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11)
“그런가……? 어…… 그러고 보니 맞네. 조 씨네, 조 씨.”
노숙자들은 대번에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사람에 대해 뭐 좀 아십니까?”
“뭐, 안다면 아는데.”
눈을 반짝이는 그들을 보면서 노형진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를 한 장씩을 꺼내서 그들에게 건넸다.
“마음에 들면 더 드리지요.”
“크흠, 뭐, 우리도 좋아하는 놈은 아니니까.”
맨날 자신이 한때 잘나가는 외국계 기업에서 인정받던 사람이다, 그런데 함정에 빠져서 해고당했다 같은 얘기만 하는 녀석이었다는 것이다.
‘잡았군.’
노형진은 그 말을 듣고는 그가 분명히 조승덕이라고 확신했다.
“하여간 똑같은 노숙자들 주제에 뭔 잘난 척이 그렇게 심한지.”
“맞아. 여기에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 없는 줄 아나?”
키득거리는 노숙자들. 노형진은 그들의 말에 마음이 다급했다.
“그래서 그는 어디 있습니까?”
“글쎄?”
노형진은 그 말에 다시 지갑을 열어서 만 원짜리 다섯 장을 꺼내 들었다.
“생각이 진짜 나지 않으시나요?”
그걸 보고 침을 꿀꺽 삼키는 노숙자들.
“그 녀석이 어디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지. 노숙자들이 주소록을 들고 다니나? 다만 같이 다니는 녀석이 있기는 하지?”
“같이 다니는?”
“왕 씨라고 자기 말로는 전직 조폭이었다지?”
“조폭요?”
“그래, 자기 말로는 무슨 보스까지 했던 사람이라고 뻐기고 다니는데.”
노형진은 왠지 그가 조승덕과 동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말도 안 되는 뻥을 치면서 둘이 친해졌고 조승덕이 그를 끌여들어서 일을 꾸몄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사람도 노숙자인가요?”
“아니, 노숙자는 아녀. 어디서 오래된 대포 차 하나 끌고 다니던데?”
“대포 차요?”
“무슨 봉고인가 그래. 어디 망하는 기업에서 뽀려서 왔다나 뭐라나?”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그들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그들에게 아예 지갑에 있는 돈을 통째로 건네면서 물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집이 어딥니까?”
때로는 진실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1)
“뭐라고요?”
노형진이 급하게 사람들을 모으려고 다시 회사에 왔을 때 그가 들은 것은 당황스러운 보고였다.
“두 딸과 큰 아들이 자백했답니다. 자신들이 돈을 노리고 납치했다고.”
“그게 말이 됩니까?”
노형진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사건의 흐름상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그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력한 용의사자와 범인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사건의 흐름상 그들이 범인일 수가 없는데?’
그들은 이 집의 재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고작 세 명이서 2억을 나누겠다고 조카를 납치한다?
‘그건 말이 안 돼.’
20억이나 200억도 아닌 고작 2억이라니.
“경찰에서는 대대적으로 자신들이 성공적인 작전으로 범인을 잡았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아이는요?”
“죽여서 바다에 던졌답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의뢰인들은…….”
“정태성 씨는 충격으로 쓰러지셨고 정만욱 씨 부부는 시체를 찾으러 해당 지역으로 가셨습니다.”
“…….”
침묵이 흐르는 새론의 회의실. 노형진은 자신이 큰 실수를 한 것인가 생각했다.
‘내가 어디서 실수한 거지?’
‘그들을 만나서 사이코메트리를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마구 몰려왔다. 그랬다면 아이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엉뚱한 사람을 찾아다닌 걸까.”
송정한 역시 자책하는 얼굴이 되었다.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경찰에서 빈정거리더군요.”
“빈정거리다니?”
경찰서에 갔다 온 남상주는 속상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변호사는 변호사답게 변론이나 잘할 것이지, 수사같이 전문적인 일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면서 무안을 주더군요.”
송정한의 말에 남상주는 한숨을 쉬면서 답했다. 하긴 저들이 범인을 잡았다면 그게 맞을 수도 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한국의 변호사와 다르게 미국의 변호사는 발로 뛰는 팀이 있다. 의뢰인을 위해서 말이다. 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노형진의 목표였다. 사실 프로파일러를 도입하는 것 역시 급하게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였다. 단순히 법적인 조언을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위해 진범을 잡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탐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국에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대한민국은 탐정이 인정되지 않는다. 경찰이 부실 수사를 해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한다. 그나마 변호사가 도와줘서 풀려날 수는 있을지언정 그때쯤이면 진범은 보통 멀리 도망간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
“후우, 우리가 실수했군.”
“기운이 쏙 빠지네요.”
송정한과 남상주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쩔 수 없지요.”
아이는 구하지 못한 채로 사건이 끝났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때였다.
“노 변호사님, 전화가 왔는데요?”
“전화? 회의 중이라고 말씀드려요.”
도무지 전화받을 기분이 아니었던 노형진은 침울하게 말했다.
“꼭 받으셔야 하는 전화라는데요?”
“누군데요?”
“김소라 씨라는데요?”
“김소라?”
김소라면 자신들이 불렀던 프로파일러다. 그녀가 왜 전화한 것일까?
“일단 회의실로 돌려 주세요.”
“네.”
노형진의 말에 그녀는 돌아가서 회의실로 전화를 돌렸고 노형진은 그걸 스피커폰으로 연결했다.
“스피커폰으로 연결했습니다, 김소라양.”
