는 거죠.”
“네? 보호받는다고요?”
“네. 미국은 수정 헌법에 의해 표현의자유가 무한대로 인정받거든요.”
즉, 누군가 증오를 표출해도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그게 직접적으로 범죄와 연결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인터넷에서 중국인을 다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합법이라는 거죠.”
다만 그걸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하려고 하는 건 불법이다.
“이게 참 웃긴 건데…….”
즉, 구체성이 없는 단순한 증오는 처벌 대상이 아니나, 구체적인 범행 가능성이 붙으면 처벌된다.
실제로 인터넷 게임에서 구체적인 살인 계획을 이야기한 한 중학생이 살인미수로 체포되어 처벌받은 적도 있다.
“구국영령……. 아니, 이렇게 말하면 자꾸 사자 명예훼손 하는 기분이 드니까 이름으로 말하죠. 구영단은 그걸 잘 압니다. 그래서 허위 사실을 마구 퍼트리지만, 미묘하게 구체적인 행동 방식은 제시하지 않는 거죠.”
그 선만 잘 지키면 처벌은 결코 이루어질 리 없으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죠?”
“일단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혐오를 차단하는 게 첫 번째 계획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말인가? 그게 가능할 리가 없는데. 일단 내부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
“불가능하지는 않지요.”
불가능하지는 않다.
불특정 다수에게 세뇌를 통한 증오를 뿌리는 그런 놈들의 특징이 뭐냐면, 정보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나 확인도 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까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도 가능한 거죠.”
남들이 뭐라고 하든 SNS상에서 논의되는 가짜를 믿고 싶어 하며 계속 확대 재생산하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도 가짜 정보를 뿌리면 되는 겁니다.”
“가짜 정보?”
“네.”
“하지만 그래 봤자 우리 쪽 손해 아닌가?”
송정한에 대한 가짜 정보를 뿌린다고 해서 송정한이 고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압니다. 하지만 뿌릴 정보가 가짜만 있는 건 아니죠.”
“무슨 뜻인가?”
“저들이 원하는 정보를 주면 된다는 겁니다. 저들이 원하는 대로, 보고 싶은 대로 말입니다.”
“그게 뭔데?”
“글쎄요? 쿠데타 정도면 되겠네요.”
노형진의 말에 모두의 눈빛이 굳어졌다.
* * *
한국 정부는 쿠데타에 대해 예민하다. 그렇기에 이런 분위기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뭐라고? 쿠데타 이야기가 나온다고?”
“네. 이건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국정원에 자유신민당을 위해 일하는 놈들이 많다고 해도 국가를 전복하고자 하는 놈들까지 그냥 둘 수는 없다.
군대여, 일어나라!
작금 대한민국은 빨갱이의 지배를 받고 있다. 빨갱이의 명령을 받은 박기훈이 빨갱이의 명령에 따라 나라를 망치고 있다.
그리고 송정한은 빨갱이 그 자체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군자금으로 금 200톤을 받아서 선거 자금으로 쓰고 추후 국가를 북한에 헌납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군대가 국가를 수호해야 한다.
군대여, 일어나라!
일어나 빨갱이를 때려죽이자!
그걸 본 국정원 팀장은 기가 막혀서 요원을 돌아보았다.
“너 바보냐?”
“네?”
“아니, 씨팔. 이런 글은 하루에도 몇천 개씩 올라오잖아.”
물론 개개인의 글을 감청하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단톡방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감시가 가능하다.
“너 이 새끼야, 이런 글 올리는 놈들 다 잡아넣으려면 최소한 수백만 명은 잡아넣어야 해.”
지난번 선거에서도 민주수호당이 다수당이 되었다는 사실에 일부 보수 단체에서 게거품을 물고 일어나서 ‘군대여, 일어나라.’를 외치지 않았던가?
그렇잖아도 친위 쿠데타로 인해 한번 나라가 뒤집어진 상황.
군인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쿠데타를 다시 일으킬 이유가 없다.
실제로 지난 쿠데타 사건 이후에 군 내부에서는 중대장급 이하 장교와 병사에게 쿠데타 명령에는 복종해서도 안 되고 의심 사항이 있다면 바로 국정원에 신고하도록 정신교육을 하고 있다.
“개개인의 헛소리에까지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는 없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다음 장을 봐 주십시오, 팀장님.”
“다음 장?”
그 말에 팀장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서류를 넘겼다.
그다음 장에도 역시 비슷한 논조의 글이 적혀 있었다.
군대가 일어나서 국가를 전복하고 현 대통령과 민주수호당을 파멸시켜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런 건 수백 수천 장을 봐도 바뀌는 게 없다니까.”
“더 뒤로 가 주셔야 합니다.”
“끄응.”
어쩔 수 없이 넘기던 팀장은 한 열 장쯤 넘어가고 나서야 눈이 묘하게 변했다.
“이거 뭐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군대여, 일어나라.’라는 말이 아닌 사람의 이름과 직책 그리고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일부 군부대 대령급 이상의 개인 전화번호입니다. 특히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이 많습니다.”
“아니, 씨팔. 이게 왜 여기서 튀어나오는데? 이건 국가 기밀이라고!”
군인들의 개인 정보는 보안 사항이다.
장교의 전화번호나 소속은 절대로 이런 공개된 인터넷에 드러나서는 안 된다.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
“이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국가를 전복하라고 협박하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그 말에 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개인이 인터넷에 헛소리하는 거?
그건 뭐라고 할 수 없다. 개인의 자유니까.
‘군대여, 일어나라’든 ‘외계인이여, 일어나라’든 그건 개인의 헛소리일 뿐.
하지만 진짜 군인에게 전화해서 그런 걸 강요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니, 이런 미친 새끼들이! 그게 사실이야?”
“네, 이미 각 부대에 확인해 봤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장교들이 몰려드는 전화로 인해 업무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지장을 받고 있답니다.”
“이런 미친 새끼들!”
군인에게 쿠데타를 일으키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의견 표현이 아니다. 명백하게 현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국방부에서는 뭐래?”
“아직 반응은 없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개인의 정보가 털렸다. 여기에 올라와 있는 것은 전화번호뿐이지만 이미 주소까지 털렸을 수도 있다.
“미친 새끼들이 뭔 짓을 하는 거야!”
국정원 팀장은 심장이 미친 듯이 벌렁거렸다.
과거 홍안수의 친위 쿠데타 당시에 국정원의 고위 간부들이 연관되어서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런데 쿠데타를 요구하는 세력이 나타나다니.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국방부와 이야기해서 협의를 위한 담당자를 불러. 아니, 그건 내가 할 테니까 빨리 비상 걸고 요원들부터 불러.”
“네, 팀장님.”
“아니, 이런 미친…….”
팀장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이 아찔했다.
* * *
“다행히 전부는 아니라고 합니다만.”
국방부 역시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난리가 났다. 개인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군 내부의 전화번호까지 새어 나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방부 장관의 직통 전화번호와 핸드폰 번호까지 새어 나가서, 전화해서 국가를 전복하라고 하는 놈들이 넘쳐 났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겁니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작된 곳은 일부 단톡방이라고 합니다.”
“일부 단톡방요?”
“네, 평소에도 문제가 많았다고는 하는데…….”
“끄응, 어디를 말하는지 알 것 같군요. 거기 새끼들은 진짜…….”
애초에 단톡방이라는 건 목적성을 가지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런데 모든 단톡방의 목적성이 좋은 것이기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문제는 그런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군인도 있다는 거다.
실제로 군인들에게 특정 정당을 지지하도록 알게 모르게 세뇌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확신에 가까운 의심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군 내부에서 정보가 샌 것 같지?”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고서야…….”
“후우~ 씨발. 어떤 미친 새끼야?”
물론 개개인의 단톡방을 군대가 모두 감시하거나 할 수는 없다.
홍안수 시절에는 그런 게 가능했지만, 홍안수가 끌려간 후에 국방부에서 개인의 단톡방을 감시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었다.
문제는 군인들 중에서 질이 떨어지는 놈들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설치기 시작했다는 거다.
어쩔 수가 없는 게, 친위 쿠데타가 일어난 후에 군대 이미지가 워낙 나빠져서 질 좋은 인재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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