“아, 그래요? 그럼 다른 변호사들도 있는 건가요?”
“네. 그나저나…… 아이가 벌써 죽었다고 하더군요. 범인도 잡혔고요. 고생시켜서 죄송합니다.”
노형진은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어쩌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녀가 오지 않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은 노형진의 예상과 달랐다. 탓한 것도, 사과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 때문에 그런데요. 제가 좀 이상해서 자백한 걸 구해서 보고 있거든요.”
“이상해요?”
“네, 제가 프로파일링한 게 다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한 게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해서요.”
누군가를 특정하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 당연히 쉬운 일이다. 그리고 김소라가 보기에 그들은 절대 이런 사건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인성이야 부모를 정신병원에 넣었던 녀석들이니 좋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무조건 범인이라는 증거는 없으니까.
“그 사람들의 진술서에 보면 이렇게 되어 있어요. 친척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유인한 후 납치했는데, 자신들을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바로 살해하여 강화도 인근 바다로 가서 유기했다고.”
“그래서요?”
“아이가 납치된 날은 공휴일이에요. 그리고 그날에 그쪽에서 강화도로 가는 방향은 언제나 상급 정체 구간이구요. 심한 곳은 거의 시속 10킬로미터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요.”
그 말에 노형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속 10킬로미터면 애가 탈출할 수도 있고 사람이 많으므로 도와 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는 사이니까 저항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죠. 정만욱 씨는 해외에서 살다가 무려 7년 만에 들어온 겁니다. 그것도 이번 사태가 벌어지고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는 부랴부랴 귀국한 거예요. 그럼 그 아이는 7년 이상 친척이라는 존재를 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들어와서 소개시켜 줬을까? 그럴 리 없다. 부모를 정신병원에 넣어서 결국은 친자 관계까지 부정당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이 정만욱이 아들에게 소개시켜 줄 가능성은 낮다.
“결국 그 애가 알고 있기는 힘들다는 거죠.”
물론 얼굴은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낯선 사람인 것은 당연한 일.
“음…….”
“그리고 그 사람들의 차는 큰형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티즈 하나뿐이에요.”
“그래서요?”
“마티즈로 사람을 납치하는 건 무리죠. 더군다나 이들의 말대로라면 두 딸과 함께 움직였다는 건데, 성인 세 명이 그걸 이용해서 납치하는 건 무리죠.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한 프로파일링에 따르면 그들은 차를 이용해 돈을 가지고 갈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티즈의 트렁크는 사과 상자를 담기에 좀 작은 편이에요.”
“렌터카 같은 거 빌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돈을 가져다 두면 분명 거기에 경찰이든 누구든 있을 게 뻔한데요?”
렌터카를 빌린 곳에 문의하면 신분이 바로 나온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말도 안 된다.
‘그러고 보면 남의 차를 빌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단 말이지.’
결국 차를 써도 범인을 특정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을 때 차를 사용하는 건데 그럼 둘 중 하나다. 차를 훔치거나 대포 차이거나.
대포 차란 명의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무단으로 끌고 다니는 차량을 말한다. 당연히 그게 누구한테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럼 어디서 대포 차를 구한 거 아냐?”
송정한 역시 그런 가능성을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게 성립된다.
“하지만 그 대포 차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요.”
대포 차를 구해서 범죄에 사용했다면 당연히 진술서에 그 대포 차에 대한 진술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김소라의 말에 따르면 진술서에는 마티즈를 이용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되어 있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해…….’
그 순간 노형진은 그 자원봉사를 하던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말이 생각났다, 그 왕 씨라는 전직 조폭이라는 작자가 어디서 훔쳐온 대포 차를 끌고 다니는다는.
“혹시 그들이 허위 진술을 한 거 아닐까요?”
“허위 진술?”
“이런 사건이 없었던 건 아니잖습니까?”
“설마.”
“솔직히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아이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건 인정해야지요.”
시간이 사흘을 줬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살아 있을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면 차라리 범인을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지, 경찰의 입장에서는.’
물론 그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경찰 내부에서 실적에 눈이 먼 녀석들 중 일부는 실제로 사건을 조작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인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에서 개구리 소년의 아버지가 범인으로 몰려 갖은 고초를 겪은 것은 유명한 일이다.
“중국을 생각하세요. 우리나라 경찰이 중국 경찰보다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죠?”
“으음…….”
중국인의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문화는 그들의 기질보다는 그들의 경찰인 공안 때문인 것도 있다. 신고하면 그들은 가장 먼저 증인을 범인으로서 수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수사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당연히 사람들은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만다.
“아이가 죽었다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납득할 수 있는 범인을 던져 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잖습니까?”
국민들은 모른다, 그런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그저 언론에 나오는 바른 모습을 보고 아 요즘 경찰이 많이 바뀌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경찰은 공무원, 쉽게 말해 철밥통 중 하나다. 즉, 쌍팔 연도에 근무하던 녀석이 지금도 있다는 소리이니 그 녀석이 자기 버릇을 못 고친 상황이라면 그런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범인이라고 공개는 했는데 정작 그 장면은 공개하지 않은 게 이상해요.”
“장면요?”
“네, 이런 사건은 보통 범인이 경찰서에 들어가는 장면을 공개하거든요.”
유괴만큼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도 드물다. 당연히 그런 유괴범을 잡았다면 경찰이 일을 잘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된다. 그런데 그런 유괴 사건을 범인을 잡아서 들여보내는 장면은 빼 버리고 그냥 잡았다고 공개만 한다? 그건 이상한 일이다.
=======================================